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학 졸업반일 때 였습니다. 국민을 생각하는 유일한 대통령이었던 분이 재임중이셨을 때죠.
교내에 붙은 "국정원 7급 요원 채용 공고"를 보고 별 생각 없이 지원합니다. 졸업반이니 취업이 목표였을 때니까요..
그렇게 지원한 7급.. 서류 합격하게 되었고, 국정원 열심히 준비하시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한달동안 벼락치기 공부해서 필기시험 합격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과목일 지 모르겠지만 시험과목은 "종합시험" 이라고.. 일종의 상식시험 + 논술시험입니다.
그렇게 필기에 합격하고 나서 면접에 오라고 메일이 왔는데
1. 국정원 면접은 이틀동안 진행됩니다. 일반면접일과 체력검정일 이렇게 이틀이더군요.
2. 면접은 국정원 본청에서 하지만.. 당연하게도 본청의 위치는 비밀입니다. 그래서 집결은 양재역 X번 출구.. 웨딩홀 앞에서 했습니다.
3. 웨딩홀 앞에 가보니 저같은 수험생들이 많더군요. 버스가 옵니다.
4. "면접보러 가실 분들 버스 타세요~" 하길래 버스에 탑승
5. 탑승하자마자 휴대폰을 회수합니다. "국정원 본청은 가급 국가보안시설" 이기 때문이랍니다. 면접 끝나고 준답니다.
6. 국정원 엄청 큽니다.
7. 체력검정 먼저 써봅니다. (지금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7-1. 체력검정은 3과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하버드 스텝
7-2. 하버드 스텝은 달리기 대신 하는 것인데.. 높이 50cm 정도의 발판에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합니다. 음악소리에 맞춰서.
7-3. 틱틱틱틱 이렇게 4박자 소리에 맞춰 오르락 내리락을 몇 분간 반복한 후 심박수를 측정합니다.
7-4. 원래는 달리기를 하는데, 이렇게 하버드 스텝으로 측정할 때도 있다 합니다.
7-5. 나머지 체력측정 항목은 뭐 별 말 않겠습니다.
8. 일반면접입니다. (역시 지금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8-1. 면접은 PT면접, 영어면접, 인성면접 3개였습니다.
8-2. PT면접은 주제를 주고, A4 용지와 함께 준비할 시간을 30분 정도 준 뒤 발표시킵니다. PPT 없이 그냥 발표합니다.
8-3. 영어면접이야 뭐.. 인성면접은 사명감을 위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떨어진 이유 같아요..)
기타사항들
9. 국정원 안에는 '주유소'가 있습니다. (당연하달까요..)
10. 문화생활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강당에서 종종 영화상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면접볼 때는 "투모로우"를 상영하고 있었습니다.
11. 밥은 맛있었습니다.
12. 면접 대기 중 "급여는 어느정도인가요?" 라는 우문에
"국가기관 요원으로써 사명감을 가지고 가족들 먹여살리는 데 부족하지 않을 만큼 줍니다." 라는 현답이..
13. 면접볼 때 진행하시는 분이.. "여러분 국정원 면접보는 거 자랑 많이 하셨죠? 이제 만약 합격하면 국가 요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불합격 시 불합격이라고 하시는 건 당연하지만 합격하셔도 주변에 불합격했다 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하시더군요.
13-1. 친구들에게 13번 이야기를 했더니
13-2. 나중에 떨어졌는데.. "이 색X 붙었구나!!! 축하한다!!!!" 하고 한동안 믿지 않았었습니다. ㅋㅋ
14. 합격할 경우 '국가정보대학원'에서 종합교육을 장기간 받습니다. 교육과정은 호신술, 다이빙, 공수훈련 등 체력과 관련된 부분.. 그리고 테이블매너, 에티켓, 골프 같은.. 것도 가르친다고 합니다. 어느 분야든 기본은 하게 가르친다고 하시네요..
15. 정말 국정원 요원이 되겠다는 사명감이 없어서인지 저는 떨어졌구요. 막상 떨어지고 나니 오기도 생기고 정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다음년도에 또 지원했는데 그 땐 시험에서 떨어졌네요.. ㅎㅎ 운으로 붙었던 듯 ㅡㅡ;
지금과는 많은 부분이 다를 겁니다. 그 사이 통수권자가 두 번이나 바뀌었으니까요.
그 당시는 못 들어간 것이 매우 아쉬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이상입니다. ㅎㅎ
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from CLIEN+
한동안 "떨어지셨습니다"라고 온 메일 캡쳐해서 보여줬었는데 이젠 그것도 없네요. ㅋ
제사촌동생은 마감전날밤 자기형이 알려줘서 대충 지원서냈는데 합격..
체력훈련받는 요원은 아니고...
수꼴멸종!!!
하면 광속 통과~
전에 지인이 소개팅한 상대가 애프터 약속 펑크가 잦아서 참다참다 못해 끝을 냈는데 한참후에 건너건너 들은 말이 '회사' 직원이었다더군요 -_-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