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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 III. 행복의 한 요소로서의 개인성에 대하여 2

2
2022-03-28 13:34:35 221.♡.180.125
독바위경제연구소

앞장에서 왜 인간의 생각이 자유로와야 하는지를 논했고,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3장에서는 인간의 행동 역시 자유로와야 함을 저자는 주장하려 합니다. 결론은 전과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피해를 안 주는 한에서는 인간 개개인이 무슨 행동을 하던간에 - 심지어는 그것이 본인에게 해가 된다 하더라도(!) - 놔두라는 것입니다. 제각각 다양한 생각을 하게 허용해 주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만일 한 인간의 행동이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런 행동은 이러한 행동에 대한 (타인의) 반감에 의해 억제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이런 행동을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이러한 행동 자유의 원칙은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그 원칙이 받아들여지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평소에 모가 나지 않게 중간만 가자는 태도로 인생을 살기때문에, 소수의 특이한 사람들이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개혁가들 역시 자신의 사상에서 벗어나 튀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가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독일의 석학이자 정치가인 훔볼트가 주창한 자유의 원칙 - 이성에 의해 정해지는 인간의 목표는, 그의 힘을 최대한 높이 그리고 조화롭게 개발하여 완벽하고 자기완결적인 힘으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러한 인간이 가져야 할 목표는 힘과 발전의 개별성이며, 이것을 얻기 위해서는 자유와 환경의 다양성이 필요하고, 이 둘이 합쳐지면 개인의 활력과 높은 수준의 다양성이 달성되며, 이는 종국적으로 창조성으로 이어진다 - 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자유가 어느 정도는 좋은 거라는 걸 다 압니다. 다만 인간의 개별적인 자유를 지나치게 추구하여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설레발치는) 것보다는 과거로부터 쌓인 경험과 지혜를 우선 배워야 하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의 지혜가 무조건적으로 다 옳거나 오늘 사는 사람들에게 다 맞는 것은 아니며, 옳다고들 하는 지혜라 하더라도 그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재검토하는 주체는 개인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비록 옳은 관습이라 하더라도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다보면 인간의 문제의식과 창조성은 퇴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자기 자신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다면, 그는 그 과정에서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풀가동해야 하므로 그는 크게 발전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의 본성은 정해진 모델에 따라 만들어진 기계가 아니라, 인간을 살아있게 만드는 그 내적인 힘이 이끄는 데 따라 사방으로 자라나고 발전하는 나무와도 같습니다. Human nature is not a machine to be built after a model, and set to exactly the work prescribed for it, but a tree, which requires to grow and develop itself on all sides, according to the tendency of the inward forces which make it a living thing.

이러한 인간의 자발성 그 자체는 인정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이성적인 사고능력(understanding: 오성)을 발휘하는 경우에 한하여야 하며, 인간이 가지는 감정적 측면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은 인간의 이성만큼이나 감정도 인간이 가진 소중한 능력이라는 것을 잊지말자고 말합니다. 욕망과 충동이 그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며, 강한 의지력의 통제하에서 균형있게 발현된다면 이들은 인간이 목표를 달성하고 미덕을 갖추도록 하는 에너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나쁜 행동을 하는 건 욕망과 충동이 강해서가 아니라 양심이 없어서일 뿐입니다. 그 자신만의 욕망과 충동을 가진다는 것은 그가 그만의 개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사회에선 사회가 각종 제도를 동원하여 개인이 돌출행동을 하는 것을 막기에 급급했지만, 근대사회가 되어 사회의 권능이 커진 지금은 오히려 사회가 개인의 독립성과 개별성을 억누르는 현상을 걱정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근대사회의 절대지배자인 다수의 눈치를 늘 보며 살아야 하는 우리들은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내 개성에 맞는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 대신, 내 지금 위치에 맞는 것은 무엇인가', '나랑 비슷한 사람은 무엇을 하는가',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 이런 주제에만 관심을 가질 뿐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왔다 가셨네요) 다양한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이 생각한대로 삶을 영위해야,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 자신과 그 인간들이 이루는 사회는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의 발전을 위하여 개별성은 매우 중차대한 역할을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평범한 다수 대중에게 개별성을 존중해주어야 함을 설득하기는 힘듭니다. (정치적 지배력을 가진) 다수 대중이 개별성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개별성의 함양을 통하여 가능해지는 인간의 발전이 아직 발전하지 못한 일반 대중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개별성을 용인함으로써 사회에 독특한 생각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대중들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다는 점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소수의 천재들은 자유라는 공기를 호흡해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저자는 비유합니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별반 관심이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하긴 독창성이라는 건 독창적이지 못한 인간들이 별로 소용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기는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 시대에는 뛰어난 개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했으나, 근대에 들어오면서 개인의 위상은 어디 숨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으며, 지금의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그저 그런 지적 수준을 가졌지만 쪽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다수의 여론 뿐입니다. 이제 주권자가 된 다수 대중은 어떤 권위나 학문에 근거하는 게 아니라 언론으로 선동하는 세력에 의해 그때그때의 충동에 따라 여론을 정할 뿐입니다. 그나마 사회가 이런 고만고만한 수준을 벗어나려면, 최소한 정부가 한 사람의, 또는 소수의 현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모든 현명하고 고귀한 것은 (어중이떠중이가 모인 군중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칼라일처럼) 천재에게 독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독재권력을 주면 천재라 하더라도 타락하게 될 뿐이니, 그저 천재가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게 해 주는 것으로 족합니다. 이렇게 천재나 독특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풍토는 여론의 전횡을 막아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전망합니다. 


이러한 대의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사회가 개인의 행동을 온갖 구실을 들어 억압하는 ‘관습의 독재(despotism of custom)’현상이 늘상 일어나서 인간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는 합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자유의 정신과 진보의 정신이 함께 필요합니다. 간혹 후자, 즉 진보를 우선하는 정신을 가진 이들이 타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즉 자유의 정신을 억누르는 현상도 있을 수 있지만, 진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정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자유의 정신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유와 진보의 정신이 관습에 지게 되어 ‘역사가 사라지고’ 영원한 정체의 늪에 빠져든 것이 바로 (당대의) 동양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동양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이렇게 정체된 사회였을리는 없습니다. 어느 순간엔가 동양 사람들이 개별성을 상실한 이후에 동양은 발전을 멈춘 것일 뿐입니다. 이들의 문명이 극성기에 이르렀을 때 유럽인들의 조상(게르만인)은 숲에 사는 야만인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어 동양은 유럽인들의 식민지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고대 유럽인들 역시 틀에 박힌 관습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자유와 진보의 정신을 억압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 이러한 역전의 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럽인들이라고 해서 자만을 하면 안됩니다. 이들이 동양사람들처럼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유럽 사회는 급격하게 획일화되고 있어서 개별성의 상실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밀은 이러한 현상을 그냥 방치하게 된다면 유럽은 중국 비슷한 정체사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유럽이 동양을 따돌리고 진보를 이루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유럽 사회의 다양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다양한 민족과 다양한 직업, 다양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서 서로를 배운 것이야말로 유럽 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 총균쇠 안 읽어도 될 뻔 했네요 ㅋ) 하지만 그 발전의 결과로 정치적으로는 평등 상태가 이루어지고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사람들의 생각과 성격이 다 엇비슷해지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모두의 목표가 돈벌어 성공하는 것으로 통일된 것이 유럽의 현실입니다. 그 와중에 자유를 억압하는 가장 강한 존재로 떠오른 것이 바로 다수의 여론이며, 정치가들은 이러한 다수의 심기를 결코 거슬리려 하지 않습니다.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개별성을 지키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그래도 대중 안에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개별성의 가치를 알아주어야 합니다. 그냥 놔두면 상황은 더욱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기에 바로 지금, 개별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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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선생께서 우려하시는 19세기 유럽의 상황이 지금 우리 현실과 매우 비슷하네요. 인터넷, SNS까지 발달하여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매도하고 온갖 허접한 생각들을 마구다지로 배설하는 요즘 분위기를 보면 밀이 경계한 디스토피아가 멀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자라나는 나무라는 저자의 말씀에 깊은 울림이 있네요. Be yourself!

독바위경제연구소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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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 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 황현산 고려대 불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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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TH
IP 210.♡.242.165
03-28 2022-03-28 14:20:39 / 수정일: 2022-03-28 14:21:09
·
제가 이 책을 읽고 밀이 정말 천재구나라고 생각한게 자유론이 지금 쓴 책이라고 해도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자유론이 밀의 대표작인 공리주의보다 재미있게 읽었고 나중에 자식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독바위경제연구소
IP 221.♡.180.125
03-31 2022-03-31 09:45:34
·
@KINGTH님 그렇지요? 요즘 우리나라 상황에서 특히 새겨볼만한 말씀들이 많더라구요. 공리주의도 읽으신 걸 보면 독서 영역이 아주 넓으신 분이신가 봅니다. 저도 기억해두었다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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