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어 봅니다. 생각보다 재밌는데 어렵습니다. 비전문적인 이야기입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
1. 서론 및 오페라 소개
저는 현재 파리에서 유학 중입니다. 전공은 성악이고, 아내와 함께 파리 근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프랑스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 치고는 꽤 젊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지만 프랑스에 유학 오시는 유학생 분들은 보통 독일이나 이태리 등 타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에 추가로 디플롬을 더 취득하길 원하시는 분들이 귀국 전에 잠시 들르는 분들이 많았기에 평균 연령 자체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독일 입시의 벽이 높아지고, 이태리의 경제가 무너지는 등, 프랑스로의 유학도 많은 성악과 학생 분들께서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오페라를 좋아합니다. 대학 시절 노래를 너무 못해서 그만두려고 할 때 우연치 않게 학교에서 작은 배역을 맡게 되었는데 그것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너무 즐거웠고, 노래를 계속해서 오페라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오페라란 제가 현재까지도 성악을 계속 공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다음 이유는 할 줄 아는게 노래 밖에 없어서…
저는 프랑스에서 유학한지 이제 3년 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꽤 많은 오페라를 보았습니다. 다른 유학생 분들은 저희 부부처럼 오페라를 많이 관람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간 관람한 오페라는 돈 카를로(Don Carlos),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위그노(Les Huguenots), 돈 죠반니(Don Giovanni)와 카르멘(Carmen)입니다.
오페라를 관람한 극장은 파리에 있는 '바스티유(Bastille)' 극장과 가르니에(Palais Garnier) 극장입니다. 돈 죠반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스티유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바스티유 극장은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이라고 불리웁니다. 프랑스는 꽤 많은 예산을 오페라 극장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게다가 늘 적자입니다. 그것도 꽤 많은 적자이죠. 독일의 극장들과는 다르게, 극장에 솔리스트를 상주시키지 않고, 늘 새로운 솔리스트들을 캐스팅합니다. 최고의 연주자들, 최고의 신인 연주자들을 거액을 들여 출연시키기 때문에 일단 캐스팅 비용에 많이 할당하고 있으며, 뛰어난 연출가와 무대 감독을 통해 도전적이고 과감한 연출을 많이 보여줍니다. 물론 잘 팔리는 연출을 돌려가며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덕분에 무대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고, 합창단과 스탭들의 연봉도 높은 편입니다.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부가 계속 오페라에 투자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좋은 공연을 봐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인식 자체가 한국과는 많이 틀리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쓰는 글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유학생으로써 극장의 시스템을 완전히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 유의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 바스티유 오페라의 특징
위에서 이미 서술했지만 바스티유 오페라는 매 시즌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붇는 오페라 극장입니다. 이미 검증이 완료된 유명한 성악가들을 캐스팅해서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그 커다란 무대를 활용해서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해줍니다. 또한 실력이 좋다면 인종에 상관없이 캐스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 시대의 PC적인 문제 때문은 아니고, 흑인이나 동양인이라고 할지라도 노래를 잘하면 주역으로 노래합니다. 다만 그 수가 조금 적긴 하죠.
연출에 대해서는 말이 많고 따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 대부분 좋습니다. 저희가 봤던 7개의 오페라 중에서 연출이 아쉬웠던 작품은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관람한 '돈 죠반니'가 유일합니다. 이것은 가르니에 극장이 옛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는 극장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스티유 오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극장 중 하나인 만큼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합니다. 객석도 많고, 무대도 커다랗습니다. 무대가 커다란 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바스티유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3. 바스티유 오페라의 좋은 점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현재 가장 잘 나가는 가수들을 캐스팅하는 것입니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요나스 카우프만, 엘레나 가랑차, 루도빅 떼지에 등등 이름만 들어도 성악 애호가들을 살살 녹일 수 있는 가수들을 캐스팅해서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극장입니다. 제가 처음 관람했던 '돈 카를로'는 요나스 카우프만, 엘레나 가랑차, 루도빅 떼지에, 소냐 욘체바, 일다르 아브드라자코프가 한 자리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게 영화로 따지면… 쉽게 말해서 어벤저스를 볼 때의 쾌감과 비슷할 수 있겠네요. 이 배우들을 한번에? 이런 느낌입니다.
또한 만 28세 이하의 회원들에게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티켓을 팔 때가 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장 비싼 티켓을 가장 싼 티켓의 가격으로 샀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학생 할인이 있고, 프랑스에도 물론 있습니다만, 학생을 제외하고도 만 28세 이하의 청년들에게 티켓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내가 아직 젊어서 함께 혜택을 많이 봤습니다
최고만을 캐스팅하는 것은 배우 뿐이 아니고, 연출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대가'라고 불리우는 성악가들은 연출가의 이름만 보고 작품을 선택하고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오페라는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연출을 보는 것은 그만큼 높은 만족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시즌 내내 지루할 틈이 없는 프로그램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굉장히 다양한 오페라를 접할 수 있습니다.
4. 바스티유 오페라의 나쁜 점
나쁜 점이라기 보다는 다소 아쉬운 점인데, 검증된 가수들이 큰 실망감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설명을 잘 할 자신이 없는데, 가수들의 무리한 스케줄이 목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스케줄은 소속사(에이전시)에서 관리를 해주는데 많은 성악가들이 무리한 스케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목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죠. 그러다 보면 젊고 아직 유명하지 않은 성악가들이 그들보다 더 나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1류'에 속하는 가수들은 비교적 갭이 작습니다.
또한 연출에서 과감하고 도전적이라고 위에서 언급한 것 같은데 간혹 엄복동 급의 연출도 존재합니다. 저는 직접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오페라 '라 보엠' 같은 경우에는 모든 관객들이 혹평을 늘어놓은 최악의 연출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주인공들은 우주에 있고, 알고 보니 주인공만 살았고, 그가 본 것은 다 유령이었고… 아 씨X 꿈? 이런 연출이었다고 하더군요. 세계 어디서나 이런 식의 연출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5. 한국 극장과의 공통점
구색을 맞추기 위해 공통점을 찾고자 적어보았습니다. 굉장히 고착되어 있는 한국 오페라, 한국 클래식과 진보적인 성향의 바스티유 오페라의 공통점은… 제 생각엔 거의 없는데… 없습니다. 예술의 전당 기준으로 학생 할인을 제공한다 정도가 아닐까요…?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다양한 오페라를 올리던데 이런 부분은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6. 한국 극장과의 차이점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최고의 가수들을 캐스팅하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관객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무대를 만듭니다. 한국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면 조금 지루합니다. 사실 한국 성악가 분들께서 노래를 너무 잘해서, 노래에 대한 만족도가 바닥이다? 이런 느낌이 전혀 아닙니다. 정말 노래를 잘 합니다. 게다가 제한된 상황에서 그 정도의 연출은 꽤나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 클래식 음악계 자체가 다소 보수적이고, 고여 있다 보니 생기는 문제들로 인해서 아쉬운 경우가 많습니다.
7. 마치며…
또 다시 두서가 없는 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글 솜씨도 없는데 쓰다 보니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라도 읽어야 하는 것일까요…?
언젠가는 한국의 오페라 시장도 발전하는 날이 올까요? 유럽의 문화이다 보니 한국에서 발전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클래식 음악인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고, 시민들의 문화 의식이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보수적인 성악가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하겠죠?
만약 파리나 여타 다른 유럽 국가를 여행하신다면 오페라나 뮤지컬을 한번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연극도 좋지만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자막도 영어로 띄워주고, 접근성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문화를 유럽에서 즐기면 정말 재밌어요. 다들 오페라 많이 사랑해주세요! 제 글을 읽어 주셨다면 감사드립니다. 혹시라도 제가 잘 모르는 부분에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Vollago
유럽에서 저 정도의 출연진이 대거 등장하는 오페라를 보려면 일반인은 어느 정도 비용이 들까요?
한국에선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지만, 가능하다 하더라도 입맛만 다실 것 같은데말입니다 ㅎㅎ
/Vollago
/Vollago
기회가 된다면 꼭 다녀 보고 싶네요 ㅎㅎ
/Vollago
성악전공자를 이곳에서 보게 되니 반가와서 인사 드립니다.
아무쪼록 좋은 공연들을 많이 관람하셔서 멋진 성악가가 되시기 바랍니다.
/Vollago
부럽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직접 공연하신 것도) 많이 올려주세요!!!
프랑스는 좀 많이 부럽네요.
정명훈님이 다시 바스티유를 지휘하셨으면 좋겠네요.
올 여름에 뮌헨, 베로나,파리로 오페라같은 공연에 장인어른께서 칠순 기념으로 다녀오셨는데, 일생의 소원을 이루셔서 너무 행복해 하셨습니다.
옛 로마 시대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신것도 꽤 좋았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못가니...
요나스 카우프만 cd나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