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코로나 확진으로 먹고 놀던 대학생 시절 이후 처음으로 아무생각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항상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맘편히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없고, 해도 스스로 죄책감을 가졌던 '못난 나'로부터의 탈출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머리를 비우고 어렸을 때 좋아했던 최애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정주행 하였습니다.
어렸을 때 이 드라마를 얼마나 좋아했었던지, 14년 지난 지금 다시 보면서도 그때의 대사를 같이 줄줄 읊으며 너무나도 재미있게 감상하였습니다.
오래된 드라마라 화질 깔끔한 영상을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연히 새로 가입하게 된 ott에서 이 드라마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방영당시 드라마 외적인 환경-
2008년 그 당시에 엄청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청률도 한자릿수 였을텐데.. 그 당시에 인기있던 드라마가 뭐였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방영시기로 찾아본 그 당시 드라마 목록입니다.1)
보니까 경쟁상대가 '타짜'와 '에덴의동쪽'이었는데 시청률을 검색해본 바 타짜가 10퍼센트 중반대, 에덴의 동쪽이 30퍼센트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저는 타짜는 영화로만 봤고 에덴의동쪽이라는 드라마 타이틀이 익숙하긴 한데 시청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당시에 관심이 아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적 쭈구리였던 '그들이 사는 세상'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저에겐 최고의 드라마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제 모스트5는 네멋대로해라, 그들이사는세상, 펀치, 그대웃어요, 하얀거탑입니다. 나의 아저씨를 포함시켜서 모스트를 6으로 늘릴까도 고민해봤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떤 드라마-
방송국 드라마국 pd들의 이야기입니다. pd들이 자연스레 교류를 많이 하는 직업인 작가와 배우도 등장합니다.
그들 사이에 발생하는 일적인 트러블, 사람사이의 관계, 남녀 사이의 사랑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치만 아무래도 pd, 작가, 배우 사이에서 발생하는 내용이다보니 평범한 시청자들에게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올수도 :)
필드 불문하고 다들 비슷한 삶을 살아가시겠지만요.
-큰 줄기 내용-
아무래도 주요 중심 내용을 적으라고 하면 두 주인공(둘다 pd) 주준영(송혜교) 정지오(현빈)의 사랑이야기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만 표현하기에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이 너무나도 주옥같은게 많아서 중심 내용 한 줄로는 드라마를 다 담을 수가 없습니다.ㅠㅠ
등장인물별로 엮인 주요 애정관계를 조금 적어보면,
주준영(송혜교) <-> 정지오(현빈) : 드라마국 내 젊은 두 pd들의 사랑
김민철(김갑수) <-> 윤영(배종옥) : 과거에 굵직한 썸이 있던 관계로 나이가 들어 김민철은 드라마 국장, 윤영은 중년 여배우가 되었습니다. 중년이 되어서 다시 시작하는 순수한(제 개인적이 감상) 사랑
손규호(엄기준) <-> 장해진(서효림) : 잘나가고 싸가지없는 스타감독 손규호와 신인배우로 막 시작하는 장해진 사이의 사랑
이 외 주준영과 정지오의 과거 연인들도 초반에 자주 등장하고 양수경(최다니엘)이 주준영을 짝사랑하는 역할로 나오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단순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애정관계 위주로 작성을 하였습니다만, 사실 사람사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지라 부모와 자식사이의 싫은 관계들, 일을 하면서 마주하는 동료사이의 위계권력, 그들과의 경쟁과 의리 등등 많은 재밌는 요소들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기력-
아무래도 출연한 배우들이 대부분 연기력으로는 손색이 없는 분들이라 대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조연급에서 다소 아쉬운 연기력을 보인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드라마의 작품성을 생각했을때 충분히 안고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매력있게 하드캐리한 배우는?-
분량과 연기, 매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개인적으로 주준영 역의 송혜교님과 손규호 역의 엄기준님을 뽑습니다.
주준영 역을 연기한 송혜교님은 사실 주준영 그 자체로 봐도 과언이 아닌 정도입니다. 실제 케릭터를 어디까지 설정하고 본인과의 유사성을 어디까지 그어놨는지 시청자 입장에선 알 수 없지만 각 씬에서 대사 행동 표정 전달력 모두 어색한 부분이 하나도 없을만큼 완벽에 가깝습니다.
상대 배우인 현빈님이 솔직히 조금 밀린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연인사이에 애정이 묻어나는(다툼이든 사랑이든) 대사와 행동을 할 때 현빈님은 다소 어색한(정지오 케릭터와 현빈 본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질감)부분이 있었는데 송혜교님은 그런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당시 송혜교님의 외모도 한 몫 한 것이 사실인데... 찾아보니 유튜브에 kbs drama classic이라는 채널에 짧게짧게 그사세를 올려놓은 자료가 있더군요.
당시에 송혜교님의 임팩트 강했던 장면이 다행히있네요. 시청률이 안나왔던 당시에도 짧은 저 애교 한 장면만은 널리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손규호 역을 연기한 엄기준님은 제 기억에 당시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배우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 뮤지컬쪽에서 큰 인기가 있던 배우였고 조금씩 드라마쪽으로 넘어오시던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손규호라는 케릭터는 아버지가 대선을 노리는 집안의 장남으로 자칭 로얄패밀리 식구입니다. 환경자체가 집안도 빵빵하고 본인 능력도 잘나서 만드는 드라마마다 높은 시청률을 뽑아내는 감독으로 나오죠.
케릭터자체도 겸손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 내뱉는 말마다 주변인물들에게 재수없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서 언뜻보면 손규호라는 케릭터는 뻔한 케릭터인데요. 이 평면적인 케릭터를 엄기준님이 기가막히게 입체적으로 연기하셨습니다.
잘남+재수없음+가벼움을 중심으로 두고 계속 극을 이끌어갔으면 어색했을 법한 씬들이 종종 등장하게 되는데요. 대표적으로 손규호가 높은 시청률을 뽑아내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씬이 있습니다.
대본을 쭉 쓸까하다가 이것도 유튜브에 자료가 있길래 첨부해봅니다.
손규호의 작품이 잘되는 것은 세간의 말처럼 단순히 유명작품을 잘 베껴서, 하필 타 방송국들 드라마가 졸작이어서, 그림만 잘 뽑아내서가 아니라 연출을 할 때 깊이있는 고민을 하기때문임을 은연중에 드러내주는 씬입니다.
뿐만아니라 극 후반부로 갈수록 상대케릭터인 신인배우 장해진(서효림)과의 씬들은 손발 오그라드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크게 들을 일이 없는 대사들이 많았는데 그런 대사들을 어색하지 않고 유연하게 표현해낸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잘나가고 아쉬울 것 없이 빵빵한 손규호 그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정지오(현빈)와 대화를 주고 받는 씬에서 표현 될 때가 많은데, 이 역시 케릭터 중심을 잘 잡은 덕에 시청자로 하여금 납득이 가는 손규호의 인간적인 면모로 잘 정리되게 됩니다.
-정리-
학생이었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준 작품입니다. 2008년 드라마니까 이제는 벌써 14년이 지나버린 그런 드라마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련됐고 촌스럽지 않습니다. 요즘에도 물론 좋은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지만 이 드라마를 최애로 뽑는 이유가 시청자인 제가 옛 향수에 취해 늙어버렸기 때문인지, 그때의 노희경 작가님의 섬세함이 살아있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주관적인 영역이니까요.
일과 사람, 사랑 동료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분이 이 드라마를 아직 시청하지 않았다면 근시일내에 감상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쉬는 기간 저는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 여파로 가래와 잔기침 잔열이 남아있지만요.
힘든 시기에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2008 드라마 목록 편성표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ksh23222&logNo=220471724488
네 멋대로 해라, 나의 아저씨, 연애시대 ... 울며 웃으며 본 드라마들 꼭 다시봐야겠습니다.
정주행해봐야곘네요~
정지오-주준영 티키타카 하듯이 주고 받는 대사들 넘모 사랑합니다.
거기에 국장님-윤영 커플은 주인공 커플에게 없는 '시간'의 무게가 더해져서 대사가 더 와닿았고...
작가님이랑 윤지오랑 대화 나누던 장면들도 떠올라요.
간만에 돌려봐야겠습니다ㅎㅎ
이 게으른 사람이 본방사수 했을 정도니..
갑자기 생각나네요 ㅋㅋ
너무나 다른 세계 느낌이니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참 잘 맞네요
송혜교 레전드작이라 생각 합니다.
몇 번을 봤는지 모릅니다.ㅎㅎ
ost도 좋구요
/Vollago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