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심근경색이었습니다. 그날 아침에도 평소처럼 출근했다고 합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친구도, 주변 사람들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보험 서류가 어디 있는지부터 장례는 어떻게 치르면 좋을지까지, 가족들이 하나씩 찾아보고 결정해야 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봄에는 16년을 함께한 푸들을 방광암으로 보냈습니다. 지금은 외할머니께서 임종을 앞두고 계십니다.
가족들과 빈소 없이 조용히 모시는 쪽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빈소 장례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밤마다 검색했는데, 광고도 많고 설명도 제각각이라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제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저도 아내에게 제대로 이야기해 둔 게 없었습니다. 장례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어디에 모셔 줬으면 하는지. 언젠가 이야기해야지 하면서 미뤄 둔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뜻부터 적어 보자는 마음으로 작은 웹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빈소를 마련할지, 어디에 모실지, 조의금과 연명의료에 대한 생각 등 다섯 가지를 고르고 가족에게 남길 말을 적으면 편지 한 장으로 나옵니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은 아닙니다. 평소 꺼내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가족에게 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했습니다.
제 것을 만들어 아내에게 보여줬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걸 왜 만들어” 하더니, 한참 읽고 나서는 자기 것도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만들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드는 김에 부모님을 뵙는 횟수를 생각해 보는 페이지도 하나 붙였습니다.
부모님 연세와 뵙는 주기를 넣으면, 통계청 생명표의 기대여명에 1년 동안 만나는 횟수를 곱해 보여 줍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나 사정을 반영하는 계산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찾아뵙는다면 함께할 기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 보는 숫자입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아뵙는데, 아버지 177번, 어머니 252번이 나왔습니다. 막연히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횟수로 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 주에는 바로 부모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주소는 itdam.kr입니다.
가입 없이 쓸 수 있고, 입력한 내용은 서버에 저장하지 않습니다. 브라우저 안에서 계산하고, 완성된 편지는 이미지로 내려받는 방식입니다. 광고는 없으며 유료로 바꿀 계획도 없습니다. 개인이 만든 정적 페이지라 유지비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장례를 알아보면서 정리했던 무빈소 장례와 자택 임종 절차, 등록 동물장묘업체 목록도 함께 올려 뒀습니다. 법령과 공식 등록부를 참고했고, 각 페이지에 출처를 달았습니다.
다만 부모님을 뵐 횟수를 보여 주는 부분은 아직도 조심스럽습니다.
저에게는 한 번 더 찾아뵙는 계기가 됐지만,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사정상 자주 찾아뵙기 어려운 분께는 마음의 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주 못 간다고 마음까지 적은 건 아니니까요.
직접 만든 사람이라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써 보시다가 표현이 불편하거나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이런 일을 겪고 나서야 미리 이야기해 둘 게 많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페이지가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그 이야기를 조금 일찍 나눠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