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제 블로그 ( https://blog.naver.com/metro1011/222157365407 ) 에 올라간 동명의 글을 최대한 편집 없이 가져왔습니다.
다만 사진 30장 업로드 제한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일부 사진을 삭제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유치원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거의 매일같이 붙어 다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조금 민망한 기억들도 있습니다만... 서로 팔로우되어 있는 인스타를 살펴보면 재미있게,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언제 기회가 닿는다면 한 번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기 전에 주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마지막 신작이 출시된 지 1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게임이 있습니다. 서브로직으로부터 개발되어 27년간 꾸준히 이어 온 정통 시뮬레이션 게임의 계보를 가지고 있는 나름 '대작',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그 주인공입니다. 무려 1980년부터 존속되어 온 PC 게이밍의 산 증인과도 다름없는 게임이었지만, 후속작의 개발은 2007년 이후로 중단되었죠.
* 물론, 2011년도에 출시되었던 FSX의 후속인 Microsoft Flight이라는 캐쥬얼 게임이 있긴 했고, FSX를 스팀으로 컨버팅한 FSX Steam Edition이 2014년에 각각 출시되긴 했으나, 역사에서 지워버린 듯 하니 딱히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와 관련된 소식도 끊기고, 이젠 게임이 슬슬 잊혀져갈 때 쯤이었습니다. 2019년 6월 10일, 저는 E3 2019에서 게임 예고편들이 공개되는 것들을 지켜보고 있었죠. 그러던 중 한 게임의 트레일러에 비행기 격납고가 나오더군요. 저는 그걸 보면서 "무슨 게임이길래 저렇게 디테일하게 텍스쳐를 입혔지?" 라고 생각했고, GTA같은 게임 만드나 보다 하면서 별 생각 없이 흘낏흘낏 보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A320의 조종석이 나왔고, 약간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지막에 Flight Simulator 로고가 뜨는 순간에는 진짜 눈물을 흘릴 뻔 했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루머조차 없었고, 유출조차 없었고,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았지만 이건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다.
늦은 새벽이라 큰 소리를 내진 못했지만, 정말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전설적인 게임에 겨우 이정도 환호성이라니... 이분들 중 몇 명이 시뮬레이션에 관심이 있었을까요.
아무튼, 제가 알고 있기로는 이 시리즈가 중단된 가장 큰 사유는 '구조조정'이었습니다. 대작 프랜차이즈 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했던 퇴장이었죠. 시뮬레이션 게임은 돈이 안 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손 댔던 다른 시뮬레이터 게임들은 진작에 문을 닫았기에 그럭저럭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대작 게임이 돌아왔습니다. 최신 기술로 무장하고, 옷도 완전히 갈아입었죠. MSFS 2020은 '시뮬레이터'란 이름이 붙은 만큼, 마냥 가볍게 덤비기에는 접근장벽이 다소 높은 게임입니다. 실제 비행기 조종 절차를 거의 유사하게 담았고, 모든 플레이는 절차대로 이루어집니다. 항공기는 이륙하기 전 관제소의 허가를 받으며, 이는 멀티플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모드'에서는 어떻게 날아다녀도 상관이 없지만, '멀티플레이'옵션을 켜는 순간 플레이어들은 비행 예절을 준수할 것을 권유받습니다.
인게임 스크린샷
다른 말을 더 하는 대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의 인게임 스크린샷을 한 번 보고 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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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할까요? 그래픽과 구름 표현 등 많은 부분에서 MSFS2020은 현존하는 모든 게임 중 최고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작에서 특히나 다양해진 카메라 모드와 SmartCam (스마트캠) 기능은 보는 눈을 매우 즐겁게 해줍니다. MSFS 2004와 FSX에서 이런 환경을 만들려고 대체 패치를 얼마나 올리고 또 올렸는지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MSFS2020은 고해상도 위성사진, blackshark.ai와 Azure의 기술을 결합하여 전세계의 건물들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고 4K로 뿌려줍니다. 거기에 오픈스트리트맵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건물의 층수를 결정, 사실적인 데이터를 뿌려주죠. 게임 자체만 150GB에 달하는데 전 세계를 이 안에 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려 2PB (페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는 유저가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 지역별로 스트리밍되며, (아직 정확하진 않지만) 실시간으로 날씨 예측 데이터를 받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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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그라운드 차량들의 디테일까지도 챙긴 모습으로, 토잉카나 수하물 견인차까지도 섬세하게 모델링되어있습니다. 이전 작들에서는 물체의 비례가 많이 망가져 있었지만, MSFS2020은 비례까지도 대부분 챙긴 모습입니다.
상용 공항 시너리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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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BX와 Aerosoft를 비롯한 유수의 시너리제작사들이 상용 시너리 제작에 뛰어들었고, 그지같은 SDK를 극복하고 많은 개인개발자분들이 시너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독일의 퀠른 본 공항 (EDDK)의 상용 시너리인데, 유리창도 투명하게 내부가 비치도록 제작되었으며, 내부 체크인 카운터와 면세구역, 광고판, 탑승동을 비롯한 많은 부분들이 실제로 구현되어 있어 즐거움을 더합니다. 가만 시너리를 둘러보고 있으면 정말 여행가고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올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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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00개의 공항 중 아소보 제작진이 커스텀한 40여개 공항의 구현 퀄리티는 상용 시너리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상당히 훌륭합니다. 다만 아직 국내 시너리는 상당히 미흡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2022년 중으로 한국의 공항/시너리 업데이트 대응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는 벽돌에 준하는 상태로 구현되어 있는 공항 청사인지라, 국내 비행을 좋아하신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라 생각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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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동안 몸이 근질근질하셨던 시너리 제작자분들께서 국내 시너리 개발에 착수하셨고, 지금은 수색비행장부터 김해국제공항, 울산공항, 인천국제공항, 63빌딩, 울진비행장 등 다양한 시너리들이 개발되었거나 개발중에 있습니다. 12월 중으로는 SamScene3D에서 서울 시너리를 출시할 예정에 있는 등 간만에 비행 시뮬레이션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바, 국내 데이터 부족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날씨 표현
날씨 표현에 있어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는데, 대기 효과가 아름답게 구현되어 있을 뿐더러, 기류를 지표면 환경에 따라 구현하여 평지와 산악지형, 도시의 빌딩 숲 위를 날 때 기류의 움직임이 전부 달라집니다. 기상환경에 따른 기류변화도 보다 체감되게 변경되었구요. FSX까지는 실제와 같은 공기역학모델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서 딱딱한 젤리로 만든 공기 덩어리 속을 지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는데, MSFS2020은 보다 사실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도록 역학 모델이 변경되었습니다. 이것도 사실 100% 완벽한 것은 아니고... 분명히 Moderate / True to Life 설정인데도 조금 시뮬레이션처럼 과장된 움직임을 보여주긴 하는데, 이건 뭐 시간이 지나면 최적화가 되겠죠.
조금은 실망스러운 부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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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망스러운 점들도 많습니다. 사실상 비주얼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조금 더 많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우선 항공기의 조종과 관련된 부분이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시뮬레이터가 조종이 아쉽다니 이건 제 본분을 못한다고 평가하시는 분들 또한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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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면의 세팅이 'True to Life'임에도 불구하고 러더의 입력도 매우 민감하고, 실속에 들어가고 회복하는 시나리오도 굉장히 부자연스럽습니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항공기가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니는 것과 같이 움직이다보니 가끔 조종하기가 너무나도 까다롭습니다. 매뉴얼 착륙을 할 때, 간헐적으로 플레어 단계에서 항공기가 하강하지 못하고 지표면보다 위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현상은 플레이어를 괴롭게 합니다. 비행기의 성능이 실제보다 과도하게 좋아 실제에선 불가능할 것만 같은 동작들을 수행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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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플래너 외에 하드코어 플시머들을 위해 항공기 내부에서 MCDU (Multi-function Control and Display Unit) 내지는 FMC (Flight Management Computer) 를 이용하여 경로를 설정하는 방법도 추가되었습니다. 해당 컴퓨터에 항공기 편명, 출발지 및 도착지, 순항고도 및 웨이포인트들을 입력하여 비행계획을 생성 / 입력시킬 수 있죠.
원래 FSX까지는 지원되지 않던 기능인데, MSFS2020부터는 FMC 기능이 지원된다기에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MS는 우리 잼민이들이 이런거까지는 안쓰겠지? 싶었는지 정말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분명 되긴 하는데... 정말 되기만 합니다. SAVE/LOAD 제대로 되지 않고, 제대로 된 프로시저로 사용할 수 없다거나, 경로 설정 도중에 FMC가 얼어버린다거나, Waypoint간 이동하는 버튼이 먹다 말다 한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이걸로 경로를 짜자니 짜증나기 이를데가 없네요. 업데이트를 통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기본 모델들의 MCDU 구현도는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Navigraph가 MSFS2020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니 다시 구독을 해야 하는데, MCDU가 아직 이 꼬라지라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구독해야 할 듯 하네요.
도대체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 를 그 어느때보다 잘 구현해뒀으면서 이런 부분들이 대응되지 않은 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기능 옆에 '미구현'이라고 붙어있는 Inop. 을 '아이엔-오피' 라고 TTS가 읽어주는 건 정말 코미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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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해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굳이 Navigraph를 구독하지 않고 심브리프 (SimBrief)에서 Flight Plan을 생성하여 경로를 입력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현재 MSFS2020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심브리프의 항로 데이터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참고 정도로만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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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MCDU만 실망스러운게 아니라, A/P 기능까지도 실망스럽습니다. 특히 민항 여객기들은 오토파일럿이 제대로 되는 기종이 하나도 없는 수준입니다. 이것저것 문제가 많지만 굳이 몇 개만 꼽아서 나열해보자면 오토스로틀이 풀리지 않는 문제, VNAV가 강제로 설정되는 문제, 오토파일럿 설정시 항공기가 제멋대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현상, 좌우로 기체가 요동치는 현상, FMC와 실제 항공기의 동작이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 문제, 간헐적으로 PFD/ND 스크린이 출력되지 않는 문제 등등...
특히 가장 크리티컬했던 문제는 1.9.3 버전 업데이트 이후 발생했던 오토파일럿 설정시 항공기가 한 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문제였는데, 원인은 1.8.3 버전의 민감도 설정불가를 해결한다고 진행했던 패치가 기존 설정값을 박살내버려서 생긴 문제였습니다. 다량의 콘트롤러와 장비를 연결해야 하는 게임 특성상 이런 식으로 설정값이 틀어지게 되면 재설정하는데만 긴 시간을 쏟게 되는데, 게임 자체가 미완성으로 출시되다 보니 설정값을 건드려야 하는 업데이트가 너무나도 잦은게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버전에서 자동조종(Auto Pilot, 이하 A/P)과는 조금 다른 개념의 새로 도입된 AI 파일럿은 아직 불완전합니다. AI파일럿에게 조종을 맡기면 A/THR을 해제하고 Full Thrust로 기체를 추진하여 자리로 돌아왔을 때 A320이 500노트를 넘나들고 있는 경우도 있고... 위 영상처럼 좌우로 크게 롤링하며 제자리로 돌리기도 곤란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합니다.
비주얼적으로는 정말 그간 나온 어느 기체들보다 미려하지만, A/P와 AI 파일럿을 비롯한 조종계통의 구현도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조종에 필수적인 버튼을 제외한 상당수의 버튼들이 Inop. (Inoperative) 상태로 놓여져 있었으며, 단축키조차 할당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능에 대한 패치를 해준다고 공언했지만, 아소보의 일처리 속도를 보면 언제 개선될지도 잘 모르겠는 수준입니다.
버그는 많고, 패치할 때마다 하나가 고쳐지면 다른 하나가 고장납니다. 특히 서드파티 애드온이 활성화되는 시뮬레이션 시장에서 패치할때마다 서드파티 애드온들의 동작도 바뀌고, 구입해 둔 장비의 세팅값도 달라지는 것은 정말 짜증나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켜지는데 오래 걸리는 게임인데, 매 번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세팅값을 다시 잡아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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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다행인 점은, A32NX를 비롯하여 다양한 플시머들이 기본 기체의 구현도를 끌어올리는 유저 패치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알고 봤더니 제가 듣는 수업의 같은 조원이 A32NX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어서 충격... 그 친구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플시머 만났다고 충격... 세상에나.
아마 모든 이들에게 허들이 될 '요구 사양'
또 하나 아쉬운 소리를 하자면, 바로 너무나도 높은 요구 사양은 아마 많은 이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겁니다. 역사적으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는 최고 옵션의 PC에서조차 풀옵션을 돌릴 수 없는 게임이었고, 그 전통은 이번에도 이어졌습니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을 구동하고 있는 제 컴퓨터의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CPU : AMD Ryzen 9 3900X
GPU : NVIDIA GeForce RTX 3080
MotherBoard : Gigabyte AORUS X570 Elite
RAM : TeamGroup 32GB, 3600MHz
이 정도 사양임에도 모든 옵션을 Ultra에 준하게 돌리며 QHD 60fps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합니다. JPR의 8월 예측치에 따르면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26억달러의 하드웨어 매출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분석하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출시된 이후 미국의 아마존에서는 비행 관련 모든 하드웨어가 모두 팔려나가기도 했습니다.
Microsoft’s beautiful and punishing Flight Simulator 2020 reboot will spur a staggering $2.6 billion in PC hardware sales, Jon Peddie Research (JPR) estimates.
how-microsoft-flight-simulator-could-spur-billions-pc-hardware-sales
총평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지난 40년 PC 게임의 발전사를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1980년에 애플II 용으로 출시되었던 서브로직의 시뮬레이터부터 MS가 인수해 제작한 Flight Simulator 1.0, 그리고 2020년 우리 곁으로 찾아온 Flight Simulator 2020까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컴퓨터 발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게임입니다. 이 성과는 그저 항공인들만의 것이라고 보기만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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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아소보 스튜디오는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락다운 특수를 노리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라면 XBOX S/X의 런칭 일정에 쫓기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요.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저는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의 알파빌드부터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게임의 8월 18일 런칭에 대한 강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게임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임이 자명했거든요.
분명 게임 자체는 굳이 구현할 필요가 없는 부분들까지도 기체 모델링이 되어 있고, 비록 동작하진 않지만 버튼들의 디테일이나 구현도는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역학 모델이나 조종안정성의 구현 정도를 생각하면, 게임 발매를 뒤로 미루는게 현명했을겁니다. 다른 사정들이 있었겠지만요. 현재 상태로 따져보면 조종성은 DCS가 더 사실적이고, 절차에 의거한 시뮬레이션은 Prepar3D가 훨씬 강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는 사람들을 Hook in 할 수 있는 요소가 그 어느 게임보다 MSFS가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국가간 이동이 제한되고, 국내 여행도 마음껏 다닐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무장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여행을 좋아하는 항공 덕후들에게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가지지 못한 강점이죠.
그래서, 13만원짜리 Premium Deluxe 버전을 구매할 가치가 있느냐고 물으면, 아직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프리미엄' 기능이라던 B787을 비롯한 추가 기종들은 버그 투성이고, 공항이야 어차피 괜찮은 상용 시너리가 나온다면 나중에 추가할 수 있는 노릇이니까요. 6만원짜리 스탠더드 에디션만 구입해도 충분합니다. 게임패스가 있다면 XBOX 게임패스를 이용해도 좋겠죠. 앞으로 패치가 이뤄지면 언젠가는 13만원짜리 에디션도 흑우 에디션을 탈출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아무튼 올겁니다.
에필로그
제 마지막 비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급히 한국으로 돌아오던 귀국편이었습니다. 들뜨고 설레는 공항 여행이 아니라 예약한 비행편이 인원감축과 락다운으로 인해 취소되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처럼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달려가 "보스턴에서 샌프란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표 주세요" 라고 겨우 몸만 실어서 도망나오듯 빠져나온 일정이었죠.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이 1월에 알래스카 가자고 했을 때 쿨하게 "교수님 저 여행갑니다 안녕히계세요!" 하고 뛰쳐나왔을겁니다.
아무튼... 여행이 우리를 떠난 2020년, 플라이트시뮬레이터 2020이 출시된 이후 저는 3만원짜리 싸구려 조이스틱으로 플심2004를 켜던 초등학생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았습니다. 4번 CD가 긁힐까 노심초사하며 CD롬에 드라이브를 넣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간 기분입니다. 어린 시절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아마 이렇게 설레고 기대되지 않을까요. 그 친구가 예전과 똑같은 인사를, 똑같은 표정을, 똑같은 웃음을 지어준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겠죠.
실제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은 많은 면에서 과거 시리즈와 유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2020년, 달라진 점도 많았죠. 제 컴퓨터는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고, 시뮬레이터 그래픽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제 항공에 대한 이해도도 그때와 비교해서 엄청나게 발전했고, 무엇보다 그 때는 부모님이 사준 오락실 게임기에 들어가는 것 같은 3만원짜리 조이스틱이 전부였지만, 이젠 직장인으로써 번 돈으로 다시 재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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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DU 패널, 조이스틱, 스로틀, 스트림덱, 공역 차트를 보기 위한 태블릿과 지도를 연동하기 위한 태블릿까지, 어렸을 때 가지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던 것들을 가지고 본격적인 취미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실제 A320의 스로틀 레플리카를 몇백만원을 주고 구입해야 하나, 아니면 오버헤드패널을 하나 구입해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신이 나간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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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와서 스로틀을 잡으면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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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모드에 스로틀을 올려두고 구름을 통과해 파란 하늘을 마주하는 순간, 구름층을 통과해 초록빛의 지면과 앞에 보이는 활주로의 RLLS (활주로 유도등)를 마주하는 순간, 부드럽게 내린 후 Thrust Reverser를 켜고 속도를 줄여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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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이 감도는 하늘을 뒤로하고 게이트를 붙인 채 엔진을 셧다운시키는 순간까지. 비행의 모든 순간 순간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1시간, 2시간, 3시간, 때로는 10시간. 길고 긴 비행 끝에 마주하는 활주로는 언제나 설렙니다. 오랜 시간 날아온 비행기를 반겨주는 유도등도 너무나도 반갑습니다. 접근하면서 네개, 세개, 두개, 때로는 한개까지 나의 고도를 알려주는 PAPI 라이트 역시 반갑습니다.
하나의 취미를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해온다는 것은 참 보람찬 일입니다. 초등학생, 중학생을 거쳐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이 되기까지. 어렸을 때 파일럿이 되고 싶었던, 그러나 눈에 색약과 난시가 심해서 공군에 들어갈 수 없었던, 조종사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해야만 했던 저는 덕분에 오늘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컴퓨터를 켜고 파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영상까지 촬영할 수는 없어서 이 게임의 면모를 모두 담진 못했지만, 여러분도 트레일러를 한 번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버그가 많고, 이 게임에 아무리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도 MSFS2020은 제 인생 최고의 게임입니다. 그래서 저는 14년이 넘는 시간동안 관짝에 박혀 있던 'Flight Simulator'라는 IP를 다시 꺼내와 줄 생각을 한 아소보 스튜디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총점 : 9.0 / 10.0
Plus
+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래픽
+ 개선된 사운드 (A320 엔진에서 나는 개 짖는 소리까지도!)
+ 다채로운 볼거리와 부시트립/랜딩챌린지 등 도전과제 제공
Minus
- 과도하게 높은 권장 사양
- 부정확한 오토파일럿, 부정확한 항공기 성능제원, 부정확한 AI파일럿
- 자동 생성된 시너리에 때로는 지형 버그들이 있음
- 우리나라는 10년 전 위성 사진을 사용한 듯
...돌아'만' 간다가 정확한 표현이겠지만요.;;;
/Vollago
액박패드 정도만 있으면 즐기는 데는 기본적으론 무리가 없습니다. 어차피 필요한 버튼들이 많아서 조이스틱이 있더라도 키보드가 필요하거든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jirum/15412098CLIEN
플심을 어느정도 해본후 항공기 탑승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네요.
어린 시절의 설렘이 저한테도 전해지는 느낌이네요.
감사합니다!
전문가의 리뷰잘보고갑니다~
전문가들은 정말 다른 레벨이세요. ㅋㅋㅋ
전세계 PC 유저들이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XSX에서도 원활히 실행되도록 최적화되면 PC에서도 잘 돌아갈 거거든요. ^^;
AMD에서 RDNA2가 늦어지면서 엑박 시리즈 개발툴도 늦어지면서 게임들까지 다 늦어지나봅니다.
엑박에 빨리 포팅되면 좋겠네요
특히 최적화에 관한 능력은 정말 끔찍한데, 저저번 패치던가부터 GPU에 이상한 무리를 주는 루틴이 추가가 되었습니다.
CPU 병목을 최적화하라고 원성이 높으니까 GPU 병목을 발생시켜서 무마시키려는 건가...
아마 아소보는 엑스박스 런칭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겁니다. 옵션 타협으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거든요.
요즘 게임 생활은 차원이 다르네요.
VR 베타 테스트 중입니다. VR로 하면 한차원 더 신세계가 열리죠.
https://techrecipe.co.kr/posts/21607
다만 모든 종류의 프로파일들이 다 그렇듯이 전후면으로 날카로운 부품들이 조금 있어서, 설치하시면서 조심하셔야 합니다!
글 감사드립니다
저는 과거 단축키들이 많이 바뀌어서 불편하던데 장비가 좋으면 문제될게 없겠죠 구축하신 주변기기 환경이 부럽기만합니다 ㅎㅎ
FSX는 ms의 사업정리가 컸다고 봅니다 당시에 이것 저것 많이도 정리했죠 .. 에이스 소프트도 그 희생양중 하나였고요 (발머....)
빌게이츠랑 폴앨론이 영향력을 행사할때는 항공100년 기념 관련 주관도 하기도 했는데 발머이후에는 그런게 다 사라졌죠
아소보는 10년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니.. 10년동안 무사하게 발전하길 바랍니다 ㅎㅎ
유지보수 계약이 10년간 되어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읽었는데, 장기간으로 바라보는 게임인 만큼 제대로 해줬으면 하네요.
엑플11은 바람을 가르며 날라가는 느낌이 들지만 2020은 뭔가 부자연 스럽습니다.
플라이바이와이어 시스템의 제트항공기만 지원해서 그런지 상당히 부자연 스러운 느낌입니다.
액플11이 구형 그래픽의 자동차 시뮬 게임이라면 2020은 그래픽은 화려하지만 케주얼한 자동차 게임의 느낌입니다 케주얼 하지만 컨트롤 하기는 빡셉니다.
747를 착륙 시킬 때 100ft 남겨놓은 시점에서 과도한 양력 발생이 느껴집니다 지면 효과를 과도하게 작용하게 만들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너무 로딩이 잦고 길어요.
Pmdg 기체 제작이 늦어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2020 제작사측의 api 라이브러리가 개판이라고 하더라고요
사는 동내를 날라다녀보면 오싹할 정도로 지형 매치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게 다 입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미완성, 60 에서 많이줘봐야 70퍼센트 완성된 게임을 팔고 있는 느낌입니다.
SDK 드럽습니다. 오픈된 API도 드러울 겁니다. 항공기 리페인트 역시 굉장히 드럽습니다... 예전에 그래도 리페인트 몇 번 칠해봤다고 덤볐다가 괴악한 곡면처리에 경악하고 그냥 포기했습니다. 더 좋은 페인트킷 솔루션이 나올때까지 뭔가 만드는건 꿈도 못꾸겠더군요. 인 게임에서만 실행되는 개발자키트도 덤...
남자에게 무언가 10년이상의 취미란 가슴을 뛰게 하는거지요.
늘 하시는 일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플심 해본적 없는 사람입니다만
관심이 많이 가는 게임입니다.
저 사양으로도 옵션 타협을 봐야 한다니
저는 게임이 안정화 되고 컴도 장만하고 난 다음에 구매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디 드네요
즐거운 비행 되십쇼 ~~~
해보고 싶은데 사양의 압박이 크네요 ㅎㅎ
여전히 발전하고 있늠 모습과 쓰니의 전문적인 리뷰에 댓글남기게 하네요 ㅎㅎ! 잘 봣습니다~
이번에는 뭐가 고장났을지 아주 두근두근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스로틀은 트러스트마스터의 TCA 쿼드런트 에어버스 에디션이고 ( http://www.gtgear.co.kr/m/product.html?branduid=3367123&xcode=007&mcode=001&scode=&type=Y&sort=manual&cur_code=007&GfDT=bmx0W1w%3D )
조이스틱 역시 동 사의 제품입니다. ( http://www.e-himart.co.kr/app/goods/goodsDetail?goodsNo=0011828103하이마트 )
모니터 하부의 MCP 콤보 패널은 VRInsight의 제품입니다. ( http://www.vrinsightshop.com/shop/step1.php?number=4 )
현직이시라니 너무나도 부럽습니다 ^^...
PC에서 실행하는 MSFS Connect를 통해 연결할 수 있습니다!
컨트롤러 간단하게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강력 추천 드립니다. 꼭 쓰로틀과 함께 구매하세요.
초보자라 비행 배워가는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게임 같습니다 언제 멀티로 떼빙하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
이 분의 아버님은 대한항공 기장님이셨는데, 87세의 연세에도 플심을 해보시면서 매우 좋아하셨다고 하시네요.
정말 멋진 분들이십니다.
https://cafe.naver.com/flightwithus/34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