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는 내 어깨에 붙어 살던 아들이 중학생 무렵부터 점점 말을 하지 않더니..
고등학생 이후 현재까지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딱히 사이가 나쁜것도 아닌데 이제는 둘이 앉아 있으면
“ 요즘 어떠니? “
“ 잘 지내요~”......
..................................다시 침묵속에서 서로 핸드폰만 바라보기.
아내는 그렇게 앉아 있는 두 남자를 안타깝게 생각해서 둘이서 한번 같이 여행을 가라고 종용합니다.
평소처럼 무시할 줄 알았던 아들이 흔쾌히 승낙합니다.
마침 티비에서 마추피추 다큐가 나옵니다.
“ 저기 마추피추에 가자~~~ “
아들이 방학을 시작하는 5월 말에 ( 아들은 미국 아틀란타에서 중학교 선생님입니다)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쿠스코에 있는 한인 민박업체에 방을 예약합니다.
출발 1달을 남기고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와서 서있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 앉습니다.
몇일이 지나니 조금 진통이 덜 했지만
여행을 연기하라는 가족들의 말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아들과 여행을 못갈것 같아서...
아프다는 말을 못하고 이를 악물고 허리에 좋다는 약과 운동을 동시에 해서 출발하는 날 아침에는 참고 천천히 걸을만 해서 일단 아틀란타 공항에서 페루로 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20년전에 한국에서 미국 가는 비행기를 처음 탈때 당시 10살 이었던 아들은 내 뒷꽁무니만 따라 다니면서
“ 아빠~~ 이제 어디로 가는거야? “
“ 아빠~~저 사람이 뭐라는 거야? “
“ 아빠~~ 이것은 영어로 뭐라고 해??”
20년이 지나서 이제30살이 된 아들 뒤에내가 졸졸 따라가면서.
“ 아들!!.이게 제대로 가는 방향이니? “
“ 아들 !!.여기 뭐라고 써있는거냐? 좀 읽어줘봐..“
“ 아들 !!유심 칩 파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좀 알아봐라~~”
쿠스코에 도착한 후 몇 시간이 지나고 나면서 부터 고산병 증세가 시작합니다.
같이온 아들은 멀쩡한데 나만 숨도 쉬기 힘들어지면서 덕분에 허리 통증도 더 악화되는듯 합니다.
그래도 알량한 자존심에 아들 앞에서 아프다는 말을 않하고 이를 악물고 견디어 보지만 고산병 증세는 점점더 심해 집니다.
민박집 주인이 차라리 쿠스코를 벗어나서 하루 일찍 오얀타이탐보로 가라고 권합니다.
쿠스코가 마추피추보다더 높은곳에 있답니다.
마추피추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역이 있는 오얀타이탐보로 오니 고산병 증세가 훨씬 덜해서 충분히 견딜만 합니다.
이곳에서는 할일도 없고 갈곳도 없으니 그저 하루를 아들과 함께 유유자적 동네 산책을 합니다.
하지만 둘은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걷다가 식당을 발견하면 신기한 페루 음식을 먹어 보고..또 천천히 산책하고.
둘다 핸드폰을 않하니까 그래도 몇마디 나눕니다..
마추피추를 올라갈 때에는 고산병 증세도 많이 좋아지고 허리 통증도 사라졌기에 천천히 마추피추를 올라갔습니다.
입장료 파는 입구에서 천천히 돌아보면 2시간이면 충분히 볼수 있는 규모입니다.
낯선 환경에 민감하면 오줌이 마려운 증상이 있는 아들이 마추피추 중간쯤 올라가고 있는데
“ 아빠..오줌 ~~~마려워 “
화장실은 입장료 파는곳에만 있는데
대충 숲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라고 하는 나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본 아들 덕분에 우리는 다시 출발했던 입구로 돌아와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 새롭게 출발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발 중간에 화장실 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라면서.
페루는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과 순박한 사람들...
의외로 우리 입에 잘맞는 음식들과 싼 가격..
특히 리마는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더 발달된 신도시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5년전 한국 방문후에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헤어지던 날...
평소에는 절대로 공항에 배웅 나오는 법이 없는 노인네가 왠일인지 공항에 배웅나오겠다고 하셔서 우리 부자는 평소 처럼 묵묵히 말없이 나란히 앉아 공항으로 갔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던 아버지는 끝내 아무말도 않하시고 우리 부자는 그렇게 공항에서 어색하게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몇 달후의 아버지의 부고 소식..
그때 아버지는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었을까?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을까?
용돈좀 보태 달라고 말씀하고 싶었을까?
아들에 대한 섭섭함을 말하고 싶었을까?
페루에서 여행을 마치고 플로리다에서 아틀란타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몇년전 방치했던 블로그를 가보았는데 그곳에 눈에 띄는 방문글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동사무소에서 하는 컴퓨터 강좌에서 타자 치는것을 배우셔서 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놓으신것을 몇년이 지난 그제서야 봤습니다.
“ 아들....가끔은 보고 싶구나~~ “
눈이 벌게져서 있는 나를 본 아들이 무슨 일이 있었나 물어봅니다.
“할아버지가 우리가 이렇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좋다고 하시겠지? “
여행에서 돌아온 우리 부자의 이야기는 해피 앤딩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둘은 말이 없고 서먹서먹하고...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변한것은...어쩌다가 티비에서 마추피추가 나오면
둘이 서로 마주 쳐다보면서.
“우리 저기 갔었지”
/Vollago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올 걸 알면서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부럽고 멋있습니다!!
말로도 전달하면 좋을텐데. 쉽지가 않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다시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이야기에..눈물이 핑도네요..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올려주셔서..
지난해 고1아들과 같이 한 일본여행에서 아들이 장염에 걸려 제대로 여행못했들때.
제가 아들에게 대했던 행동도 부끄럽게 다가오네요.
올 봄엔 아부지와 단둘이 좋은 곳으로 여행다녀오리라 다짐합니다.
감동파괴 글 하나 적자면... 카메라가 시그마 DP3라니! 촬영도 인고의 연속이셨겠습니다.
부부끼리도 그렇구요...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서도 그런거 같습니다. ㅠㅠ
그래도 좋은 부자지간 되시기 바랍니다~
글 말미가 제 가슴 속에 메아리 치네요
아이가 클수록 점점 부모들과 멀어지는 걸 알기에 마음이 짠하네요..
저도 아들과 일년에 한번씩은 꼭 둘이서 여행을 갑니다. 아들한테 뭔가 추억거리라도 남겨주고 싶어서요.
/Vollago
사진도 예술이네요~
아침부터 좋은글 읽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감정 우짤끼에요 ㅠㅠ
지금 아들(11살, 4살) 둘의 아빠인데.... 제 아들들도 크면 무뚝뚝해 지고 말없어지고 하겠죠.... 그때 저도 아들들과 꼭 여행을 다녀와야 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러다보면 사이도 멀어지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버님 부고 소식엔 찡긋하네요 .....
늦기전에 아버지와 여행 가고 싶어지네요.
아부지한테 전화 한 번 드려야 겠네요.
고맙습니다.
아버지랑 가면 엄마가 삐질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__^
30년전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도 저 말씀 하시겠죠?
지금에야와서 아버지가 새삼 대단하셨다는걸 하루하루 꺠닫고 있습니다
낼모레 환갑이시라서 가족여행이라도 가자고 하고는 있는데,
돈쓰는걸 원체 싫어하시는 분이라...고민이 많네요
더 움직이기 힘들어지시기전에 같이 어디라도 다녀와보고싶어지게 만드는 글입니다~
감사해요~
그렇게 서먹함이 애틋함으로 바뀌고
앞으로 따뜻한 시간 잘 쌓아가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
덕분에 로그인해서 감사댓글 납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