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같은 글이 굴당에도 올라와있습니다만,
이번 시승기는 저도 한번 사용기 게시판에 남겨보고 싶어서 옮겨왔습니다.
0.
토요타 86 수동입니다.
차에 대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 합니다.
0-1.
일단 시승차가 고급유가 아닌 일반유를 넣어놔서 풀 RPM으로 엔진을 굴리기 힘들었고,
평소 사용하던 길이 아닌 제가 출퇴근에 지나는 도로들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시승 시간은 1시간이고, 제가 차에 대한 식견이 좁은 탓에 정확하게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1.
개인적으로 이 차와 비교해야할 대상을 고른다면,
펀카라는 측면에서 골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륜 구동은 미니 쿠퍼 s와 아반떼 스포츠, i30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륜 구동은 아쉽게도 비교 대상이 딱 맞는 게 없습니다.
가격만이라면 수입 D세그먼트 차량들 (3, C, A4, XE, ATS 등등)들과 스팅어, G70이 맞겠군요.
1-1.
그 중에서도 드라이빙의 목적, 펀카로써 저는 당연히 쿠퍼 s와 비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이 차는 운전을 시작하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들어냅니다.
아, 달리기 위한 차구나.
서스펜션은 끊임없이 도로의 상태를 전달하고,
시트는 버킷 시트에, 쿠션 역시 딱딱합니다.
엔진 배기음은 언제라도 뛰쳐나갈 거 같은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어요.
근데, 더 달려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차는
트랙 위의 숫자 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날렵한 차는 아닌 듯 합니다.
단지, 좀 더 세상을 재미있게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어진 차인 듯 합니다.
파쿠르를 하는 스파르타한 차라기 보단, 도심을 뛰어다니는 러너 같은 느낌입니다.
3.
단점은 대부분 들으셨을 그것들입니다.
근데, 막상 생각하면 단점이 단점이 아닌 거 같습니다.
일부러 노린 거 같아요.
3-1.
대부분 아시는 단점으로 출력의 부족함입니다.
이점에서 출력을 꺼내먹는 재미로는 쿠퍼s를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펀치력이 거의 잽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쿠퍼s 만큼의 스트레이트 같은 펀치력은 없습니다.
심지어 아방스, i30도 팔을 들어올려 막아야할 거 같은 펀치감은 줬던 거 같습니다.
근데, 이 점 역시 일부러 이렇게 만든 듯 합니다. 대놓고 풀악셀을 쳐도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그래서 RPM이 높은 상태에서 많은 액션을 취해볼 수 있도록 해놓은 듯 했습니다.
일반유까지 들어가 있어서 더 심했습니다. (...) 한 150마력대까지 너프 당한 느낌. (...)
또, 일반유라서 그런지 1~2000rpm 쯤에서 엔진이 살짝 부르르 떨던데;
3-2.
이 차는 쿠퍼s보다 더 딱딱하고 노면에 솔직합니다.
또한, 댐핑감이 쿠퍼s만큼 유연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시트가 얇고 단단한 것도 한몫 곁드는 듯 합니다.
그래서 요즘 쿠퍼s처럼 일상 생활을 겸하다 가끔 일탈을 즐기는 용도로 쓰기엔
조금 힘들 듯 했습니다.
묘하게 불안감을 자극하는 시트입니다.
그냥 앉아서 달리기만 해도 사람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하더군요.
3-3.
스티어링 필링과 주행 질감이 쿠퍼s 대비 좋지 않습니다.
스티어링 필링은 컬럼식 eps가 영향이 가장 큰 듯 하기엔,
프리우스 4세대 필링은 꽤 괜찮거든요;;
또한, 분명히 차는 날렵하게 움직이는데 핸들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써억 날카롭지 않습니다.
이런 주행 질감은 타이어도 큰 한몫 하지만, 서스 셋팅도 한몫 하는 거 같습니다.
노면 컨디션은 잘 모니터링 해주지만, 대신 바퀴가 굴러가는 필링이 쿠퍼s보다 희미합니다.
분명 동력이 엔진에서 뿜어져나와, 변속기를 지나, 뒷바퀴까지 간 거 같긴 같은데…
뒷바퀴에서 바닥으로 가는 느낌이 약합니다.
타이어가 프라이머시 3 XC로 달려있던데, 한등급 위의 스포츠 타이어를 끼면 적어도 주행감은 개선 될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희미한 주행 질감은 반전이 있더군요.
4.
개인적으로 저 3가지를 제외하면
이 차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은 차였습니다.
4-1.
일단 시야가 꽤 좋습니다.
카마로ss 따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시야가 좋습니다.
시야만이라면 평범한 세단들과 동급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4-2.
변속기 조작감이 끝내줍니다. 손맛이 너무 좋아요.
각 기어에 맞물려 들어갈 때 레버를 한 75 % 정도 움직였다고 치면
나머지 25 %가 빨판에 빨려들어가듯 챡! 하고 딱 맞게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1단을 넣기 위해 레버를 왼쪽으로 젖힌 다음 위로 쓱 밀어올릴 때
1단까지 한 1 cm 정도 남았을 쯤 “쫘악!”하고 해당 자리에 레버가 빨려 들어갑니다.
이 느낌이 중독성을 느낄 정도로 너무 좋아요!
1 ~ 4단까지 착착착 변속해서 착실히 속도를 붙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수동은 변속 지시등이 있더군요. 소리랑 함께요.
수정 : 자동변속기도 변속 지시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RPM을 6천 이상 끌어올리면 RPM 게이지 가운데에 붉은색 등이 들어옵니다.
좀 더 RPM을 올리다 한계까지 가까워지면 붉은등이 점멸하면서 경고음이 들립니다.
추가 : 이 변속시점은 원하는 RPM을 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 변속하면 되는 거 맞죠?
와, 이런 감성 너무 좋...
4-2 #.
참고로 클러치 패달 밟는 느낌도 끝내줍니다.
쫄깃쫄깃 합니다.
4-3.
이 차는 무게중심을 옮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원래 그렇게 만들었다면서요?
86은 쿠퍼s와 달리 롤링을 어느정도 허용합니다. 그것도 전륜을 위주로요.
그리고 앞바퀴와 뒷바퀴의 스트로크가 차이가 좀 있는 느낌이었어요.
앞바퀴 스트로크가 뒷바퀴보다 살짝 길고, 댐핑 압력도 좀 다른 듯 했습니다.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 전륜과 후륜이 지나는 느낌이 꽤 달랐습니다.
전륜은 금방 충격을 잡는데, 후륜이 살짝 느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입니까…?
조금 과격하게 코너를 돌 때 리어의 반응이 재밌더군요.
“야, 노면을 잡을까? 놓을까?”
야, 잡아. 내가 무서워! (...)
그러면 ESC 켜던가!
미안, 그걸 끈 내가 잘못했네.
솔직히 조금 RPM 올려서 유턴만해도 신이 납니다. (...)
이 점이 다른 펀카들과 궤를 달리 하는 듯 했습니다.
대부분의 펀카들은 쇼트트랙 선수처럼 코너를 굉장히 날카롭고 정교하게 가로지르거든요.
하지만 86는 코너만 돌면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저를 자꾸 꼬십니다.
“야, 노면 놓을까?”
아니, 놓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4-4.
배기음이 좋습니다.
솔직히 86은 배기음 튜닝 안해도 될 듯 합니다.
저는 충분히 드라이빙 감성을 자극한다고 생각합니다.
4-5.
시트가 딱딱한 거 말곤 착좌감 좋습니다.
시트 볼스터도 엄청 단단하게 허리를 잘 잡아주더군요.
4-6.
근데, 사이드 미러는 광각이 아닌 듯 합니다;;
4-7.
저는 수동도 내장 구성이 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개선 버전이라 그런가;;
4-8.
86으로 2단 출발은 포기했습니다;
1단 출발도 시동 꺼트려 먹어서 창피했어요. ;ㅂ;...
5.
솔직히 이 차는 기존의 유명한 펀카들과 지향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펀카들이 3분 요리처럼 자신의 장점을 금방금방 쉽게 꺼내먹을 수 있었다면,
86은 적어도 봉지라면, 그것도 물에 끓인다고 바로 먹을 수 없는 간짬뽕 같은 차입니다.
분명 장점이 있고 차도 좋은데, 그게 좀 흐릿하고 운전자의 손까지 탑니다.
손을 좀 타는데, 손맛을 느끼기엔 변속기를 빼면 뭔가 필링은 약합니다.
무게중심을 바꿔가면서 운전하기엔, 운전 연습도 다른 차들보다 더 많이 해야합니다.
심지어 순정 상태에선 전 만족스럽지만 별에별 불만이 다 나오게 생겼습니다.
코너를 빨리 돌자니 난 데 없이 사람 신경 긁는 미묘한 롤링에, 순정 타이어 그립은 뭔가 이상하고.
기분 내자고 좀 밟았더니, 옆에서 허파이브가 자기도 같이 달리자면서 미쳤다고 따라 붙습니다.
거기에 가격은 오지게 비싸서, 수동 자연흡기 스포츠카만 바라보고 타기엔 희생해야할 게 너무 많아요.
같은 돈으로
출력을 보면 3.3T의 50kg.f가 넘는 고토크의 파워 드리프트가 가능한 스팅어가 기다리고,
밸런스를 생각하면 할인 받은 330i나 ATS를 가도 됩니다.
일상을 겸하다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싶다면 할인 안받아도 같은 돈의 쿠퍼 s가 기다리고 있네요.
자연흡기가 필요하시다면 할인 받고 카마로 ss는 어떻습니까? 출력은 2.3배에 MRC까지.
안 팔리는 게 너무 당연하게 이해 됩니다.
얘는 가격적인 경쟁에서 절대 경쟁 차량들을 이길 수가 없어요.
근데,
묘하게… 이 차는 사람의 도전 정신을 긁어요.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타다보면 자꾸 뭔가 이상하게 하나씩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난 괜찮아, 좀 더 이 코너를 빨리 돌아봐.
무섭지 않지? 좀 더 RPM을 올려봐.
내 비명소리가 황홀하지 않니? 내 RPM을 떨구지 말아봐.
변속기를 더 쎄게 움켜쥐고 격렬하게 집어 넣어봐.
내 몸부림이 예쁘지 않니? 스티어링 휠을 더 격렬하게 돌려줘!
…
여기서 더 나가면 안될 거 같다.
뭔가 사람을 살짝 홀리는 느낌입니다.
시트에 앉고 시동을 걸면 묘하게 불안하지?
심장이 떨리지?
변속기를 움켜쥐고 격렬하게 밀어 넣어.
자, 악셀을 깊게 밟고 날 격렬하게 몰아봐.
망했다.
...
왠지, 자동차와 연애하는 느낌입니다.
그것도 제가 수로 당하는 쪽으로.
ps.
저기, 쏘하 팔고 저거 계약하면 저는 마누라에게 죽겠죠?
ps2.
86과 격렬한 밀땅을 치른 후,
쏘하를 타니 너무나 편안할 수 없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차에 대한 견문이 어떠시다구요?!
솔직히 무서운데도 자꾸 악셀을 더 밟고 뒤를 날려보고 싶은 마음이 잔뜩 들었습니다.
1. 86시승기라니 매우 반갑습니다.
2. 배기음은 사운드크리에이터 음이라서 호불호 있을듯 합니다.
3. 고급유 시승이 아니라서 아쉬운 부분이 있을건데 이건 어쩔 수 없을거고요.
4. 개인적으로 적으신 스티어링필링은 좀 의외입니다. 그 시승차의 문제일것도 같습니다. 저는 프리우스 4세대 타보고 스티어링 엄청 실망 했거든요. 아니면 뭔가 기대하는 바가 다를 수 있을것도 같습니다.
5. 동력이 제대로 바퀴에 안가는 듯한 느낌은 일반유라서 그런듯 싶기도 해서 일반유를 타보지 않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6. 변속지시등은 수동/오토 동일하고요.
7. 사이드미러는 양쪽 모두 광각이고 매우 큽니다.
8. 코너 그립 주행도 차의 한계?만 익히고 나면 엄청납니다. 뒤따라갈때 램프 돌면 사라지고 안보이는 경우도 있죠.
9. 클량은 원래 지름 고민은 추천이죠. 허락보다 용서가 쉽습니다.
조작성면에서 가변 기어비 달린 r-eps 급의 조작성은 안느껴지구, 기어비 낮은 평범한(?) 스포츠성 스티어링 느낌이라 조금 러프한 느낌이 아쉬웠구요.
(아무래도 독일차들을 먼저 시승해서 그런가 그런 느낌을 좋아하는 방향으로 학습된 듯 합니다.)
돌리는 느낌면에선 프리우스는 타이어 문제가 있지만 돌리는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86은 분명 묵직하긴 한데, 약간 이질감 드는 묵직함이었습니다.
바퀴가 바닥에 닿는 느낌이 약한 건 약간 복합적이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새 하도 과급기 달린 차들을 많이 타봐서 출력 문제를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으...는 아닌 거 같아요. 타이어를 바꿔야하나;
지르고 싶은데, 신혼부터 사고치고 싶진 않습니다 ㅠㅠ
와닿더군요
줄줄 설명을 하다가
에라이~ 집어 던지고는
이 차는 설명하고 비교하고 해서는
이해가 안되는 녀석입니다
그냥 코너를 마구 밟으며
달려줘야합니다
일단 갑시다! 하더니
아우 재밌다 아우 재밌어 하면서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게 이 차량의 정체성 같아요.
비교하고 따지면 (가격까지)
이걸 굳이...? 인 물건인데
재미 측면에서는
최고의 물건아닌가 하는....
엔화 뭐시기 어쩌구 때문에 비싼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 1000만원 정도 쌌으면 스포츠카를 원하는 2~30대의 수요를 싹쓸이하지 않았을까..생각합니다.
그 정도면 살짝 무리하거나 여러가지 타협점을 고려할 때 그런 옵션들을 무시해줄 수 있을만한 가격대가 아니었을지..
게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펀카가 워낙 별로 없다보니..
예전에 몇 블록정도 가볍게 타본적 있는데 페달감과 변속기 질감이 정말 최고였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적어도 내장 꾸미는 걸 모두 빼버리고(천장 스웨이드는 진짜 사치라 생각했습니다;), 서스만 좀 더 융통성 있게 단단함을 낮춰 대중성을 갖춘 후에 3천만원 후반에만 포지션해도 살 사람들은 살 거 같아요.
생각보다 데일리로 끌고다니기 어려운 하드한 셋팅이 초반 걸림돌이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