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들어가기에 앞서
지난번 갤럭시 S22 기변기에서도 한 번 욕하고 넘어간 내용입니다만,
갤럭시 S20 즈음부터 용기 있는 어떤 회사의 결정 덕분에 이어폰 단자가 사라졌습니다.
이 글의 결론에서도 다루겠습니다만, 애플이 아이폰에서 이어폰 단자를 날려버린 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됐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거기까지 내다보고 그러긴 한걸까 싶어서 좀 미묘하기도 하고 절차도 마음에 들지 않고 그렇긴 하네요.
시작부터 애플 욕하느라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는데 어쨌든, 갤럭시 S22에는 이어폰 단자(3.5mm 스테레오 잭)가 없습니다.
따라서 유선 이어폰을 쓰려면 Type-C 포트를 이어폰으로 바꿔주는 뭔가가 필요해지죠.
흔히 젠더라고 하기도 하고, 동글이라고 하기도 하고 뭐 표현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제일 정확하고 중립적인 명칭은 '휴대용 USB DAC'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1. 기
사람마다 음악을 듣는 유형도 여러가지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예 안듣는 사람, 멜론 100 다운받아 듣는사람, 유튜브나 스포티파이에서 무드별로 그냥 듣는 사람도 있을테고...
저 같은 경우엔 음악을 듣는 상황이 총 세 가지 정도인데, 운전중에 그냥 심심해서 가끔 듣거나 회사에서 빡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들을 때, 마지막으로 집중해서 음악을 오롯이 듣는 여가 생활이 필요할 때 입니다.
집중해서 음악을 들을 땐, 침대에 누워서 불을 다 끄고 자기 전에 1~2시간 정도 음악을 듣습니다.
불을 끄고 듣는 음악은 평소와 많이 달라집니다.
같은 곡이라도 밖에서 가볍게 듣을 때와 집에서 집중해서 들을 때는 정말 다른 음악이 된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알던 음악에 이런 악기도 있었구나 라는걸 알게 되기도 하고, 의식하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들리죠.
그래서 유선 이어폰용 DAC는 저한테 꼭 필요한 물건이었고, 여러가지 알아보기가 귀찮아서 그냥 삼성 순정을 만원쯤 주고 사서 쓰고 있었습니다.
갤럭시를 산다는 건 그런 의미잖아요.
무난무난한 물건들로 채우고 싶을 때, 그러면서도 수준 이하인 건 피하고 싶을 때 갤럭시 생태계는 대체로 괜찮은 경험을 주니까요 대충 3~4년쯤 전부터 말이죠.
그러다가 그냥 네이버 쇼핑 AiTems인가 뭐 살만한 물건 추천해주는 페이지에서 뜬금없이 5만원짜리 USB-DAC를 발견하게 됩니다.
#2. 승
5만원쯤 하길래 별 고민 없이 친구 카드로 사봅니다.
생각해보니 지금 쓰는 유선 이어폰인 ER4XR도 친구 카드로 1년쯤 전에 산거였네요.
택배가 도착했고, 선재가 괴상하게 부드럽다 라는것 제외하고는 큰 인상 못받았습니다.
포장 박스인 알루미늄 껍닥이 약간 찌그러져서 아쉬웠지만 제품에 이상 없으면 된거죠 뭐.
잘은 모르겠지만 스펙시트도 화려하고 단자 하우징에 DSP칩 이름까지 음각으로 박아놓은 성의가 궁금해서 칩 데이터시트를 좀 찾아봤습니다만 희한하게 제조사로 추정됐던(ESS일거라고 추정만 했지 모델명은 못외운 관계로) ESS의 시트는 안나오고 죄다 완제품 설명만 나오더군요.
ESS는 LG V시리즈에도 들어갔던 고성능 DSP칩 제조사이고 예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괜찮은 PC용 사운드카드 칩셋도 만들던 회사입니다.
비아의 엔비 시리즈랑 더불어서 음감용 사운드칩을 꽤 잘 만들었던걸로 기억하는데 PC 사운드카드 시장이 리얼텍으로 일통되면서 잊고 지냈더니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게 되네요.
쨌든 감회에 젖은 상태로 물려봤는데......
#3. 전
일단 제일 먼저 느낀게, 출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노이즈를 줄이려고 임피던스(저항값)를 키운 일부 고급 이어폰들이 있습니다.
꼭 고급 이어폰이 아니더라도 표준적인 이어폰 임피던스인 16옴이 아니라 32옴인 제품은 젠하이저 2만원대에서도 흔하게 나올 정도구요.
헤드폰류도 다이나믹 드라이버 유닛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임피던스는 같아도 좀 더 큰 출력을 요구하는데, 그걸 염두에 둔 것인지 갤럭시 순정 볼륨의 거의 갑절을 뿜어냅니다.
물론 배터리야 더 들겠지만, 이 정도면 기존에 휴대폰 앰프를 써야만 제대로 구동이 가능했던 100옴대 이어폰/헤드폰들도 굴릴 수 있겠더라구요.
뭔데 이러냐 싶어서 제품 스펙표를 보니 어머나, 출력 가능 임피던스에 16~600옴이라고 쓰여있네요-_-
600옴까지 지원한다면 무슨 헤드폰을 갖다놔도 구동에 무리 없을 정도이고 실제로 고임피던스로 악명높은 젠하이저의 HD600조차도 무리없이 굴린다는 후기가 있네요.
기본적으로 음향기기에서 대출력 앰프는 무조건 깡패이긴 합니다만, 휴대용이라기엔 발열이나 배터리 소모가 우려스러울 정도입니다.
다만 제 용도에서는 별 문제가 안될 것 같긴 합니다.
집에서 불끄고 듣다가 이어폰 빼고 잠드는데 문제가 있을리가요.
음의 정보량도 개선됩니다.
DAC의 특성상 DSP칩의 성능에 따라서 음의 정보량이 달라지는데, 애시당초에 고음질 음원(FLAC류의 무손실 PCM 압축 기반이 아닌, SACD등 녹음 자체가 일반 스튜디오 대비 고음질로 이뤄진 음원)의 재생을 염두에 두고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음의 정보량이 늘어나는게 직접 체감이 될 정도입니다.
여기서 음의 정보량이 늘어난다는 표현은, 저해상도 이미지를 보다가 고해상도 이미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의미입니다.
'해상도'가 좋다는 말이 보통 음향기기에서 20Khz 언저리의 고음을 잘 표현해준다 라는 말로 바뀌어 쓰이는데, 위의 해상도 비유는 그동안 흐릿하던 것들이 전반적으로 선명하게 들린다 라는 의미이니 혼동 없으시길 바랍니다.
ER4 계열 특성상 아무 재생기기에 물리든 이 음악에 이런 악기도 있었나? 하는 일이 잦은데 거기서 정보량이 또 늘어나게 되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네요.
EQ 튜닝 면에서는 미세하게 보컬이 좀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그것 말고 음색이나 전체적인 톤은 아주 만족하구요.
특히 삼성 DAC의 어두운 톤이 완전히 걷히고 전반적으로 화사해집니다.
소편성 장조 클래식이나 국내 걸그룹 음악, 보사노바 풍의 음악 듣는 사람들에겐 분위기에 맞는 사운드가 쏟아져 나올겁니다.
멜스메나 비발디, 베토벤같이 단조 천지인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에게도 좋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락에서도 에너지가 넘쳐납니다.
퀸이나 플리트우드맥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기쁘실겁니다.
#4. 결
밖에서는 QCY T10으로 간편하게, 집에서는 음악에 집중해서 ER4XR로.....
꽤 괜찮은 조합이 완성된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애플이 이상한 유행을 선도했다고 시작부터 욕이야 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기기 내장 DAC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고, 무선으로 간편하게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됐다는 점에서 애플의 공로는 인정합니다.(저 애플 안티)
이런 물건이 다 있다니 참 놀랍네요.
아이리버 mp3에 노래 50곡 넣었다 뺐다 하면서 듣던게 엊그제 같은데 20년 지나고 보니 핸드폰에 외장 사운드카드를 골라붙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알리 뒤져보면 동일 칩셋을 쓴 비슷한 물건이 몇 있는 모양인데 2~4만원대 가격선에서 구하실 수 있으니 기다림을 대가 삼아 한푼이라도 아껴보시려면 그쪽이 더 나으실테고, 저처럼 친구 카드가 있으신 분이면 그냥 국내에 들어온 제품 사시면 되겠습니다.
구매를 추천하는 유형과 추천하지 않는 유형으로 나누어 정리하고 글 닫습니다.
다들 평안한 밤 되시길.
- 이걸 사도 좋을 분
고임피던스 리시버를 포터블 앰프 없이 휴대기기로 굴려보고 싶은 분
뭔가 적당한 돈지랄로 적당한 만족감을 얻고 싶으신 분
스펙병 환자
모짜르트의 재기발랄한 멜로디와 밝은 음악세계를 좋아하시는 분
- 이걸 사면 후회할 분
단조음악만 듣는 분
번들 이어폰만 쓰시던 분 (5만원으로 이어폰부터 바꾸시는게 체감상 더 나으실겁니다)

덧. 카드 주인 친구놈은 제가 뭘 왜 얼마나 주고 샀는지도 모르고 있더군요-_-......
친구 카드요
가끔 통닭도 사먹고 cpu도 삽니다
휴대용 dac들 다 담배갑만한줄 알았는데 요런것도 있더라구요 것 참..
규정을 잘 몰라가지고...
제품명을 적어도 되나 싶었어요..
음량도 꽤 올라가긴 했는데 n5005에는 좀 역부족이긴 합니다. ㅠ.ㅠ (클래식은 좀 버겁더라구요)
출력 2vrms 지원 제품인가요?
꼬다리댁 이름 귀엽네요
ESS의 제일 상위칩을 달고 8만원 하는 제품입니다.
(놀랍게도 한국총판이 열일해서 그렇지 알리가면 12~15하는 물건입니다. ㅋ)
근데 이게 끝판왕이겠죠?
32옴 기준으로 195mW라니.....
옛날에 아이리버 mp3가 출력 17mW라면서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그랬는데 이젠 200mW씩 뽑네요-_-
혹시라도 쓰시다가 그런 노이즈 들으시면 나중에 DAC을 바꿔주세요.
자체 볼륨조절이면 볼륨 노브가 있는 물건일까요?
그럼 그것도 노이즈 원인이라 좀.....
디지털 버튼식이면 좋을텐데 말이죠..
아, 그리고 쓰시다가 조금 비용 더 들일 수 있으시면 블루투스DAC 도 괜찮긴 합니다.
당연히 팝노이즈는 없고요. 무난하게 쓰시려면 큐델릭스 정도가 적당할겁니다.
본문에도 써두었지만, 발열이나 소모전력, 칩 데이터시트를 볼 때 핸드폰에 내장시킬 물건이라기엔 과하게 흉악하죠.
그냥 짤없이 외장 앰프나 DAC로나 쓸 물건입니다.
그리고 음질과 음색의 문제는 저도 좀 표현이 조심스럽습니다만, 비트수/헤르츠수/SN비가 높은 물건이면 기본적으로 음질은 보장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G5에 들어간 물건보단 아무래도 상위칩이니 음질이야 더 낫겠죠.
나머지는 음색의 취향 문제인데 그 부분에서는 저도 장담을 못드리겠습니다.
소모전력 문제 때문에 저런식으로 막나가게 만들진 못했을것 같거든요.
근데 그놈의 SW가....
것 참...아쉽습니다
자기전에 누워서 한두시간 듣다가 이어폰을 빼고 무선 충전기 위에 폰을 얹고 잠에 들어요.
에, 그리고 무선 이어폰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충전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게 사용자한테 좋지는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생각을 해보아도 음질에 영향을 끼치는 전력의 품질 면에서 배터리에 전력을 밀어넣으면서 발생하는 노이즈 증가와 발열 문제등이 걸릴 수 있고(폰 회로 설계를 잘 해뒀다면 영향이 없어야 정상이겠지만요) 결정적으로 충전기쪽에서 밀고 들어오는 AC Surge 같은게 이어폰을 타고 사람한테까지 전달돼서 사람이 죽은 사례까지 있습니다.
가능하면 충전과 음악감상은 같이 안하시는게 나을것 같아요.
오래된 친구 사이이고 이것저것 주고받다보면 그런 부분에서 무던해지게 되더라구요.
한20년 되고 서로한테 돈 쓰는걸 아까워 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관계가 되면 이런 경우도 나옵니다-_-
근 2년간 제가 이 친구 한테 테레비, 컴퓨터, 갤럭시버즈 프로, 테팔 청소기 등등 몇백 썼습니다 ㅎㅎ.
얘도 저한테 밥먹이고 장난감 사주고 그러구요.
주변인, 여기 글 읽은이 등 거의 모든 사람이 이해 못 할 내용인데요.
덧, 스크린샷은 없었으면 더 좋았을법 하네요 ^_^;;
남들 눈에 이상해 보이는 관계일지라도 당사자들끼리 문제 없이 십수년간 굴려온 관계라면, 존중받아야 맞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제 3자가 이해를 목표로 살펴볼만한 부분은 없지 않을까요.....
금전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말씀 드린게 아니구요 ^^;; 정말 죽마고우 친구끼리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제품 사용기 마지막에 두분만의 대화를 스크린샷 걸면서 어느 카드로 결제 했는지.. 아무도 궁금할 일이 없는데 그걸 또 이해하지 못 하게 쓰신 거에 따른 TMI 라고 느꼈습니다.
제 댓글이 불편함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졸루 지텔라 쓰는중인데, 이번에 아이폰으로 바꾸고 못쓰고있네요... 제길 라이트닝.....ㅠ
10만원 넘는것도 있네요...
이런건 라이트닝 - type C 젠더 같은걸론 작동 안하겠죠?
근처에 들어볼 기계도 없어서 참 거시기합니다
제꺼랑 같은건줄 알았는데 더 좋아보이네요 ㅎㅎ
저는 n5005 오고 있어서 dac를 더 들여야 하나 고민중이에요..
근데 AKG 얘네가 예전 K1000도 그렇고 상급기들은 일반적인 기기에서는 구동이 힘들게 만들더라구요.
고해상도 음원이 아니라 스트리밍이나 CD 수준의 소스였다면 더 좋게 들린 이유는 음량이 늘어서가 아닐까요?
그래서 볼륨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놓고 번갈아가면서 들어는 봤는데 묘하게 소리의 색깔이 화사하게 변하는 느낌이고 밝아진 와중에 안들리던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라서요.
계측장비 가지고 정확하게 파형 찍어보기 전까지야 당연히 플라시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저도 해요.
다만, 원래 DAC의 가격이나 스펙이 '크게 문제 없는 공산품 수준'을 목표로 했고, 새 DAC가 공돌이 덕후의 때려박기로 설계된 물건이라면 동일 음원에서도 처리 방식등의 차이로 인해 마스킹 되어있던 소리가 겉으로 드러나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거니 합니다.
쩄든, 돈을 들여서 괜찮은 경험을 한 기분입니다.
사용기가 많은 도움이 되네요.
저는 마감 자체는 별 불만 없었는데 Hi-Res 스티커가 영 싼티나서 뗄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그래서 그냥 제조사거나 실사용기 보고 기기매칭 검증된거 사야 겠습니다.
일단 S22에는 화이트노이즈 없었습니다
그 정도면 그냥 직구했어도 됐겠네요-_-
장터 기웃거리며 N5005 뒤적거리는 제가 밉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