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을 세번 봤다. 처음엔 그냥 빠져들었고, 두번째는 감독의 의도에서, 세번째는 더 디테일하게 연출의 입장에서 봤다.
서연은 암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제주도에서 올라 올 때부터 피아노가 아닌 아나운서 해서 시집을 잘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가 서초동에 살고, 모두가 선망하는 선배와 잠을 잤을 거라 생각하는 설정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술에 취해 선배의 키스를 거부한다지만 - 거부하는 그 순간을 병신처럼 승민이는 시선을 돌린다. 승민 입장에서는 선배를 받아준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 - 결국 둘은 집으로 들어가고. 그 선배는 늘 여자에게 술만 먹이면 된다고 말하던 작자. 그리곤 쓰레기 분리수거 위치를 볼 경우 다음 날 아침이 아닌 며칠 뒤에 승민이의 건축모형을 발견하게 된다. 관객들은 다음 날 아침에 모형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사이의 시간적인, 그리고 선배와의 감정이 무뎌질 수도 있는 공간적인 여백이 존재한다는 거다.
그리고 서연(한가인)의 영화 시작의 설정에서 너무 머리 빈 여자처럼 나온다는 거. 다시 볼 수록 이 설정이 너무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도, 왜 집을 다시 지어야 하는지 그녀의 표정과 몸짓에서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승민이를 찾기 위한 모티브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건축을 맡기는 설정처럼 보이는데 의도한 것일까?
첫사랑이라는 승민이의 모형을 간직하면서 의사와 결혼생활을 했다고? 모든 것을 다 잃은 상태에서 의지 할 대상을 찾기 위해 승민이를 찾아갔을 뿐.
영화는 결국 현실이다. 둘은 이어져서도 안됐고, 순간의 감정으로 승민이가 서연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면 결국 승민이만 불쌍했을 거다. 그런 면에서 매우 적절한 엔딩으로 여운을 남긴 부분이야 말로 감독에게 감사할 따름.
비춰주기만 하는 느낌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