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이신문을 받아보고 있어요. 덕분에 2019년 첫날 아침에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와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두 젊은 얼굴 사진 옆에 있는 당선 소감에서는 엄청난 기쁨보다 ‘외로움과 걱정’이 더 많이 읽혀서 마음이 짠해졌어요.
제가 퍼블리에 글을 쓴다고 하니, 몇 가지 반응이 있었는데요. (1부 참고)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6번입니다.
“사실은 나도 글이 쓰고 싶었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했을까요? 저는 조금 생각하다가
“퍼블리에서 글을 쓰면 조금 덜 외로워요.”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전업 작가는 상상도 안 하는 사람이지만,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여기 어딘가에 내 책 한 권이 꽂혀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한 적은 몇 번 있어요. 여전히 그 기분은 모르지만, 제가 쓴 글을 내놓는 일은 클리앙이든 퍼블리든 아주아주 부끄럽죠. 그런데 어떻게든 시작하고 같이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어떻게든 끝낼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2부에서는 퍼블리에서 글을 써서 덜 외롭고 힘들었던 이유와 정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ㅎㅎ
-1부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2987282CLIEN
0 사용기 작성 이유
1 저자 지원 이유
-2부
2 기획서 작성하기
3 글 쓰기
4 펀딩 과정
5 정산 방법
2 기획서 작성하기
1부 댓글에서 퍼블리용 기획서 참고할 만한 곳을 물어보신 분이 계셨어요.
제가 대댓글에 적어두긴 했지만, 퍼블리 기획서를 참고할 곳은 퍼블리입니다 ㅎㅎㅎ
저자지원 가이드 링크에 꽤 자세히 있어요. (저도 몇 달 만에 다시 보니 또 새롭네요)
https://publy.co/author-guide/8
저는 한 번 반려당하고 다시 기획하는 과정에서, 다른 퍼블리 리포트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쿠만이 보고 싶어져서, 10권까지 다시 봤는데요.. 이건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기획서 작성이 오래 걸렸던 가장 큰 이유는 ‘타겟 독자’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처음 썼던 기획서의 경우 종이책 출판은 가능하겠지만 퍼블리 독자들이 “구매”를 결정할 만큼은 아닐 것 같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고. 저도 대체 누구를 향해서 이 리포트를 써야 할지 기준이 명확하지 못했어요.
OOO 같은 분이 꼭 이 리포트를 읽었으면 좋겠다.
OO을 고민하는 사람이 읽으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 두 가지를 뾰족하게 만드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이런 고민은 책을 쓰거나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 ㅎㅎ 힘들지만 즐거웠…다고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3 글 쓰기
저는 준비과정이 길었던 편이라, 프로젝트 예약 구매가 시작되었을 때는 이미 리포트의 절반 이상을 써뒀어요. 그래서 약간 안심?하고 있었고.. 저는 늦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모든 마감을 미리미리 하는 편이라 초고는 진작에 다 썼어요. 하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 거의 새로 썼습니다 ㅠㅡㅠ
2018년에 만난 귀인, 에디터님과 PM님
분명 그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작성했는데, 다시 보니 수정할 내용이 너무 많더라고요.
저는 펀딩 기간(90일) 동안 인터뷰를 계속 다녔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몇 개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리포트를 예약구매하신 분들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때마다 “왜 구입하셨어요?”와 함께 어떤 내용을 가장 궁금하고 기대하고 계시는지 여쭤봤지요. 종이책이 아니라서 이런 것도 가능한 것 같아요.
출판사와 책을 만들 뻔했던 적도 있는데.. 그 때는 1.애매한 타겟 독자 2.이해할 수 없는 판매구조와 정산 3.HWP 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는 아래아한글만 켜면 기분이 나빠지는 병이 있어서요 ㅠㅠ 출판업계는 상당히 아날로그하게 일하는구나 싶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퍼블리는 아래아한글을 안 써요! 구글드라이브를 써요!
제가 구글 문서에 글을 작성하면 PM, 에디터, 그로스매니저와 디자이너 등이 확인하고 메모를 추가하며 협업합니다. 정말 너무나 쾌적한 작업환경!
미리보기 글을 공개하기 전에는 이런 모습입니다. 수정사항 111개?
글은 저 혼자 쓰지만,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저보다 독자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예를 들면 제가 어떤 단어를 사용했을 때, 퍼블리 독자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단어일까? 각주가 필요할까? 등을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됩니다 ㅎㅎ
그리고 지옥에서 온 편집자님이 끊임없이 제 글을 점검+수정해주시는 것도 엄청난 경험입니다. 저는 일드 <중쇄를 찍자> 라거나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등을 울면서 봤던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감격하고 있어요. 본업도 바빠서 숨이 넘어가는 와중에 퍼블리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정말 제 담당자들 덕분이에요 ㅠㅡㅠ
끄적끄적 글쓰기는 아이폰 or 아이패드로 슝슝 적을 수 있는데, 퍼블리는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정돈된 마음으로 항상 아이맥 앞에 앉아서 집중해서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10분 쓰고 다른 일 하다가 30분 더 쓰고.. 이렇게는 잘 되지 않더라고요. 저만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최소 3-4시간씩 집중해야 ‘이건 좀 퍼블리 담당자한테 보여줄 수 있겠군!’ 싶은 글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간을 업무시간 동안 확보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저는 주로 밤 10시 이후, 또는 새벽 5시에 벌떡 일어나서 썼어요. 아침 9시부터는 전화와 카톡 공격으로 퍼블리 글쓰기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ㅠㅠ 덕분에 부지런히 살게 되었습니다;
4. 펀딩 과정
1부에서 프로젝트 예약 구매 페이지를 오픈하고 바들바들 떨었던 이야기를 적었어요.
설마 100만원이 안 모이면 어쩌지? 하는 소심한 마음과, 500만원 넘었으면 좋겠어! 하는 뻔뻔한 마음이 공존했는데..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저보다 고생한 담당자들 때문에 더 그랬어요.
저도 물론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동시에 퍼블리 팀원 여러 명의 리소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ㅠㅡㅠ 100만원 어치 판매된 리포트와 1,000만원 이상 판매된 리포트를 완성하는 과정의 리소스는 10배 차이가 나지는 않을 테니까요.
펀딩 기간 동안 퍼블리에서 만든 페이스북/인스타 광고를 보고 저한테 프로젝트/강연/자문 의뢰를 하신 분들이 종종 있었어요. 그러면 저는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지만 은근히 예약구매를 하셨는지 물어보게 되는데.. 안 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여러모로 퍼블리가 저한테 큰 투자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아니어도 앞으로 제 리포트가 읽고 싶어서 퍼블리 멤버십에 가입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왜 나에게까지 광고를...
5. 정산 방법
퍼블리와 저자의 정산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1. 예약구매
2. 멤버십
1. 예약구매는 펀딩기간 90일 동안 얼마나 팔렸는지에 따라, 수익을 배분합니다.
저자가 미리 돈을 받고 글을 쓰지 않아요. 100만 원 정도 판매했다면 당장의 수익은 X십만원입니다.
몇 달 동안 이 고생을 했는데?!! 그럼 대체 시급이 얼마야? 라고 생각하면 못 할 일이겠죠…?
어디까지나 스스로를 위해 해야합니다 (잠시 눈물을 닦고..)
2. 멤버십
리포트가 완성되면 X년 동안 퍼블리에 공개됩니다.
이미지에도 계산식이 있지만. 유료 멤버십 이용자가 해당 월에 얼마를 냈는지, 리포트를 몇 개 읽었는지에 따라 정산금액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정산비율은 퍼블리 웹사이트에 있는 것처럼 종이책(1:9)에 비해 훨씬 높아요.
너무 길게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또 길어진 듯하여 ㅠㅡㅠ
더 궁금하신 내용은 물어봐주세요. 댓글로 적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서리님은 어떤 콘텐츠를 재밌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