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의 행정업무는 2월이 가장 바쁘다.
털어내는 예산 속에 무리하게 진행되는 사업이나 회계처리가 많고,
그 사이사이에서 실무를 하는 사람들의 등은
나잇살을 핑계로하는 뱃살 위 단추들처럼 터져들 나간다.
2월은 아주 바빴고,
연이은 회식과 업무에 새벽 수영의 알람은 진공과도 같은 내 귀에 빨렸다.
3월은 더 뽜이팅 하자고 생각하며 재등록을 위해 다시 센터를 찾았다.
앉아 있는 여직원을 보니 지난달의 불쾌감이 생각났다.
카드를 건내주고 결제하는 중에
여직원이 모니터를 쳐다보며
'오랜만이시네요.' 라고 했다.
속으로 엥? 거리며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나는 그 직원에게
'저요?' 라고 물었다.
묻는 내 말엔 대꾸가 없었고,
다시 묻는
'저 한달만인데...' 라는 말에는
' 네 그러니까요.' 라고 테니스 공 받듯이 대답했던 여직원.
지난달의 불쾌감에 맛없는 양념이 올라간 느낌이다.
3월 첫주의 수영은 절반은 성공적이였다.
강사는 절반이나 빼 먹었는데도 이 정도면 잘하는 편이라며 칭찬을 자주 해주었지만,
하얀수영모의 그녀는 목요일까지 보이지 않았다.
2월만 수강했었나보다... 라고 말도 걸어보지 못한 나에게 아쉬워하고
매년 그렇게 돌아갔던 학교 행정처리를 탓하며 2월달의 나날들을 생각했다.
대학교 3월의 첫주는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이다.
딱 봐도 20살은 됐을까 싶은 아이들이 교정을 뛰놀고
맛 없는 학식에는 학생들이 가득찬다.
각 동아리에서는 신입생 모집에 한참인걸 출근길에서 보다보면
괜히 나까지 학부생의 냄새가 밸것만 같아 가끔씩 웃음이 나온다.
물론 그것도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까지만이다.
첫 주 목요일은 다음날 개강총회를 위해 그렇게들 각종 학과에서 법인카드를 빌려간다.
그게 사립대학교의 특성상 불편한 알력 싸움들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아주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바쁜 와중에
내가 꽤 가깝게 지내던 학과 여조교가 빼꼼 문을 열며 들어오더니
이번에 자기가 계약 만료가 된다며 자기네 학과에 남자가 너무 없다며
개강 총회에 굳이굳이 오라오라 했다.
아이구 내가 그 자리를 가면 불편해서 안된다.
나는 아저씨다 아저씨. 가면 아저씨 냄새난다.
나 술버릇이 고약하다. 막 운다. 등등
연거푸 거절을 했지만,
올해 신입생들이 아주 이쁘다는 말에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거 같다고 생각을 하며 고민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대학가 술집 어딘가였다.
이쁘다는 신입생들은 최소 3테이블은 넘게 떨어져 있었고
그건 나와 학부생들의 심리적,실질적인 나이를 뜻하는거 같아 괴로웠다.
학부 조교와 또 알음알음 알던 다른 학과생 애들과 조용히 마시고 있는데,
학부조교가 이번년도 과회장을 인사를 시켜준다며, 내 옆에 있던 말 많은 어떤 학생과 그 학생의 자리를 바꿔주었다.
서로 친절하게 소맥을 말아주며,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위의 인사를하며
두어잔쯤 마셨을까.
여대생들은 지네들이 뿌린 향수들보다도 짙은 농담을 시작했다.
'그런데 카라바죠님은 저 모르세요?
저 아시잖아요.'
라는 식의 농담에 나이 많은 아저씨가 당황하는게 그렇게 재밌는지
학부생들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쳐가며 깔깔 거렸고,
그 대상인 아저씨는 한입꺼리도 안되는 것들이ㅎㅎ 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으며 모태솔로와도 같은 리액션을 보여주며 화기애애해져 갔다.
잔들이 깔끔하게친 쓰리쿠션 공들처럼 테이블을 왔다갔다 했고
학과 회장은 취했는지,
'저기요 카라바죠님, 아니 오빠 저 진짜 모르겠어요?'
약간 빨개진 눈으로 나를 보며 말하자,
하이된 분위기의 테이블은 오빠라는 호칭에
다시 한번 기분 좋은 고양이 엉덩이처럼 들썩였다.
'음 어디서 봤더라?' 하며 술기운에 응수를 하며
학회장의 얼굴을 봤다.
당연히 본 적이 있을리가.
작은 이마, 움푹 들어간 외꺼풀 눈, 작은 코...
작은 운명을 믿는가?
'저희 손도 잡았는데' 라는 학회장의 말에
헐 대박이라는 안 쓰던 말이 심장과 함께 입 밖으로 뛰쳐나왔다.
학회장은 자기 쌩얼 별 차이 안난다며 눈을 흘겼고,
나는 하얀 수영모 이야기를 그녀에게 했다.
어리둥절하는 주변의 반응과 함께 서서히 자리는 마무리 되었고
학회장과 버스 타는 곳 까지 걸어가는 중에
그녀는 조금 뜬금 없이 내게 물었다.
'근데 그 등록하는 곳에 있는 여자 좀 싸가지 없지 않아요?'
그 말이 그녀가 나와의 대화 공통사를 위해서 노력해주는 것 처럼 느껴져
나는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쎄게 말들을 했다.
뭐 그렇게 일하면 안된다는 둥, 성격 진짜 안 좋아보인다는 둥...
내 말에 학회장은 어색한 웃음을 띄며
'그쵸? 화장도 안하고 오고 막', '근데 이제 카운터에 없을거에요'
이라며 내 말에 응수해줬고
'아 그래요? 짤렸나보다. 그럴 줄 알았지' 라며 무난한 대화들을 이끌어 갔다.
눈에 들어오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는게 아쉬워 좀 더 천천히 걷고 싶다는 생각 중
그녀는 내게 조금 피곤한 표정을 보이며,
'그럼 이제 수영 안 빠지고 나오실꺼죠?. 저번처럼 '오랜만에' 나오지 마세요.~'
배웅을 하며 걸어오는데,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기시감이 잔뜩 묻어있지만 술이 취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이 느낌.. 어디서 느껴봤더라... 하며 생각하던 중
나는 정체를 찾았다.
그건 바로 가라앉는 느낌이였다.
그래. 이건 수영하면서 물에 가라앉는 느낌이야...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갈 때 가라 앉는.
오는길 내내
분명 나는 물 밖인데도
땅이 서서히 꺼지며 가라앉는 느낌이 났다.
글 많이써주세요 ㅠㅠ 애독자 1인
#CLiOS
왠지 그럴거 같더라니......... 헐;
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