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올해로 독서 모임을 운영한 지 10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011년 8월부터 모임을 시작했으니 내년이면 진짜 10년이 됩니다.
여러분은 책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서점에 가서 새 책을 사러 가는 것도 좋아하고 도서관에서 낡은 책장을 넘기는 것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은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xxx 대학생이 읽어야 할 필수 서적 100선, 스테디셀러 100선, xxx출판사 고전 150선. 이런 곳에서 소개되는 책들 중 제가 본 책은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물론 몇 권은 읽었지만 아직 제목만 알고 안 읽은 책도 많습니다.
그냥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읽고 싶은 책만 읽는 편입니다. 고전은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읽는 정도죠.
하지만 독서량만 따지면 적은 편입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공부를 할 때 빼고는 책을 읽기가 싫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맨날 한 것도 아니었지만요.
그러다 2011년 여름,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친구와 함께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강제로 책을 읽게 만드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와 만들었다고 했지만 결국 제가 다 했죠. 모임을 할 사람들을 뽑고 연락하고 모임 할 장소도 예약하고...
모임을 몇 명 뽑을지를 고민하다가 그냥 연락이 오는 사람들을 다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12명 정도가 첫날 모임에 모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첫날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임의 운영 방안이랑 자기소개를 하는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이런 종류의 모임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제가 모아놓고도
'왜 사람들이 쌩판 모르는 사람 연락을 받고 여기 모여있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별 것은 없었습니다. 모임의 목적 그대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모임의 목적이 같음을 확인했으니 이제 모임의 운영 방안을 정할 차례였습니다. 모임의 규칙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1) 책은 사람들끼리 돌아가면서 선정한다
2) 발제자는 자신이 선택한 책에 대한 질문을 준비한다.
3) 정치, 종교적인 책은 가급적 선정하지 않는다.
이 정도의 규칙이 기본 규칙이었습니다. 정치, 종교책을 금지한 이유는 쓸데없는 논쟁을 피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이 3가지 규칙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적인 책은 결국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책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저희 모임에서 한 첫 번째 책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였습니다. 첫 발제였기 때문에 제가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적인 책을 금지해놓고는 사회적인 책부터 시작해버렸었네요. 정말 사회적인 이야기만 했지만요.
사실 이 책을 선정하면서 저희 모임의 정체성이 정해졌습니다.
"우리는 그냥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이런 것이었죠.
사실 독서 모임을 하면 책을 선정하는 작업이 상당히 고된 일입니다.
책이 너무 가볍지는 않아야 하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거나 어려우면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질문거리가 없는 책을 선정하게 되면 모임을 하게 돼도 그냥 수다만 떨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독서 모임에서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을 선정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독서 모임에서 고전을 읽는다거나, 조금 어려운 책을 같이 읽으면서 토론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합니다. 단순히 책을 읽기 위해 모인다는 개념보다 더 명확하게 모임을 하는 이유가 나오는 것이죠.
저 역시 그냥 '고전 읽기 모임'을 할까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그냥 지금처럼 자유롭게 소설이든, 과학이든, 철학이든, 무엇이든 발제자가 원하는 책을 선정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끔 모임에 한두 번 나오셨다가 그만 나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떤 분은 자기가 원하는 수준의 모임이 아니라며 나오지 않는 분도 계시죠. 이해합니다. 그분들이 원하는 수준이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그래도 이 모임을 가급적 자유롭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책만 책인가요?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면 되는 거죠. 발제를 맡으신 분들이 매번 바뀌고 그들의 관심사도 다르기 때문에 때로는 나였으면 절대 안 읽었을 분야의 책을 읽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럴 때는 학교 교양 수업을 듣고 토론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것이 답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을 수 있는 모임으로 유지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읽고 싶은 책 이 기회에 그냥 읽으면 되는 거죠 뭐.
모임을 매번 이어간다는 것
모임을 10년 동안 이어간다는 이야기를 하면 다들 물으시는 게 있습니다.
"어떻게 모임을 유지하는 거야?"
사실 별로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임의 운영자인 제가 꾸준하게 하면 그냥 되는 것입니다.
가끔 저도 정말 귀찮아질 때가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진짜 피치 못 할 사정이 아니라면 가급적 모임에 나오고 사람들이 나가면 새로운 사람들을 뽑아 모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항상 이 모임을 꾸준히 나와주시는 분들도 있어 가능했습니다.
처음 모임을 만들었을 때는 1주일에 한 번, 그것도 수요일 저녁에 진행했습니다.
왜 꼭 이 날이었는지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제가 남는 시간이 이때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다들 바쁘다 보니 수요일 저녁 시간대에 만나는 것이 힘들 때가 많았고 또 1주일에 한 권 씩 읽는 것은 더욱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제가 그냥 꾸준하게 하면 결국엔 모임은 어떻게든 유지됩니다. 물론 사람들은 계속해서 바뀌었죠. 감사하게도 계속 나와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케줄이 바쁘다 보니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게 평일 오후 모임이었습니다. 결국 모임 구성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2주일에 한 번, 토요일 오전으로 모임 시간을 바꿨습니다. 다행히도 이탈하는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좋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토요일 오전으로 바꾸니 모임 자체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었습니다. 주말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단점(?)을 빼고는 일단 출석한다고 말한 사람들의 출석률이 더 좋아졌습니다.
평일 시간대에는 온다고 해놓고 못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주말이 되니 책 모임 외에도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모임을 이어갈 때 가장 힘든 것은 따로 있죠. 바로 사람입니다.
떠난 사람들, 함께 있는 사람들
약 10년 간 모임을 이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임을 나오셨고 모임을 떠나셨습니다.
멤버는 정기적으로 모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모임 전체 인원은 15명 정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15명이 너무 많은 것 아니야?'라고 하실 수 있지만 실제로 15명이 모두 모이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이 정도는 멤버로 확보하고 있어야 모임이 정상적으로 유지가 되더라고요.
이 15명이라는 숫자가 이제 무너지게 되면 신규 멤버 모집을 고민하게 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서 멤버를 모집합니다.
그동안 모임으로 만난 사람들만 70~80명은 되는 거 같습니다. 전공도 다들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분들이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하게도 오랫동안 모임에 꾸준히 나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 분은 2011년 8월, 그러니까 모임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2011년 겨울부터 계속해서 나오시는 분도 계시고요. 2012년, 2013년... 그 이후부터 모임의 일원으로 참석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정말로 감사한 분들이죠.
하지만 떠난 분들은 훨씬 많습니다. 처음 모임을 만들었던 친구도 떠났고 들어왔다가 나갔다가를 반복하는 분도 있습니다. 모임에 계속 나오고 싶어 했는데 지방 근무, 유학 등으로 자연스럽게 모임에서 빠진 분도 있습니다. 몇 번 나오다가 모임이 안 맞아서 그만두신 분도 물론 있습니다.
말없이 안 나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제가 새로운 멤버를 모집하면 첫날이 되면 당부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못 나오실 일이 있으면 꼭 말해주세요"
이렇게 말을 해도 나온다고 했다가 이유 없이 안 나오는 사람들도 정말 많습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중고 거래는 해보신 분이 계신가요? 중고로 물건을 팔다 보면 꼭 자기가 사겠다며 몇 시에 어디서 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고로 팔 물건을 가지고 약속 장소로 가면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읽씹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미안합니다. 마음이 바뀌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독서 모임을 해도 이런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강제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의 인연인데 이렇게 말없이 사라지시는 분들을 보면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요새는 이런 분들은 많이 줄었습니다. 대신 한 번 모임에 나오고 계속해서 안 나오다가 어느 날 참석하고 또 몇 달 안 나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제가 모임에 나올 수 있냐고 카톡을 보내는데 그러면 또 나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말 뿐이죠. 다시 잠깐 나오다가 다시 안 나옵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모임을 나간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이 모임이 강제로 하는 모임도 아니고 참석자 분들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이런 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모임은 정말 책만 읽고 헤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가끔 밥을 먹는 정도였죠. 그러다 사람들끼리 안 친해서 그런가 싶어서 연말 회식, 봄/가을 소풍 등의 이벤트를 서서히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끼리 더 친해지기는 했습니다. 그런 역할을 담당해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러니 모임에서 이탈하는 비율은 크게 줄어들기는 했습니다. 지금 모임에 나오시는 분들은 그래서 꽤 오랫동안 나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문제가 있죠. 신규 멤버분들이 그래서 그런지 잘 적응을 못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리 좋은 신호는 아닙니다. 기존의 멤버들이 너무 친해져서 이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모집한 분들이 바쁘셔서 그런 것인지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요새는 1년에 1~2번만 모집을 하고 있으니 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신규 멤버들을 또 뽑아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이 분들이 즐겁게 모임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깊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할지, 아니면 지금 방식이 맞는 것인지.. 모임 10년 차지만 아직도 이런 부분은 미숙한 게 많습니다.
세상에 많은 독서 모임들
최근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모임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돈을 내고서 모이는 사업들도 생겨났죠. 저도 10년 가까이했으니 제가 의지가 더 있었으면 모임을 더 크게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모임의 형태를 따라갈 볼까도 생각은 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그냥 지금처럼 작은 규모에서 편안하게 올 수 있는 모임 정도가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주말에 잠깐 들러서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말 모임 정도의 포지션인 거죠.
물론 모임이 10년이나 되다 보니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임의 형태와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고민이 많습니다.
그동안 읽은 책들
모임을 하면서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읽은 책을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실 메모를 잘하는 타입도 아닙니다. 모임이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질지 모르기도 했죠. 책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빌려서 보는 경우가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제목이나 표지를 보면 기억이 나지만 여태까지 읽은 책을 다 기억해봐 이러면 생각이 잘 안 납니다. 요샌 그래도 카톡에 기록되니 기억하기는 편하네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문학, 과학, 철학, 예술, 법률, 사회 등 책의 스펙트럼도 다양합니다. 그동안 읽은 책을 기억나는 것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에 노션을 써서 노션에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제대로 기록하기 시작한 게 2016년 이후니까 그전까지 하면 이것보다 더 많은 책이 있는데 빈약한 기억력 때문에 잘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위의 리스트보다 최소 20편 이상의 책이 더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참 다양한 종류의 책을 했습니다.
좋은 책도 있었고 제 기준에서는 별로인 책도 있었고. 반대로 제가 괜찮다고 한 책은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별로라는 책도 많았습니다. 어떤 때는 책이 아니라 영화를 보기도 했고요. 정말 멋대로 자기가 읽고 싶은 것을 읽고 보고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2c3fd364cf03450ca775739545a0d1cf?v=58d84070d0e34bd2b98d92814f924f07
다시 여름
이제 다시 여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무려 열 번째 여름이 되겠네요.
정말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때가 되면 지금의 방식과는 또 달라지겠죠.
아무튼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지속되는 모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언젠가 20년 동안 독서 모임한 후기를 올려보고 싶네요 ㅎㅎ
그때가 되면 무슨 모습일지 정말 궁금하네요.
저도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직장생활하면서 시간도 없어지고 몸도 피곤해지니까 책이 잘 잡히지가 않는거 같습니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추천을 해주는 책들이 있으면 욕심때문에 구매는 합니다. 하는데.. 몇 페이지 읽지는 못하고 계속 책장에 쌓이네요.
계속 쌓이기만 해서 언제부턴가는 전자책으로 구매를 시작했죠 ㅋㅋㅋ 그래도 읽지는 못하고 구매 목록만 쌓이네요.
독서 모임을 하면 강제성?이 생겨서 좀더 열심히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거 같습니다. ^^
책은 자주 읽는 사람이기에 독서모임에 대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사정상 새로운 모임으로 가입하려고 하니 이게 쉽지 않네요 (기존에는 지인들 위주였습니다)
혹시 독서모임 잘 구하는 팁이 좀 있을까요?
저도 독서 모임에 요즘 관심이 많은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특정 학년 대상의 연합모임이었고..
1년 동안 활동 후에 선배역할... 그리고 멘토역할 1년... 이런식으로 이루어진 모임이었는데
제가 멘토를 담당할 때 정말 힘들더군요
왜 난 그때 참석을 안했었을까... 왜 책을 꾸준히 안 읽었을까...ㅎㅎ
모임은 시나브로 사라졌고, 연락되는 사람도 없던 참에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더 좋은 얘기로 가득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 모임을 10년이나 운영 하시다니 대단하네요!
옆에서 보면 모임장님이 회원 모집하고 유지하는 것에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신규문의가 5명이 오면, 그 중 3명은 당일 말도 없이 불참인 경우가 참 많더군요.
모임 중에 싸우는 분들도 계시고...이런게 참 스트레스가 크더군요.
10년차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 가까스로 1년 버티고 떠났는데 그 이유를 비율정도로 꼽으면
1) 이직준비로 바빠짐(1주일에 책 한권 힘듬)
2) 모이면 정치얘기나 연애/결혼얘기로 꼭 끝남
크게 이렇게 두갠데 두번째는 꼭 책내용에 대한 토론으로 시작해서 이야기가 연애나 정치같은 삼천포로 빠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꼭 투머치토커가 오디오를 독차지하거나 연애결혼 힘들다, 난 언제하나, 정치가 문제죠 뭐 비슷비슷한 결론 매너리즘같은 결론에 다다릅니다. 나이대가 20-30중반까지라 이해하려해도 사회자나 중재가 필요한데 너무 오픈과 자유를 표방하는것도 안좋다고 갠적으로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유일한 유부였고, 그런 대화에 관심이 남들보다 현저히 적었고 역시나 모임내 번개도 많았는데 전 자주 참여하지 못하거나 않다보니 약간 소외되던 것도 있더군요. 그러다 이직준비를 약간 핑계삼아 나오게 되었습니다. 해당 지인은 아직도 모임을 유지하고 있고요.
총무 한번 해보니 힘들더구요
저도 별 생각없이 독서모임 나갔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20년 후기까지 화이팅 입니다 ^^
참여하시는 분들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말씀하신 것 하나하나 제 이야기 같습니다.
게다가 이쪽은 새회원 영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그나마 있는 기존 회원들 다독거려가며 진행하는데 쉽지 않네요..ㅎㅎ
앞으로도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지역이 어디인지 궁금하네요.
제가 워낙 호기심 발전소라..
제 롤 모델은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요리사입니다.
프랑수아1세의 특별 요리사이자, 포크를 개발한 분이죠. 채식 요리를 즐겨 하셨고요.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으며,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남겼습니다.
수백년 전에 헬리콥터의 원리도 구상 했었죠.
르네상스 3대 화가이기도 합니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그리고 독서모임을 오래 하며 느낀 것인데 이러한 형태의 독서모임이 유지되는 데에는 그 모임의 장/혹은 애정이 있는 모임원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다들 각자 직장과 가정이 있는데 매번 희생을 강요하는 느낌도 들고요. 누구나 시간이 남아도는 것이 아닌데 모임이 꾸준히 유지되려면 누군가의 주말이 희생되어야 하고, 꾸준히 책을 잘 읽어오고 준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요.
최근에 생기는 독서모임들을 보면 돈을 냄으로써 성실함을 담보하는 형태가 많아지더라고요.
지금까지 하던 독서모임과 그 틀이 달라 좀 어색하지만 십여년 힘들게 모임을 운영하는 운영진의 모습을 옆에서 보며 왜 이러한 틀이 생기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10년 뒤에도 같은 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분들과의 만남과 생각의 공유인 것 같습니다.
참석을 시작하신 분들과 기존 회원분들의 참여를 높이는 여러가지 방법을 해 보았는데, 회원모두가 책을 2권정도 추천하고, 추천된 책을 최대한 모두 함께 읽고, 추천한 분이 발제하는 식이 현재 진행중인 방법인데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몇번을 할 것인가? 이 부분도 저희는 여러가지 방법을 하다 현재는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에 진행하고 있어요. 5주가 있는 주는 쉬지만 대신 여유시간이 길어 좀 두껍거나 어려운 책을 배정하면 좋더라구요. 예를 들자면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책이요.
게다가 독서 모임이면 더 힘들듯 합니다.
독서 모임은 아니지만 문학 관련 카페 몇 군데에 드나들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임의 수명이 다 하더라고요.
올려주신 책 리스트를 보니 굉장합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나는 지난 10년동안 뭘 읽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고,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도 생깁니다. 먹고사니즘 이라는 핑계로 등한시 했던 시간들이 참 아까워지는 순간입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2년 좀 안되게 비상업영화(라고 썼지만 흥행안된 좋은영화;;) 위주의 감상모임을 진행한 적 있습니다.
무엇이 됐든 열린 마음의 꾸준한 멤버가 일정수준으로 유지되어야 잘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독서라이프 즐기시기 바랍니다.
너무 많은걸 짊어지려 하지 마시고 열린 토론 그리고 짐을 조금씩 나눠 주시는게 어떨까 합니다
어차피 모임은 혼자 중심을 잡아야 하기도 하지만 좀더 발전시켜 나가려면 의견 교환은 필수라고 보여지네요
오래 한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게 쉽지 않지요 취미 생활은 취미 생활 이상으로 넘어서도 곤란하다고 보네요
여하튼 대단하십니다 ^ ^
참여자가 너무 얘기를 안해도 문제고, 너무 의견이 강해도 문제일 것 같은데.. 애착을 갖고 잘 꾸려나가시는 것 같네요.
10여년 가량 현대물리 수학 관련 스터디 모임을 해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줌으로...
함께 모여 나눈다는 건 비슷한데, 확실히 좀 다른 면이 있긴 하네요.
다루는 내용이 정답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일반인이 따라가기엔 정설을 이해하는 것도 벅차서...), 상호 토론 비중보다는 질문과 지식 전달 비중이 높구요.
: 어떻게 보면 고참이나 선출이 가르쳐 줄수밖에 없는 스포츠 동아리와 비슷할 수도 있겠네요.
'친목질'로 망한 모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거의 친목 관련은 없다시피 합니다. 저와 회원분들 성향도 그렇고, 일부러도 좀 자제하고 있고요.
이 경우 회원들 이탈이 많지 않느냐 하는데, '과학적'으로 비교해보질 않아서 어떤지 말 못하겠네요. ㅎㅎ.
: 주제 특성상 처음에 덥볐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제가 사이코패스인지 모르겠지만, 회원이 들고 나는데 도통 관시미가 없습니다. 내 공부하기도 바쁜데... 저 분은 아직 계기가 안돼나 보다 하고 아무런 감흥이 없...
: 스터디룸 빌려서 할때는 무단 결석 때문에 스트레스가 좀 있었는데, 지금은 공간 확보되어 이런 걱정도 없네요.
그간 공부는,
: 중고딩 수학~일반상대론으로 우주론까지 가보기.
: 양자역학... 이건 좀 부실...
: 선형대수, 정수론, 미분기하학... 학학...
: 요즘 다시 일반상대론, 대수학
10년 넘게 지속된 비결은,
1. 주최자의 뿌리 깊은 욕망.
2. 그리고 한 명의 도반.(한 명만 있으면 되더라구요. 나머지 인원이 이래 저래 요동쳐도 모임이 흔들리지 않고 가는 이유는 나와 참 비슷한 뿌리 깊은 욕망을 가진 동반자가 있다는 것.)
추가로 신기했던 일.
: 일반인들끼리(관련 전공자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던 제대로는 모르는 분들) 고민해 가며 때로는 엉망으로 공부해 갈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든걸 잘 아는 선수들 심하게는 교수님도 '어린 백성을 어여삐 여기사' 자발적으로 도와주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 아직도 신기합니다. 현재 대수학도 수학과 교수님께서 재능기부해주시고 계십니다.
혹시라도 수학이나 물리학에 관련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이 있다면, 그걸 주제로 콜라보 모임도 재밌을것 같네요. 수학을 위주로 바라본 견해와 인문학적(철학적) 관점으로 본 견해의 교류.
읽어보니 공감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때로 귀찮고 힘들고 다음 컨텐츠 구상하다가 현타도 오고 ㅎㅎㅎ
하지만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만으로도 흡족합니다.
모임 장소와 회비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저도 지방 소도시에서 5년째 모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주에 한번 수요일 저녁에 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상황이 참 비슷하네요
이번 코로나를 거치면서 운영이 되는둥 마는둥 하며 여러모로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은근 힘 얻고 갑니다
참고로 저희는 10명선에서 유지되고 있는데 참석률 30%라고 생각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