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rstein Veblen 선생의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유한계급론) 를 읽기 시작합니다...
1. 들어가며
유한계급이라는 사회적 제도는 중세 유럽이나 봉건시대 일본과 같은 야만 문명의 최종 단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형태로 발견됩니다. 이들 사회에서 나타나는 계급의 분화는 각 계급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정해져 있다는 점으로 특징지워집니다. 상류 계층은 하류층이 전담하는 일상적인 노동을 안해도 되는 대신 전사나 사제, 정치 지도자, 학자의 직무를 수행합니다. 더 오래된 야만 문명 초기에는 이 정도로는 계급 분화가 안이루어지고, 일상적 노동은 여성이, 전쟁과 사냥은 남성이 담당하는 정도의 성별 역할분담이 이루어졌을 뿐이었고, 이후의 계급간 역할 분담 구조는 바로 이러한 고대의 성별 역할분담이 웃자란(outgrowth)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는 일부 예외도 있습니다. 원시적 삶을 영위하는 일부 부족들의 경우 이러한 형태의 완전한 성별, 계급별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는 그 부족들이 사유재산의 개념을 모르는 상태로 평화롭지만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일을 안하는 유한계급은 이러한 원시 사회가 더 발달된 야만 사회로 발전하면서 점진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유한계급이 나타나는 조건은, (1)내가 힘들여 생산하는 게 아니라 힘과 지략을 써서 남의 것을 빼앗는 약탈적인 생활방식이 사회적으로 익숙해지는 것, (2)일 안하는 유한계급을 먹여살릴 수 있을 정도로 사회의 생산력이 발전하여 먹고 살 걱정이 없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 둘입니다.
현대와 고대의 유한계급 대 노동계급의 경계선은 다르기는 하지만, 유한계급은 이러한 고대 사회의 계급간 역할 차별이 웃자란 사회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야만 사회에서 전사나 사제와 같은 유한계급이 상대하는 것은 이 세상 만물 중 "살아 움직이는(animate)" 존재들이었으며, 이는 큰 사냥감이나 적들과 같은 생명체들은 물론이고 폭풍이나 질병과 같은 자연현상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었습니다. 이러한 "살아 있는" 무서운 상대에 맞서기 위해서는 근면성실한 태도를 넘어서는 용맹한 정신과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더 큰 사냥감을 사냥하고, 종국적으로는 다른 인간들을 약탈하여 대박을 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간들은 이렇게 다른 존재를 죽이고 약탈하는, 즉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teleological activity) 능력을 높이 쳐주게 되고, 농사나 집안일 같은 일상적인 육체 노동은 천하게 여기는 경향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계급의식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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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it 이라는 단어가 착취라는 의미와 위대한 업적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 것이 전에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증이 풀리게 해 준 챕터였습니다.
요즘도 회사 일을 보면 내부의 일상적 관리 업무와 거래처에 가서 딜을 따오는 공격적인 업무로 나뉘고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는데, 이를 보면 현대 문명도 고대 문명의 웃자람인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