0. 들어가기에 앞서.
안녕하세요.
클리앙에서 늘 도움만 받다가 매수한 집의 인테리어를 하게 되어 사용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즉 지금부터 몇 편을 나눠 올리는 인테리어 사용기는
제가 도움을 받은 만큼 클리앙 회원님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올리는 글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클리앙 회원 SIM_Lady님의 인테리어 후기글을 보게 되어 그 분께 쪽지로 연락을 하였고,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제게 업체와 함께 도움이 되는 이런 저런 말씀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해주셔서
많은 참고를 하고 해당 업체를 통해 인테리어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에 인테리어 이야기 '- (마이너스) 1'이라고 기재한 이유는
인테리어 전 이 아파트를 어떻게 구입하게 되었는지를 쓰는 글입니다.
즉 인테리어와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들이기에 인테리어 후기글만 관심 있으시다면,
사진 한 장 없이 텍스트로만 가득한 이 글은 스킵하시는 게 옳습니다.
또한 본문 중 개인적인 가정사 부분은 추후에 수정 및 삭제를 할 수도 있다는 점 참고 바랍니다.
1. 때는 2010년을 맞이하기 전.
저희 부부는 정말 가난하게 신혼을 시작했습니다.
마이너스로 시작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제 나이 28, 아내 나이 18살 때 처음 만나 데면데면 지내다가
1년 뒤부터 교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가 어렸는지라 당시 여자친구 쪽에서 반대할 걸로만 생각했는데,
여자친구 부모님은 당연하고, 저희 부모님도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이유는 '함께 돈 버는 사람이랑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해야지,
어떻게 돈 나갈 사람이랑 결혼을 하냐'였습니다.
여자친구 부모님이 반대하는 이유는 말씀 안 드려도 다들 아실 테고요.
(아, 장인어른은 딱히 반대 안하셨습니다.
도리어 단 둘이 있을 때 역대 대통령 중 누구를 제일 좋아했냐고 물으시더군요.
제가 김대중과 노무현을 두고 머뭇거리니 저 쪽 사람들만 아니면 된다고.
경상도 집안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라 하시면서 그 뒤로 딱히 반대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양쪽에서 반대가 너무 심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는 게 아닌 저로서는 무척이나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양쪽 집을 설득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혼인신고부터 했어요.
지금까지도 결혼식은 안 했고, 앞으로도 할 일은 없을 겁니다.
'~~식'같은 형식적인 걸 싫어해서, 고등학교 때부터는 입학식, 졸업식도 참석 안 했고,
일찌감치 작성한 제 유언장에는 제가 죽으면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해달라는 말도 있고요.
2. 결혼 후
사회 초년생인 저는 돈도 잘 없었고요.
취업 첫 시작부터 부모님이 돈을 매달 많이 가져가셔서 돈이 더욱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내는 대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일명 출가외인이 되었기 때문에
2학기부터는 제가 등록금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물론 돈이 없다보니 학자금 대출로 전학기를 다니고 나중에 갚았습니다)
그래서 옥탑방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반지하,
그 다음에는 1.5룸(원룸인데 좀 컸어요),
또 그 다음에는 재건축으로 이주가 시작된, 그래서 언제 나가야할지 모르는 아파트,
누수와 결로로 방과 주방 곳곳에 곰팡이가 껴있는 투룸 등등...
힘들다고 하면 충분히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결혼생활을 해왔습니다.
제 나이 40대 중반이 되도록 해외 한 번 못 가보고
지금까지 휴가도 반납하고 투잡도 마다하지 않은 채로 열심히 살아온지라
인생 중에서 재미있는 추억들은 잘 없는 게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부모님, 형제자매 등등 그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저희 힘으로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남았습니다.
3. 그리고 맞이한 2019년
부동산은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던, 그래서 가격이 끝도 모르게 치솟던 때였습니다.
수중에 돈이 얼마 있지 않은 때에 우연히 한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어요.
실평수 10평 정도인, 소형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더 작은 경형? 초소형? 아파트였지만,
사실 아기도 없겠다, 그리고 집돌이인 저로서는 크게 상관이 없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투룸이지만 큰 방은 창고로만 쓰고 있고,
저는 화장실 갈 때가 아니면 작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심각한 방돌이라 큰 문제가 될 수 없었죠.
당시 매매가는 4억 좀 안 되는 금액이었고,
'2억 중반 + 20만원'의 반전세로 살고 계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입주가 바로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회사 근처라서 도리어 더 좋았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두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장단점 이것 저것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장점
1. 일단 아파트. - (가격방어?, 관리 용이?)
2. 세대수 많은 아파트.
3. 로얄층 (거의 최고층)
4. 정남향
단점
1. 일단 아파트. - (높아지는 관리비?, 층간소음?)
2. 구축 아파트.
3. 소형이라고 하기엔 그래도 너무 좁은 아파트.
4. 복도식 아파트.
저는 사실 부담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수중에 돈이 없어도 너무 없었거든요.
반전세로 살고 계신 분이 계시기에
일명 갭투자를 하면 1억 남짓한 돈으로도 매수할 수가 있는 거였는데,
저는 당시 1억은 커녕 5천만원 정도만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대출도 기회라 하지만 그래도 대출을 싫어해서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돈도 대출 없이 들어간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묶여있는 돈이 좀 있다보니 현금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았는데,
아내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정말 너무 많이 힘든 생활을 해왔기에, 자기 집이 있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나봅니다.
이해합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얼마나 고생하며 살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거든요.
그래서 고심 끝에 매수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들고 있던 적금과 개인 연금까지 해지하니
약 5천만원 정도가 더해져 현금 1억까지 마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자른 돈은 신용대출을 받았습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으면 여유가 생기고, 그러면 좀 더 넓은 집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퇴직금만큼은 건드리고 싶지 않았고,
무리해서 집을 넓히기 보다는 둘이서 알콩달콩 사는 게 좋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참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용기 내어 고백해보자면
아기가 없는 상태에서 좀 더 넓은 집에서 살게 된다 가정했을 때
양가 부모님이 함께 살고 싶어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데 그걸 막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초소형 평수 집을 계약하기에 이릅니다.
4. 매수 후 2년이 지난 2021년, 계속되는 코로나 시대.
매수한 집에 살고 계신 세입자분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매출에 직격타를 맞으셨다고 합니다.
실제로 2023년 3월 현재 기준, 얼마 전에 동네를 떠나셨고요.
2021년 당시, 그 분은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 상황에 힘들어하셨고,
저희 회사는 코로나 덕분(?)에 올라가는 매출로, 저희 부부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다 일만 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직장에서 떨어지는 걸 어려워했고,
그리고 세입자분도 아파트 내에서 자영업을 하고 계셨기에 한 번 더 머물고 싶어하셔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에 다시 한 번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게 됩니다.
그 때가 임대차 3법이 입법이 되었던 때였는지,
아니면 말만 나오고 있었던 때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임대차 3법과는 별개로 저희 부부가 너무 힘들게 살아왔는지라,
세입자분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분담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억 중반 + 20만원의 반전세'에서
'2천만원 + 40만원의 반전세'로 계약 형태를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부부는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금을 담보로 대출을 일부 받게 됩니다)
당시 40만원 월세의 시세로는 보증금이 1억 후반대였던 걸 감안하면
세입자분께 보증금 2천만원은 괜찮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세입자분은 그것도 버거우셨는지,
매달 40만원의 월세도 약속한 일에 주시지 못해서
'40만원은 보내시지 말고 대신 보증금에서 제하는 걸'로 다시 합의를 하게 됩니다.
5. 그렇게 맞이한 2023년
세입자분이 사업을 접고 집을 비우셨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지금 전세집은 계약이 아직 남아서 아직 머물러야 하는 상황.
들어가야할 집은 공실.
이 때 빨리 인테리어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잘 아시다시피 인테리어로 마음 고생하시는 분들의 글을 너무 많이 접한 상황이라
두려움도 앞서고, 또 아는 업체도 없어서 골머리를 앓았던 그 때에
마침 클리앙 사용기 게시판에 인테리어 후기글이 올라왔습니다.
'인생최대 지름기'라는 제목으로.
소형 평수일수록 인테리어 집들은 거절하기 일쑤라는 말들을 주워들어서, 걱정이 앞서던 때에
작은 희망을 붙잡고 글 작성자이신 SIM_Lady님께 쪽지를 보냈고,
그 분은 도움을 주고 싶어하시는 게 온 몸과 마음으로 느껴질 정도로
장황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분께 받은 정보로 업체 대표님과 연락을 시작,
얼마 전에 계약금을 보내고 1차 미팅을 가진 게 지금까지의 상황입니다.
6. 앞으로의 글 작성 계획
오늘 글은 '(인테리어 이야기 -1) (초)소형 평수 아파트 매수기'
다음 글은 '(인테리어 이야기 0) 인테리어 전 현재 집 상태',
'(인테리어 이야기 1) 계약을 맺기까지'
'(인테리어 이야기 2), (인테리어 이야기 3)...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데면데면 한 만남이 더 궁금합니다. :)
데면데면한 만남을 얘기해보자면,
아내가 재수를 하기 시작해서 연애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중간에 잠깐 만나 먹을 거 사주고, 음료수 사주고...
시간을 뺐으면 안 되니 사주기만 하고 훌쩍 떠나던 때였습니다. :)
저희 정말 재미없는 연애인데 ㅋㅋㅋ
말씀 너무 재밌으세요.
덕분에 너무 잘 웃고 가요. ㅋㅋㅋㅋㅋ
제가 처음 집을 구매하고 인테리어 할 때의 기대와 설렘과, 그 집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느꼈던 행복과 기쁨이 떠오르네요.
인테리어 한 집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보통 집 매수기와 인테리어 후기 글 보면 항상 장황한 서사가 있었기에
저도 인테리어 글 쓰기 전에 먼저 마이너스 글을 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사일런서님도 그런 때가 있으셨군요.
좋은 말씀 정말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사일런서님도 항상 행복이 가득하고 건강한 삶 사시길 바라며,
가정에 늘 화평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행복이 묻어 있었나요?
쑥쓰럽네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제 또래 중에서도 약간 빨리 결혼했고,
아내는 너무 빨리 결혼했고요. ^^;;
YJH님도 가정에 늘 화평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겠습니다.
다음편 읽어 봐야 겠네요.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덕분에
제 인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하게 된답니다.
다음 편은 꾸준히 올릴 예정입니다. :)
저도 제가 죽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 만나고,
그리고 죽은 후에는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루피n루피님 보다는 조금 수월했지만 저도 첫 집을 비슷하게 구했고, 결혼시점은 제가 훨씬 더 나이가 많기는 합니다만 와이프님과의 나이차나 환경 등은 비슷한 점이 참 많네요. (장인어른의 지지정당 제외)
저도 10평대 아파트에서, 어찌저찌여차저차하여 지금은 파주에 집을 (은행이) 사서 잘 살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를 해야지... 하고 손을 못 대고 산 지 7년차인데, 내년에나 손을 대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 글 기다리겠습니다.
조금은 달라도 비슷한 길을 걸어온 분을 만나 정말 반갑습니다.
집의 어디까지가 은행 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집 전부를 은행에게서 뺐는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파이팅입니다.
만약 인테리어 한다면 정말 좋은 곳에서 잘 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가정에 항상 화목이 있기를 바랄게요.
고맙습니다.
아, 동생분이 인테리어 하신다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되겠어요.
부럽습니다. :)
직접 하신 인테리어 나중에 글 올리신다면 정독해보겠습니다.
저희 연애는 워낙 재미 없어서 말씀 드릴 게 잘... ㅎㅎ
너무 티났나봐요 ㅋㅋㅋ
남편도 댓글 너무 길다고 뭐라했는데.. ㅎㅎ
마지막 완성본 글까지 화이팅입니다!!
사실 SIM_Lady님 글은,
SIM_Lady님의 대댓글 보는 맛으로 보는 게 제 맛이죠.
남편분은 뭐라 하셨을지 몰라도 저희 부부는 SIM_Lady님의 스타일 응원합니다. ^^
다음글이 너무 기대됩니다~
저희 부부는 SIM_Lady님의 그 정성어린 댓글에 감동받았는 걸요?
남편분도 SIM_Lady님의 그런 면을 사랑해서 결혼하신 거 아닌가요? :)
진행되면 사용기도 계속 업데이트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