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 돌로미티의 Passo Giau. 날씨와 타이밍이 절묘하게 잘 맞아서 좋은 사진이 찍혔습니다.

마님이 선배 언니들이랑 이태리로 놀러 가자고 의견 일치 봤다는데 운전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덜컥 납치 당했습니다.
처음엔 토스카나 언덕의 풍경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어디선가 "돌로미티"라는 곳이 그렇게 경치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또다시 돌로미티를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갈 때까지도 별 기대도 않던 돌로미티... 전반부에 다녔던 토스카나 풍경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곳이더군요.
유럽 렌트카 여행 책에 "유럽 운전은 왕 쉽고 재밌음. 단, 이탈리아는 예외임. 이탈리아는 별도 챕터 참고하셈."이라고까지 되어 있더군요. 과연 이탈리아의 운전은 명성처럼 험했지만, 결과적으론 우리나라보다 양반이었습니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 자료 수집
네이버 카페 "유빙"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 "처음 떠나는 유럽 자동차 여행"을 참고했습니다. 다른 책들은 본인 여행기 위주인 반면, 이 책은 렌트카와 운전에 관한 실행 정보로 구성되어 있어 취향에 딱이었습니다.
- 여행 기간
2018년 8월 중순 대략 일주일입니다. 한국이 40도 찍을 때 돌로미티 정상은 시원하더군요. (14도 정도?)
- 여행 인원
인원은 부부 1쌍, 개인 2명 총 4명이고, 세 식구인 셈이라 트렁크 짐이 좀 됐습니다.
- 차량 예약
처음엔 트렁크 실을 공간이 좀 되는 미드사이즈 4인 탑승 가능 오토 차량을 예약했습니다.
중간에 일정이 바뀌면서 이전 예약 변경이 안 되어서 취소하고 어쩔 수 없이 가능한 차량으로 미니밴을 예약했습니다.
가격은 훌쩍 뛰었지만, 원래 예약 차량으로는 짐칸도 모자라고 편치 않았을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렌트카 여행 고수들에 따르면 스펙에 나온 인원수와 짐용량이 and가 아니라 or이고, 예약 차량과 다른 차량이 나올 수 있어서 가급적 큰 차를 예약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예약은 허츠에서 했고, 예약 변경 때문에 허츠 한국 사무실에 전화했는데 상담원께서 너무 친절히 잘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로마 떼르미니 사무소가 단점이 좀 있다고 근처 다른 사무소로 연결해 주시더군요.)
- 준비물
블랙박스 대용으로 남는 아이폰과 차량용 폰거치대를 이용해 운전 경로를 촬영했습니다.
아이폰 용량이 충분치 않아 저녁마다 아이패드로 에어드랍을 이용해 동영상을 이동했습니다.
다음에는 고프로와 간편하게 카피할 수 있는 외장하드를 준비해 볼까 합니다.
원래는 사고를 대비한 목적이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돌려보니 재밌어서 영상(고속재생)으로 편집해 봤습니다.
편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가끔씩 TV에 틀어놓고 있으면 여행의 추억이 머리에 새겨집니다.
네비게이션은 WAZE와 ZTL Radar를 이용했는데 구글맵보다 더 편한 것 같았습니다.
WAZE는 일주일 정도는 무료 사용이 가능해서 여행 기간동안 무료 사용 했습니다.
USIM을 6GB짜리 사고 여행 내내 네비 켜고 다니고 가끔 테더링과 SNS 사진 업로드 하니 거의 딱 맞게 쓴 거 같습니다.
돌로미티 트래킹을 위해서 바람막이 자켓과 등산화를 가지고 갔습니다.
한여름임에도 산 정상은 꽤 추워서 바람막이 자켓이 필수이고, 얇은 장갑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산화는 오랜만에 꺼내서 가지고 갔는데 신어보니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밑창 안쪽이 다 부서져서 신어보지도 못하고 버렸습니다. ㅠㅠ
- 경로
1일차: 로마 - 티볼리 - 치비타 디 바뇨레조 - 아시시
티볼리는 분수가 많은 옛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입니다.
치비타 디 바뇨레조는 천공의 성 라퓨타의 영감을 받은 곳이라 합...(카더라)니다.

2일차: 아시시 - 몬테풀차노 - 몬탈치노
토스카나의 대표적인 도시들입니다. 특히 몬탈치노는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3일차: 몬탈치노 - 시에나 - 몬탈치노
시에나는 한 때 피렌체와 쌍벽을 이뤘다는 도시입니다.

4일차: 몬탈치노 - 시르미오네 - 까레짜 호수 - 키우사
시르미오네는 알프스 아래 거대한 가르다호수에 삐죽 튀어나온 곳인데, 현지인들의 유명 휴양지입니다. 최근에 한국관광객들에게도 알려지고 있습니다.
까레짜 호수는...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합니다.

5일차: 키우사 - 오르티세이 (세체다, 알페 디 시우시) - 파소 가르데냐 - 파소 기아우 - 코르티나 담페초
오르티세이가 돌로미티에 가면 많이 가는 곳입니다.
곤돌라가 있어 접근성도 좋고, 경치도 좋고, 부대 시설도 잘 되어 있고 산 중턱에 레스토랑이 있는데 병풍같이 둘러진 장엄한 산들을 보며 식사를 하니 이게 웬 호강인가 싶더군요.

6일차: 코르티나 담페초 -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 브라이에스 호수 - 산 비토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는 풍경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유서깊은 곳입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이 무지 많이 옵니다.
입구에 차로 줄 서는데 명절 고속도로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7일차: 산 비토 - 베네치아 공항
- 운전
저 혼자 했습니다. 나머지 세 명이 저를 운전사 시킬 속셈으로 데리고 간 것 같지만, 운전을 좋아하던 저에게 이탈리아의 절경은 최고의 힐링이었습니다.
첫날 엄청 쫄아서 운전도 신경쓰이고, 결정적으로 교외의 로터리에서 진입로 표시를 제대로 못봐서 역주행으로 진입할 뻔 했습니다. 파란색 바탕의 하얀 화살표가 진입 표시임을 잘 보세요. 둘째날부터는 정말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운전했습니다.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도시에는 ZTL이라고 하는 자동차 제한 구역이 있습니다.
이게 (이탈리아 답게도) 획일적으로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눈에 잘 띠지도 않는데 귀신같이 잡아서 엄청난 벌금을 물리기 때문에 자동차 여행객들에게는 무려 "공포의 대상"이라고 까지 불리기도 합니다.
가기 전에 엄청 쫄았지만, 굳이 도시에 진입하지 않는다면 차가 다닐 수 있는지 없는지 구별이 가능하고, 도시 입구에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서는 크루즈컨트롤을 쓸 일이 없었지만, 여행 중 장거리 이동에는 크루즈 컨트롤이 꽤 유용했습니다.
특히, 아무리 이탈리아라지만, 고속도로에서의 추월차로와 주행차로는 꽤 잘 지켜지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추월차로에는 추월하는 차들이 그득...-_-;;;)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한국에 비해 운전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근데 왜 옆에는 낭떠러지인 산길에서 코너를 돌면 꼭 길 중간으로 돌진해 오는 차들이 있는지...)
- 숙박
토스카나에는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라고 하는 농가민박집이 있습니다. (알쓸신잡에도 나온)
분위기가 좋고 음식도 좋아서 여기에 머무는 것 자체가 낭만적이고 엄청난 힐링이 됩니다.
하지만 역시 좋은 데는 일찍 매진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묵은 곳들도 너무 분위기 좋고 쾌적했습니다. (근데 숙소에 머문 시간이 너무 짧아서...ㅠㅠ)
돌로미티의 숙소는 스위스에 준하는 가격에다가 역시 일찍 매진됩니다.
- 음식
역시 토스카나의 음식들이 좋고 직접 소시지를 만드는 로컬음식점(기사식당 또는 정육식당 같은 곳)에서 먹은 소시지, 햄, 라드 같은 것들은 입안에서 맛이 폭발했습니다.(...만 이런 음식에 익숙지 않으신 분들은 먹기 힘들지도...)
돌로미티는 상대적으로 토스카나보다는 못했지만, 조금 지치고 으슬으슬한 기운의 저녁에 먹은 "해산물 수프"는 한 숟가락 먹을 때 마다 자동으로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오는 "어흐~!"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 사진
토스카나 시그니처 사진을 찍기 위해서 GPS 포인트까지 찍힌 정보들을 미리 알아 갔습니다.
https://www.locationscout.net/locations/331-tuscany (대략 이런 사이트)
정말 딱 그지점이 아니면 사진이 그렇게 나오지 않는 식이었습니다. (조금만 옆으로 가도 방해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8월의 토스카나는 이미 추수가 끝나서 찬란한 녹색의 언덕을 찍을 수는 없었습니다.
돌로미티는 운이 좋게도 절묘한 날씨와 타이밍에 인생 사진을 건지게 됩니다. 사람들한테 무보정 사진을 보여줘도 이거 보정한 사진이냐고 물어봅니다.
- 결론
유럽 렌트카 여행은 탈만 없으면 상당히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동에 드는 돈, 시간, 노력을 절감해 줄 뿐만 아니라 풍경은 멋지고 운전은 편합니다.
특히 이탈리아는 가 보면 가 볼 수록 근사합니다.
가도가도 더 멋진 곳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편집한 주행 블랙박스(고속재생)+멋진곳 사진 영상 링크입니다.
외국에서 운전하면 진짜 느낌이 다르죠 ㅎㅎ (긴장감도)
저도 신행으로 14년도에 다녀왔는데 산장도 있었고
마을에서 하룻밤 묵고 주인장아저씨께 받은 선물을 아직도 가진중입니다 ^^ 영상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혹시 카메라 기종 + 렌즈 알 수 있을까요?
RX100-4도 있었지만...
일행들은 DSLR을 들고 열심히 찍어 역시 비싼 카메라가 사진이 잘 나와라고 감탄했지만... sns 업로드 사진은 대부분 폰카로 찍은 걸로 올리게 되더군요.
그래도 dslr로 찍은 멋진 사진은 공모전 입상해서 카메라값 뽑더군요.ㄷㄷㄷ
전 6개월후에 과속딱지 날라왔습니다 ㅠㅠ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꼭꼭 지키려고 했는데 여긴 또 웬걸, 거의 모든 차들이 제차를 앞질러가서 그게 스트레스더라구요.. -ㅅ-;;
저는 베니스에서 돌로미티 갔다가 가르다 호수 거쳐 피렌체로 들어오는 일정이었는데, 계속 돌로미티가 생각나고 유럽 여행 간다는 지인 있으면 돌로미티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반했었네요.
금손으로 찍고 올려주신 영상 이따금씩 보고 추억에 빠져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Vollago
스키타러 가신다니 이미 다녀왔는데도 부럽네요. :)
수스텐파스를 통해서 알프스 산을 넘었는데....
천길 낭떨어지 길을 미친듯이 달리는 미니JCW 차량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네요. ^^;
돌로미티 꼭 가보고 싶네요~
경치 정말 좋네요.
언제 가볼수 있으려나..ㅜㅜ
정말 부럽습니다!!
근데 돌로미티 산길에도 자전거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