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6살된 시츄와 함께 살고 있어요
친정에서부터 키우던 강아지 였고,
제가 결혼한 뒤 최근 1년 6개월 정도는 엄마가 큰 수술을 연달아 하시게 되면서
거의 저와 남편이 강아지를 돌봐 왔습니다
제 강아지(개가 맞겠지만..)는 재작년 심장비대증(이첨판폐쇄부전증) 말기 진단을 받고
복수가 찼다가 빠지고 흉수가 찼다가 빠지기를 반복하며 매달 두번~세번씩 병원을 다녀왔는데..
용케도 수술 한번 없이도 약 효과 만으로도 1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 주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80세 노인이 치료 불가능의 심장병을 가진 사이로 5~6년 정도를 더 산 셈이지요
강아지를 너무나 좋아하는 남편이 고작 2년이 안되는 시간을 키워오면서
마치 십년을 키운 강아지를 대하듯 제 강아지를 예뻐해주고 사랑해주었기에
병원비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은데도 그 모든걸 당연하게 해야 할 일로 여겨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이 정말 큽니다
최근 한달사이 이빨에 생긴 염증으로 2주 정도를 굶다 시피 하고
그 후 1주정도 매우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에 닭가슴살 캔을 한개가 넘게 먹기도 하며 팔팔했는데
갑작스럽게 구토가 시작된 이후 무서울 정도로 살이 빠지더군요
종합 피검사 결과 신장과 간과 췌장이 모두 이제 한계에 다달아 있었습니다
결과창에는 이상 수치를 의미하는 빨간색의 숫자만 가득했어요....
심장병을 앓는 강아지가 최후에 맞이하게 되는 상황이지요
심장 케어를 위한 장기간의 이뇨제 복용이 필연적으로 신장을 망가뜨리게 되니까요..
2차 병원으로 가는 방법도 있었습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의도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였고 저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미 심장병이 많이 진행되어온 상태였고, 망가진 신장을 다시 복구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다
2차 병원에서는 현재 제 강아지 상태로는 입원치료를 하며 각종 검사와 수술을 진행하게 될 것이었는데
이미 예정된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제 강아지를 입원실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할 순 없으니까요..
모든 수치가 좋지 않고 심장이 견뎌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에 수액치료나 요독을 뽑아낼 카텐터를 꼽는 것도 무리였기에
약을 최대치로 쓰는 걸로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일요일부터 제 강아지가 하루 두번 먹는 약은
알약만 7~8개에 가루약이 어른 밥숟가락으로 한가득 퍼질 양입니다...
강제 급여와 강제 급수를 하며 약을 먹이는데도
일요일까지만 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던 애가 오늘에 이르러선 거의 움직이지도, 정신을 차리지도 못합니다
흔들어 깨워 겨우 겨우 약을 억지로 먹이는 정도..
약 먹일때 거부하는 힘으로 좀 더 살아주면 좋으련만,
사랑한다고, 힘내라고, 좀만 더 나와 함께 살자고 수도 없이 귓가에 속삭여 주었지만
그 목소리가 강아지에게 닿고 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치료를 하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느껴왔기에 2년 가까이 되는 시간 가족들은 항상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도
막상 이 때를 맞이하니 마음이 너무나도 힘드네요
친정 엄마가 이제 강아지를 데려가길 바라십니다
임신중인 제가 직접 강아지의 죽음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시고
무엇보다 엄마에게도 16년 자식같은 강아지이니 죽을때 엄마 옆에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십니다
일요일에도, 월요일에도 엄마가 집으로 오셔서 데려 가겠다 하셨는데..
남편이 아직 강아지를 포기하질 못하네요
좀만 더 노력해보자고, 좀만 더 약을 먹이고, 좀만 더 밥을 먹이고 할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안그러면 너무 후회가 될것 같다는 신랑의 마음도,
데려가고 싶어하는 엄마의 마음도 다 사랑하는 마음이니 어찌해야될지를 모르겠네요
어제까지는 좀 더 치료해보고 싶었던 저도 오늘에서는
이렇게 연명시키는 것이 과연 강아지를 위한 일인지, 그저 나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어찌되었든 제 강아지가 살면서 가족중 누구보다도 사랑한 엄마 곁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게 맞다는 생각도 드네요
남편에게 재차 오늘 엄마가 또 오실것 같은데 그때 보내는게 맞지 않겠냐 의견을 말해 보았지만..
남편은 좀만 더 해보자.. 는 답만 할 뿐이네요
엄마에게 보내면 아마 엄마는 저희가 하듯이 일부러 밥을 먹이고 물을 먹이고, 저 많은 약을 먹이는 일을 하지 않으실 겁니다
누가 봐도 이미 죽음이 눈앞에 왔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강아지를 더 힘들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친정에서 키운 강아지는 모두 두마리였는데 첫째가 재작년에 15살로 하늘나라로 갔고,
그 죽음의 과정을 엄마가 오롯이 옆에서 함께 하셨기에 더 그런 생각이 강하신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곁에 두고 다독여주며 죽음을 맞이하게 하실 겁니다..
아마 남편은 그 점이 아쉬운것 같습니다. 실낱같은 가능성을 붙잡고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은 것 같아요..
마음이 복잡하네요
저도 어떻게든 단 하루라도 더 살리고 싶은 마음과, 편안하게 보내줘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어찌할줄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오늘 저녁쯤엔 조금씩 기운이 돌아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과 마음속에서 계속 싸우는 것이 너무 힘드네요..
신랑을 계속 설득해 엄마한테 보내는게 맞을것 같은데, 그 설득하는 과정도 마음이 아플것 같아요..
지금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있는 모든 분들
아낌없이 후회없이 사랑하시고, 아픈때가 오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저는 제 강아지가 이미 심인성 기절을 할 만큼 심장병이 진행되도록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미루다가 뒤늦게 병원에 갔었고
당시에 상황도 당장 2주후에 강아지가 살아있을지를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제 강아지는 1년을 넘게 더 살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듯 아낌없이 자기 가족을 사랑해줬어요
우리가 반려동물로부터 받는 그 조건없는 사랑은 아무리 해도 사람으로부터는 받을 수 없는 마음입니다
제가 남편을, 엄마를 너무나 사랑해도 우리의 반려동물들이 하듯이 그런 방법으로는 사랑할 수 없어요...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제 마음을 어떻게든 정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강아지는 오늘이 되었든 내일이 되었든, 일주일이든 한달이 되었든 머지 않아 하늘나라로 갈 것임을 받아들여야 겠지요
그리고 그 곳에 먼저 가서 언젠가 엄마가, 우리 가족들이 오는 날을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거예요
그리고 꼬리 흔들며 맞이해주겠죠.. 16년 동안 항상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면 뛸듯이 기뻐하며 반겨 주었던 것 처럼.
그리고 우리 모두가 다음 생애에서도 다시 만나 사랑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두서 없이 긴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편히 갈수있게 도와주는것도 방법중 하나같습니다... (안락사 이야기하는거 아니구요...약물로 고통을 줄인다고 생각하지마셔요.)
16년 함께해준 시간 그녀석이 준 기쁨...그것만 생각하세요....ㅠㅠ
다음에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실수 있을거라 믿어요.
힘네세요~
만남의 기쁨은 필연적으로 이별의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잘 보내주세요. 아파하는 것 만큼 사랑했고 소중히 대했고 글쓴 분에게 기쁨을 준 존재라는 뜻이니까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
남편분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갑니다.
힘내세요.
지금 사무실자리에도 저와 아내의 개를 찍은 사진액자가 있습니다.
힘내셔요.
늙은 개를 보내면서 1,2,3차 의료기관을 뻔질나게 돌아다녀본 입장에서 작은 조언을 하자면,
개인적 견해지만 약을 먹이지 마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시는대로 심장,신장,다중장기불능,사망 순서는 거스를수 없는데
신장약이든 심장약이든 간장약이든 다른 장기에 부담을 줍니다.
그냥 말기엔 약을 안먹이는게 조금 더 개에게 좋은거 같습니다. 물론 '크레메진'과 같은 종류의 것은 그렇지는 않지만 그 크레메진 조차도 영양분에도 흡착하므로...
그리고 개가 죽은 후에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수 있습니다. 화이팅 하셔요.
개가 죽어 없어져도 함께했던 즐거운 시간이 같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CLiOS
반려동물은 아니고 가족을 병환으로 5년 넘게 고생하다 보낸 경험으로 비춰보면,
치료를 통해 완치가 되거나 증상이 호전되어 결국 나아질 수 있는다 경우는
당연지사 모든 가능한 치료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맞겠지만,
연명치료의 경우 더우기 증상이나 통증을 계속 동반해서 가져가고 완화나 호전의
가능성이 없다면 아픈 사람(동물)과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고통(정신적, 신체적, 경제적)이
너무나 크기에 차라리 어느 정도 아픈 이가 견딜 수 있는 정도까지의 치료과정을
넘어서면 그나마 종말단계의 치료로 사람이나 동물의 몰골이 망가지기 전 멀쩡할 때
치료 중단을 결정하고 조용히 가족들과 같이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가족(반려동물)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떠나보낸다는 것이 결코 결정하기
쉬운 사항을 아니지만 제 경우 치료받던 가족이 치료 자체(약이나 각종 의료기기, 수술,
주기적인 감염으로 인한 폐렴, 발열, 염증, 시도 때도 없는 약제 투약이나 검사를 위한 주사 등등)가
사람을 고문하는 하는 것과 별다를 바 없어 제발 포기하고 보내달라고 할 지경이었기에 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경계하기 위해 '존엄사'를 대체적으로 거부하는 사회분위기도 있겠지만
남은 가족들의 미련 또한 이런 결정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인 것도 하나입니다.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최대의 노력을 경주했는가라는 의문은 어찌보면 남겨질 가족들의
미련이나 죄책감을 덜기 위한 방어기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지나고나니 문득 들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이별이 고통스럽다는 건 마찬가지지만
좀 더 아름답게 보내주는 것도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한 남은 가족의 도리가
아닐까 감히 주절거려봅니다.
많이 사랑하고 많이 기억하고 많이 추억해주시기를...
선택은 가족의 몫이겠지요...
막상 제가 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고수하기가 어려울거라고도 확신해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살게하고픈 마음이 다른 마음보다 훨씬 더 클테니깐요
병원에서도 기대수명은 다 살았다고 한 상태라 지켜보는 중인데 마음이 편치 않네요
#CLiOS
남은 3마리 보낼일이 걱정입니다. ㅠㅜ
와이프와 두번다시 생명 들이는 일은 하지 말자
다짐하지만 쉽지 않네요.
가족들이 사랑해주는걸 알기에 외롭지않을겁니다.
전에 키운 저희집 강아지는 제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 품에 안겨서, 쓰다듬어주니 재롱 한 번 부리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