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정에 들어선 부부간첩.
앞 열의 얼굴 모자이크가 된 인물이 남편, 뒷열의 수갑을 풀고 있는 여성이 부인입니다.)
발단
일은 3년 전 미국의 러시아 고정간첩망 검거로 시작됩니다.
1. 1999년, 미국은 러시아 정보부(SVR) 북미담당 차장 알렉산더 포테예프(Alexander Poteyev) 대령을 포섭.
2. 그가 넘겨준 일련의 정보를 바탕으로 美 FBI는 2010년, 신분세탁 후 미국으로 이주해서
각지에서 활동을 시작한 러시아 남녀 간첩 10명을 검거.
3. 포테예프 대령은 간첩망 일망타진 직전 미국으로 망명.
러시아 정부는 모든 서훈을 박탈하고 대역죄로 궐석재판에서 25년형을 선고.
4. 미국과 러시아 정부는 맞교환 방식으로 투옥된 상대국의 간첩들을 석방해서 송환합니다.
신분세탁과 20년의 위장침투
한편 독일은 미국으로부터 유럽에도 비슷한 유형의 러시아 간첩들이 위장침투 해있다는 귀띔을 받습니다.
1. 독일, 수십년간 이주자들의 신상정보들을 검토중 남미 출신의 오스트리아계 이민자 부부에 주목
2. 부부는 조작된 출생 증명서와 여권을 이용, 오스트리아 관리를 매수해서 신분증을 발급받고 1988년 입국.
3. 부부는 오스트리아에서 결혼을 하고 독일로 합법적으로 이민.
남편은 아헨(Aachen)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 회사에 취직, 부인은 딸을 낳고 가정주부.
이들 부부는 독일에서 20년 넘게 외견상 평범한 생활을 영위
4. 남편은 한 달에 1번씩 네덜란드의 헤이그(정부 소재지)로 차를 몰고가서 그곳 외교부 관리와 접촉해서
EU와 NATO 관련 기밀문서들을 수령.
5. 정보 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낌새를 챈 부부는 도주를 준비.
검거와 수색
1. 잔뜩 긴장했던 독일 정부는 중년의 부부간첩을 검거하는데 유명 대테러 특수부대인 GSG-9를 급파.
2. 모스크바와 비상교신중이던 부인은 새벽에 복면을 하고 중무장한 대원들이 집안으로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자 놀라서 쓰러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3. 다음 날 독일 방첩당국은 가옥내 비밀문서와 필름의 은닉처를 찾기 위해 이동식 X레이 검사장비까지
끌고 와서 집안 세간살이를 분해 하다시피 하며 테니스 라켓까지 검사대에 올려놓고 투시할 정도로
샅샅이 수색.
4. 도주 직전 남편이 분해해서 물구덩이에 던져넣은 통신기기를 회수.
독일, 러시아 정보부의 귀중한 "보배"를 얻다
이들 부부는 여느 일반 공작원처럼 단파 라디오를 사용해왔는데요.
러시아 정보부는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임무수행을 해왔던 부부간첩을 높이 평가, 이들을 진급시키고
자국이 개발한 최신 통신기기를 지급합니다.
이를 위해 부부는 모스크바로 몰래 들어가서 기기를 직접 수령하고 세팔(sepal)이라고 불리는 인코딩
프로그램과 파라볼라(parabola)라는 디코딩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교육 받습지요.
기기는 외견상 후지쯔 지멘스 하드 드라이브가 장착된 평범한 랩탑으로 보이지만 고주파 위성 통신모듈과
내장 안테나를 탑재, 쉽게 말해 '위성 랜카드(?)'가 달려 어디서든 실시간 암호화로 모스크바와 교신이 가능한
소형 노트북이었던 모양입니다.
실물을 접한 전문가들은 현재 '러시아가 보여줄 수 있는 최첨단 군사/통신/암호/기술이 집약된 보물'이라며
이를 격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보부가 운용하는 6-8개의 첩보위성들중 하나가 부부가 살고 있는 지역의 상공을 통과할 시점이
되면 랩탑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암호화된 메시지가 들어오면 파란 불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디코딩된 메시지를 읽은 공작원이 다시 자신의 메시지를 전송하면 암호로 인코딩 되어 첩보위성을 통해
모스크바의 본부로 송신하는 것이지요.
부부는 이것을 다락방에 숨겨놓고 써왔는데요. 집 주변에 풍력발전기가 있어서 (新 재생 에너지의 천국 독일!~ㅎ)
거기서 발생되는 전자파 때문에 종종 애를 먹었던 모양입니다.
이제는 전설이 된 나치 독일의 암호기기 '에니그마 머신'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이도 있습니다만
영화 U-571에서 보듯 독일은 최신 에니그마 머신을 고스란히 손에 넣게 된 셈이지요.
제가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러시아측 암호 알고리즘을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는
모양입니다.
현재 독일 당국이 이 기계를 분석중인데요. 지금 미국 CIA와 NSA 그리고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이 러시아제 휴대용 암호기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독일 정부에게 따로 허가요청을 넣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러시아가 얼마나 배 아플꼬~)
결말과 뒷 얘기
- 이번 달 7월 2일, 남편 '안드레아스 안슐락'과 부인 '하이드런 안슐락'은
슈트트가르트 고등법원에서 간첩죄로 각각 6년과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 받은 것은 이들이 직접적으로 독일의 국가기밀을 빼내지 않고
포섭했던 네덜란드 외교부 관리를 통한 중계역활을 해왔기 때문인 듯 합니다.
반면 기밀서류를 빼냈던 네덜란드 관리는 12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 아직도 독일 당국은 부부 간첩의 정확한 실명, 신원, 나이를 모른답니다.
- 독일인으로 성장한 부부의 딸은 부모가 러시아 간첩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답니다.
- 러시아 정보부(SVR)가 보냈던 메시지를 보면 '적지(敵地)'라는 표현이 등장한답니다.
독일은 냉전 종식과 통일 후 껄끄러운 상대였던 러시아에게 오랜 시간 각별한 공을 들여
우호관계를 증진시켜왔다고 생각해왔지만 러시아가 여전히 독일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당혹스러워 하더군요.
한편으로 저는 러시아의 편집증이 이해가 됩니다. 러시아는 2차 대전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었거든요. 우리가 일본을 보는 시각보다 수십배는 더 하겠지요.
- 독일 정부는 러시아가 사실상 부부 간첩의 존재를 인정했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했지만
가급적 맞교환 방식으로 추방할 방침이랍니다.
미국 정부는 CIA에게 포섭되었다가 18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러시아 보안국 대령을
맞교환에 넣어달라고 요구중입니다만 최근 스노우든 파문으로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최근의 독일-미국 관계를 볼 때 성사가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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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촌평
1. 역시 스파이전의 백미는 상대국 정보/방첩기관으로의 침투, 침투가 결국 방첩입니다.
1. 일 잘한다고 너무 좋은 기계를 쥐어주면 털렸을 때 괴롭고 아깝습니다.
1. 고첩(Sleeper) 키우는데 수십년 세월쯤이야, 그깟 20년.
1. 냉전이 끝났다지만 세계 강대국간의 치열한 첩보전은 지금도 수면 밑에서 진행중이네용.
1. 하지만 우리네 대표 국가 정보기관은 일베와 손을 잡고 '종북좌익' 국민들로 침투,
열심히 댓글전쟁을 벌이다가 대선공작을 덮겠다고 스스로 기밀인 정상회의록을 까발리며
자폭중이군요.
대! 한! 민! 국!
아~아~~~~~~~~ ㅠ.
암호화 체계가 털렸으니
복구나 했을련지 ㅎㅎ
우리나라 국정원은 그저 안습입니다. 인도네시아 호텔 털다가 잡히질 않나... 일베랑 손잡고 병신짓...
이건 정보기관의 수장이 대놓고 국가기밀을 퍼트리고 있으니....ㅠ.ㅠ
쪽팔린 줄 알아라 쯧쯧.. *
자기는 관계없다고 하겠지만, 그렇다면 무늬만 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