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Max로 봤어요. 요즘 웨이브가 꽤 부지런하니 곧 뜨겠죠. 작년 말에 떴던 With Ads 2개월 $1.99 오퍼를 물어서 4K로는 못 봤습니다. 4K면 모르겠는데 HBO Max의 HD 화질이 별로라서 웨이브로 봐도 괜찮아요. 프리미어는 짧은 보너스를 포함하여 1시간 20분인데, 나머지 8개 에피소드는 분량이 좀 적을 수도 있겠습니다.
재밌게 봤습니다. 로튼토마토 99%가 놀랍지 않아요. 지난 주 뉴욕타임즈의 닐 드럭만, 크레이그 메이진 인터뷰 기사를 보고 기대한 바가 있었는데, 그대로 충족 됐습니다.
https://www.nytimes.com/2023/01/11/arts/television/the-last-of-us-hbo.html
뉴욕타임즈는 게임을 영화/드라마로 각색하는 어려움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 이면에서는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게임 플레이를 걷어내고 나면 남는 앙상한 스토리텔링의 한계를 말하는 거죠. 그건 수 십 시간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매체의 특성 상 어쩔 수 없어요. 대신 게임은 그 자체의 총합으로 다른 매체가 줄 수 없는 즐거움을 주죠.
라스트 오브 어스는 게임 타이틀의 핵심적인 가치에 집중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을 영화/드라마의 입장에서 새롭게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영화/드라마에서는 컷신 나오고 일단 출발해서 액션 튜토리얼하고, 그럴 수 없는 겁니다. 실패하는 각색은 그렇게 만들다 망하는 거고요.
이 드라마는 조엘과 엘리가 무엇을 겪었고, 어떤 사람들이고, 왜 만나게 되었으며, 왜 떠나는가에 대한 내부적인 설득력이 있어요. 그 결과 그들은 게임 캐릭터와 다를 수 있고요. 게임과 무관하게, 장르적으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있는데, 동시에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캐스팅만 보고 엘리를 닮았니 안 닮았니 하는 잔소리에 신경쓰는 나약한 창작력으로는 이런 쇼를 만들 수 없어요. 어떤 창작자는 그런 나약함을 '결핍'하죠. 벨라 램지는 훌륭합니다. 엘리는 예상보다 복잡할 거에요. 흥미롭네요.
실사화가 주는 압도감은 상상 이상이에요. 진짜 배우의 생생한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아마도 의도적으로) 게임스러운 연출을 하는 부분들이 슬쩍 보입니다. 사건의 시작이 되는 조엘의 과거 시퀀스에서, 필요 이상으로 쓰이는 1인칭, 차로 가로 막히면 지나갈 수 없는 골목길 같은 거요. 귀엽네요.
페드로 파스칼이 쿠키로 this is the way 해주면 재미있을텐데, HBO라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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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메뉴가 한국 디즈니+에서 1/25일 공개 예정인데, 영국으로 VPN을 걸면 당장 볼 수 있습니다.
여행중이시군요 라는 멘트도 떴음에도
게임의 연출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게임에서 느꼈던 것을 잘 녹여냈더군요.
원곡의 느낌이 물씬 나는 편곡 된 음악도 마음에 들고 다 좋았는데...
다만 앨리 배역이 너무 몰입을 방해하네요.
비록 게임이었지만 앨리의 게임캐릭터 생김새와 표정이 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인지...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보면 좋겠지만 잘 만들어지고 아니고, 배우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엄연히 게임의 후광을 업고 나온 드라마다보니 원작의 캐릭터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보다보면 익숙...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