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째 플레이중입니다.
1. 기어VR / 삼성VR
노트4와 갤럭시S8+ 사은품으로 받았던 기기였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기기 자체 사양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기에, 출시 되는 게임들이 모두 조악한 수준이었습니다. 기껏해야 폴리곤이 그대로 보이는 2000년대 초반 그래픽을 가진 게임들만 나온 상태였죠. 거기다 누워서 영화 한편을 보자 휴대폰이 과열되어 터질것만 같았어요. 우동머쉰으로나마 써볼까 했는데, 자괴감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냥 현자가 아니고, 우주의 대현자가 된 기분입니다. 이사오면서 둘다 쓰레기 봉투에다 같이 싸서 버렸습니다.
2. 오큘러스 CV1
본격적인 VR게임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때 비행기 덕후였습니다.
DCS나 IL-2같은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을 위해서 구매를 했었죠.
사기 전에는 칵핏 내부에 있는 버튼들을 이리 저리 둘러 보며 눌러 보는 그림, 독파이팅에 들어가 360도로 머리를 돌려 가며 적기를 추적 하는 그림, 계기에 가려 활주로가 보이지 않을 때 옆 창문을 곁눈질 하며 눈대중으로 착륙 하는 그림들을 상상했습니다. 다 허상이었어요.
칵핏 내부의 버튼을 누르고 싶지만, 조이스틱을 잡은 손을 놓고 마우스로 다시 클릭을 해주는 과정이 영 자연스럽지 못했을 뿐더러, 낮은 해상도 때문에 계기에 있는 숫자를 보거나 적기를 쫓으려면 눈을 부릅떠야 했죠. 오로지 땅 가까이 접근 했을 때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것, 그것만이 의미가 있었습니다만 곧 질려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접했던건 Elite Dangerous라는 우주선 게임이었습니다. 이착륙시에 주변에 레이저가 슝슝 스쳐 지나가는게 정말 끝내주는 느낌이었습니다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이내 일반 모니터로 플레이 하는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아.. VR로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것은 대상이 가까이 있어야 실감 나고 재미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땅에 붙어 있는 게임은 재미 있겠네?
Dirt4를 구매 했습니다.
토하는데 까지 5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그래. 랠리 레이싱은 고저차가 심하고 덜컹거리니까 멀미가 심할 수 밖에 없어. Project CARS를 해보자.
왠걸. 이놈은 레이싱휠이 없이는 도저히 플레이가 불가능한 녀석이었습니다.
(저는 xbox 컨트롤러가 익숙하지 못합니다.)
1년이 넘는 봉인에 들어갔습니다.
3. 하프라이프
하프라이프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적은 있습니다. 그게 어느 시리즈였는지도 모르겠는데, 3D 울렁증 때문에 도저히 진행할 수가 없어서 중간에 그만둬야 했어요. 미묘하게 흔들거리는? 흔들거리지 않는? 화면이 멀미를 엄청나게 유발하더군요. 그 때의 경험 때문에 한동안 1인칭 FPS 게임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4. 그리고 하프라이프 : 알릭스
어마어마한게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메타크리틱 96점이니, 이게 진짜 VR이니 하는 후기들이 올라옵니다. 서양권 커뮤니티는 열광의 도가니입니다.
결론부터 말합니다. 이거 하나 해보려고 VR기기를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
네 있습니다.
정말 여태까지 나왔던 모든 VR게임을 똥통에 던져 버릴만한 퀄리티 입니다.
5. VR게임은...
VR 자체가 시장이 워낙 작다 보니 메이저 개발사가 각잡고 만드는 게임보다는 역시 인디인디한 게임이 많습니다.
퀄리티는 조악하고, 피드백도 잘 안됩니다. "체험" 그 이상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죠. 동네에 군데 군데 보이는 VR방들에 뭐라고 적혀 있던가요. "VR체험방"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VR게임방"이 아니구요. 와, 나 이런거 한번 해봤어. 정도의 느낌입니다. 실제로 플레이 해보면 여전히 2000년대 초반의 그래픽인 경우가 많고 그냥 허공에서 내 손이 움직여 준다.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기 힘듭니다.
그나마 접대용으로 "체험"시켜줄만한 게임이 비트세이버라고 있습니다만,
애초에 리듬게임은 코어 게이머들이 각잡고 할만한 게임은 아니죠.
그리고 AAA개발사에서 오리지날을 VR로 포팅해준 게임들이 있습니다.
스카이림VR, 폴아웃VR 같은 녀석들말입니다.
네, 실감납니다.하지만 처음부터 VR 플레이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가 되어 있기에, 게임 진행이 버겁습니다.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고 게임 환경 자체가 문제에요. 어마어마한 거리를 뛰어 다니며 경치와 분위기를 느끼던 게임이었는데, 순간이동식의 조작 / 게임패드식의 조작 뭐가 됐든간에 이동하면서 현실과 괴리가 갑자기 느껴집니다. 나는 서있는데 왜 얘는 움직이고 있지? 라는 본능적인 의문이 들죠. 이 지점에서 다시 멀미가 찾아 옵니다.
6. 다시 하프라이프 : 알릭스
드디어 메이저 개발사가 각잡고 AAA급 VR게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애초에 게임 설계부터 VR만을 고려한 진짜 AAA급 VR게임이요.
상호작용
이미 유튜브 등에서 플레이 영상을 보신 분들이 많겠지만, 주변의 거의 모든 사물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그 상호작용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나무 판자를 잡고 내게 다가오는 좀비를 저지 한다든지, 박스를 밀어 총탄이 빗발치는 곳에서 엄폐물로 사용한다든지, 굴러 다니는 공사장 하이바를 줏어 머리에 얹고 방탄헬멧 처럼 쓴다든지 하는 그런 것들이요. 게임을 시작하고 30분이 넘게 주변 사물을 가지고 노느라 진행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도 만져지나? 저것도 만져지나? 하는 식입니다.
그래픽
저는 라이젠1600에 지포스1070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까스로 권장사양에 턱걸이 하는 정도입니다만, 깍두기나 위화감을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자세히 보면 낮은 해상도로 인해 뭉개지는 부분이 보이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아요.
게임 진행과 조작성
처음부터 VR게임으로 디자인 되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슈팅 게임과 같은 선형을 취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의 자유를 부여합니다. 이게 무슨말인고 하니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위와 같은 선형의 진행을 따르지만, 게임의 진행은 이동중이 아니고 "플레이어블 노드"(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내부에서만 벌어지는 사건에 의해서 진행되며, 노드 내부에서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이게 VR게임에서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집니다.
VR게임에서 몰입감 저하나 멀미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이동"입니다. 나는 가만히 서 있지만, 게임 내의 내 아바타는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알릭스에서는 레벨 디자인 자체가 끊임없이 사건이 진행 되는 선형이 아니고, "이동"-"플레이어블 노드"를 분리해서 몰입감을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이동 구간에서는 순간이동 방식이든 조이스틱 방식이든 사용해서 이동을 하며, 다음 노드로 넘어가기 전에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상술 했듯, 이동구간은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구간이니까요. 다음 노드에 입장 하는 순간 분위기를 전환하는 음악을 때려 주며 적이 출현하거나, 퍼즐이 등장합니다. 물론 콜오브듀티와 같은 다른 선형 액션 게임도 이런 방식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이동 구간의 길이나 노드의 크기등이 VR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실제 노드에 진입한 후에도 물론 빠른 이동 방식의 이동을 사용하긴 하지만,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직여 실제의 이동과 실제의 엄폐를 하게 됩니다. 제가 방 안에 있다는 것을 잊고 완전히 게임 속에 빠져드는 거죠. 천장 환풍구에 숨어서 아래에 있는 적을 맞추기 위해 엎드려 쏴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와, 이건 정말 대단하다"라고 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적을 발견하면서 바로 쏘기 위해 저도 모르게 플래시와 권총을 저런 자세로 잡고 있게 됩니다. 마치 특전사라도 된 것 같이요.
적들이 쏟아지는 웨이브 구간에서 이곳 저곳 엄폐하러 뛰어 다니고 수류탄을 까 던지고 총을 쏴대다 보면, 온 몸에 땀이 흥건해집니다.
운동이 되네요....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던 이유 입니다.
7. 그래서 결론?
땀나서 쉬다가, "알릭스 개쩜. 꼭 사셈" 한 줄 쓰려고 했던 글인데 쓰다 보니 길어졌어요.
총 플레이타임이 13~14시간 내외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전 이거라도 아껴서 하려고 쉬어가면서 하는중입니다...
그래서 이거 때문에 VR을 사란 말이냐?
네. 이건 한번 해봐야 합니다. 어차피 코로나 땜에 밖에 나갈 수도 없잖아요.
돈 쓸 핑계도 없겠다. 눈 딱 감고 지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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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추가
기기 얘기를 좀 더 한다는게 땀이 다 식어서 잊어먹었네요.
사실 술먹고 미쳐가지고 인덱스를 사려고 했는데 배대지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바람에 제정신을 차렸습니다.
오큘러스 cv1으로도 충분히 플레이가 재미있습니다. 중고장터에서 25-30만원 내외로 거래되는 바로 그놈이요.
cv1에 추가 센서1개 정도 설치 하시면 트래킹에도 전혀 문제가 없어집니다. 센서 두개로는 조금 부족합니다. 뒤로 돌아서서 바닥에 있는 물체와 상호작용 하면 트랙을 놓쳐버리는 현상이 벌어져요. 해외 포럼 뒤져보니 센서를 제조사 권장처럼 양쪽이 아닌 앞뒤로 배치하면 훨씬 낫다던데, 공간 인식 시키는게 쉽지가 않아서 전 그냥 센서 하나 더 사서 뒤에다 배치하는 걸로 해결봤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s가 미개봉 새제품 기준으로 60만원 정도로 거래 됩니다. 이놈을 사용하면 어깨 뒷부분과 목 아랫 부분으로 손을 가져가면 트래킹을 놓친다고 합니다만, 플레이엔 지장 없을 것 같습니다.
htc시리즈나 파이맥스는 경험해 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밸브 인덱스 컨트롤러 구해서 인식 시키는게 가능한지 찾아봤습니다만, 오큘러스 시리즈와는 호환이 안되고 htc 베이스 스테이션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오큘러스 헤드셋+오큘러스 센서+htc베이스 스테이션+밸브컨트롤러가 필요한거죠. usb 포트가 모자라겠네요.
htc vibe 사용자분들은 인덱스 컨트롤러 구입해서 설정만 해주면 바로 사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구매욕구 하나 추가됐습니다
그 다음으로 관심있었던 Oculus Quest를 사려고 했더니 품절이고..
windows MR이라도 사야하나 그냥 나중에 할까 고민되네요.
듣기로는 valve index에서만 손가락이나 쥐는 세기 컨트롤이 된다는데 하시면서 CV1에서는 이게 안되서 아쉽다 이런건 없었나요?
예를들자면 캔을 쥐고 찌그러뜨린다든가, 피아노를 친다든가, 손가락욕을 한다든가 하는 그런것들이 가능해지는 거에요 ㅋㅋ cv1 컨트롤러도 엄지 검지 나머지 요렇게 세 부분으로 인식을 해줘서 게임 진행엔 크게 지장이 없어요.
소중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퀘스트랑 링크 둘 다 있으니 집에 가면 테스트 해봐야겠네요
대신 길을 못 찾고 헤메는 경우에 조이스틱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길어지면 약간 울렁울렁합니다.
일반적인 스틱이나 터치패드로 fps처럼 이동하는게 되긴 하는데 이 방식이 익숙하지 않으면 진짜 순식간에 vr멀미 오기 때문에 디폴트 설정이 아닐겁니다
아니면 주변에 공간이 쫌 확보가 돼야하나요.
가구 좀 치워버리고 지금은 2.5 x 2.5m 정도 확보했고 만족스럽습니다. 좀 더 넓었으면 좋겠지만, 유선이라는 한계 때문에 이 이상은 불가능해요.
물건 던지는것도 익숙함 나름이라 괜찮습니다. 전 VR챗 포함 VR을 1200시간 이상 -_-;; 만지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물건 집고 던지고 하는거 전혀 위화감 없더군요
오큘러스는 엄지/검지/나머지 손가락을 각각 비접촉-접촉-약한누름-누름 단계로 구분해놔서 얼추 손에 쥐는 느낌이 들긴 하거든요.
검지로 누르는건 맛은 좀 떨어지지만 손모양 고르는게 가능해서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