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심한 집돌이 입니다.
3월부터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셀프 자가격리 수준으로 밖으로 나가기 싫어했고..
밖으로 다니기 좋아하는 와이프는 불만이 제법 많았으나
이 정권의 성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논리로 집콕생활을 즐겨 왔습니다.
그러나.. 결혼기념일을 넘어갈 수는 없더군요.
조금 멀기는 하지만 통영을 여행지로 정했습니다.
원문이 너무 길어서 풀버전(?)을 원하시면 아래 블로그를..
http://royental.com/222126659412
특별히 일정을 짜고 간 것은 아니라서 내키는 대로 움직였습니다.
오전 7시에 서울에서 출발하고 정오쯤 되어 도착하더군요.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하늘은 맑고,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걸어다니기에 딱 좋았어요.
와이프가 노래를 부르던 충무김밥으로 끼니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충무김밥은 맛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카테고리의 음식이라서 적당히 깔끔해 보이는 집으로 들어갔어요.
어느 집에 가도 이렇게 나오겠거니..
김밥 8개에 5500원, 그리고 반찬들은 더 달라면 더 줍니다.
일부러 반찬 무한리필집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식사를 마치고 중앙시장을 어슬렁거려봅니다.
싱싱한 해산물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아이가 좋아하더군요.
길을 따라 걸으며 동피랑 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가 봅니다.
유모차를 끌고 갔는데, 경사가 높은 건 그런대로 갈 만했지만 어느정도 올라가니 계단으로만 올라가는 구간이 있더군요.
워낙 좁은 길이라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강구안 쪽을 다녀본 결과, 유모차 이동이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도로 턱이 높기도 하고, 식당 입구도 대부분 계단식이더군요.
와이프는 이미 몇 번 여행을 왔던 곳인데, 거북당 꿀빵을 꼭 맛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돌아다녀 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꿀빵이 꽤 어려가지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거북당 꿀빵은 사진처럼 좀 퍽퍽한 느낌이고.. 제 입맛에는 잘 안맞더군요.
사진은 못찍었지만, 제 취향은 통영애 찹쌀 꿀빵이었습니다.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해서 식감이 더 좋더라구요.
여행을 가면 뒷골목을 어슬렁 거리는 편입니다.
뭐랄까.. 숨기고 싶은 속살을 훔쳐보는 느낌이랄지..
통영의 뒷골목은 예스럽고 정겨운 건물들이 많아서 재미있었습니다.
목욕탕마다 큰 굴뚝이 달려있는 점도 특이했죠.
숙소를 잡고 해질녘에 달아공원을 찾아가 일몰을 보려고 했는데..
현재 달아공원 상태가 이렇습니다.
전방에 나무들이 쑥쑥 자라서 시야를 전부 가려버렸다고 하더군요.
처음 봤을 때는 경치를 망치는구나 생각했던 유료 주차장이 오히려 뷰포인트가 되어버렸습니다.
오히려 주차장에서 일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네요.
원래 통영 하면 다찌 / 반다찌 이런 데서 먹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어서 검색을 하고 고민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원래 다찌라는 독특한 문화가 지역주민들이 그때그때 저렴하게 들어오는 해산물로 저렴하게 술 마시기 위한 시스템이었을 텐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인당 4만원에 만원짜리 술 한 병을 시키면 안주가 하나 더 나온다.. 근데 랜덤.
인심이 좋다면 감동스러운 안주가 나오겠지만 적절하게 주인장의 마진 범위 안에서 복불복을 경험한다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고 무슨 무슨 해물 내장 같은 걸 먹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컸습니다. 반다찌도 역시 주판알을 튕겨보니 비슷할듯하여.. 숙소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어닝에는 42년, 창에는 46년 요리경력을 붙여두신 걸로 보아 이 장소에서 최소 4년 이상은 장사를 하신 모양입니다.
근데 이 46년 경력이.. 단일업종 46년은 아니고, 곰탕집, 족발집, 삼겹살집 모두 포함해서 입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한쪽 벽면에 개업할때마다 찍은 사진을 붙여두셨더군요.
보통은 흑역사 아닌가..? ㅋ
다찌 대신 회정식을 선택한 이유는 적당한 양의 안주거리가 있고, 사실 나는 해산물을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죠.
생굴, 멸치회, 아기 참돔과 붉은 볼락 구이가 먼저 나옵니다.
뒤이어 전어와 농어회, 전과 해물된장이 나오더군요.
다찌보다는 이렇게 적당하게 나오고 가격이 저렴한 쪽이 제 취향에 맞습니다.
46년 요리 경력 덕분인지 음식들이 흠잡을 데 없이 괜찮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길에서 문어 다리 구이를 파는데 세꼬치에 오천원이더군요.
서울에서는 도저히 이 가격에 맛볼 수 없으므로 숙소로 들고와서 맥주와 함께 먹습니다.
맥주 안주로 완전 취향 저격이었네요.
새벽에 잠을 좀 설쳐서 내친 김에 혼자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만성 복집 오픈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 봤습니다.
이렇게 한 상이 나오고.. 졸복지리에는 꽤 많은 아기 복어들이 들어있습니다.
식초를 살짝 쳐서 먹으라고 하시는데, 그냥 한 숟가락 먹어보니 약간 비린맛이 있습니다.
식초를 둘러주면 그게 사라지더군요.
하지만 고기진리교에 몸담은 사람에겐 약간 어려운 맛이랄지..
결국 다대기를 전부 투하해서 양념 맛으로 먹었습니다.
해장 효과는 좋았어요.
숙소로 돌아와 잠시 꿀잠을 자고 점심시간이 되어 해물뚝배기를 맛보려고 미주 뚝배기를 찾아갔습니다.
주문한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습니다.
비주얼은 그럴듯 한데.. 뭐랄까
조개들이 좀 질기고, 오만둥이가 엄청 들어가 있으면서 무지하게 짭니다.
혹시나 싶어 주방을 슬쩍 봤는데 역시나입니다.
저 높게 쌓인 플라스틱 접시 뒤편에는 꽤 높게 쌓여있는 미리 초벌(?) 되어있는 뚝배기도 함께 쌓여 있습니다.
육수를 어찌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미리 삶아둔 해산물을 뚝배기에 넣어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육수 넣고 끓여서 내는 방식인듯합니다.
그러니 5분도 안 돼서 음식이 나오는 거겠죠.
우연의 일치겠지만, 화장실로 가는 방향..
주방을 촬영할 만한 포지션에는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계속 서서 안내(?)를 해주시고 계셨고..
식당에서 주방을 보면 플라스틱 접시들이 시야를 가리는 곳에 마침 우연히 미리 만들어 쌓아둔 뚝배기들이 잔뜩입니다.
아.. 그랬구나.
해산물이 우려날 시간이 없으니 오만둥이를 많이 넣어서 해산물 향을 강하게 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오만둥이가 품고 있는 짠 기가 그대로 음식에 우러났겠구나..
뭐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정황이 눈에 보였습니다. 다른 집이 어떨지는 모르겠군요.
아이가 있다 보니 액티비티도 하나 해주면 좋을 것 같아 루지를 타러 갔습니다.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더군요.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스키장 리프트 가격 생각하면 저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좀 많은데 3번 타는데 두 시간 정도가 걸렸고(토요일) 코스가 제법 길어서 돈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루지를 타고 이순신 공원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바다에 간다고 좋아하던 아이는 해수욕장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통영에 도착했을때 '이건 바다가 아니야'라고 통곡하더군요.
다행히 이순신 공원에서 해변에 가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통영 여행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 어디었냐고 묻는다면, 고민하지 않고 명촌식당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첫끼니를 했다면 아마 한 두번쯤 더 왔을것 같습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고, 사람이 많아 부산한 곳이 아니지만
반찬들이 맛있고 생선구이의 상태가 매우 좋았습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부터 오후 6시 30분 까지라서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인당 8000원 입니다.
바닷가라 소금에 절이지 않은 생선을 구운 후에 간장양념을 뿌려서 먹는 스타일인데,
주문할 때 요청하면 양념을 따로 담아주기도 합니다.
저는 해산물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생선을 손으로 들고 알뜰하게 전부 먹어치웠네요.
맛있는 음식을 찾아 통영에 왔다면 반드시 찾아갈 식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녁때가 되어 남망산 조각공원 산책이나 할까 했는데..
디피랑 어쩌고 하는게 인기라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더군요. 그래서 그냥 가볍게 야경만 보고 돌아옵니다.
어제의 약속을 지키는 나.
통영에서 명촌식당 다음으로 추천하는 먹거리는 문어다리구이에 맥주일 것 같네요 ㅋ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덕유산 휴게소에 들러 멘보사과 맛을 봤습니다.
백종원 아저씨가 나오는 프로에 보면 초심을 잃었네, 레시피대로 안했네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요.
전형적으로 귀찮아서 레시피대로 안한 음식입니다. 약간 과장해서 먹다 토하는줄 알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평도 마찬가지인듯 하고, 절대 덕유산 휴게소에서 맛남의 광장 음식은 시도하지 않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아.. 어떻게 마무리 하지?
암튼 여기까지에요.
끗
즐거운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저는 회랑 굴을 좋아하기도 하고 통영이라는 동네가 주는 특유의 평온함(?)에 반해서
매년 겨울마다 통영을 가는 편인데 꼭 먹는 것이 3가지가 있습니다.
대풍관 굴정식
- 가격은 좀 나가는 편인데 다찌에 비해선 가성비도 좋고 맛있습니다.
중앙시장 회
- 4명이서 3만원이면 술 안주로 충분합니다. 보통 겨울에 방어랑 밀치를 떠먹습니다.
오미사 꿀빵
- 꿀빵 원조집인데 끈적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맛있습니다.
굴 푸짐했어요.
@BBANG님
도다리쑥국이나 물메기탕은 한산섬식당이 괜찮습니다. 물론 더 괜찮은 곳도 있겠죠
뚝배기는 개인적으로 강구안 뒤쪽에 골목길에 있던 집이 있는데 할머니 혼자 하시는곳입니다.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데
거기가 맛있었네요
처음이시라면 서호시장입구쪽에 시락국 한번 먹어볼만하구요
졸복은 롯데마트 쪽에 있는 집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요트도 함 타볼만 합니다.
죽림쪽도 잔잔하니 와인 한잔 즐기기 괜찮은 가게도 있습니다. ~
통영에 친한분이 살고 계셔서 많이 갔었는데 통영의 백미는 섬투어더라구요
여건이 허락된다면 트래킹 좋습니다.
통영 자체가 섬이긴하지만 내륙자체에는 풍경이 일반 바닷가 그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중앙시장 회도 싸고 전복 해삼 이런건 바가지채 사도 만원 ㄷ ㄷ
바닷가는 먹을게 많아 좋아요. 다만 남해는 멸치식당이 전부인 함정같은 곳이라 열외 ㅋ
걷고 볼 것은 제법 많은데 음식은 성에 안차더라고요. 특히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들 가보고는 시무룩... ㅠ.ㅠ
코로나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여행기 보고 예전에 행복했던 시간들이 다시 떠오르네요 ㅎㅎ 좋은 여행기 감사합니다.
전 아무집에서나 사서 가게마다 맛이 다른줄 몰랐네요.
암튼 사진 보니 또 꿀빵 먹으러 가고싶네요. ㅡㅠㅡ
맛깔스러운 글 정말 잘 봤습니다^^
어른끼리타도 잼났어요 ㅋㅋ
아이가된느낌
알찬 여행기 잘보고 갑니다 기분이 좋아지네요 감사합니다
블로그 아이디 보니깐 알겠네요. 블로그도 하시는군요!
통영 입구 부근에 오래된 솜씨만두집도 메뉴 다 너무 맛있게 먹었어서 종종 기억이 나네요.
전 우선 해물짬뽕으로 시작했습니다~
전복도 있고 새우도 넉넉하고 가리비와
꽃게 맛있더군요
Clienkit2_Iphone 11 Pro
통영에서 내상 입으신듯 해요
윤이상 기념관도 통영에 있고, 차분히 혼자서 여행와도 볼 데가 많습니다.
전반적인 만족도는 통영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여수가 이번이 4번째였는데, 다시 간다면 통영을 또 갈 것 같습니다.
너무 싸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전 설 연휴에 갔던터라, 동피랑 해맞이 행사에서 나눠준 굴떡국 두그릇 먹고 내려온게 기억납니다.
잘봤습니다~!
연세가 가늠이 되네요.
문어다리 왜 전 못봤는지 ㅠㅠ
결혼 전에는 일년에 두 번씩 여행가돈 곳이 통영인지라...
이것저것 많이 먹어 봤는데, 올리신 곳들은 잘 모르겠네요.
아... 저는 맛집 찾아간건 아니고 돌아다니다 들어가서 먹는 스탈입니다.
우짜는 여객터미널 근처 시장에서 먹은 듯 한데...
나름 통영음식(?)이라고 해서 먹어 봤습니다.
참고로... 전 일부러 찾아가진 않겠습니다만... 통영 가셨으면 한번 드시는 것도 ^^
제 맛집리스트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먹방투어인데, 새로운 식당들을은 저도 한번 방문해봐야겠네요.
중간에 큰아번지께서 장사하시는 복국집도 찬조출연했네요(만성복집아님) ㅋㅋ.
꿀빵은 오미사꿀빵이 원조집이고 충무김밥은 뚱보할매김밥과 한일김밤이 원조집입니다(나머지들은 다 후에 생긴 식당들).
다음에 기회되시면 초여름 하모회를 꼭 두셔보세요.
그리고 통영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들은 많은 관광객의 유입으로 인해 변했습니다. 예전의 명맥을 유지하는 집이 거의 없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