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하여 미국 인류학자인 Ruth Benedict가 남긴 역작,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사용기를 챕터별 일지 형태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1. 연구과제: 일본
2차대전 당시 일본과 싸운 미국인들은 적인 일본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 이긴 전쟁인줄 알았는데, 일본 본토에 접근하면서부터 결사적으로 싸우는 일본군도 이해할 수 없었고, 일본인들의 이중적인 성격 - 겉으로는 양순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칼을 품고, 보수적으로 보이다가도 좋은 건 빨리 받아들이는 측면도 보이고, 국화로 표상되는 예술을 숭상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칼로 표방되는 무를 우러러 보는 - 자체가 미국인들이 보기엔 요령부득이었던 것입니다.
적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적을 제대로 상대할 수 없다는 (아주 지당한) 생각을 품고 미국인들은 일본인들을 바닥부터 훑어가며 그 실체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베네딕트 선생과 같은 인류학자가 동원된 것입니다. 선생께선 일본인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거나 겉모습만 보면 안된다고 하십니다. 일본인 본인들조차도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하는 행동, 습관과 이를 있게 한 일본인들만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야말로 일본인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key라고 그는 보고 있습니다. (일상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민족간의 본질적 차이를 들여다본다... 참 인상적인 커멘트네요.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정말 무섭네요 ㄷ ㄷ ㄷ. 아무튼 책 내용이 기대됩니다.)
물론 전쟁중이라 일본에 직접 들어가서 현장 답사를 통한 연구(field study)를 할 수는 없었지만, 미국내 거주중인 일본인들에 대한 인터뷰나 과거 일본에 대한 여러가지 기록물들을 통해서 일본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했다며 그는 그의 연구 방법론들을 하나 둘 소개합니다. 인류학의 장기인 주변 다른 민족과의 비교분석도 하게 되며, 특히 작고 단순한 부족의 특징을 일종의 model로 활용하여 이것과의 비교를 통해 좀 더 복잡한 일본 사회의 실체에 다가가겠다고도 하십니다. 작은 차이일지라도 이것이 다른 미래로 이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이 차이야말로 특히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 하시네요. 일본인이 아무리 이해가 안되는 이상한 행동을 할지라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며 아까 언급한 일상에 대한 접근을 포함한 총체적인 연구를 통하여 그 원인과 배경을 알아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저자는 피력합니다.
선생은 단순히 전쟁에서 이기는 걸 넘어서, 민족간의 이해를 위해서 이러한 타민족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큰 의미를 가진다고 역설합니다. 모든 민족들은 각자 다른 렌즈를 끼고 타자와 세상을 바라보는데, 자기가 어떤 렌즈를 꼈는지 자각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인류학자가 일종의 안경사가 되어 니가 어떤 렌즈를 꼈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며 베네딕트는 인류학의 역할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세상이 똑같아져야 한다는 획일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크지만, 민족들은 다 다르며, 오히려 이러한 다양성이야말로 세계를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견을 그는 제시합니다. 문화적 상대주의.(하지만 딸이 연애했다고 잡아족치는 그런 문화도 상대주의로 인정해주어야 하나요? ㅜㅜ) 그리고 나만 잘났다고 하지 말고 서로 이러한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서로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