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편 모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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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서 그 옷을 돌려줬어?’ 라며 친구 녀석 하나가 묻더군요.
‘백제와 이스라엘 역사를 망칠 수는 없잖아?’
의도한건 아니였지만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던거 같습니다.
‘헐 그러면 뭐라고 그랬는데?’
‘사람은 사실을 말하면서 거짓을 말할 수 있더라고...’
쑥덕 거리는 친구들 속에서 그때 했던 말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야... 근데 말이야, 그게 중요한게 아니더라...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더라고... 정말로 모든 걸.’
.
.
.
.
.
5분도 안되었을 시간인데도 날씨가 꽤나 추워서인지
그녀에게는 더 긴 시간이였을거 같습니다.
저에게는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였지만요.
그녀는 코트와 목도리 속으로 목을 푹 넣은 채 문 앞에 서있더라구요.
그녀에게 차키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옷 돌려줄 때는 드라이해서 줘야된다고 하셔서...’
‘에이 그냥 주셔도 되는데~ 그거 어차피 드라이 자주 안해도 되는 옷이라~^^’
전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입막음 요량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며칠동안 주차장에만 있던 차여서 그런지 차 안은 굉장히 딱딱하고 한기가 가득했고
때문에 안에서 시동을 건채로 잠깐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의 적막은 마치 그 한기에 회색을 칠하는 느낌...
그녀는 잠깐 고개를 갸웃 하더니 카 오디오로 그녀가 자주 듣던 음악을 틀더라구요.
무채색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물었죠.
‘그런데 이거 무슨 노래야? 오페라나 그런건가?’ 라는 제 물음에
그녀는 이따끔씩 뭔가 설명할 때 마다 하는
정면을 바라보면서
‘투란도트... 푸치니 곡이야.’ 라고 잠깐 텀을 주더니
‘공주는 잠 못 이루고! ^^ 나랑 어울리지?’
라면서 배시시 웃으면서 주차장 밖으로 우리는 나갔습니다.
어디를 갈까... 하면서 머리 속에 지도를 띄워 근처를 물색하는데
동네가 사람 사는 동네라 -_-;; 변변찮은 카페 하나 없었습니다.
그래도 동네와서 처음 어디를 가는 건데
중 고등학생들이 바글바글한 곳에 가고 싶지도 않았구요 (졸업한지 몇 년되지도 않았으면서 -_;)
혼자서 골똘ing 중에 그녀가 제게 그러더군요.
‘나. 너가 다닌 학교들 보고 싶어.’ 라고 했더랬죠.
제가 나온 학교는 중학교와 여러 고등학교가 한번에 묶여있는 사립재단이여서
정문만 들어가면 안에서는 다 이어져 있었습니다.
규모가 좀 있다보니 걸을 곳도 조금 있었구요.
차를 타고 대문을 들어가는 중에 생각지도 못한 (당시에는) 문제가 생겼는데
입구에 거의 도착할 때즈음 관리하시는 분이 나오시더니
무슨 용무로 왔냐고 묻더라구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 다닐때는
등학교 할 때 자가용으로는 교내 진입이 되지 않았거든요.
가정 통신문이 한달마다 나왔으니 -_-;
근데 시간이 오후시간이니 뭔가 용무가 있는 외부인인줄 알고
단순 방문증을 끊어주려고 관리하시는 분께서는 물으신건데
저는 엄청 당황했고
그녀는 진짜 바보 보듯이 저를 잠깐 보더니
치사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아쉬울 때 나오는 의식적인 웃음-_-;)
‘아 저희 여기 졸업생인데요~ 오늘 선생님 만나러 왔어요~^^’
반은 맞지만 반은 개뻥인 말을 하고 학교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찬찬히 걷는데
그녀가 제 손을 꽉 잡더라구요. 깍지를요.
특별한 대화 없이 저는 이거저거 느릿느릿 학교 구경을 시켜 주었고
제가 나온 고등학교 앞 운동장에서 대문으로 이제 가려는데
그녀가 갑자기 저를 보며
‘카라바죠야 너가 공부했던 교실이 어디쯤이야?’ 라고 묻더니
제가 가르키는 방향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어 찍어줄게~ 하면서 폰을 달라고 하니
그냥 제꺼로 찍으라더군요? 원래 사진은 항상 그녀 폰으로 찍었었거든요.
사진을 찍으려는데 갑자기 액정 속 그녀의 뒤로 검정색 점들이 우르르르 뛰어 나오고
뒤로는 ‘야~ 니네 좋아보인다~’ 류의 특유의 여고생의 빈정거리는 소리가 머리를 떄리더군요.
-_-;;
석식시간이 되어서 남자애들은 축구를 하려고 그 추위에도 뛰어내려 온거였더랬죠.
그녀는 그때 참 맑고 크게 웃었습니다.
방문증을 관리수위분께 돌려드리고 선생님은? 이라고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차를 다시 타고 내려가는데
제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은 무슨 약속이야?’
그녀는 잠깐 저를 쳐다보더니 다시 정면을 보며
‘응 그냥 아빠랑 엄마랑 같이 저녁~’ 이라는 말에
‘아 그렇구나... 나도 갈까?’ 하고 장난스럽게 물었습니다.
보통 어려운 자리나 갈수 없는 자리에 갈 마음도 없으면서 갈까? 하는 식의 말장난 있잖아요?
그런데 말하고 나서 절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제가 그녀에게 이런 식의 장난을 한번도 안 쳤다라는게 생각나더라구요 -_-;
그녀는 웃을듯 말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희집과 상관 없는 강변북로를 탔습니다...
진짜로 -_-; 도착한 곳은 웨스턴 돔내의 있는 평범한 이태리 레스토랑이였습니다.
평범했지만 나올때는 평범하지 않게 되었지만요...
건물에 들어가보니 이미 저쪽 창가쪽 자리에 부모님이 계시더라구요.
절 보시더니 약간 오잉? 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생각보다 당황하시건 하지 않으셔서
저도 생각보다 긴장이 안되기는커녕 엄청 긴장 되더라구요 ...-_-;
그리고 그 날따라 J의 아벗님의 몸은 왜 더 커보이시는지...
j의 표정이 어디 나왔는지 알 수 있을거 같은 미소로 어머님께서 이런 저런 말들을 붙여주셨고
j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엄마와 일본에서 어떻게 지냈고 뭘 먹었으며 등등
재잘재잘 참새처럼 떠들었죠.
음식은 맛있었고... 샐러드가 그녀의 집에서 먹던 것처럼 아주 형형색색이였습니다.
식사 중에는 정말 인정받는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처럼 무난하게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주로 아주 옅은 미소로 들으시면서 고개만 끄덕이시던 아벗님이
저를 정면으로 지긋이 보면서 물으시더군요. 그 특유의 몇초의 공간을 두면서요.
‘카라바죠군 군입대는 어떻게 되나?’
라구요.
그녀는 저와 아벗님을 번갈아가면서 도리질을 치고 있었고
저는 제가 혹시 말 실수할게 없는지 잠깐 생각한 이후에
카투사 지원 계획이여서 내년 9월 이후라고 말씀 드렸더니
더 이상은 안 물어보셨습니다... -_-; 끄응...
자리가 마무리 될 때쯤에는 이미 레스토랑 내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카운터로 가서 j의 아벗님께서 계산을 하시는데
매니저나 점주 같은 사람과 이야기를 좀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오늘 음식이 어땠지? 별로였나? 아니면 괜찮아서 좋다고 해주시는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데
j가 아버지를 뒤에서 폭 안더니 (아벗님의 덩치가 워낙 좋으셔서 안았다고 하기도 좀-_-;)
‘아빠! 불편하시대잖아. 가요 어서~’
라고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나와 차 쪽으로 걸어가는데
직원분들이 저희가 내려갈 때까지 정말 친절하게 해주시더라구요.
눈에 보이는 커다란 갈색 차를 보면서
주차해놔도 차 못 찾을 걱정은 안하겠다... 이런 얼빠진 생각이나 하고 있는 중에
어머님께서 갑자기 휙 도시더니 제게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시더군요.
‘과일이나 차라도 좀 들고 가요~’ 라고요.
그때 약간 두근했던거 같기도 하고 ;; 큼큼
덜덜이 같은 느낌으로 잠깐 서있으니
그녀가 제 팔을 꿰차며
‘싫어~ 우린 따로 갈 거야~’ 라고 하고 저를 끌고 차도로 가더군요.
차는 냅두구요.
가시는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 그 근처를 좀 걸었습니다.
걷다보니 유럽에나 나올법한 집들이 막 나오더라구요.
그 심즈나 레고에서나 보던 ...
커다란 마당에 단독 주택에 그네가 있고 작은 호수가 있고.. 이런 집들이요.
그런 집들이 삼삼오오 몰려있더라구요.
제가 막 신기해하면서
오오... 이러면서 쳐다보고 있으니
그녀는 자신의 워킹코스가 성공이라고 생각했는지 승리의 웃음을 띄면서
흐흐흐 이쁘지 이쁘지? 이러더군요 ㅎㅎ 귀여운 것...
‘와 이런 집에서 살면 좋긴 하겠다’ 라고 하면서
그녀보다 앞서서 걷고 있는데 그녀가 그러더군요.
‘왜?? 왜 좋아??’라는 물음에
‘그냥 집도 이쁘고... 이 정도 좋은 집에서 살면 삶도 어느정도 안정일테고?’
라는 제 말을 듣더니 그녀가 아무 말 없이 그건 그렇지 ... 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다만 한마디 하더이다
‘그래도 누구랑 사냐가 더 중요해’
어느정도 근처를 좀 걷다가 다시 밥 먹었던 곳으로 가서
차를 가지러 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j 씨~’ 하고 부르더군요.
그래서 둘다 뒤를 돌아보니 일하시던 분들이 막 퇴근을 하셨는지 건물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녀는 가서 잠시 하하호호 웃더니 금방 오더군요.
그녀가 운전석에 앉으면서 미안~이라고 하길래
괜찮다고 하며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
‘와 근데 여기 단골인가봐? 이름을 다 아네?’
라고 하니 그녀가
차 시동을 걸려다가 잠깐 멈칫 하더니 저를 보면서 그러더라구요.
‘응 단골은 단골이지.’
그리고 한 마디 더 하더라구요.
‘음...여기 내 가게야 내 이름으로 된’
라구요.
몇 번 봤다고 이제 좀 익숙해진 자유로에 들어갈 때쯤
제가 그녀에게 다시 물으니
그 건물 자체가 그녀의 명의로 되어있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세금이나 혹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건가 ...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건물에 관련된 세금이나 월세 이런 것들도 그녀의 통장에서 다 나가고 들어온다하고
그런 것들을 처리해주는 사람도 따로 있다 하길래
이걸 어디서부터 물어봐야하나... 하는 중에
그녀가 말해준건 그녀의 외조모분이 그 근방의 굉장한 유지? 같은 거였더군요...
언젠가 그녀가 제게
‘나는 지금 통장에 얼마 있는지 잘 몰라 ㅎㅎㅎ‘ 라고 하길래
‘괜찮아 나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는데 뭐’ 하고 넘어 갔는데
서로 다른 이유였던 거였죠 -_-;
집에 도착할 때쯤 알게 된건
아까 제가 봤던 그 레고집들 중 상당수는 외조모님 것이고
가장 눈에 들어오던 몇 개의 집 중 하나는 이미 그녀의 집이더군요...^^
제게 살던 집으로 차도에서 들어오면 일방통행이라 쭉 앞으로 나가야 했는데
집 앞에만 오면 이상하게도 갑자기 말할 거리가 생기는지
그녀는 비상등을 키고 집 앞에 잠깐 차를 주차한 후에 우리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이 되면 저는 으레 그녀를 쳐다보며
‘혹시 말할거 있어?’ 라는 느낌의 레이저를 눈으로 쏘았는데
그 날은 별말 없는 것이 그녀의 기분이 안 좋구나... 하고 알게 되었죠.
차에서 내리려는데 그녀가 절 부르더군요
‘카라바죠야.’
들었던 엉덩이*-_-*를 놓으며
‘응?’ 하며 그녀를 쳐다보는 제 눈을 보더니
그녀는 심호흡 하듯 눈을 감고 몇초 정도 있더니
제게 그러더군요.
‘걱정하지마. 겁 먹지도 말고.’
무슨 말하는거지? 하고 있었죠
‘응 알았어. 정확히 뭘 말하는진 모르지만 그럴게^^’
라고 말하니 그녀가 씨익 웃더군요.
그 웃음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좀 나아져서 입꼬리가 올라가는데
문득 그녀의 화장품인지 향수인지가 코에 들어오니
아찔
하는게 심장 갑자기 딸꾹질 하는거 마냥 외벽을 치더라구요.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보니 제 앞에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수줍은,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눈을 감은채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혹시라도 제 글을 기다려주셨다면 고맙습니다.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20108004CLIEN
‘음 그래서 그 옷을 돌려줬어?’ 라며 친구 녀석 하나가 묻더군요.
‘백제와 이스라엘 역사를 망칠 수는 없잖아?’
의도한건 아니였지만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던거 같습니다.
‘헐 그러면 뭐라고 그랬는데?’
‘사람은 사실을 말하면서 거짓을 말할 수 있더라고...’
쑥덕 거리는 친구들 속에서 그때 했던 말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야... 근데 말이야, 그게 중요한게 아니더라...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더라고... 정말로 모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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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도 안되었을 시간인데도 날씨가 꽤나 추워서인지
그녀에게는 더 긴 시간이였을거 같습니다.
저에게는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였지만요.
그녀는 코트와 목도리 속으로 목을 푹 넣은 채 문 앞에 서있더라구요.
그녀에게 차키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옷 돌려줄 때는 드라이해서 줘야된다고 하셔서...’
‘에이 그냥 주셔도 되는데~ 그거 어차피 드라이 자주 안해도 되는 옷이라~^^’
전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입막음 요량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며칠동안 주차장에만 있던 차여서 그런지 차 안은 굉장히 딱딱하고 한기가 가득했고
때문에 안에서 시동을 건채로 잠깐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의 적막은 마치 그 한기에 회색을 칠하는 느낌...
그녀는 잠깐 고개를 갸웃 하더니 카 오디오로 그녀가 자주 듣던 음악을 틀더라구요.
무채색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물었죠.
‘그런데 이거 무슨 노래야? 오페라나 그런건가?’ 라는 제 물음에
그녀는 이따끔씩 뭔가 설명할 때 마다 하는
정면을 바라보면서
‘투란도트... 푸치니 곡이야.’ 라고 잠깐 텀을 주더니
‘공주는 잠 못 이루고! ^^ 나랑 어울리지?’
라면서 배시시 웃으면서 주차장 밖으로 우리는 나갔습니다.
어디를 갈까... 하면서 머리 속에 지도를 띄워 근처를 물색하는데
동네가 사람 사는 동네라 -_-;; 변변찮은 카페 하나 없었습니다.
그래도 동네와서 처음 어디를 가는 건데
중 고등학생들이 바글바글한 곳에 가고 싶지도 않았구요 (졸업한지 몇 년되지도 않았으면서 -_;)
혼자서 골똘ing 중에 그녀가 제게 그러더군요.
‘나. 너가 다닌 학교들 보고 싶어.’ 라고 했더랬죠.
제가 나온 학교는 중학교와 여러 고등학교가 한번에 묶여있는 사립재단이여서
정문만 들어가면 안에서는 다 이어져 있었습니다.
규모가 좀 있다보니 걸을 곳도 조금 있었구요.
차를 타고 대문을 들어가는 중에 생각지도 못한 (당시에는) 문제가 생겼는데
입구에 거의 도착할 때즈음 관리하시는 분이 나오시더니
무슨 용무로 왔냐고 묻더라구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 다닐때는
등학교 할 때 자가용으로는 교내 진입이 되지 않았거든요.
가정 통신문이 한달마다 나왔으니 -_-;
근데 시간이 오후시간이니 뭔가 용무가 있는 외부인인줄 알고
단순 방문증을 끊어주려고 관리하시는 분께서는 물으신건데
저는 엄청 당황했고
그녀는 진짜 바보 보듯이 저를 잠깐 보더니
치사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아쉬울 때 나오는 의식적인 웃음-_-;)
‘아 저희 여기 졸업생인데요~ 오늘 선생님 만나러 왔어요~^^’
반은 맞지만 반은 개뻥인 말을 하고 학교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찬찬히 걷는데
그녀가 제 손을 꽉 잡더라구요. 깍지를요.
특별한 대화 없이 저는 이거저거 느릿느릿 학교 구경을 시켜 주었고
제가 나온 고등학교 앞 운동장에서 대문으로 이제 가려는데
그녀가 갑자기 저를 보며
‘카라바죠야 너가 공부했던 교실이 어디쯤이야?’ 라고 묻더니
제가 가르키는 방향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어 찍어줄게~ 하면서 폰을 달라고 하니
그냥 제꺼로 찍으라더군요? 원래 사진은 항상 그녀 폰으로 찍었었거든요.
사진을 찍으려는데 갑자기 액정 속 그녀의 뒤로 검정색 점들이 우르르르 뛰어 나오고
뒤로는 ‘야~ 니네 좋아보인다~’ 류의 특유의 여고생의 빈정거리는 소리가 머리를 떄리더군요.
-_-;;
석식시간이 되어서 남자애들은 축구를 하려고 그 추위에도 뛰어내려 온거였더랬죠.
그녀는 그때 참 맑고 크게 웃었습니다.
방문증을 관리수위분께 돌려드리고 선생님은? 이라고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차를 다시 타고 내려가는데
제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은 무슨 약속이야?’
그녀는 잠깐 저를 쳐다보더니 다시 정면을 보며
‘응 그냥 아빠랑 엄마랑 같이 저녁~’ 이라는 말에
‘아 그렇구나... 나도 갈까?’ 하고 장난스럽게 물었습니다.
보통 어려운 자리나 갈수 없는 자리에 갈 마음도 없으면서 갈까? 하는 식의 말장난 있잖아요?
그런데 말하고 나서 절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제가 그녀에게 이런 식의 장난을 한번도 안 쳤다라는게 생각나더라구요 -_-;
그녀는 웃을듯 말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희집과 상관 없는 강변북로를 탔습니다...
진짜로 -_-; 도착한 곳은 웨스턴 돔내의 있는 평범한 이태리 레스토랑이였습니다.
평범했지만 나올때는 평범하지 않게 되었지만요...
건물에 들어가보니 이미 저쪽 창가쪽 자리에 부모님이 계시더라구요.
절 보시더니 약간 오잉? 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생각보다 당황하시건 하지 않으셔서
저도 생각보다 긴장이 안되기는커녕 엄청 긴장 되더라구요 ...-_-;
그리고 그 날따라 J의 아벗님의 몸은 왜 더 커보이시는지...
j의 표정이 어디 나왔는지 알 수 있을거 같은 미소로 어머님께서 이런 저런 말들을 붙여주셨고
j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엄마와 일본에서 어떻게 지냈고 뭘 먹었으며 등등
재잘재잘 참새처럼 떠들었죠.
음식은 맛있었고... 샐러드가 그녀의 집에서 먹던 것처럼 아주 형형색색이였습니다.
식사 중에는 정말 인정받는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처럼 무난하게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주로 아주 옅은 미소로 들으시면서 고개만 끄덕이시던 아벗님이
저를 정면으로 지긋이 보면서 물으시더군요. 그 특유의 몇초의 공간을 두면서요.
‘카라바죠군 군입대는 어떻게 되나?’
라구요.
그녀는 저와 아벗님을 번갈아가면서 도리질을 치고 있었고
저는 제가 혹시 말 실수할게 없는지 잠깐 생각한 이후에
카투사 지원 계획이여서 내년 9월 이후라고 말씀 드렸더니
더 이상은 안 물어보셨습니다... -_-; 끄응...
자리가 마무리 될 때쯤에는 이미 레스토랑 내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카운터로 가서 j의 아벗님께서 계산을 하시는데
매니저나 점주 같은 사람과 이야기를 좀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오늘 음식이 어땠지? 별로였나? 아니면 괜찮아서 좋다고 해주시는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데
j가 아버지를 뒤에서 폭 안더니 (아벗님의 덩치가 워낙 좋으셔서 안았다고 하기도 좀-_-;)
‘아빠! 불편하시대잖아. 가요 어서~’
라고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나와 차 쪽으로 걸어가는데
직원분들이 저희가 내려갈 때까지 정말 친절하게 해주시더라구요.
눈에 보이는 커다란 갈색 차를 보면서
주차해놔도 차 못 찾을 걱정은 안하겠다... 이런 얼빠진 생각이나 하고 있는 중에
어머님께서 갑자기 휙 도시더니 제게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시더군요.
‘과일이나 차라도 좀 들고 가요~’ 라고요.
그때 약간 두근했던거 같기도 하고 ;; 큼큼
덜덜이 같은 느낌으로 잠깐 서있으니
그녀가 제 팔을 꿰차며
‘싫어~ 우린 따로 갈 거야~’ 라고 하고 저를 끌고 차도로 가더군요.
차는 냅두구요.
가시는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 그 근처를 좀 걸었습니다.
걷다보니 유럽에나 나올법한 집들이 막 나오더라구요.
그 심즈나 레고에서나 보던 ...
커다란 마당에 단독 주택에 그네가 있고 작은 호수가 있고.. 이런 집들이요.
그런 집들이 삼삼오오 몰려있더라구요.
제가 막 신기해하면서
오오... 이러면서 쳐다보고 있으니
그녀는 자신의 워킹코스가 성공이라고 생각했는지 승리의 웃음을 띄면서
흐흐흐 이쁘지 이쁘지? 이러더군요 ㅎㅎ 귀여운 것...
‘와 이런 집에서 살면 좋긴 하겠다’ 라고 하면서
그녀보다 앞서서 걷고 있는데 그녀가 그러더군요.
‘왜?? 왜 좋아??’라는 물음에
‘그냥 집도 이쁘고... 이 정도 좋은 집에서 살면 삶도 어느정도 안정일테고?’
라는 제 말을 듣더니 그녀가 아무 말 없이 그건 그렇지 ... 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다만 한마디 하더이다
‘그래도 누구랑 사냐가 더 중요해’
어느정도 근처를 좀 걷다가 다시 밥 먹었던 곳으로 가서
차를 가지러 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j 씨~’ 하고 부르더군요.
그래서 둘다 뒤를 돌아보니 일하시던 분들이 막 퇴근을 하셨는지 건물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녀는 가서 잠시 하하호호 웃더니 금방 오더군요.
그녀가 운전석에 앉으면서 미안~이라고 하길래
괜찮다고 하며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
‘와 근데 여기 단골인가봐? 이름을 다 아네?’
라고 하니 그녀가
차 시동을 걸려다가 잠깐 멈칫 하더니 저를 보면서 그러더라구요.
‘응 단골은 단골이지.’
그리고 한 마디 더 하더라구요.
‘음...여기 내 가게야 내 이름으로 된’
라구요.
몇 번 봤다고 이제 좀 익숙해진 자유로에 들어갈 때쯤
제가 그녀에게 다시 물으니
그 건물 자체가 그녀의 명의로 되어있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세금이나 혹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건가 ...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건물에 관련된 세금이나 월세 이런 것들도 그녀의 통장에서 다 나가고 들어온다하고
그런 것들을 처리해주는 사람도 따로 있다 하길래
이걸 어디서부터 물어봐야하나... 하는 중에
그녀가 말해준건 그녀의 외조모분이 그 근방의 굉장한 유지? 같은 거였더군요...
언젠가 그녀가 제게
‘나는 지금 통장에 얼마 있는지 잘 몰라 ㅎㅎㅎ‘ 라고 하길래
‘괜찮아 나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는데 뭐’ 하고 넘어 갔는데
서로 다른 이유였던 거였죠 -_-;
집에 도착할 때쯤 알게 된건
아까 제가 봤던 그 레고집들 중 상당수는 외조모님 것이고
가장 눈에 들어오던 몇 개의 집 중 하나는 이미 그녀의 집이더군요...^^
제게 살던 집으로 차도에서 들어오면 일방통행이라 쭉 앞으로 나가야 했는데
집 앞에만 오면 이상하게도 갑자기 말할 거리가 생기는지
그녀는 비상등을 키고 집 앞에 잠깐 차를 주차한 후에 우리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이 되면 저는 으레 그녀를 쳐다보며
‘혹시 말할거 있어?’ 라는 느낌의 레이저를 눈으로 쏘았는데
그 날은 별말 없는 것이 그녀의 기분이 안 좋구나... 하고 알게 되었죠.
차에서 내리려는데 그녀가 절 부르더군요
‘카라바죠야.’
들었던 엉덩이*-_-*를 놓으며
‘응?’ 하며 그녀를 쳐다보는 제 눈을 보더니
그녀는 심호흡 하듯 눈을 감고 몇초 정도 있더니
제게 그러더군요.
‘걱정하지마. 겁 먹지도 말고.’
무슨 말하는거지? 하고 있었죠
‘응 알았어. 정확히 뭘 말하는진 모르지만 그럴게^^’
라고 말하니 그녀가 씨익 웃더군요.
그 웃음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좀 나아져서 입꼬리가 올라가는데
문득 그녀의 화장품인지 향수인지가 코에 들어오니
아찔
하는게 심장 갑자기 딸꾹질 하는거 마냥 외벽을 치더라구요.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보니 제 앞에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수줍은,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눈을 감은채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혹시라도 제 글을 기다려주셨다면 고맙습니다.
근데 ....결과는 어떻게되죠?
먼저 알고 읽으면 안되나요 ㅎㅎㅎㅎ
from CLiOS
from CLIEN+
20대 시절의 감성이 막
솟아오릅니다....ㅠㅜ 그때로
돌아가고싶게 만드네요...
다음글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