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용산에 사람이 없어서 실전된 기술일텐데.... 90년대나 2000년대 까지는 널리 쓰였던 기술입니다.
'얼마까지 알아봤어요?'
용산하면 떠오르는 제일 유명한 문구일텐데 이 짧은 한마디에 매우 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일반인들이라면 '내가 사려는 가격을 확인해서 물건 파는데 쓰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본인의 정보를 주기 시작하는데...
1) 처음 들른 가게라고 한다.
호갱 왔구나.
2) 비싸게 알고 있다.
호갱 왔구나.
3) 적당히 알고 있다.
호갱은 아니지만 '너로 정했다.'
예를 들어 철저한 사전 준비로 10만원이라고 알고 갔는데 8만원 9만원도 아니고..
'5만원.'
이래버리면 잠시 혼란에 빠졌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더 돌아보고 올게요.'
이러면 '찍기'가 끝난 것입니다.
'5만원'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터미널상가나 용산 전체를 다 돌아도 이 가격에 파는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가게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상인들도 '아 이색히 찍혀서 돌고 있구나.' 라고 알아채고 제대로 응대를 안해줍니다.
이렇게 '찍고 돌리기'가 완성됩니다.
'아까 5만원이라고 한거 사려고요.'
'아 그거요. 기분 나빠서 손님한테 물건 안팔래요.'
'???'
'제가 싸게 드리려고 5만원 불렀는데 그냥 가셨잖아요. 기분 나빠서 못팔겠어요.'
'젭알 팔아주세요.. T.T'
이후로 '여기가 제일 싼 가게'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나눠팔기, 끼워팔기, 바꿔팔기 등 기술이 잘 걸립니다.
'아까 5만원이라고 한거 사려고요.'
'아 그거요. 좀전에 팔렸어요.', '아 그거요. 총판에 전화해보니 그새 품절이에요.'
'대신 이거 어때요? 이게 더 좋은 최신 모델이에요.'
역시 '여기가 제일 싼 가게'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나눠팔기, 끼워팔기, 바꿔팔기 등 기술이 잘 걸립니다.
간혹 '5만원' 불렀을 때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총판에 물건 없다.', '야 그거 좀전에 팔렸어!', '본체만 5만원' 등등 대응책은 무궁무진합니다.
간혹 '박풀로 지금 재고 있는거 얼마까지 줄 수 있어요?'
'5만원'
'오케. 주세요.'
간혹 이런 사람들도 있으나 사장이 나오면서 '아 얘가 알바한지 하루밖에 안되어서 뭘 잘 몰라요.' 이런 방법도 있고 헐레벌떡 어디론가 뛰어갔다 돌아와서 '총판에도 물건이 없어요' 등등 역시 대응책은 무궁무진합니다.
물론 원가 5만원인데 5만원 불렀다가 쿨하게 그냥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정직한 초보 용팔이. -.-
몇군데 둘러봤는데, 가격 자체를 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거 정말 살생각이냐고, 살거면 알려주겠다며 따지듯 이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구요.
2007년인가 2008년인가 겪었던건데, 그때 이후론 용산에 안가게 되었습니다.
정직한 분들도 있다지만 그런 분을 찾는게 너무나 혼란스럽더군요.
그래서 상대 안하게 되고...
나름 커뮤니티에서 소개받고 비교적 정직한곳들에서 구매하다보면... 3~6달을 못버티고 업체가 없어지던 기억이.. ㅠㅜ
소비자가 만족하려면, 공급자는 이득을 최대한 줄여야하는거고, 그렇게 하려면 최대한 효율을 올리면서 추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특히 좀 어려워(?)지면... 업체에서 공급자(총판)결제를 좀 미루고 먹튀하는경우도 많다보니...
[최저가 혹은 공급가 이하로 가져다 팔고 도망... 휴가 다녀온다고 하더니 도망... 무통장입금된것들 들고 도망... 등등]
아마 그나마 컴퓨존 같은곳이 살아남은것도 총판업체에 주단위로 마감/결제 해주는 신뢰가 있어서 가능한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별로 쓸일이 없지만, 용산에서 제가 하던 기본 전략은...
" 이제부터 알아보려고 하는데 그냥 빨리 정리하게 깔끔하게 알려주세요. " 라고 역질문하고 다녔습니다. 이러면 터무니 없는 가격은 잘 안불러요.
항상 살짝이 아닌게 문제...
찍은 가격을 또 찍으면 그날은 동네 시끄러워지는날..
예전 기억을 해보면, 0. 레벨업을 충분히 하고 나서 1. 정확한 시장가 파악한다 2. 과도한 찍기는 패스 3. 최대 25%-30%까지 가능한지 찔러본다. 4. 한 10군데 확인 한 후 5. 최저가부터 재방문. 만일 찍기이거나 안팔아? 재고 없어? 그럼 뒤도 안 돌아보고 두번째가게로 패스.이러면 대부분은 만족하게 됩니다...만... 그것도 아마 호구였을거에요 ㅎㅎ
요즘은 정말 급하거나 배송비 문제 아니면 에누리/다나와/네이버 3중 확인 후 쿠팡 로켓배송에서 최종 비교. 이거면 거의 다 되더라구요.
오늘도 엑박원패드 + 블투 동글 사는데, 패드는 토요일 간 이마트 정품 가격 동일 / 블투동글도 무배에 대충 몇천원으로 샀습니다. 내일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