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커 51 만년필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거의 유일한 부친의 유품이고, 매일 업무에 사용중입니다.
1941년에 처음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로 50년 이상 제조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그 만년필의 오리지널 제품이기도 합니다.
잉크가 잘 마르지 않도록 후드가 촉을 덮고 있어서,
실제로 잉크가 잘 마르지 않고 보호도 하는 역할도 있는데,
덕분에 가장 실용적인 만년필 중 하나입니다.
후드부터 펜 끝까지 매끈하고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고,
홈이나 문양 같은 것이 없음에도, 이상하게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모양은 그림처럼 전투기나 칼 같은 물체를 연상시킬 정도로 날렵합니다.
꼭 글을 쓰지 않더라도 손에 쥔 채, 잠시 생각을 하거나,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캡도 스크루 타입이 아니고 그냥 바로 씌웠다가 열었다가 할 수 있는 편리한 타입인데,
캡을 벗겨서 바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오래 사용할 때는 펜 뒤에 끼웁니다.
그러면 무게 중심이 묘하게 딱 맞으면서, 손에 쥐고 오래 글을 써도, 무게감이 거의 없고,
슥슥 미끄러지며 글이 저절로 써집니다. 볼펜이나 수성펜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끈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글자가 반듯하게 써집니다.
필체가 상당히 안좋은 저도 이 펜으로 글을 쓰면 제법 글자체가 나아지고,
흘려서 쓰더라도, 뭔가 기분 좋은 느낌으로 적당히 흐트러진 글자가 물 흐르듯 써집니다.
잉크는 파커 Quink 중 Washable Blue를 사용합니다.
아주 옅은 파란색 잉크인데, 맑은 날 먼 바다 끝의 하늘을 보는 듯한 어렴풋한 파란색의 멋진 잉크입니다.
어찌 보면 업무용으론 부적합 정도로 연한 색인데, 개인적인 만족감에 아는 척 모른 척 사용합니다.
업무용 수첩이나, 가끔 문서에 사인을 할 때, 또는 그냥 이런저런 머리 속의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글로 끄적일 때, 만년필을 사용합니다. 그러고 나면, 웬지 막혔던 생각이 정리가 되고,
뭘 해야할지 다소 막막하던 문제도 술술 해결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잉크를 넣어주고, 가끔은 물로 씻어내야하고, 무리하게 흔들리면 잉크가 흘러서 종이에 묻기도 하지만,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 늘씬한 펜을 쥐고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원래 주인인 부친의 메모를 올려봅니다. 아마도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제 일곱번째 생일이었던 듯 합니다...
흥미로운 것이, 파커 51이 1966년도 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라미 2000과 상당히 유사한 디자인이군요. 두 제품이 비슷한 역사를 가져서 그런지 비교대상으로 자주 언급되기도 하구요.
사실 제 눈에는 만년필 디자인이라 해봐야 엇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비슷한 사이즈로 자주 언급되는 비교대상 제품을 살펴보니, Montblanc 146, Pelikan M605, Lamy 2000, Parker "51" Aero, Aurora 88 Archivi Storici 022 등이 있더라구요.
라미2000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긴 하지만, 비교적 정리가 잘되어 있는 글을 링크해 드립니다.
http://www.fountainpennetwork.com/forum/topic/227631-lamy-2000-and-the-origins-of-lamy-design/
파커 51은 상당히 괜찮은 만년필인건 확실한거 같습니다.
전 버큐메틱 방식 사용중인데,
어떤 방식 사용중 이신지 궁금하네요.
대를 물려주는..
멋집니다!
이전에 지운 제 댓글에 대해 사과도 같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