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azealign입니다. 스프라바토에 대한 첫번째 글을 쓰고 심지어 클리앙에서까지 많은 분들이 이렇게 크게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제와 오늘 시간이 남아서 어제 글을 썼는데, 오늘 두번째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Medium에 먼저 글을 쓰고 가져온 것이다보니, 제 글 특성상 경어체가 아닌 것에 대해 많은 양해를 부탁드려요.
스프라바토 투약기 2.
생활 속 엄청난 개선, 약간의 부작용, 두번째 투약
주변 사람들의 지지
첫번째 글을 SNS에 올리자 주변 분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사실 주변에 관심을 모으기보다는 누군가 계속 우울해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걸 시도해보는 사람도 있고, 이런걸 해볼 수도 있다는걸 알려주고 싶은 글이었다. 주변 분들이 만나자고도 많이 하고, 도움을 주시려는 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정말 진심으로 깊게 감사하고 있다.
나는 우울이 심할 때 계속 혼자라고 생각하고 외롭게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계속 고민하면서 일을 키웠다. 그리고 우울함이 커져서 나를 삼킬 지경이 되자 나는 그 상황에서, 아니 내 인생에서 도망치고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겪은 것처럼 이렇게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지지를 받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적절한 의학적 지원과 심리 치료를 받는다면 오히려 폐쇄병동에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형태로 입원을 하는 것보다 일상 생활에 복귀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은 아니다. 내가 느꼈던 내용을 이야기한 것이다.)
생활 속 엄청난 개선
나는 직전 회사를 다닐 때 원래 갖고 있던 알레르기 기질에 의해 천식 증상이 나타났고, 그 덕에 퇴사하면 가장 먼저 건강을 챙기고 싶었다. 근처에 조금만 버스를 타면 광교호수공원에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자주 돌아다니려고 했었는데, 지금까지 무기력때문에 한 달 넘게 가질 못했었다.




월요일날 드디어 갔다. 드디어! 화요일은 두번째 투약이 예정되어서 화요일날 운동을 과하게 하면 투약 후의 부작용이 걱정되었다. 아직 의사 선생님에게 그날 운동을 해도 될지 여쭤보지 않았기 때문에 월요일날 좀 집중적으로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광교호수공원을 뜨거운 날에 두바퀴를 돌았다. 온열질환이나 해리, 어지럼을 걱정해서 한 바퀴 돌 때마다 적당히 이온음료를 한 병씩 비웠다.


기분 좋게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화요일날 병원에 가서 선생님과 상의해본 결과, 투약 당일 투약 전에는 운동을 해도 되지만 투약 후 당일과 다음 날까지는 진정과 어지럼 등이 있을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산책 정도만 가볍게 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도 옛날에 새로 만드려고 하다가,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디스코드 봇에 대해서도 다시 만들고 있는 중이다. 확실히 과거에 업무로도 쓰던 도구나 그런 것들이 잘 기억이 안 나고 생경한 것을 보아하니, 아직 인지 기능이 떨어져있고 개선되려면 많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슬픈 생각이 들었다.
(감내할 수는 있는…) 약간의 부작용
당연히 약 부작용은 있었다. 지속적으로 해리, 어지럼, 졸림 증상이 있었다. 이 증상들은 과거 PTSD의 증상으로 느꼈던 해리에 비하면 매우 약해서, 약의 효과가 매우 뛰어나니 그걸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졸음은 스프라바토를 투약하기 전 먹는 약에도 있었기 때문에, 먹는 약 중 잠이 오게 해주는 약의 용량을 반으로 감량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프라바토는 약을 계속 투약하면 부작용도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번 두번째 투약에서는 첫번째 투약에 비해서 투약 중 어지럼, 해리가 조금 심했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운전과 위험한 기계 조작은 투약 다음날까지 해선 안된다. 그리고 투약 후 해리가 끝나고 집에 안전히 돌아갈 수 있게끔 2시간동안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왜 조작을 하면 안되는지, 왜 모니터링을 하는지 투약을 하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두번째 투약 과정
투약 전
오늘도 진료를 보고 투약을 논의했다. 위에서도 적었듯 졸림때문에 잠이 오게 해주는 한 약을 반으로 줄이고, 의료비 지원을 받기 위해 진단서도 요청드렸고, 커피를 마셔도 되는지 운동을 해도 되는지 등등 이것저것 여쭤보았다. 다행히 커피는 마셔도 된다고 한다. 너무 과하지만 않게 하루나 이틀에 한 잔 정도만 마실까 생각 중이다.
스프라바토의 효과가 줄어드는걸 일요일 밤 ~ 월요일부터 느꼈다. 원래는 1주일에 한번 56mg(스프레이 2개)를 투약해도 되냐고 선생님에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일단 이것저것 생각해본 결과 2주간 1주일에 두 번 56mg을 투약하고 그 후에 의료비가 지원되는가에 따라 바로 1주일에 한 번으로 투약 주기를 바꿀지, 아니면 정상 투약 과정대로 투약할지 정하기로 논의했다.
키와 몸무게는 이번에 안 쟀는데 아직도 식욕이 없어서 집에서 잰걸로는 체중이 2kg가 빠졌다. 살이 엄청 쪘고 살이 찔 수 있는 약을 먹기 때문에, 이건 오히려 좋은 효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엔 병원에서 혈압만 쟀고 121/85가 나왔다.
투약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이곳에서 저 검은색 의자에 앉아 스프라바토를 투약하고, 2시간을 대기한다. 저기 프로젝터를 통해 뭘 보거나 할 수 있는데 나는 그러지 않고, 혼자 내걸로 음악을 듣고 채팅을 하는 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의사 선생님을 위한 장갑, 입이 쓸 때를 위한 사탕 두 개, 스프라바토 두 개가 놓여있다. 앉아서 의사 선생님을 기다린 다음, 바로 투약을 시작한다. 지난번에 투약 방법을 배워서 그런가 투약 방법은 바로 손에 익은 것 같다.

여기 보면 초록색 점이 두 개가 있는데, 한쪽 코에 한 번씩 뿌릴 때마다 이게 검은 색으로 바뀐다. 약 봉지를 뜯으면 우선 약이 두번 남았다는걸 확인해야하고, 정확한 자세로 반대쪽 코를 막고 약을 뿌리면서 들이마셔야한다.
보통은 코로 약을 들이마실 때 스으읍하는 소리가 나는데, 나는 그런 소리가 전혀 안 나서 의사 선생님이 혹시 비염이 있으시냐고 물으셨다. 아마 알레르기(결막염과 천식)가 있고, 가끔 코가 간지러운걸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고 항히스타민제는 먹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걱정이 되어 나중에 찾아봤는데, 특별히 비염이 있다고 해서 스프라바토에 대한 약동학적 차이는 없다고 한다.
30분 후
처음엔 입 안에 쓴 맛이 심했고 비강 내에 약이 차 있는걸 느꼈는데 한 30분 정도 지나니까 쓴 맛이 많이 사라졌다. 그 후 졸리고 어지럽고 해리감이 지난번보다 확실히 세서, 확실히 지금 일어나면 넘어지겠다는 것을 느꼈다.
1시간 후
에어컨이 너무 추워서 바람 세기와 온도를 조절하려고 리모컨을 가져오려고 일어났다. 확실히 어지러워서 혼났다.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의자에 앉을 수 있었지만 왜 모니터링을 하는지, 함부러 움직이면 안되겠다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혈압을 재보니 혈압 108/81로 오히려 더 떨어졌다. 에스케타민의 특성 상 투약하면 혈압이 90분 후까지 오른다고 하는데, 오히려 더 떨어져서 놀랐다. 편두통 예방 약으로 고혈압 약을 먹는데 그게 듣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2시간 후
놀랍게도 진짜 1시간 반 ~ 1시간 40분 정도 지나니까 어지럼증과 해리 증상이 좀 괜찮아졌고, 2시간 후에 혈압을 재니 116/90이 나왔다. 혈압 상승 효과가 거의 없는 느낌이었다.
그 후 다시 선생님을 뵙고 못 여쭤봤던 것을 여쭤봤다. 투약 전후로 운동을 해도 되는지 등등을… 그리고 금요일날 뵙기로 하고 약을 3일치 처방받았다.

진료가 끝나고 결제를 하기 전에 불안 / 우울 척도 검사를 다시 받았다. 결과는 금요일날 알 수 있겠지만 보통 저런 검사를 많이 해보면 내가 지금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있다. 확실히 증상이 예전보다 덜해진 것을 느끼고 감사하고 있다.
정리
스프라바토를 투약하고 나는 약간의 어지럼, 해리, 졸림을 겪었고 졸림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약을 줄였다. 스프라바토는 확실히 투약하고나서 며칠이 지나니 효과가 떨어져가는 것을 느꼈고, 꾸준히 치료를 해야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혈압 상승 효과는 다행히 두번 모두 느끼지 못했고, 척도 검사를 하면서 내가 더 나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세번째 투약이 금요일에 있고 의료비 지원을 위해 이곳저곳 수소문하고 있다. 그리고 심리 상담도 목요일날 예정되어있다. 이번주 금요일날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더 나은 상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다음 글은 일주일 정도 후에 네번째 혹은 다섯번째 투약을 할 때 쯤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그간 어땠는지와 의료비는 어떻게 지원을 받았는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실제로 척도 검사를 하면서 대략 내가 어느 정도 증상이 있는지 알 수 있는데, 확실히 줄어든 것을 느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 집안일도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만큼 좋아진 상태도 되었고, 어머니도 전보다 많이 밝아졌다면서 좋아하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몇가지만 적으려고 합니다.
우울증은 병이 아닌가? 마음의 감기인가?
다양한 논문에 따르면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덜 진단되고, 사회적으로도 인식이 부족한 질병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정신과를 제외하면 SSRI/SNRI같은 항우울제를 특정 기간 이상 처방할 수 없고,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크기 때문에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않아서 문제가 많이 생기죠.
마음의 감기라고 하기엔 중증 우울증은 저처럼 다양한 약이 듣지 않는, 소위 치료 저항성 우울증이라고 하는 우울증 환자들도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신경증이 아닌, 정신증적 증상(환청, 환각, 망상 등)이 나타나는 중증 우울증 환자도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빠른 치료를 통해 마음의 감기처럼 끝낼 수 있겠지만, 오래 방치하고 우울 삽화가 반복된다면 점점 완치가 어려워지는... 저는 마음의 암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프라바토를 투약하면 먹는 약을 끊어도 되는가?
절대 아닙니다. 대개 스프라바토는 먹는 약과 함께 사용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올렸지만 저도 약을 그대로 유지하고 스프라바토만 추가해서, 스프라바토가 얼마나 효과있는지 봤었습니다. 스프라바토가 우울증의 만능 약은 아닙니다. 안 듣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스프라바토가 듣는 저에게 의사 선생님은, 스프라바토와 약으로 좋아진 상황으로 사회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스프라바토와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아 더 좋아지고, 다시 사회에서 그 좋아진 컨디션으로 성공하는 경험을 계속 쌓아서 뇌를 변화시켜야 나중에 스프라바토든 먹는 약이든 더 성공적으로 끊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댓글같은거 남겨주시면 답장을 꼭 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꼭 많은 도움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뭐랄까요.. 우울증 약 복용에 대해 너무 거부감이 있다는게 안타깝습니다. 동네 의원에도 처방을 하면 자살률도 크게 줄어들 수 있을거 같은데 말이죠.
다음엔 더 나은 모습으로 후기 뵙겠습니다.
너무 다행이네요!
치료 잘 받으셔서 빨리 좋아지시길 빌께요
산책하는게 정말 도움이되니 걷기 많이 하세요
기회되시면 "우울할 땐 뇌과학" 책도 함 보세요
과학적인 접근으로 정신질환을 설명한 책이예요 책이 읽히는 건 어느정도 치료가 된 후에 가능하더라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