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독재자가 본인이 총에 맞을 수도 있는 자작극을 기획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사실 말하는 것도 민망할 정도로 한심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지적 능력이란 게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음모론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요. 박정희가 자기는 반신반인이라 총에 맞아도 안 죽는다고 믿었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군대에서 총을 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겁니다. 손끝이 단 몇 미리만 움직여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총알이 날아간다는 걸 말이죠. 이런 위험한 "영화 촬영"을 과연 어떤 사람이 자기가 주연으로 나서서 찍겠습니까? 지능이 있다면 해선 안 될 소리죠.

감독도 그런 한심천만한 수준의 음모론으로 영화를 찍은 게 아니라 "중정 윗선(고위 인사들)"의 권력 암투로 인해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 아니냐, 하는 취지에서 찍었다고 하는군요. 뭐 이것도 어찌 보면 음모론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우리 사회가 큰 논란에 빠질 만한 내용까진 아니죠. 제기하지 못할 수준의 의혹까진 아니라 봅니다.
다만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관객들은 작중 "중정 윗선"이란 대사를 진짜 제일 위, 그러니까 박정희로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큰 논란이 생겨버리고 말았죠. 덕분에 패륜적인 영화란 말까지 나오고 있고요.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미 그렇게 받아들여진 이상 감독이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리겠지요. 저쪽 진영에서 반격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창작의 자유에 좌우가 어디 있느냐면서요. 이제부터 과연 어떤 형태의 '창작의 자유'가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AI 시대입니다. 거대 자본도 배우도 불필요한, 단 한 사람이 약간의 자본과 창의성을 발휘한 것만으로도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란 거죠.


근래에 쇼츠를 보다가 본 영상의 캡쳐본입니다. 자세히 보면 어색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영상이 AI로 뽑히는 세상이 된 것에 놀랐습니다.
상식적으로 쇼츠 만드는 사람이 무슨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있을 리도 없고, 또 1분짜리 영상을 거진 매일 올리고 있으니 단편 영화 하나 만드는 데에 그렇게까지 큰 힘이 드는 것도 아니겠지요(물론 영화 촬영에 비해 상대적인 의미에서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의 시대라면 저런 극단적인 주장은 영화화되기 불가능에 가깝죠. 큰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문제작이니까요. 이념 하나만으로 제작을 지원할 사람과 자본을 구하고, 찍을 배우와 상영할 플랫폼을 구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에요. 여러 사람이 사회적 명성을 모두 잃어버리고 사법적 위기에 처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어요. 이념 하나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개인이 (영화 촬영에 비해)약간의 돈과 기술만 있다면 얼마든지 익명으로 사회적 문제작을 찍어내고 유튜브를 통해 배포할 수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형태의 창작물이 나올지, 그리고 이에 대해 진보 진영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 것인지.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앞으로는 그것이 관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감독도 저도 미숙했구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