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애니 얘기다 보니 줄거리나 소재가 들어갑니다.
특히나 인상적인 단편들을 짧게라도 언급했기 때문에 감상예정인 분은 안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본 사람들끼리 잡담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쪽이 더 재밌을 것 같네요.
메모수준의 사용기라 말이 짧습니다. 미리 양해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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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tflix.com/title/80174608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압도적일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
OTT서비스들, 케이블유료채널이 적극 벤치마킹해야할 자세.
https://www.imdb.com/title/tt9561862/?ref_=ttexst_exst_tt
분절된 단편이 연작 형식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라 일단 전체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들, 떠오른 감상을 나열한 후에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들에 대해 얘기해볼 생각이다.
인간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이 시리즈를 보며 들었던 생각 중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하는 질문이다. <구원의 손_(헬핑 핸드란 영어제목이 더 적절해 보인다.)>과 <굿 헌팅>, <지마 블루>, <사각 지대>, <슈트로 무장하고>등을 보며서 계속 반복적으로 이 질문에 대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은 우주와 맞지 않다. 지구, 그것도 지표면이라는 매우 한정적인 조건에서만 생존할 수 있게 진화되었고, 우주로 진출해 다른 행성으로 향하려면 지금 신체조건으로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한다. 무중력상태의 불편함에서 호흡과 방사능, 절대영도, 에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인류의 우주개발이 본격화될 시점이면 과학의 힘으로 새로운 진화를 해야만 할 것이다. 생물학적 진화는 인간에겐 너무나 길고 지루한 시간이다. 게다가 그런 진화를 몇 세대를 거쳐야 우주, 혹은 다른 행성에 적합한 신체를 갖게 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고로 우주시대의 시작은 인간의 진화를 생물학적 방식이 아닌 과학적 방식으로 치환시킬 확률이 높다. 수 많은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며, 종교갈등 이상(사실 연관되어 있지만)의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인간의 뇌, 신체를 기계로 대체하는 일이 쉽게 납득할만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이 갈등을 봉합하고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이 정치나 학문, 종교 이상으로 중요하게 기능하게 될 거라고 본다.
적절한 소재의 기계신체에 디지털화된 두뇌를 가진 인간이야말로 우주를 탐험하고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데 지극히 이상적인 존재지 않은가!? 이러쿵 저러쿵 해봤자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그 장점들을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정체성.
최근 <드라마 월드>라는 웹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재밌게 봤다. 감상문을 남길 정도의 즐거움은 아니지만 일종의 이세계 로맨스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우리 말로 (많이) 진행되고, 내가 사는 서울이 배경이니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것이 10분 내외의 웹드라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넷플릭스가 제작 혹은 배급하는 이 짧은 영상물들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매우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점 블럭버스터같은 공룡이 될 수도 있었다. 스트리밍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을지언정, 그 이후에 HBO와 경쟁하는 컨텐츠만 내놓았다면 지루한 플랫폼(공룡)에 머물고 왕좌를 금세 다른 혁신적인 OTT서비스에 내주고 멸망(멸종)의 길로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영리하게도 자신의 본류(DVD우편 렌탈)를 과감히 버렸다. 그럴듯한 장편영화나 휘향찬란한 TV쇼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누가 볼까 싶은 짧은 단편들을 과감하게 유통시키고 있다. 물론 이 짧은 영상은 다양성(각국의 영화 및 애니메이션. 다큐)을 향한 넷플릭스의 전략 중 하나다.
넷플릭스는 자신의 고객들이 큼직한 거실 TV뿐만이 아니라 휴대폰, PC, 태블릿에서 콘텐츠를 소비한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종 전달방식이 달라지면 콘텐츠 역시 달라져야한다. 거실TV에서 나름대로 각잡고 보는 1-2시간짜리 콘텐츠 뿐만 아니라 버스를 기다리는 10분 동안 소비할 콘텐츠도 보유해야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그것에 대한 이해(문화적, 기술적)가 정확했고 그래서 화질이 흐릿해질지언정 끊기지 않으면서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러닝타임과 다양한 주제를 가진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얼핏 폼 나보이는 장편 컨텐츠, 안전한 주제(혹은 소재)에만 머물지 않은 점은 탁월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다양성 측면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놀랍게도 넷플릭스가 문화적 접근성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아마 이 부분에선 전자와 같은 의도는 없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넷플릭스 덕에 우리는 인도, 일본, 영국, 호주, 태국의 컨텐츠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쉽게 접근하게 되었다. 아마 넷플릭스가 지금처럼 로컬라이징에도 신경쓰며 각국으로 진출한다면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작은 감동을 느낀다. 우리가 동남아와 아프리카, 인도의 컨텐츠를 즐기게 된다면 그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넷플릭스의 컨텐츠는 전부 스토리다.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만큼 인류를 하나로 묶는 강렬한 행위는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세계평화에 넷플릭스가 아주 쥐똥만큼이나마 이바지하는 것이니 쥐똥만큼일지언정 칭찬해주고 싶다. 그래서 더더욱 영미 이외의 콘테츠 번역에 힘써줬으면 한다.
물론 암운도 있다. 당장은 느껴지지 않지만...
갈등의 폭이 좀 적어졌지만 어쨌거나 넷플릭스는 전통의 콘텐츠 생산, 유통업체들과 반목하고 있다. 이 반목이 소비자에겐 직접적인 영황을 주진 않겠으나 앞으로는 양상이 달라질 확률이 높다. 넷플릭스가 간과하는 점은 '극장'이라는 장소의 마법성이다. '극장구경'이라는 행위는 정말로 강력하고 원초적이다.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스토리텔링(방송국 실시간 방송 포함)을 즐기는 것과 집에서 혼자 TV나 스마트폰으로 특정 콘텐츠를 선택해 소비하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
넷플릭스는 자신의 태생 중 DVD렌탈은 과감히 버렸지만, 또 다른 정체성인 개인 혹은 가족단위에게 개별적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행위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후자방식에는 극장(혹은 방송)이 전제로 깔려있었다. 즉 과거 그들이 제공했던 컨텐츠는 극장상영이나 실시간 TV방송을 통해 다수의 대중이 한번 소비했던 것이고 그것에 대한 공감이 공유된 상태다. 대중이 한번 소비하거나 공유했다는 것 자체가 가치를 만들어낸다. IPTV의 후접한 영화라도 극장에서 걸렸던게 비싼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따라서 넷플릭스가 한단계 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극장이나 기존 방송국(즉 실시간 송출매채, 창구)과 척을 져서는 안된다. 좀 더 과감하게 협업하고 자신만의 극장을 구축하거나 방송국에 콘텐츠를 송출하는 걸 고민해야 할 것이다. 즉 실시간 방송도, 실시간 극장상영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야된단 얘기다.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
뻘소리하다보니 정작 본 시리즈 리뷰가 길어져버렸네;;;
<Sonnie's Edge>
<무적의 소니>는 설정이나 반전등이 예상되는 감이 있었지만, 그래픽의 수준이 워낙에 높고, 괴물들의 격투 연출이 훌륭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일대일 대결의 액션연출이 뛰어난 작품에 흥분하는데, 브라이언 싱어가 멀쩡했던 시절의 초창기 엑스맨과 루소 형제의 마블 시리즈들의 격투장면 다음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The Witness>
<목격자>는 사실 내용은 좀 식상했으나 미술(배경, 캐릭터, 선정성!!)이 훌륭해서 놀라웠다. 말 그대로 눈호강한 기분. 장편으로 확장할 만한 거리가 거의 없지만 반대로 얘기하자면 단편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Suits>
<슈트로 무장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였다. 사실 가장 예측이 쉽고 익숙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작품들이 국적(?)이 애매하고 글로벌하다면 이 에피소드는 지나칠 정도로 미국적이다. 인종부터 배경까지. 더구나 바탕에 깔린 가치와 삶의 모습은 거대하고 막막한 대륙에서 적대적인 것들(가축을 노리는 늑대, 인디언 등등)과 싸우며 땅을 지켜낸 미국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통해서 그 모습이 사실은 한쪽 입장일 뿐이라는 것까지 보여주는 것도 인상깊었고... 이 정도 자기 반성때문에 사람들이 패권국으로 중국보단 미국이 낫다고 말하는 걸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When the Yogurt Took Over>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하하하. 보면서 가장 유쾌하며 가장 진지한 질문을 던진 에피소드라고 느꼈다. 게다가 실현 가능성도 가장 높다...
'아니 왜 직접 운전해?? 위험하게... 자율주행을 했어야지.'라고 말할 시대가 머잖았다고 보고 거기서 조금 더 기다리면 AI에 판단을 아웃소싱하는 시대도 올 거라 믿는다. 지금도 ATM은 믿어도 사람은 안믿고, 계산기는 믿어도 내 암산은 안믿지 않은가.
< Beyond the Aquila Rift >
<독수리자리 너머>는 위에 언급했던 <슈트로 무장하고>와 정반대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고 인상적이라고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 아는 얘기(??)였다. 물론 다 아는 것과 별개로 인물심리묘사, 아름다운 그래픽, 세세한 메카닉설정은 감탄했다. <이벤트 호라이즌>을 떠올리게 하는 코즈믹 호러를 오랜만에 즐긴 게 좋았다. 게다가 아주 강렬하고.
<Good Hunting >
<굿 헌팅> 여러번 나에게 충격을 준 작품.
1. 그림이지만 확실하게 그려진 발기한 남자 성기.
2. 아니 역사물에서 스팀펑크로 간다고!?
3. 야수성, 인간성의 대비가 남성과 여성, 오가닉과 머시닉, 성과 폭력으로 연결되는 것의 놀라움.
4. 구미호 안티히어로라니... 내가 연출한 웹툰과 똑같은 소재라 충격...... 내 걸 본걸까?? ㅎ
<Shape-Shifters>
<늑대 인간>은 보완해야할 설정들이 좀 보였고, 이걸 아프간과 연결한 건 흥미로웠으나 아주 자연스럽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작품의 은유가 좋았고 캐릭터는 매력적이었다. 빈틈을 손보고 확장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재적으로는 <굿 헌팅>과 묘하게 연결된다. 구미호 안티히어로와 늑대 인간 용병이니 말이다. 인상적인 작품임은 분명하다.
<Helping Hand >
<구원의 손>은 한 마디로 <그래비티>의 업그레이드 단편 버전. 내가 여태 본 그 어떤 작품보다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리는 영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급의 강렬한 텍스트와 이미지의 연결을 보여준다. 더불어 인간의 기계적 진화를 확신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었음.
<Lucky 13 >
<행운의 13> 감동적이라서 울뻔한다. 진화심리학적인 인간의 의인화 현상? 본능?을 잘 보여주는 작품. 그런 본능에 대한 학문적 이해가 있다해도 우리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내 성욕이 호르몬의 작용인 걸 인지하는 것과 발기한 성기는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닌가? 앗... 감동적인 작품 앞에서 너무 더러운 얘기를... 하지만 이 정도 문장은 이 시리즈의 톤앤매너라면 충분히 용서받을 수 있을 거다. ㅎㅎㅎ
<Zima Blue >
<지마 블루>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예술과 존재론을 섞어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정말 보고 나면 본 만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지경이다. 엔니지어들이 가장 좋아할 작품 아닌가 싶다.
< Ice Age >
<아이스 에이지>를 보며 사람이 생명체를 알아보는 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현재 그래픽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동시에 느꼈다. 얼굴을 잘 아는 토퍼 그레이브스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실사인지 아닌지를 확인했었다;;; 작품의 아이디어는 훌륭하나 평작 정도다. 하지만 이 시리즈 중에서 평작이니 상당히 괜찮다는 얘기...
< The Secret War >
<숨겨진 전쟁> 설정이 굉장히 흥미롭고 그래픽의 수준이 어마어마한데 게임 트레일러 보는 느낌이 좀 들었다. 이 설정 그대로 시뮬레이션을 가미한 FPS로 만들면 흥행할 것 같다.
넷플릭스가 정성껏 준비한 이 디지털 연작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얼마나 많이 보느냐와는 조금 다른 문제다. 생각보다 많이 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여러 의미로 넷플릭스 자체제작 컨텐츠의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본다. 성인이라면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나하나의 단편이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하나의 맥락으로 이해하며 즐기면 흥미로운 감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sonnie's edge 내용이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물인걸로 생각했는데...
2화 넘어가니 갑자기 로봇 셋이 잡담하는 내용이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sonnie's edge 다음 내용 더 보고 싶었는데..
suits는 카툰 렌더링이 이 정도 수준인가...정말 놀랬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지만 소재는 흥미로웠고, 기술적인 측면이 무척 놀랍더군요.
잘읽었습니다 저랑 비슷하게 느끼신거 같아 끄덕 끄덕 하며 읽었네요
웹툰그리시나요? 궁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