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을 한번 해 본적이 있는데요.
사실 좋은 경험이 아니어서..고민 하다가 많은 분들이 안좋은 경험들도 많이 쓰시고
소개팅 이야기 읽는게 재밌어서 저도 보탬이나 되어볼까하고 함 끄적여 보아요^^;;
대학교 졸업 후에 기숙사 여자애들하고 모이는 자리에 친구 하나가 자기 남친과 남친의 친구를 데리고 왔더라구요.
뭐 다 같이 놀고 마시고 그러다 남자분들은 빠졌는데
그 후에 놀고 있는 도중 그 친구가 제게 귓말로 자기 남친이 지금 친구랑 노래방에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그 친구분이 절 맘에 들어하더라며 그러더라구요.
졸업 후 첨 만나는 반가운 친구들과의 자리라서 미안하다. 나는 여기서 더 놀고 싶다. 하고 거절을 했지요.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지하철 출구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됐어요.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그 친구가 제게 남친이 있느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있었는데 헤어진지 좀 됐다, 라고 말하자 친구가 그 예전에 그분하고 소개팅 함 생각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나는 소개팅은 좀 그런거 같다. 내키지가 않네^^;;" 하고 거절하고 서로 전번만 교환하고 말았지요.
그리고 얼마 안지나서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는 소개팅을 다시 조르더라구요..ㅜㅜ
부담가질거 없이 걍 맘 편하게 먹고 밥한끼 같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하라구요ㅠㅠ
사실 저도 거절을 잘 못하는 타입인데 세번이나 일케 나오자 거절이 힘들어 알겠다고 하고 날을 잡았어요.
그리고 당일..
자리에 나가자 친구와 친구 남친이 있었어요. 서로 인사를 한 후 상대방을 기다리는데 그 분이 좀 늦으실거라 해서 먼저 가서 메뉴를 시키고 있자고 하더라구요. 이때부터 사실 뭔가 불안한 감이 오긴 했지만 일단 알았다고 하고 식당에 들어갔어요.
T뿅뿅 이라는 팸레를 가서 메뉴를 골랐는데 저는 스테이크를 골랐고, 친구와 남친도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고 서버에게 주문하는 도중에 그 분이 오시더라구요.
그때 마침 서버분이 "스테이그 굽기는 어느 정도로 하시겠어요?"
하는데 그 분이 대뜸 "웰던이요" 하는거예요.. =ㅁ=;;
사실..저는 레어로 먹거든요ㅠㅠ 아니 굽기 정도야 원하면 양보할 수는 있지만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그보다 내가 시킨건데..의향을 물어보든지 본인 메뉴를 따로 고르시든지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땐 정말 경황이 너무 없어서 걍 당황한 채로 넘어갔어요.
그리고 메뉴가 나오고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팔짱끼고 말이 한마디도 없더라구요=_=;; 대화를 저와 친구, 그리고 남친 일케 3명이서 하는 분위기..
가끔 제가 뭐 물어보면 그제서야 단답식으로 대답..
제 친구도 민망했던지 뭐 말 좀 하라고 했더니 돌아온다는 답이..(고갯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을 안걸잖아.
순간 제 친구의 당황한 얼굴과, 그 남친의 민망한 얼굴..
그리고 그분은 계속 팔짱 낀 채로 과묵모드.
남은 3명이서만 어색하게 대화를 하고..
와..솔직히 맘같아선 당장 그자리 박차고 집으로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친구 체면이 있으니까..ㅠㅠㅠ
그렇게 가시방석같은 식사가 끝나고 이제 해방이다;ㅁ; 집에 갈 수 있겠구나;ㅁ; 하고 생각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친구 남친분이 술 한잔 더 하고 가자고. 이렇게 헤어지는건 좀 너무 아닌거 같다고..해서
호프집을 가게 됐어요.
두 남자분이 사전에 뭔 대화를 했던건지 거기서부턴 말을 좀 하시더라구요.
근데 그 내용이...내용이...
본인자랑, 본인의 마초스러움 어필, 자긴 이러이러한거 좋아하는데 나랑 사귀게 되면 이런거 하러 가면 좋겠다. 뭐 이런거..?ㅠㅠ
1분이 10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어요..ㅠㅠㅠ
친구는 옆에서 그분대신 어케든 분위기 띄워보려고 애쓰고 있고..;;
그렇게 자리를 마무리 하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방향이 남친분만 다른 쪽이고 셋이 같은 방향이었어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친구가 그 분에게 그러더군요. 서로 번호 교환은 했냐고.
여기서의 이분 반응이..
(고갯짓으로 날 가리키며) "나한테 번호 안물어보던데?"
...하..ㅜㅜㅜ
제가 참 곱디 고운 성격은 아닌데요..
정말 친구만 아니었음 열마디는 더 했을거 같은데...ㅠㅠ
친구가 뭔지...
고갯짓 하지 말라고 이 꽉 깨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ㅜㅠ
남이 선택한 신성한 고기님 굽기 멋대로 정하지 말라고도...ㅠㅠ
친구도 표정 완전히 굳어서 더이상 암말 않더라구요..
그리고 그 길로 지하철 타고 빠빠이..ㅎㅎ
이렇게 제 첫 소개팅이 끝났습니다.
첫경험이 참 중요하다고들 하잖아요?
첫경험에서 너무 쇼크를 많이 먹어서..
전 이 일로 두번다시 소개팅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답니다 ^^;;
원래 단촐하게 쓸 생각이었는데 왜 타자만 치면 글이 길어질까요..
요약정리 학원이라도 다녀야 할랑가봐요..;ㅅ;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_)
고생하셨네요 ㅎㅎ
제 친구였음 살짝 화장실 가서 ㅈㄹㅈㄹ 을 ... -.,-
좋은거 배워갑니다(?) ㅋㅋㅋㅋ
심지어는 본인 일이랑 연봉 자랑을 하는데
연봉 자랑 자체도 꼴사납지만 솔직히 막 자랑할만큼의 연봉도 아니었거든요...
본인에 대한 자신감이 정말 대단하셨던거 같아요..
차마 연락을 못하겠어서 그랬는지..
지금은 걍 일케 썰로 풀 정도로 괜찮아졌지만
그때 당시에는 너무 상처를 받았었네요ㅠㅠ
정말 그자리에서 친구 체면때매 표정관리 하느라 무슨이야기가 오고갔는지조차 정확히 기억이 나지를 않네요ㅠㅠ
보통 맘에 안들어해서 억지로 나갔을 때 하는 행동아닌가 -_-;;;;;;
지금 생각해보면 본인의 남성스러움을 어필하고 싶으셨던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도 너무 잘못 잡으셨던거 같아요..ㅠ
앞으로는 못할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징크스라는건 깨야 한다지만..용기가 선뜻 나질 않네요;ㅅ;
이게아닌가;;;;( ⓗ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마초스럽게 자신의 남자다움을 어필하고 싶으셨던거 같아요..(...)
오래 된 일이니 지금은 달라졌을지도요?ㅋㅋㅋㅋ
언젠가부터 소개팅 할 때 개인적인 철칙이 있는데, 절대 주선자와 동석하지 않는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둘이 만나서 알아서 합니다.
주선자 끼고서 제대로 되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괜스레 주선자들까지 밥이나 음료나 사줘야 하고..
블라인드 소개팅이 대세 아닌가요? 아는 건 이름과 전화번호 뿐..
그렇게 나가는게 기대도 되고 재미도 있고 하더라구요.
지금이야 지치고 지겨워서 안하지만.. 재밌는 소개팅은 재밌어요. 즐겨보세요 ^^
물론..현재 미혼에 애인이 없어야 합니다? ^^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둘만 있어야 뭐가 되도 될듯..
그래서 제 주변에서 누가 소개팅 한다고 하면 주선자도 같이 나오냐고 꼭 물어봅니다..(...)
다음번에 소개팅 한다면 좋은 남자분 만나실 수 있을거에요.
저런 남자분 흔치 않은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