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병 및 증상
아무런 이상 징후 없이 평온히 잠든 어느 토요일 새벽 4시쯤, 극심한 허리통증으로 잠에서 깼습니다. 처음에는 요통인 줄 알고 아픈 부위를 테니스공으로 눌러서 압박하였으나 통증이 줄지 않더군요. 타이레놀 2알 복용 후 통증이 조금 가라앉아 원인이 무엇인지 탐색하기 시작했죠. 간호사 면허 소지자(현직 간호사 아님)인 아내도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했어요. 40년 넘게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극심한 통증이라 맹장염이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이런저런 것을 검색해 보는 사이에 요의가 있어 화장실에 갔으나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더군요. 진통제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다시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으나 혈뇨가 보였습니다. 이에 직감적으로 신장 계통의 결석을 의심했죠. 얼마 전 읽었던 빌 브라이슨의 <바디 : 우리 몸 안내서>의 결석 부분이 즉각 떠오르더군요. 처음에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려고 했으나 검색 과정에서 결석 전문 비뇨기과의원을 알게 됐고 토요일 아침 9시 좀 넘어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2. 치료 과정
문진 후 원장님도 요관결석이 의심된다고 하여 즉시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시작했습니다. 방광 바로 위 요관에 0.8cm 직경의 결석이 있다는 결과였습니다. 그 부위가 특히 가늘어 거기에 결석이 많이 낀다고 하더군요. 통증은 소변 배출이 안 되니까 신장이 부어서 생긴 거라고 하고요. 설명을 들은 뒤 체외충격파쇄석술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링거를 달고 조영제 주사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죠. 링거 달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데 갑자기 처량한 느낌이 막 들더군요. 쇄석술 시행 전 별도의 진통제를 엉덩이 주사로 맞았어요. (왜 링거로 놓지 않냐구요.) 체외충격파쇄석술은 1시간 정도 걸렸으며 통증은 강하지만 견딜만 했습니다. 1초에 한 번씩 특정 부위를 날카로운 바늘로 살짝 찔러대는 따가운 느낌이 1시간 정도 계속된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다시 겪고 싶진 않지만 인생이 재미 없는 분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일 수 있어요.) 쇄석술 시행 후 바로 소변을 보는데 정말 시원하더군요! 초음파 검사를 다시 하고 결석이 사라진 것을 확인 후 약을 지어서 집에 왔고 그 후로 불편한 느낌 없이 지냈습니다.
1주일 후 다시 병원에 가서 최종 초음파 검사를 하고 완치된 것을 확인했죠. 원장님이 정말 아팠을텐더 고생 많았다고 계속 말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이날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왔습니다.
치료비는 쇄석술 시행 당일은 448,900원(토요일이라 더 비쌈), 최종 검사일에는 27,800원(금요일)이 나왔습니다.
3. 보험 처리
회사에서 단체로 가입한 실손보험(통원 1일 한도 25만원)이 있어 이메일로 청구했습니다. 청구서, 개인정보동의서, 각종 영수증 등을 복합기로 하나의 pdf 파일로 스캔 후 전송했죠(팩스로 안 보냈다는 사실에 뿌듯했습니다). 2일 뒤 267,800원의 보상금을 수령했습니다.
며칠 뒤 가입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종신보험이 생각났어요. 열심히 부었는데 보상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서 억울한 생각이 들었죠. 보험사 어플을 폰에 깔고 보장내역을 살펴봤습니다. 질병 관련 내용은 있는데 약관까지 자세히 읽어봐도 보상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되더군요. 입원한 것도 아니고 몸에 칼을 댄 수술도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그래도 한 번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보험금 청구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어플에서 청구서를 작성하고 증빙서류는 사진으로 찍어서 첨부했죠. (단체보험 청구방식에 뿌듯해 하던 마음에 심히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청구 당일 저녁 6시쯤 보상금이 입금됐어요. 무려 130만원이나요! 기대를 안 하고 있던 터라 요즘 말로 개깜놀했습니다. 기분 좋아서 아내에게 송금해 주려는데 돈을 찾을 수 없더군요. 몇 년째 안 쓰고 있던 증권사 cma계좌로 들어간 것이었죠. 자세히 안 보고 그 계좌를 선택한 내 잘못입니다. 온라인으로 별짓 다 해봤지만 모두 실패하고 내일 조퇴하고 증권사 찾아갈 예정입니다. 그래도 보험금은 개꿀이네요!
통증이 심했기 때문에 앞으로 먹을 것 가리고 정말 조심해야지, 라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이 깨끗이 사라지네요. 하루 고생하고 100만원 버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요...
/Vollago
아파서 보험료 받는거보다 건강한게 돈 버시는거에요.
한번은 3년 지난거여서,,,,보험사에 연락해서,,,이게 해당되는지 몰랐다.
팀장바꿔라 시전해서 받아냈습니다
백만원보다 비싼 것 같던데요... ㄷㄷ
재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보험금 탄걸로 아이패드 하나 사세요 ㅋㅋ
최근에는 신장결석으로 좌, 우 두차례 수술을 했습니다.
식습관 자체를 리셋해야겠더군요.
쾌차하셔서 다행입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2년마다 검사받고 쇄석술하는 인생...
처음엔 응급실갔었는데, 요새는 동네 병원 쇄석기 알아보고 잘하는 곳 찾아다닙니다.
야간은 한번도 못받아봤는데... 요새는 쇄석실은 24시간 하는곳도 많아서 미리 알아봐두시면 좋습니다.
가끔 등허리가 아프면 순간 긴장됩니다 ㅜㅜ
어제 이 글 보고 바로 신청해서 오늘 수술비 보상받았습니다.
대박 고맙습니다.
저는 체외충격파 쇄석술이란게 건강검진 간 초음파 하듯이 아무느낌없이 기계만 대고 있는 건 줄 알았는데 퍽퍽 때린다고 들어서 놀랬던 기억이 있네요
계속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