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론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아니라고 한다.
그럼 운명은 믿냐고 사람들에게 물으면 그렇다 아니다 여러 말이 나오고,
작은 운명을 믿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이상하다.
년도가 바뀌어 곳곳의 어색함이 잔뜩 있을 때
사람들은 어색함의 동력으로 뭔가를 하고자 한다.
연초부터 찾은 수영장에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했다.
안전사고에 대한 안내가 어딜가도 있었고,
사람들이 어찌나 다이빙을 해대는진 몰라도 다이빙 금지가 벽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등록처에 앉아 있는 여자는 주말 근무라 짜증이 났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이 사람 무급으로 일하는건가?
싶을 정도의 생기없는 안내를 내게 해주었고
새벽 주5일반을 선택하니, 조금 기분 나쁠 수 있을 정도로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여기 호구 하나가 또 새벽에 그것도 5일반을 하는구나 하는 느낌.
화요일이 되었고, 하얀 수영모를 쓴 어떤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강사가 말을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고
사뭇 진지한 태도로 공책과 노트가 있다면 쥐어주고 싶은 그런 얼굴을 했었다.
내 생각만은 아니였나보다.
그녀는
강사가 그 날 수업을 마치며하는
'음-파를 저렇게 열심히 듣는 수강생은 처음이에요오! 여러분 박수'
마무리 코멘트의 주인공이 되었다.
박수 소리 가운데
'자 오늘 하루 수고하셨구요오 옆 사람 손 잡으세요. 하나 둘 셋 화이팅!'
말 끝을 끄는 강사의 어투보다
원래 수영 강습은 마칠때마다 손을 잡나에 신경이 더 쓰였다.
나가는 길에 보니 등록 때 봤던 안전 사고 게시물들이 바뀌어 있었다.
꼼꼼히 찾아봐도 수영장에 연애하지 말라는 게시물은 없었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말자는 게시물은 있었다.)
나는 약간 안심이 되었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그녀가 수요일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목요일 마무리 코멘트때는 슬금슬금 움직여 그녀 옆으로 가는데 성공 했다.
갓 나온 폴라로이드 사진을 집는 것 처럼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작았고, 나는 그 날 저녁까지 그 느낌을 생각하며
너무 매가리 없이 잡았나 아닌가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가까이서 그녀를 본 건 처음이였다.
수경을 벗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도 하고,
장소의 특성상 물 밖에 있는 사람을
쳐다볼 수는 없었기에
처음 본 날을 말하라면 화요일로 해야할지 목요일로 해야할지 망설여진다.
그녀는 얼굴이 아주 작고 오밀조밀 했고
쌍커풀 없이 푹 들어간 눈이 눈을 커보이게 했다.
작은 얼굴에 달린 엘프귀는 그녀의 심볼 같이 보였다.
하얀수영모 옆으로 나와있는 귀는 나중에 친해지면 한번 눌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 후에 차례로 풀장을 나가며 보이는 그녀의 뒷 모습에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이 볼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피스 수영복이 여자들의 몸매를 완전 죽인다는
어느 외국 여자의 유튜브 동영상이 생각났다.
잘 보이지 않는 흐릿한 내 시계에 그녀의 호리호리병 같은 몸매가 있었다.
수영은 참 좋은 운동이다.
누군가 내게
작은 운명을 믿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얼마전의 일이다.
글 잘보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