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얘기니까 당연히 줄거리나 소재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예고편 이상으로 언급하지 않으려 애쓰긴 했습니다.....
메모수준의 사용기라 말이 짧습니다. 미리 양해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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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1475
https://www.imdb.com/title/tt2737304/?ref_=fn_al_tt_1
개인적으로 올해 본 가장 무서운 영화.
<미스트>+<워킹데드>+<칠드런 오브 맨>+<리버 와일드>
* 장점
시대정신을 담은 '악'에 대한 탁월한 은유
- 원래 영화는 시대정신을 담는데, 공포영화는 그 중에서도 아주 노골적인 방식으로 대중의 현 시대에 대한 공포를 은유한다.
그래서 판타지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90년대 한국 영화제작자들은 판타지 장르에 관해 절망했다. 한국에선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한정으로 보자면 재밌는 현상이 벌어졌다. <부산행>이라는 좀비물이 엄청난 흥행을 했고, 지옥과 심판을 부르짖는 <신과 함께>가 소문이 자자한 낮은 드라마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히트를 쳤다. 이 영화들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마음 속 어떤 지점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 <버드 박스>를 보고 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섬뜩하고 무서웠다. 영화 속 실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 그 괴물에 경도된 미친 인간들이 전 세계에 부는 우경화(라기 보단 극우)의 바람과 가짜뉴스, 조직적인 여론 선동(소위 알바)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고 거칠게-! 말하자면 포스트모던한 현재 극우세력의 반격(?)은 신자유주의 덕택이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을 공고히 하고 자본의 자유로원 월경을 허용하자 세상은 강력하게 양극화 됐다. 박탈감과 생존의 위협을 느낀 이들은 리스크가 훨씬 크지만 세상을 뒤엎을 수 있는 세력을 지지한다. 현재 상태로서는 도저히 답이 없기 때문이다. 샌더스를 지지하던 블루칼라 계층 중 적지 않은 이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것과 같은 이치며, 애도 있는 멍청한 내 친구가 이렇게 살단 죽을 것 같다며 차라리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심정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바람처럼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 각자(러시아든, 삼성이든, 모 정치세력이든)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TV를 통해 처음 언급되는 그 현상의 장소가 러시아인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의 가짜뉴스 소스가 러시아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가 됐다. 아마 이 영화가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졌다면 그 시작을 어디로 했을 지 흥미롭게 고민해볼 수 있다. 내 생각엔 청와대나 삼성동이 맞을 것 같다. ㅎㅎ
더구나 이 가짜뉴스는 옛날처럼 단순한 소문이 아니다. 조직적인 여론선동세력의 장풍(!)으로 전 세계 곳곳에,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민들레 홀씨처럼 흩뿌려지고 자체적으로 자라난다. 이미 존재하는 공포와 혐오의 자양분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민들은 강간범이 되고, 젠더로 피가 튀도록 떠들어대며, 종교나 인종과 특정국가가 혐오의 대상이 된다. 아.. 섬뜩해.... 이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이 홀씨를 퍼뜨린 쪽은 얻는 게 많다. 올바른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으며, 아주 일부라도 어떤 이들을 혐오에 발들이고 새로운 (혐오의) 세상에 눈뜨도록 만든다. 그들은 좀비와는 다르다. 무기력하지도, 느리지도 않다. 오히려 영민하며 평소에는 보통 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 없거나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특정한 상황이 오기 전까지, 그 혐오의 키워드가 드러나기 전까지 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머짤, 후방짤들을 열심히 퍼와서 분위기 업시켜주던 어떤 이들이 특정주제 앞에서 분노하며 특정계층을 혐오하거나 배제하는 사상가가 되는 그 상황을 말하는 것임. 그들은 알바도 아니고 세력도 아니다. 이게 정말 무서운 지점이다.)
이 은유에 관한 썰을 풀자면 정말 종일 술잔을 붙들고 내내 떠들어댈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간 영화를 본 이들과 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내 입장에서는 너무 정확하고 강력한 지적이라 도저히 꿀잠을 잘 수가 없어,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고 말았다. 정말로 우리에겐 (정확하다 할 수 없는) 새-우리의 타고난 감각-에 의지해 눈을 감고 손으로 더듬거리며 헤쳐나가야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다. (그래서 '메모'와 '빈댓글'이 필요하다!)
근데 이렇게 개인적인 생각으로 장광설을 풀었지만, 이 영화는 순수한 스릴러 영화다.
오해없으시길......
아는 얼굴을 보는 즐거움.
- 배우들의 연기는 환상적이다. 특히 로코장르에서 벗어난 최근의 산드라 블럭은 정말 신선하다. 오래 된 톱배우가 새롭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모습은 박수를 보내는 걸 넘어 존경을 표하고 싶다.
캐스팅이 아주 좋다. 연기 좋은 낯익은 얼굴들이 잔뜩 출연한다. 존 말코비치야 말할 것도 없고, <로 앤 오더 : 스페셜 빅팀 유닛>의 박사님, <문라이트>의 블랙, <겟 아웃>의 주인공 친구, <오만과 편견>의 그 목사, <앤트맨>의 러시아친구 등등.
긴장을 놓지 못하게 짜놓은 구성과 설정.
- 단선적으로 보여줬으면 맥 빠졌을 이야기를 현재와 과거를 교차해서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주인공이 부양해야할 아이들, 선택의 순간,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의 이름도 짓지 않는 현실(생존)주의자와 현실을 살기 위해서는 오히려 꿈을 꾸어야한다고 주장하는 희망주의자의 동거는 감동적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훌륭한 설정이다. 추측컨대 원작이 힘이 아닐까 싶다.
* 단점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 그것.
- 연출적으로나 현실(제작비)적인 문제로 생략한 걸로 추측되는 그것의 묘사가 아쉽다.
물론 가능하다해도 결정은 쉽지 않았을텐데, <미스트> 같은 식으로 갔어도 되지 않았을까? 물량빨로다가 다종다양하게...
영화의 사이즈가 크지 않다.
엔딩이 좀 급마무리되는 감이 있으며, 아주 약간 고민되는 결론이기도 하다. 은유는 탁월하나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할까?? 물론 결론의 분위기는 맘에 들지만.
산드라 블럭과 트래반트 로즈의 나이차가.....
물론 산드라 누님의 엄청난 관리때문에 절대 이상하게 보이진 않는데, 이미 나이를 알고 있는 내 눈에는....
* 영화활용법
넷플릭스의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
한국인들에겐 유독 무서운 순간이 될 듯. 아이를 키운다면 꼭 보라고 하고 싶다.
상상력과 은유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사실 이딴 거 다 떠나서 2시간짜리 쫄깃한 킬링타임(이상이긴 함)용 영화.
불 꺼놓고 술 같은 거 마시지 말고 집중해서 보길 추천.
이게 만약 영화관에서 개봉했다면 흥행 실패했겠지만요.
최근 넷플릭스 영화중에 제일 괜찮았습니다.
산드라블록 연기력은 정말 최고네요.
극을 멱살잡고 끌고 갑니다.
어제 버드 박스를 재밌다 재미없다는 것 보다는 2시간을 긴장감 있게 또 너무 슬프게 봤던 저로서는 그 긴장감과 슬픔의 원인이 무엇일까를 국희아빠님의 설명으로 좀 더 명확하게 이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 무엇인지 모르는 두려움의 존재 보다는 그것에 동조하고 (힘들게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눈가리게를 억지로 풀게 하는 추종자들이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일례로 우리가 느끼는 댓글알바분들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또 무섭고 저의 눈가리게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해 보게 됩니다.
일전에 MBC 다큐멘터리 지구를 사랑한 남자의 김승진님께서 남의 도움 없이 요트만으로 1년간 지구를 한 바퀴 돌고 하신 말씀이 생각 납니다. 일주를 하면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남극해의 폭풍이 아니라 아무런 말없이 따라오는 배의 사람이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평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포때문에 자세한 얘기를 써놓긴 그렇지만.. 여러 고민, 내지는 선택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진정한 영화의 재미를 느끼려면, 전혀 내용 설명없이 감독이 이끄는대로
끌려가면 재밌게 즐길수 있는 것 같아요. 너무 너무 재밌게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