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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그알은 되고 암살자(들)은 안되는 이유 10

9
2026-10-03 13:35:25 182.♡.32.39
초하류

요즘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 때문에 난리가 났네요. 이 영화는 1974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중심으로 70년대의 엄혹했던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는 참 많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 당시 가난했던 우리들의 골목, 무자비한 독재 정권의 폭력과 무능함,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항거하는 소시민과 언론들의 모습까지 말이죠. 하지만 이런 본질적인 내용들은 온데간데없이, "왜 하필 육영수 저격 사건을 다루었느냐"며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2005년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번 영화보다 훨씬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이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알>을 두고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진 않았죠. 유독 영화 <암살자(들)>에만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고 난리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둘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요? 한 번 짚어봤습니다.


1. 무엇을 다루고 있는가? - '단일 사건'과 '시대적 맥락'

<그것이 알고 싶다>는 철저히 '육영수 저격 사건'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그 당시의 시대상보다는 영부인 피격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정리하고,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반면, 영화 <암살자(들)>은 이 저격 사건을 주된 소재로 삼으면서도, 박정희 정권이 유신으로 본격적인 독재를 선언하고 긴급조치를 남발하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조명합니다. 안기부가 언론사에 난입해 기사를 검열하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일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살해를 시도하는 등 민주주의 국가로서는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할 부끄러운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부당한 권력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는 언론인들,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은 경찰 공무원의 분투까지 촘촘히 엮어냅니다.

육영수 저격 사건의 배후는 여전히 '의혹'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유신 체제하의 독재, 정적에 대한 살해 시도, 그리고 무소불위의 권력이 국민의 인권과 삶을 짓밟은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2. 누구를 향한 메시지인가? - '경험 세대'와 '새로운 세대'

영화 <암살자(들)>은 2026년 현재 극장에 개봉되었습니다. 2005년 <그알>이 방영될 당시만 해도 그것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대다수가 육영수 저격 사건을 직접 경험했거나 이미 잘 알고 있던 세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관객 중 상당수는 이 사건 자체를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입니다.

저 역시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겨우 3살이었기에 직접적인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자라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고, 사건에 수많은 의혹이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의혹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허술하고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밀폐된 실내에 은신한 전문 저격수도 아니고, 훤히 트인 통로로 뛰어나오며 권총을 쏘는 암살범이란 애초에 넌센스일 뿐만 아니라, 그런 암살범이 행사장 안에 버젓이 총기를 들고 들어오고 총을 쏠 때까지 제압하지 못했다는 건 당시 대통령 경호실이 얼마나 허술한 오합지졸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권총을 들고 달려 나오다 쓰러지는 암살범을 향해 응사한답시고 관객석으로 발포해 무고한 시민을 죽게 한 것은, 한 나라 최고 경호 전문가들의 모습이라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박정희 정권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그 시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반면, 요즘 젊은 세대 중 일부는 "어려운 나라를 경제적으로 부흥시켰고, 그 와중에 독재를 하긴 했지만 소탈했다"는 식으로 그 시대를 막연하고 피상적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그 시대의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일 수 있습니다.


3. 매체의 파급력과 '감정적 공감'의 힘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시사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화면과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이성적으로 의혹과 증거를 검증하게 만듭니다. 또한 TV 방송 특성상 일회성 소비로 지나가기 쉽고, 그 파급력 역시 평소 시사 이슈에 관심이 많은 층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 영화'라는 매체는 전혀 다릅니다. 영화는 2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관객을 그 시절의 어두운 골목길과 억압적인 취조실 한가운데로 직접 밀어 넣습니다. 관객은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며 부당한 권력 아래 유린당한 소시민과 언론인들의 아픔을 단순한 '지식'이 아닌 '감정'으로 체화하게 됩니다. 단순한 사실관계를 넘어 강렬한 정서적 공분과 역사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비로소 직시하게 된 어두운 진실

결국 이번 영화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왜 또 육영수 저격 사건을 다뤘는가"가 아닙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와 인권 탄압이라는, 애써 감추고 싶었던 시대의 그늘이 대중적인 상업 영화를 통해 젊은 세대의 가슴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로 재구성되는 것에 대한 일부 세력의 거부감이 표출된 것입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의 나열이 아닙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현재 진행형의 담론입니다. <그알>이 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했던 '이성의 영역'이었다면, 영화 <암살자(들)>는 그 시대의 아픔을 오늘날의 우리와 연결 짓는 '공감의 영역'입니다. 이번 영화를 둘러싸고 터져 나온 뜨거운 논란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그 시절의 어두운 진실을 비로소 피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출처 : https://chenjy.tistory.com/3784
초하류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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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
알럽만두
IP 58.♡.139.200
13:39 2026-10-03 13:39:24
·
공감합니다
Brownfield
IP 211.♡.198.46
13:40 2026-10-03 13:40:54
·
SBS그알에 나왔던 국제마피아파와 이재명시장 얘기도 영화화하면 재미있을것 같은데요? ^^
알럽만두
IP 58.♡.139.200
13:51 2026-10-03 13:51:01
·
@Brownfield님 아직 안보신거 같은데 재미있게 보실꺼 같으니 한번 보고 냉철하게 비난글 하나 시원하게 써주시죠ㅎ
bigwhale
IP 180.♡.197.66
13:41 2026-10-03 13:41:57
·
더 극우화되서 그런 것도 있겠죠. ㄷㄷㄷ
대게
IP 110.♡.176.132
13:49 2026-10-03 13:49:16
·
ai.
이리가요
IP 182.♡.175.242
14:04 2026-10-03 14:04:34
·
잘못 만든 영화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 할때는 빈 곳에 대해 상상력을 채워야 하는데 이건 그냥 왜곡했어요.
초하류
IP 182.♡.32.39
14:28 2026-10-03 14:28:39
·
@이리가요님 왜곡한 부분을 한번 이야기해 주세요
Mb혼-crusher
IP 221.♡.87.216
14:46 2026-10-03 14:46:39
·
@이리가요님 뭐가요?
시아님
IP 180.♡.238.158
14:24 2026-10-03 14:24:20 / 수정일: 2026-10-03 14:27:49
·



MBC 이제는말할수있다가 영화보다 더 쎄다고 하더라구요. 16일 저녁부터 문세광이 자백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16일 오전 조선일보에 조사내용이 먼저 다 실렸다고 해서 다들 의아해 하고 왜 그렇게 된건지는 모르겠다고 ㅋ
조총련이 배후라고 한거 같은데 조총련에서는 수사받으러 오라고 한적도 없다하고 일본에서는 한국으로 육영수여사 관통한 총알 탄피들 조사한다고 보내라고 했는데 한국에선 보내지도 않았다라 하고.
에드리
IP 220.♡.90.122
15:26 2026-10-03 15:26:55
·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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