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공구가 주는 환상이 있지 않습니까. 녹슬고 바래어 한 덩어리가 되어버린 육각 볼트에 전동 임팩 렌치를 살짝 대면 덕덕덕…휘이잉하면서 풀려 버리는데, 세상 고민이 같이 풀려나가는듯 해방감이 드는 것입니다. 저도 18v 전동 공구를 하나둘 사 모으고 있습니다.
어느 저녁 일기를 쓰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일년 강력한 전동공구 컬렉션을 거의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죠. 그라인더는 한 다섯 번. 아끼는 18v 브러시리스 드라이버는 정말 아꼈는지 한번 밖에 쓸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아주 믿음직스럽게 안정적으로 피스를 박아 넣긴 했죠. 전동 렌치는 바이크 체인 바꾸는 날 하루 썼을 뿐입니다. 없으면 아쉽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애매한 영역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공구들이 필요할 때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커튼도 달았고, 액자도 달았으며, 컴퓨터도 두 대 조립했고, 블라인드도 네 군데 달았습니다. 모니터 암도 열댓 번 옮겨 다녔죠. 스크린도 달고, 책장도 하나 조립했습니다. 이 모든 걸 공구함 구석에 굴러다니는 오천원짜리 다이소 전동 드라이버로 아슬아슬하게 해결했습니다.
AA 건전지 네 개가 들어가는 6V 제품입니다. 사진 속 사출 색상이 참 촌스러운데, 실물로 보면 더 싸구려로 보입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겉보기에 허접하지만 성능도 허접합니다. 그런데 이 걸로 생활 전반이 해결된단 말이죠.
제가 왜 이걸 쓰게 되는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단 느린 회전 속도와 허약한 토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수공구 돌리는 정도의 힘 밖에 들어가질 않아서 나사가 빠가가 날 일이 없는 것입니다. 실수로 나사를 튕겨버릴 힘이 없기 때문에 보안경을 끼지 않고 작업합니다.
책상 조립을 했다고 적었는데요. AA배터리 네 개가 들어 가기 때문에, 4.5v 충전형 공구보다는 살짝 세서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간신히 커트라인에 들어 갑니다. 드라이버가 터져나갈 것처럼 용을 쓰는 상황에서 힘으로 한 바퀴 정도 돌려주면 딱 맞더군요.
처음으로 무리하게 쓸 때는 금방 기어가 나가버릴 것 같았습니다. 워낙 싸구려 인지라 저런 작업을 한번 하면 내부의 플라스틱 기어가 갈려나가는 느낌이 확 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하게 지금껏 잘 버티고 있습니다. 나사 야마가 나가기 전에 드라이버가 먼저 갈려 버릴 것 같기 때문에 CPU 쿨러 설치할 때도 부담없이 쓸 수 있었습니다.
유니크한 장점이 또 하나 있죠. 좌우 회전 토글 스위치가 이 쌈마이 드라이버에는 없습니다. 똑같이 생긴 좌우 버튼이 두 개 달려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좀 다르긴 하지만, 촉감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이게 성격 급한 사람에게 좋습니다. 좌우 회전 토글 스위치를 어느쪽으로 밀어야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지 기억하십니까. 좀처럼 안 외워지죠. 딸깍 밀고 한번 위잉 돌려 확인한 후 쓰게 되지 않습니까. 요놈은 원하는 쪽 버튼만 눌러 버리면 됩니다. 말씀드렸듯 좌우 버튼이 똑같기 때문에, 한쪽에 칼로 흠집을 내놨습니다. 싸기 때문에 맘 편히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까, 이 제품은 싸구려고 허접해서, 언제 어느때 고장나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기 때문에, 기능의 120%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조이는 것보다 더 심하게 조일 힘이 없기 때문에 사고칠 일도 없습니다. 어느날 한번은 고무 망치 가지러 가기 귀찮아 스피드랙 조립할 때 망치처럼 쓴 일도 있습니다. 내구성이 형편없다고 했었죠. 산산이 분해되어 버리더군요. 이리저리 그러모아 다시 조립해주니까 또 잘 돌아 갑니다. 싸구려의 미학입니다.
사소하고 의미없어서, 심지어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는 일을 할 때가 있잖습니까. 실패해도 되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운이 좋으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완성이 되어, 더 이상 사소하다고 말할 수 없는 조선 막사발같은 마스터피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먼지 쌓인 브러시리스 공구보다 당장 박살나도 아쉽지 않은 다이소 제품이 나을 때도 있는 것입니다.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은 '그래서 내가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8v와는 용도가 달라서 두개다 가지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그래서 기업에는 여러사람이 있는듯 합니다 ㅎㅎ
근데 없어도 그냥 조금 불편한것도 공구랑 비슷하네요.
제가 보쉬 18V 전동 해머드릴을 가지고있는데요.. 임팩을 하나 추가 하려 합니다..
맘같아서 다 디월트로 맞추고 싶은데..가격이 후덜덜 해서요..
보쉬 18V충전툴이 있기에 임팩베어툴에 배터리만 추가 구매하려는데..배터리 가격도 그리 만만 찮네요..ㅠ..
취목인데 굳이 18V를 사야하나 싶기도하고요... 낮은 전압용을 사자니 충전기도 또하나 더생겨서 별로고.
어물쩡하다가..스탠리 슬라이딩 각절기부터 사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조선 막사발..ㅋㅋ 정겹네요..
주말부부라 혼자 있는 곳에서는 뭔가 하나씩 부족하거든요
주로 컴터 뜯을 때 씁니다.
18V 짜리 사업도 하나 있고, 6V짜리 사업거리도 하나 있습니다.
18V짜리는 코로나 때문에 장비 수입을 하지 못해 계속 펜딩되는 상황이고..
6V 짜리를 그 사이에 진행하면 될 일인데,
하면 분명 잘 될거라는걸 알면서 지지부진 미적거리는 제 자신을 발견했네요.
오늘부터라도 서둘러 6V짜리 진행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http://archive.fo/J6sVb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5208897CLIEN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5208862CLIEN
다른것이 아니고, 너무 고급 공구? 사용하지 마세요.
편리함이 있으면 위험성은 증대하죠.
소 잡는데는 그만한 칼이 있고, 닭 잡는 칼과 다르죠.
아날로그 방법도 있습니다.
아 물론 18v 임팩 하나정도 추가로 있으면 힘쓸때 좋아요(년에 한번 쓰려나..)
적절한 글이네요.
개인적으로 불매하고 있는 기업중에 하나군요.
100을 가진 가수가 50으로 노래를 할때는 감동이 없는데,
50을 가진 가수가 자신의 모든것을 쥐어짜서 부를때의 감동... ㅋ
비오니까, 아버지... 같은 곡들... ㅋ
다만 비트가 저질이라 금방 갈려나가는게 단점이네요. 이거야 다른 비트를 사면되니^^
텐가인줄..
https://www.coupang.com/vp/products/60497109?itemId=207627487&vendorItemId=3491372880&src=1032001&spec=10305201&addtag=400&ctag=60497109&lptag=I207627487&itime=20200807122608&pageType=PRODUCT&pageValue=60497109&wPcid=11522044347339098366140&wRef=cr2.shopping.naver.com&wTime=20200807122608&redirect=landing&isAddedCart=coupang
이 제품을 정말 추천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강렬해서 댓글을 계속 고치게 되네요.
좀 특이한 드라이버니, 이 리뷰도 한번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천천히 돌리고 싶은데, 처음부터 최대 토크로 조여 버리니..
물론 최대토크가 약하긴 하지만.. 다루기 은근 어렵더라구요.
18v 토크 조절 방식의 전동드릴리 전 제일 좋네요 ^^
국산 하이브로 전동 드라이버씁니다. 2만원초반대로 구매할수있고 업무특성상 전동드라이버가 필수인데 1년넘게 고장없이 정말 잘쓰고 있습니다. 외형도 일반 드라이버랑 똑같이 생겼고 배터리 없을때 수동으로도 쓸수있어서 좋습니다.
아... 메인은 디월트XR시리즈 두개씁니다. ㅎㅎ
단점!!! 보는 사람마다 뺏어가려고 합니다. ㅜㅜ 와이프도 달라고 합니다. ㅎㅎ
저도 다이소는 아닌데 만원짜리 싸굴탱이 쓰고있습니다. 무려 LED 라이트기능도 있는...
아 뭔가 불안한데 안심이 되는거 같아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