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아노 리치, <사비니 여인의 납치>, 1702~1703, 캔버스에 유채, 리히텐슈타인 왕실 컬렉션
문화의 발전단계상, 유한 계급의 등장은 소유권의 시작과 함께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두 현상은 사회 구조라는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유한계급과 소유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문자 그대로 일을 안하고 탱자탱자 노는 것이나 뭘 펑펑 써제끼는 것 그 자체에 대해 연구하자는 게 아니라, '관행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구조의 구성요소'로서의 유한계급과 소유권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가 무엇인지 고찰해 보자는 것입니다.
(전술된 바와 같이) 유한계급과 노동계급의 구별은 낮은 발전단계의 야만문명에서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의 구분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마찬가지로 소유권의 가장 오래된 형태는 남성이 여성을 소유하게 된 것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전쟁을 해서 포로로 끌고 온 여자를 자신의 소유물로 속박한 힘있는 남자들은 공동체 내의 다른 여성들도 자신의 밑으로 데려오고, 남자들도 노예로 소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예속된 여성들이 노동을 통하여 일군 생산물들에 대한 소유권 역시 주인인 남성에게 속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유한계급과 소유권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이렇게 여자와 재물을 소유하게 된 남자들은 더 많은 여자와 재물을 소유하기 위한 격렬한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trophy wife라는 말이 문자 그대로 이런 의미가 있었네요)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과시적 소비의 역사적 연원이라고 합니다. 인간들 사이의 뺏고 뺏기는 싸움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함때문에 일어난다고 주류학자들은 흔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노동자들은 실제로 등따시고 배부른 삶을 살기 위하여 저축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산업이 어느정도 발전하여 생산력이 넉넉해진 사회에서의 인간들 사이의 투쟁은 생존이나 편안함과 같은 현실적(?) 목적보다는 내가 더 잘난 존재임을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즉, 인간이 계속 재산을 축적하고 펑펑 쓰는 것은 경쟁심 때문이며, 소유는 바로 그 경쟁(emulation, competition이 아닙니다)에 뿌리를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하여 약탈경제가 상공업 위주의 경제가 되고 개인의 소유권이 제도적으로 정착되면, '돈 = 사회적 지위'의 관계가 공고해지게 됩니다. 예전처럼 전쟁에 나가서 전공을 세우는 등 사회에 큰 공을 세우는 것을 물론 더 알아주기는 하지만,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척도는 바로 '얼마나 남들보다 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들이 서로를 평가할 때도 물론이고, 인간이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기준입니다. 이렇게 소유는 곧 경쟁이므로, 인간들은 적당선에서 안분지족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경제가 발전해서 다같이 먹고살만해져도 남들보다 더 부자가 되어 뻐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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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적 소비는 어떤 예외적인 일탈행위가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라는 저자의 시각이 상당히 신선하네요.
우리 나라도 예쁜 여자랑 결혼한 사람보고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우스개소리를 하는데, 이마저도 ownership = exploit 의 함의를 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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