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 Studwell의 How Asia works 를 읽기 시작합니다.
1970년대 이후, 서구인들에게 아시아는 전반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하나의 동질적인 '지역'으로 이해되었습니다만, 저자는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어떤 정책을 썼느냐에 따라 잘 사는 나라로 성장한 나라와, 그러한 정책을 쓰지 못하여(안해서) 여전히 못사는 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나라로 크게 나뉘었음을 강조합니다. 전자는 일본, 한국, 대만, 그리고 최근의 중국이며, 후자는 기타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입니다. 물론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수치상으로는 더 높은 소득수준을 보이는 곳들도 있으나 이들은 무역금융 거점으로 정상적인 영토국가와 비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개발의 성패를 결정한 정책을 저자는 크게 셋으로 보고 있습니다.
1. 소농의 육성: 경제개발에 성공한 국가들은 우선 소규모의 가족단위 자영농들이 각자 자기의 농토를 경작하여 (적은 수준이라도)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공업화를 하려하기보다는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 우선 사람들을 고용하고 이들이 돈을 벌게 해 주어 수요를 창출하는 농업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말씀. 작더라도 자기 땅을 경작해야 돈을 벌 수 있으며, 소작농으로 일하면 죽도록 고생만하고 착취만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문에 일단 토지개혁, 즉 토지의 고른 분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2. 수출 공업으로의 산업구조 업그레이드: 소농 정책이 어느정도 이루어지면 공업, 제조업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여기서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데 정부는 일단 육성시킬 제조업을 정하고, 해당 산업의 육성을 위하여 필요하면 그 산업이 커질 때까지 해당 제품의 수입을 통제하는 유치산업 보호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조금도 유효한데, 아무렇게나 보조금을 지원하면 돈을 꿀꺽하게 되니, 인센티브 구조를 활용해야 합니다. 즉 수출을 많이 해야 지원을 해준다는 원칙을 지켜야 기업들이 양심적으로 노력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은 동남아국가들은 그냥 선진국들 하청만 하면서 고생만 하고 돈도 제대로 못벌다가 금융위기로 자금이 빠져나가면 낭패를 보았다고 합니다.
3. 금융은 철저히 통제하고 필요한 곳에만 대출: 성공한 아시아국가들은 처음부터 금융을 틀어 쥐고 말 잘듣고 실적 좋은 기업에만 돈을 대출해 주었습니다. 반면 실패한 동남아국가들은 금융개방이 글로벌 트렌드라는 선진국 말만 듣고 빗장을 열었다가 금융위기를 맞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이 세가지의 요소 이외에도 흔히 경제발전의 성공을 결정한다고 여겨지는 요인들이 있지만, 이들 기타요인들은 사실 크리티컬한 요소는 아니라고 합니다. 노동가능 인구의 증가라든가 교육 정도는 생각보다 국가 경제발전에 근본적인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으며, 보조적인 역할만 한다는 것이 실제 사례에서 어느정도 입증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경제 개발 초기단계에서는 심오한 순수과학 같은 걸 가리키는 것보다 실업계 고교같이 직업 능력과 기술을 배워주는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도 하시네요.) 어떤 정치 체제가 경제발전에 더 이로운가, 즉 갱제를 살리는데 민주주의가 답이냐 아니면 권위주의냐라는 질문에도 딱 떨어지는 답은 없습니다. 박정희 같은 독재자가 경제 발전을 효율적으로 잘한 경우도 많았지만, 수하르토같은 독재자는 자기네 가족들만 배불렸습니다. 다른 한편 토지개혁의 경우 중국과 일본, 대만처럼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들이 주체가 되어 추진한 토지개혁이 더욱 효과적이었다고 하니,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방해가된다는 주장도 근거가 희박함을 알 수 있습니다. 법제도의 정비 역시 경제발전의 초기 단계에선 그 기여가 불명확합니다. 민주주의나 법제도는 경제 발전의 근본적 원동력이라기보다는 발전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온당할 거라고 저자는 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부의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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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부가 어떻게 해야 노력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열대 기후 국가들은 대체로 절박함이 덜해서인지 프로젝트가 영 진행이 안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