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용기 게시판에는 거의 처음으로 글써보는 거 같은데, 밑에 있는 후쿠오카 카페 여행기를 보고 생각 나서 저도 한번 써봅니다. 참고로 작년 11월의 여행기이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 쓰는 점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사실 가격이나 이런건 자세하게 생각이 안납니다.
일단 저는 한국에서도 Bar를 가끔 가지만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Bar를 가보는 걸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각 나라마다 식습관이나 음주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칵테일이라도 해석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릅니다. 이를테면 그 지역에 나오는 과일이나 그 지역에서 생산하는 술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죠. 그걸 비교해보는 것 또한 제가 여행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Bar는 유흥업소로서의 Bar가 아니라 전문 바텐더가 칵테일을 취급하는 일명 어센틱 바 혹은 클래식 바를 의미합니다.
1.바 오스카
https://tabelog.com/kr/fukuoka/A4001/A400104/40000009/
여기는 후쿠오카에서, 아니 아마도 큐슈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바일겁니다. 타베로그 기준으로 평점 4.0을 찍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약간 깍였네요. 타베로그 점수는 참고만 할 뿐 절대적인 잣대가 되지는 않겠죠.
암튼 후쿠오카 다이묘거리에 위치한 바 오스카의 오너 바텐더는 나가토모 슈이치씨입니다. 긴자에서 바텐더를 시작했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바텐더인 우에다 카즈오씨의 바인 긴자 텐더 바에서도 수련하고 후쿠오카에 바를 차렸다고 합니다. 우에다 카즈오 바텐더의 고유 스타일인 하드쉐이크 역시 이 곳에서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바에 들어서면 아늑하게 느껴지는 낮은 조도의 조명과 나무로 가득한 바 테이블과 백바를 맞이 하게 됩니다. 위 아래로 하얀 자켓과 바지를 입은 바텐더가 친절하게 인사를 해줍니다. 진짜 클래식 바에 왔구나 하는 인상이 듭니다.
김렛과 잭로즈, 그리고 추천으로 한잔 마셔 봤습니다. 김렛은 하드셰이크 스타일 답게 동그스름해진 얼음을 띄워줍니다. 진과 라임주스의 조합은 매우 단순하지만 밸런스도 좋았고, 하드쉐이킹 스타일로 공기를 많이 집어 넣고 얼음 플레이크를 많이 만든 것도 재미있습니다.. 잭로즈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추천을 부탁한다고 바텐더분에게 얘기하니 단게 좋냐, 달지 않은게 좋냐, 도수가 센게 좋냐 약한게 좋냐등 이것저것 물으시더니 프렌치 커넥션 한잔을 내어주셨습니다. 단것도 괜찮다. 센게 좋다고 했더니 내온 것 치고는 상당히 단순한 결론이라고 생각하지만 퀄리티는 좋았습니다.
일단 바 오스카의 칵테일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나쁘지도 않구요. 이 정도 칵테일은 다른 곳에서도 맛볼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 곳이 후쿠오카에서 가장 유명한 바인 이유는 바로 접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오너 바텐더인 나가모토씨는 굉장히 친절합니다. 한잔 값이 얼만데 당연히 친절한거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을 쓰는게 보인달까요. 한잔한잔 성실히 만들고, 고객이 만족했는지, 불편한점은 없는지, 작지만 이것저것 물어봐주는 모습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한국의 바에 대한 자신이 느낀 점,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지 이곳에 오는 한국인 고객들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일본어를 잘 못하는 저에게도 살갑게 느껴지는 점이 이 바를 좋은 바로 보이게 하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바 세븐시즈
https://tabelog.com/kr/fukuoka/A4001/A400104/40006840/

이곳에 들리게 된 이유는 우연히 앞에서 말한 바 오스카에서 손님들의 대화에서 이 바의 이름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가까운 곳이라 한번 가보자 하고 들렀습니다. 사전 정보는 거의 없었습니다.
일단 이곳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첫잔은 추천해주신걸 마셨는데 그닥이였습니다. 메뉴판을 보던 중에 King's Valley라는 칵테일이 있길래 바로 시켰습니다. 이 칵테일은 앞서 말한 일본의 가장 유명한 바텐더중에 한명인 긴자 텐더바의 우에다 카즈오씨가 만든 오리지널 칵테일입니다. 혹시나 해서 이 칵테일이 우에다씨의 칵테일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스승의 스승이 바로 우에다 카즈오씨라고 합니다. 메인 바텐더 이름을 물어보니 이마무라 슈이치씨라고 합니다. 참고로 이 칵테일은 저도 처음 마셔보는 것이라 다른 곳과 비교 할순 없지만 스카치위스키와 코앵트로의 향이 조화롭게 느껴졌고 블루큐라소까지 더해져서 굉장히 독특한 색상이 나는 점이 신기하더군요.
다음 잔으로 시켜본건 역시 우에다 카즈오씨의 오리지널 칵테일인 Fantastic Leman 입니다. 바텐더분의 설명을 들어보니 81년 스위스 칵테일 대회에 출전한 우에다씨가 일본주를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서 출품한 칵테일이라고 합니다. Leman이라는 말은 제네바 호수의 프랑스어 지명이라고 합니다. 일본주의 풍미를 놓치지 않고 상큼하고 깔끔하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바텐더분과 이것 저것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어떤 책을 보여주시더군요.
바로 앞페이지를 펼쳐 보여주셨습니다. 바로 자신의 스승의 스승인 우에다씨의 저서에 이마무라 바텐더의 이름으로 사인을 받은 거였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저와 바텐더는 우에다 카즈오씨 얘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대부분 우에다씨 정말 대단하지 않냐, 너무 멋있다를 비롯해 한국에도 우에다씨의 제자 바텐더가 계신데, 그 분도 여기를 다녀왔다 갔다. 한국에 바는 가봤냐등등으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바 세븐시즈는 앞의 바 오스카에 비해서 한국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바는 아닌거 같았습니다. 바 오스카가 오래된 클래식바의 인상이 느껴졌다면 이 곳은 상대적으로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상이 강했습니다. 사실 일본의 바에는 외국인 손님이 오면 여러가지로 접객을 불친절하게 하는 모습을 가끔 경험하게 되는데, 앞서 말한 오스카와 세븐시즈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최대한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하고, 불편한점은 없는지, 이것저것 의사소통이 되는 범위에서 얘기를 시도할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알고보니 바 오스카와 바 세븐시즈는 자매점 같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3.바 히구치
https://tabelog.com/kr/fukuoka/A4001/A400102/40000082/

바 히구치 이곳은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바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바를 찾아간 한국인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광객들이 자주 들리게 되는 나카스에 위치하고 있고, 이곳의 칵테일 하나가 엄청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이 곳을 유명하게 만든 그 칵테일, 모스코뮬입니다. 주먹만한 나가사키산 생강을 보드카에 절여둔 저 병이 수십개 바에 비치되어 있는 모습 또한 이 바를 상징하는 인테리어라고 생각됩니다. 첫잔은 무조건 이걸 추천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마셔봤습니다. 모스코뮬 특유의 생강의 매운맛과 라임의 새콤한 맛이 밸런스있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특별한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냥 잘 만든 모스코뮬 정도?
나중에 우연히 만난 이 곳 현지분들에게 들어보니 히구치 모스코뮬은 별로고, 거기는 위스키 종류가 많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그곳에서 위스키 한잔도 마셨습니다. 옆테이블을 둘러보니 듣도 보도 못한 위스키 보틀이 엄청 있더군요.
풍족한 여행자는 아니기 때문에 비싼건 못마셨지만, 세일하는 품목이 있길래 한번 마셔 봤습니다. Douglas Laing라는 독립병입 회사에서 나온 로즈뱅크 1990년산 21년을 2천엔 약간 넘는 금액으로 팔고 있어서 좋다고 마셨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로즈뱅크 증류소는 93년에 문을 닫았고, 지금은 독립병입 회사들이 매입한 캐스크를 통해서 주로 구할 수 있고, 정식 보틀은 씨가 마른 상황입니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는 않을거 같아서 호기롭게 마셔봤는데, 향도 좋고, 피니시도 강력했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에 다른 선택지가 더 많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바 히구치는 전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조금 부족한 느낌이였습니다. 접객도 칵테일도 말이죠. 제가 다른 클래식 칵테일을 마셔보진 못했지만, 이곳은 칵테일류는 전반적으로 추천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평이였기도 했습니다. 대신 희귀한 위스키도 많이 구비해놓고 가격도 저렴해 위스키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만, 접객면에서 조금 아쉽습니다. 어색한 일본어 발음에도 귀기울여주던 바 오스카나 바 세븐시즈에 비하면 외국인 손님을 주눅들게 만드는 바텐더의 태도도 상당히 아쉽습니다.
4.바 쿠라요시 나카스점
https://tabelog.com/kr/fukuoka/A4001/A400102/40030731/
바 쿠라요시, 이곳을 방문하게 된 연유도 상당히 우연한 일때문이였습니다. 워낙 비싼 일본의 택시 덕분에 알콜이 조금 부족한 상태로 버스가 끊기기 전에 숙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마침 숙소 근처에 조그마한 술집이 있더군요. 안주도 없고 그냥 맥주 한잔, 소주 한잔을 마실수 있는 좁은 술집이였습니다. 그곳에서 일본 소주 한잔을 언더락으로 마시는 중에 여주인과 동네 손님이 말을 걸더니, 여행와서 어디어디 갔냐고 묻기에 바를 좋아해서 후쿠오카 바를 많이 가보는 중이라고 했더니, 오스카, 세븐시즈, 히구치에 대해서 얘기를 하니, 바 쿠라요시를 가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가게 되었습니다.
이 곳 역시 후쿠오카 유흥(?)의 중심 나카스에 위치해 있습니다. 알고보니 여러 지점이 있는 곳이였습니다.

일단 김렛 하이볼을 시켜봤습니다. 그나저나 김렛 하이볼이라는 메뉴는 좀 이상합니다. 김렛의 레시피는 진+라임주스+시럽(설탕)입니다. 하이볼은 위스키+탄산수이구요. 게다가 진피즈라는 진+레몬주스+시럽+탄산수라는 비슷한 메뉴도 있기 때문에 이상하지만 사실 김렛 하이볼이라는 칵테일은 일본의 대표적인 바텐더중에 한명인 우에다 카즈오씨가 개발한 칵테일입니다. 사실상 진피즈에서 라임으로 대체된거라고 봐도 상관 없습니다만은 우에다 카즈오씨의 칵테일이니 기꺼이 도전해봤습니다. 맛은 뭐 진피즈와 별다른건 없지만 라임의 향이 나는게 상큼하고 기분 좋게 마실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칵테일 레시피에 대한 원론적인 의문을 제외하고는 밸런스도 좋고 퀄리티는 좋았습니다.
알고보니 이 바 쿠라요시의 오너는 코지 쿠라요시라는 분인데, 84년부터 후쿠오카 하카타에서 바텐더 생활을 시작해서, 최연소로 바텐더 대회를 수상한 후쿠오카 지역의 유명한 바텐더라고 합니다. 아마도 바 쿠라요시에서 제가 본 바텐더는 그분의 아드님인걸로 추정됩니다. 이 곳 바텐더 분과 이것 저것 얘기하다가 보니 오너 바텐더가 워낙 경력이 오래되신 분이다 보니 유명 바텐더분과도 친분이 있는지 일본의 대표적인 바텐더인 다카오 모리씨가 여기서 마티니를 만든적도 있다며, 그 마티니를 만든 잔이라며 바카라 글래스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음 잔을 추천(오스스메)로 부탁해봤습니다. 딸기로 만든 솔티독을 내놓으시길래 마셔봤는데, 과일의 퀄리티도 신선하고, 제철과일을 솔티독이라는 스타일로 해석한 것도 마음에 듭니다. 달콤하고 먹기 쉽지만 술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은 좋은 칵테일이였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추천을 부탁할걸 그랬습니다.
전반적으로 접객, 칵테일의 퀄리티가 마음에 드는 곳이였습니다. 외국인인걸 알고 처음에는 거의 대응을 해주지 않았지만, 조금 말을 걸기 시작하니 이것저것 알려주기 시작하고 해서 편안하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곳은 아닌 듯했습니다. 일단 바의 분위기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이지만 일단 용기내서 들어갈만한 곳입니다.
번외. 하이볼바 나카스 1923
https://tabelog.com/kr/fukuoka/A4001/A400102/40028830/
이곳은 클래식 바라고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한번 적어봅니다.
일본의 유명한 주류,음료기업인 산토리에서 운영하는 하이볼 전문 바 체인입니다. 삿포로, 교토, 도쿄등지에도 지점이 있습니다.
하이볼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가격입니다. 커버차지가 붙긴 하지만 맥캘란이 베이스인 나카스 하이볼은 650엔, 야마자키나 하쿠슈도 750엔대입니다. 다른 연식이 있는 위스키도 바치고는 매우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바나 일본의 바를 기준으로 해도 가격이 저렴합니다.
저는 나카스 하이볼, 야마자키 하이볼, 치타 하이볼, 메이커스 마크 샷 이렇게 4잔을 마셨는데, 3만원대가 나왔습니다. 가격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이볼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설명에 의하면 산토리에서 하이볼용으로 만든 소다(탄산수)로 만든다고 하는데, 탄산이 너무 강해서 술맛을 죽이거나, 너무 약하지 않은 수준으로 괜찮은 하이볼이 완성되었습니다. 캐쥬얼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대신 바 보다는 펍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세심한 접객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요리(안주)는 시켜보지 않았지만, 인터넷상의 악평이 자자하기에 안시키는게 좋다고 봅니다. 가격도 별로구요. 또 지점마다 퀄리티가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하니 조심해서 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최소한 나카스지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쓰고보니 정보보다는 제게 있었던 일들에 대한 서술이 많았네요. 제가 가본 곳이 후쿠오카의 바의 대부분도 아니고, 일반화 시킬수 없지만, 최소한 바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도전해보실분들에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회가 되면 삿포로나 베트남 하노이에서 바 탐방했던 얘기도 적을까 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안타깝게도 뭔가 한끝 다른 칵테일은 못드시고 온거 같아서 아쉬움이 보이시는 사용기(?) 네요. 잘 봤습니다
역시나 일본어 실력이 어느 이상 되지 않으면 즐기기 힘든 문화네요. 체험기 잘 보았습니다.
위스키에 비하면 맥주나 사케가 굉장히 비싸보일 정도이니..(제가 위스키를 더 선호해서^^)
비정상적으로 위스키가 저렴합니다;; 너무 좋아요.
그나저나 저런떼를 뚫고 들어가시다니. 용기 대단합니다^^
그래도 일본에 가면 Bar에 가보고 싶었는데 님의 사용기를 보고
올해 초겨울 후쿠오카에 갈 때 저 Bar들중 두곳은 가보려고 합니다.
정보및 생생한 후기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