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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왔으니까, 그래두 용궁 해동사는 한 번 가보고 싶다, ... 소원 한 가지는 들어준다는데,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용궁 해동사? 멀지, 거기?"
"후후후, 학생, 용궁 해동사가 아니고, 해동 용궁사!"
"아, 예, ...; 해동 용궁사요!"
"광안리서 갈라믄 꽤 멀지, 그래도 오는 토요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고 하이, 한 번 들러 가요. 송정서 버스 한 번만 갈아타믄 된다, 한 한 시간? 우리 아들 말이, 서울서 한 시간 거리는 먼 것도 아이람서? 바다 낀 절이 전국에 몇 개 안 되는데 용궁사가 그 중에 하나잖아. 시원한 바다 구경 할 겸, 소원도 빌 겸, 갔다 가요."
날씨는 점차 무더워지고, 부산엔 부쩍 관광객들이 늘어납니다. 살풋 복작이는 지하철 안, 주말 여행 차 내려온 20 대 초반의 두 남자분이 나누던 대화를 듣고는, 옆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해동 용궁사를 추천하시길래 저도 덩달아 용궁사 가자, 마음 먹었습니다. 새파란 바다를 보면서, 용왕님과 부처님께 부산에 내려와 재미있게 살겠노라 말씀도 드리고, 작은 소원 하나 정중히 빌기에 딱인 장소 같았어요.
1960 년 생으로 1985 년 결혼 전까지 부산을 떠나본 적이 없으셨던 저희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1970 - 80년대 용궁사는 지금처럼 화려한 느낌의 관광지라기보다는, 바닷가 시골의 조그만 암자에 가까웠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동 용궁사가 기록 상으로는 고려 공민왕 때 지어졌다고 하지만 임진왜란, 한국 전쟁 등 우리 역사의 큰 굴곡들로 희생, 소실되었다가, 1970 년대 들어 온전히 재건되거든요. 당시로서는 비교적 새 사찰이었던 셈입니다.
30 년 이 지난 2016 년 현재의 용궁사는 굳이 석가탄신일이 아니어도 부산시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거듭났습니다. 석가탄신일을 지낸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소원 하나 빌어본단 마음으로 함께 하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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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사로 가는 길은, 적어도 한 번 환승입니다. 수영강을 건넜다면 해운대에서 송정터널을 넘어가는 시내버스, 100 번과 181 번 중 하나로 바꾸어 타셔야 합니다. 석가탄신일 무렵이라면 희끗한 법복을 입으신 어르신들이 정류장 부근에 여럿이 계실겁니다. 그 분들을 따라 탑승! 허허벌판에 두둥 지어진 동부산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을 지나, '용궁사 / 국립과학수산원' 정류장에 하차하시면 용궁사 도착! 불교계의 가장 큰 명절인 석가탄신일이 가까워 오면은, 차와 사람이 한데 섞여서 그 부근이 매우 혼잡해지므로 '대중교통'만이 답입니다.
곳곳에 들어선 주차장과 상점들을 지난 다음, 골목을 따라서 구불구불 따라가면 짜잔, 12 지상이 주루룩 줄을 서 있습니다. 이 지점이 용궁사의 본격적인 시작점이지요. 몇몇 분들이 태어난 해의 동물상 위에 동전을 한 두 개 씩 올려놓았습니다. '올해는 삼재[호랑이, 말, 개 띠 손! 저요!]라 뭐가 이렇게 안 풀리는가!' 하는 푸념도 들리는군요. 12 지 상을 지나 교통안전 5 층 석탑을 둘러, '해동 제 1 관음성지'라는 현판이 붙은 일주문을 통과하면, 손님들을 바다 쪽으로 인도하는 계단 행렬이 시작됩니다.
이름하여 108 장수계단! 이 계단을 지극정성으로 한 번 오르내려가면 108 세까지 살 수 있다는데, ... 아, 개인적으로는 장수가 저주라 생각하는 저인지라 이 곳에 담긴 깊은 의미를 듣고 당황했네요. 철없는 할머니 되기 싫습니다 - -; 득남을 바라는 뭇 사람들의 손길에 닳은 득남불, 부처 머리상이 우뚝 반겨주는 용문석굴을 지나, 꼿꼿이 선 석등 사이 학업성취불 까지, 시작부터 구경거리로 가득하지만, 내려가시다 '해가 제일 먼저 뜨는 절, 일출'이라는 돌표지를 보신다면, 옆길로 새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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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소개드린 부분이 용궁사의 초입이라 한다면, 이제는 용궁사의 중반부에 다다랐습니다. 소생물을 방생하는 제용단의 표지판을 따라가면, 낮은 계단 위로 '동해 갓바위 부처'라 불린다는 약사여래불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단일 석재로는 한국 최대라는 10 m 의 해수 관음상을 포함, 용궁사의 전경을 높이서 조망하기 좋습니다. 여래불단에서 내려온 뒤 바다 끝에 이르시면, 이 근방에서 햇님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일출암 저 위로,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의 사이에 동 뜬 지장보살을 만나실 겁니다.
동해의 최남단에 위치한 사찰답게, 탁 트인 바다와 용궁사의 조합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와 함께 3 대 관음성지 중 하나로 알려진 용궁사이기에, 사실 오기 전에는 낙산사와 같은 유려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만, 용궁사는 낙산사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발산하는 곳입니다. 곡선이 여리고 곱다란 낙산사보다 훨씬 선이 굵고, 또 뭐랄까, 그야말로 '와일드'하네요. 홀딱 반해버렸어요! :D
지장보살에게 꾸벅 인사하고 왼쪽을 보시면 이름처럼 빠아알간 홍룡교, 그 너머로는 국립수산과학원으로 통한다는 갈맷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저 멀리, 올해 말 완공 예정이라는 힐튼 호텔 리조트가 선명하게 보이는군요. 12 월 쯤이면 주변의 표정이 또 한 번 크게 바뀔 듯 합니다. 개발이야 불가피한 것이지만, 석가탄신일 전야와 당일, 짙은 밤이면 이 부근에서 유일하게 반짝이던 용궁사가 그 빛을 꽤 잃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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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 지장보살 앞에 두고 어묵 한 꼬치를 우적우적 뜯은 다음, 형형색색 연등으로 빼곡히 들어찬 용궁사의 본진으로 향해봅니다. 높이 솟은 해수관음상을 제외하면, 황금돼지, 진신사리탑, 소원성취 연못, 포대화상, 신비한 약수터, 비룡상, 대웅전, 원통문, etc. 용궁사의 모든 관광포인트가 가리지만, 푸른 하늘 위로 오색 연등 물결 하늘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 무렵의 용궁사가 어쩜 가장 아름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제게는 꽤 신선하게 느껴진 게, 관정[潅頂] 의식이었습니다. 꽃 속의 아기 부처 위로 물을 끼얹는 의식은 방콕에서 송크란을 맞으며 처음 보았는데,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랍니다. 부처님께서 탄생하실 때 하늘에서 아홉 마리 용이 물을 뿜어 축복한 데에서 유래한 이 의식은, 부처에 공경을 표하는 동시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과정이라는군요. 근래 여러모로 구질구질했던 마음이 해맑게 개인 것만 같습니다 :)
맑게 개인 마음으로, 해동 용궁사의 석가탄신일 하이라이트, 야경을 기다려 봅니다. 석가탄신일은 음력 4월 8일 초파일로 매년 바뀌는 거지만, 5 월 중순 맞이하는 올해라면 전체적인 조도가 적당해 사찰과 바다가 조화로운 저녁 7 시 반 무렵이 골든 타임! 거세게 치는 하얀 파도와 대비되어, 아름다운 연등 천이 유유히 흐르는 용궁사, 어여삐 조망할만한 골든 로케이션[...]으로는, 일출암 지장보살 앞 대형 우체통 옆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참, 낮에도 거센 동해바다 바람, 밤에 장난 아닙니다, 바람막이 꼭 준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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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속 빛나는 해동 용궁사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마음 깊이 간절하게 소원 하나 빌고 집에 돌아오는 길, 다리는 부어서 무거운데 마음만은 청량하고 가볍습니다. 외딴 정류장, 버스를 타고, 딱 하나만 더 바라볼까요? :) 저는 진정으로, 종교가 선사하는 삶의 풍요가, 종교의 자유로 누리는 사회적 풍요가 하나의 가치로서 존중되고 수호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오늘도 모두의 부산을 반겨주신 모든 분들께 평화가 함께 하기를!
특히, 신나는 연휴 끝 다시 시작되는 일상 속에, 부디, 내적 평화가 함께 하기를 [...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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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가 아니라도 가볼만한,
멋진 사찰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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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글,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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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갔다가 버스 사람많아서 계속 못타고 택시는 없고...
기장, 특히 용궁사가 많이 외진 편이지요?
이상하게 올해 제가 간 때에는
시내버스 100 & 181, 해운대 마을버스 9 번이
의외로 붐비지 않아서 탈 만했답니다.
날마다 해마다 교통상황 변동폭이 큰 듯 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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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공에선 금새 밀려서 아쉬운 글입니다
갈 만큼의 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ㅅ ^;
찹쌀떡밥 님께서 조언해주신대로,
게시판 위치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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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위치, 고민해보겠습니다.
게시물이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지
제 스스로 확신이 서지를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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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빌러 다녀오기 좋은 곳 :)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사찰 전반은 참으로 아름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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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기가 황금연휴라 해외 등 타지로
여행 가신 분들이 많아 그랬던 걸까요?
아아, 소원은 용왕님도 부처님도
아무도 안 들어주시나요 ㅠ 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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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해동 용궁사에 대한 평은 꽤나 명확하게 갈리는 편인데,
석가탄신일 특수가 확실히 크게 작용하는 듯 합니다.
안 그래도, '평소의 조용한 해동 용궁사를 방문한다면
받게 되는 인상이 충분히 다를 수 있겠다,'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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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으로 오신 관광객들을 뵈었습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그렇게 구석까지
많이들 찾아오시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상업성이 짙어 싫다고 하시는데,
그럼에도, 경험한 바로는 아름다운 바다를 껴,
한 번 즈음 방문해볼만한 사찰이라 판단되어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해 올린 글이니 너무 노여워 마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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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메이데이님처럼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저는 용궁사 옆에 해광사 추천해요!
기장 분이 직접 추천해주셨으니
시간 내어 꼭 들러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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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속에 찌들고 상업적인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곳..
파란 자연과 오색 연등의 대비에 감명을 받았을 뿐,
위에서부터 꾸준히 말씀해주신 '상업성'에 대해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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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갔던 건 함정 ㅋ
온가족이 동전 던져서 들어갔던 것도 기분 좋았고요.
유명세 탓에 인산인해죠. ^^
#CLiOS
동전을 못 넣어 한참을 서 있는데 +ㅅ+
[저는 연못에 한 1,000 원 쓴 것 같아요;]
인산인해인 건 익히 알지만 grayfire 님처럼
저도 해동 용궁사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고,
또 석가탄신일 행사 기간에는 나름 괜찮았는데,
적잖은 분들은 가셔서 실망 많이 하셨나봐요.
다음에는 갈맷길 코스로 지나가볼까 해요 :)
from CV
다음엔 광안리에서 수영강변 가는 길
특집 기사(?!)도 다루어 주세요! ㅎㅎ
(뜬금없는 독자요청!;;)
#CLiOS
말씀하신 지역과는 몇 발짝 떨어져 있지만,
안 그래도 다다음주 즈음 수영강 관련 글
내보내려 준비하고 있었어요 :D 이런 우연이!
특집 기사 소스 제공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좀 부탁드, ... 굽신굽신;].
광안리에서 수영강변 내려가는 길이라면
미월드-수변공원 통해 가는 길 말씀하시나요?
요즘 미세먼지가 심해서 파란 바다 - 파란 하늘의
이쁜 조합을 담기가 참 어렵습니다 ㅠ ㅅ ㅠ
추천 주신 동네는 올 여름 안으로
미세먼지 개이는 화창하고 맑은 날에
좋은 이야기로 꼭 엮어올게요, 약속, 도장 꽝꽝 ㅎㅎ
from C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