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를 늘리면 “시장원리에 따라 경쟁이 심해지고,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도 좋아질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합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공급자가 늘어나면 경쟁이
심해지고, 가격은 내려가며, 소비자는 더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는 일반적인 상품시장과 상당히 다릅니다. 경제학에서 의료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하기 쉬운 대표적인 영역으로 다뤄집니다.
물론 의료에서 시장원리나 경쟁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반적인 상품시장의 경쟁 논리를 의료에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서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서비스의 질 향상이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왜 그럴까요? 의료서비스라는 상품에는 일반적인 상품과 다른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1. 소비자가 무엇을 구매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TV나 휴대전화를 살 때 어떤 제품을 살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은
소비자입니다. 그러나 의료는 다릅니다.
CT를 찍을지, MRI를 찍을지, 초음파를 할지, 약을 먹을지, 입원할지,
수술할지를 환자가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 의사가 진단하고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제안합니다.
물론 최종적인 동의와 거부의 권리는 환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의료서비스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급자인 의사가 수요의 내용과
양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경제학적으로 의료인은 단순한 판매자가 아닙니다. 환자를 대신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대리인(agent)의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합니다.
2. 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소비를 마음대로 미루거나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TV가 너무 비싸면 사지 않으면 됩니다. 자동차가 비싸면 몇 년 더 타면
됩니다.
하지만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는데 CT에서 급성 충수염이 확인됐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수술비가 비싸니 몇 달 기다렸다가 가격이 내려가면 수술하겠습니다.”
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모든 의료서비스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히
응급·중증·필수의료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되고 수요가 가격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합니다.
질병은 소비자가 충분히 가격을 비교하고 흥정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3. 의료에는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으며 소비자가 서비스의 질을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의학적 지식과 정보는 공급자인 의료인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존재합니다.
환자는 자신에게 CT가 필요한지 MRI가 필요한지, 수술이 필요한지
약물치료만으로 충분한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더 특이한 것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자신이 받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을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아무 문제 없이 퇴원했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의 의료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같은 치료를 해도 환자의 질병 상태와 위험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의료서비스는 소비자가 구매하기 전에도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고, 구매한
뒤에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품입니다.
그래서 환자는 병원의 규모, 대학병원이라는 간판, 의사의 학력과 경력,
유명세와 평판 같은 간접적인 신호에 의존하게 됩니다.
소비자가 의료서비스의 실제 질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원과
의사의 브랜드가 의료의 질을 대신하는 신호(signal)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4. 의료에서는 공급자가 수요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의사는 단순히 환자가 주문한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떤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고 권고합니다.
따라서 의료에서는 공급이 증가했을 때 단순히 가격경쟁만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이용량 자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공급자 유발수요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물론 이것이 의사가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진료를 만들어낸다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공급이 증가하면 충족되지 못했던 의료수요가 해소되고
접근성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비대칭성이 큰 의료시장에서 공급자의 판단이 의료수요의 양과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의료정책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의사 수 증가 → 경쟁 증가 → 가격 하락 →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일반 상품시장의 단순한 도식을 의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5. 그런데 한국 의료는 여기서 한 단계 더 특수합니다
한국의 의료공급은 민간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의료비 지불의
중심에는 사실상 단일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이 있고, 여기에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결합됩니다.
의료기관을 개설하면 원칙적으로 건강보험 요양기관이 되고, 급여
의료서비스의 가격 역시 개별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합니다.
즉 공급은 민간 중심인데 급여가격은 공적으로 결정됩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나면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고,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진료에서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자유롭게 올리거나
내리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의사와 의료기관의 숫자가 늘어나 경쟁이 심해질 때 무엇으로
경쟁하게 될까요?
이 질문이 중요합니다.
6. 여기에 한국의 저수가 체계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 의료는 오랫동안 낮은 의료수가와 많은 진료량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해
왔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일종의 박리다매형 의료시스템입니다.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낮다고 해서 의료서비스를 생산하는 비용까지 저절로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기관은 인건비, 임대료, 장비비, 재료비,
관리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환자 한 명을 진료해서 얻는 보상이 낮다면 의료기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합니다. 여기에 행위별수가제가 결합됩니다. 진찰하고
검사하고 처치하고 시술해야 보상이 발생합니다.
결국 한국 의료기관은 오랫동안
“낮은 단가 × 많은 환자 × 많은 진료량”
이라는 방식으로 저수가를 보완해 왔습니다.
한국의 짧은 외래 진료시간과 매우 많은 외래진료량을 이러한 구조와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 시스템에는 분명 장점도 있었습니다. 국민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기관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고, 의료기관은 많은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낮은 수가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좋든 싫든 그렇게 하나의 균형이 만들어졌습니다.
7. 그런데 수가는 그대로 두고 의사 수만 크게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
저수가 체제가 유지되려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일정한 진료량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의사와 의료기관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면 한정된 환자와 의료수요를
더 많은 공급자가 나눠 가져야 합니다. 기존의 ’낮은 수가를 많은 환자로
보완하는 모델’의 전제가 흔들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의사가 하루 70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현재의 수가에서
의료기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경쟁이 심해져
하루 환자가 40명으로 감소한다면 하나의 방법은 환자 한 명당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수가를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적은 환자를 보다 오래 진료하면서도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저수가·고진료량에서 적정수가·적정진료량으로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가는 그대로 두고 의사 숫자만 늘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의료기관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첫째, 가격경쟁이 아니라 환자 확보 경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급여가격을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낮추거나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상품시장과 같은 가격경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경쟁은 환자 유치, 광고, 시설, 장비, 접근성, 편의성 등의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둘째, 환자 한 명당 의료행위량을 증가시킬 유인이 커질 수 있습니다.
환자 수가 감소했는데 수가는 그대로이고, 직원 급여와 임대료, 장비비,
관리비는 계속 발생합니다.
행위별수가제 아래에서는 검사, 영상검사, 처치, 시술 등 환자 한 명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양을 늘려 수입 감소를 보완하려는 경제적 유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공급자 유발수요가 여기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따라서 공급자 증가가 가격 인하가 아니라
“환자 확보 경쟁 + 환자당 의료행위량 증가”
로 나타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셋째, 의료인력이 비급여 시장으로 이동할 유인이 커질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급여진료에서는 가격을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결정하기 어렵지만,
비급여 의료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결정의 자유가 큽니다.
저수가 상태에서 환자 수까지 감소한다면 의료인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게
됩니다.
따라서 미용의료를 비롯한 비급여 시장으로 의료인력이 이동할 경제적 유인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수를 늘렸는데 증가한
의료인력이 필수의료가 아니라 비급여 시장으로 이동한다면 의사의 총수는
증가했지만 원래 해결하려던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넷째, 필수의료에서 이탈할 유인도 커질 수 있습니다.
필수의료는 많은 인력과 시간, 높은 책임과 위험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수가가 낮은 상태에서 진료량까지 감소한다면 이러한 분야를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거나 가격결정의 자유가 있는 분야로 이동하려는 경제적
유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의 총수가 증가하는 것과 필수의료 의사가 증가하는 것은 전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섯째, 건강보험 총진료비가 반드시 감소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반적인 상품시장에서는 공급자가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가격이 제도적으로 결정되는 한국 의료에서는
다릅니다.
의사 한 명당 환자 수가 감소하더라도 전체 의사 수가 증가하고,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횟수나 환자당 검사·처치·시술의 양이 증가한다면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는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를 늘리면 경쟁이 심해지고 의료비가 내려간다.”라는 명제 역시
당연한 경제법칙처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8. 결국 박리다매에서 ’다매’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요?
한국 의료는 오랫동안 하나의 암묵적인 교환관계 위에서 작동해 왔습니다.
국가는 의료서비스 가격을 낮게 유지합니다. 국민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의료기관을 쉽게 이용합니다. 의료기관은 낮은 단가를 많은 환자와 많은
진료량으로 보완합니다.
즉,
“저수가 → 높은 접근성 → 많은 의료이용 → 많은 진료량을 통한 의료기관의
수입 보전”
이라는 구조입니다.
이 시스템에서 수가와 지불제도는 그대로 두고 의사의 숫자만 크게 늘리면
의료기관 한 곳당 충분한 진료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은 적응할 것입니다.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하려 할 것이고,
환자 한 명당 의료행위량을 늘릴 유인이 생길 것이며, 비급여 시장으로
이동하거나 수익성이 낮고 위험이 높은 필수의료에서 이탈할 수도 있습니다.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퇴출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수가 체제에서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은 단순히 경쟁을 강화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한국 의료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저수가-고진료량’이라는
시스템의 전제를 바꾸는 정책입니다.
9. 이번에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용성형이나 피부미용처럼 시장경제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한 의료에서는
환자가 상당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시술을 받을지 결정할 수 있고, 가격을 비교할 수도 있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필수의료는 다릅니다.
환자는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갑자기 병이 생겨 병원에
가고, 진찰을 받고, 혈액검사를 하고, CT를 찍고, 경우에 따라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즉 환자는 원하지 않았던 질병 때문에 원하지 않았던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래서 같은 돈도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자신이 원해서 자동차나 오디오를 사는 데 300만 원을 쓴 것과 갑자기 병에
걸려 치료비로 300만 원을 지출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전자는 자신이 선택한 소비입니다. 후자는 원하지 않았던 불행 때문에 발생한
비용입니다.
더구나 환자는 자신이 받은 검사와 치료가 정말 필요했는지도 완벽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비용이 많이 나오면
“이 검사를 정말 해야 했을까?” “필요 없는 검사까지 한 것은 아닐까?”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해 이것저것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환자가 비합리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시장에서 소비자가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불안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의료는 결과조차 보장하지 않습니다.
의사가 최선을 다하고 현대의학에서 가능한 최선의 치료를 했더라도 환자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장애가 남을 수도 있고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즉 환자는 원하지 않았던 질병 때문에, 자신이 필요성을 완전히 판단할 수도
없는 의료서비스를 구매해야 하고,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결과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두려움과 분노, 비용에 대한 불만과 치료 결과에 대한
실망은 결국 누군가를 향하게 됩니다.
질병이라는 추상적인 존재를 붙잡고 항의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의 눈앞에
있는 것은 의료기관과 의료진입니다.
따라서 질병과 비용, 치료 결과의 불확실성에서 발생한 불만의 일부가
의료진에게 ’투사’되는 현상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의료가 가진 또 하나의 역설입니다.
상업적 성격이 강한 미용의료에서는 소비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서비스의 구매
여부를 결정합니다. 반면 응급의료, 중환자의료, 외상, 수술과 같은
필수의료에서는 환자의 선택권이 훨씬 제한됩니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가장 위중한 환자를 치료하고 가장 힘든 의료를 담당하는
분야에서 오히려 의료진과 환자의 갈등이 더 쉽게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필수의료 의사는 항상 비난받고 미용의료 의사는 비난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보다 근본적인 의료시장 자체의 구조입니다.
10. 한국에서는 여기서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건강보험 급여진료의 가격을 개별 의사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병원에서 실제로 만나는 사람은 건강보험공단도 아니고 수가를
결정한 정책 담당자도 아닙니다. 의사와 병원입니다.
그래서 묘한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환자도 가격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의사도 가격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돈을 냅니다. 그리고 의사는 그 돈을 받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환자가 의료비에 불만을 가지면 그 불만은 자연스럽게 눈앞의 의료기관과
의료진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정작 건강보험 급여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개별 의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결국 ’가격을 결정하지 않은 사람이 가격에 대한 분노를 받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11. 필수의료에서는 이 역설이 더욱 커집니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치료하고, 야간과
휴일에도 근무하며, 높은 의료적 위험과 책임을 부담합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노동과 위험을 부담하는데 받는 보상이 너무 낮습니다.”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입장에서는
“원하지도 않았던 병에 걸렸는데 왜 이렇게 많은 돈까지 내야 합니까?”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의사는 싸다고 하고, 환자는 비싸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둘 중 한쪽은 틀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둘 다 자신의 위치에서는 맞을 수 있습니다.
환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의료비는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수가는 그 의료행위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 시설과
위험을 충분히 보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환자의 본인부담과 의료서비스의 원가, 건강보험의 급여범위와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수가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의사는 돈만 밝힌다.” 혹은 “환자는 의료의 가치를
모른다.”라는 식으로 설명해서는 본질을 볼 수 없습니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는 건강보험과 수가체계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12. 이제 다시 의사 수 문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필수의료의 수가는 그대로입니다. 의료분쟁의 위험도 그대로입니다.
지역의료의 근무환경도 그대로입니다. 행위별수가제도 그대로입니다. 급여와
비급여 사이의 경제적 차이도 그대로입니다. 의료전달체계도 그대로입니다.
그 상태에서 의사 숫자만 크게 늘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증가한 의사들이 정부가 원하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로 자연스럽게
이동할까요?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존의 경제적 유인구조가 그대로라면 사람들은 여전히 그 유인에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위험이 적고, 근무환경이 좋고, 자신의 노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분야를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의사라고 경제학의 법칙에서 벗어나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13. 그래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말부터 세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기 전에 물어봐야 합니다.
어느 지역에서 부족합니까? 어느 전문과목에서 부족합니까? 어느 시간대에
부족합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왜 부족합니까?
절대적인 의사 숫자가 부족해서입니까? 그 분야에서 일할 경제적 유인이
부족해서입니까? 업무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서입니까?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위험 때문입니까? 지역의 생활여건 때문입니까? 전문의가 된 이후의 직업적
전망 때문입니까?
원인이 다르면 처방도 달라져야 합니다.
열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약을 처방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14. 결국 의료정책은 ’의사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문제입니다
의료에는 시장이 필요합니다. 경쟁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의사가
부족한 곳에는 더 많은 의사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의료는 일반적인 상품시장이 아닙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고, 소비자가 무엇을 구매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필수의료에서는 소비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으며,
서비스를 받은 뒤에도 그 질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공급자가 수요의 양과 내용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에서는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 단일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공적으로
결정되는 급여수가, 저수가 체제, 행위별수가제, 높은 의료 접근성과 많은
의료이용
이라는 요소가 동시에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의료는 오랫동안 ’저수가를 많은 진료량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 시스템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의사 수를 크게 늘리려면 당연히 그다음 질문까지 해야 합니다.
의사 한 명당 환자 수가 줄어든 뒤에도 현재 수가로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수가를 올릴 것인가?
행위별수가제 아래에서 환자당 의료행위량이 증가하는 것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비급여 시장으로 의료인력이 이동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로 사람이 이동하도록 어떤 경제적·제도적 유인을 만들
것인가?
의료전달체계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 없이 “의사를 늘리면 경쟁이 생기고, 경쟁이 생기면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의료시장과 한국 의료시스템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의사 숫자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늘어난 의사들이 어떤 의료를 하게 될
것인가입니다.
그래서 의료인력 정책에서 정말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히 “의사가 몇
명인가?”가 아닙니다.
“어떤 의료시스템 안에서, 어떤 의사가, 어느 지역과 어느 전문과목에 얼마나
필요하며, 그들이 그곳에서 일하도록 만드는 제도적 유인은 무엇인가?”
까지 함께 물어야 합니다.
맺으며
한국 의료는 오랫동안 저수가를 많은 진료량으로 보완하며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공급자의 숫자만 크게 늘리는 것은 단순히 경쟁을
강화하는 일이 아닙니다.
박리다매에서 ’다매’를 빼는 일입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결국 ’박리’뿐입니다.
그리고 그때 의료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적응할지는 단순히 “경쟁이 심해지면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문제입니다.저는 솔직히 "현재 의료시스템의 붕괴"라고 생각합니다.
아픈사람이란게 명확하게 1또는0으로 아프지 않잖아요?
나 : 병원이 많다
님 : 재활의학과 비뇨기과가 없다
나 : 그건 전문의병원이다. 나는 의원급 말한거다.
재활의학과 비뇨기과가 전문의 병원이니 맞는말한것같은데요. 의사수 늘려서 레이져 쏘다가 망하면 요양병원하러 가거나 다른걸 하더라도 어떻게든 비인기과는 안한다니까요. 일하다 몇십억 소송당하고 범죄자 되가 싫거든요. 님 제 응급의학과 배상판결 댓글 봤죠? 누가 잘못이 없는데 몇억 배상하는 일을 하려고 해요. 님이라면 하겠나요
해당 사안은 지난 2018년 충청남도 소재 A권역응급의료센터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전날 과음하고 술에 취해 구토와 어지러움을 호소하던 20대 환자를 진료한 당시 응급의학과 전공의 2명에게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각각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판결됐다. 게다가 이 가운데 1명은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까지 선고했다. 8년이나 지나 이제는 전문의가 된 의사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당시 환자에게 발생한 뇌경색증은 척추동맥 박리에 의한 중뇌동맥 경색으로, 젊은층 연령대에서는 매우 드문 질환이며, 진료 과정의 과실로 발생한 질환도 아니다"라고 짚었다.
더군다나 당시 환자는 전날 과음으로 인해 전혀 진료 협조가 되지 않아 적절한 신경학적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혈액 검사뿐 아니라 뇌 CT 영상 검사까지 시행하고 퇴원했다.
해당 환자는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자 민사 소송을 제기해 상당한 액수의 손해 배상금을 받은 이후에도 또 다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4464
이런 사례 부지기수에요.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978
부장판사는 "전문적인 판단과 지식을 신뢰해 생명과 신체를 맡긴 환자에게 업무상 과실로 영구적 장애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돼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를 방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상황에서 정확한 의사전달이 이뤄지지 않아 생긴 문제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판사피셜로 피해자 방치도 안했대요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상황에서 정확한 의사전달이 이뤄지지 않아 생긴 문제로 보이는 점 이라고 하면 문제가 전혀 없던게 아닌것으로 추정되는데요.
MRI 안찍어서 유죄가 아니고 의무 위반으로 유죄인데요?
대부분은 '그렇게 될거다'라고 생각하는것 아닌가요?
그리고 결국 능력없는 의사가 망해서 시장에서 이탈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이슈로도 보이고요.
국민들은 돈 없는 사람도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문제의 시작입니다
즉 국가가 해결해야 되는 일인데
정작 민간이 다 떠맡아서 하고 있고
국가는, 더 정확히 정부는 돈 투자 안하면서 법으로 규제만 만드니 왜곡이 일어납니다
어찌어찌 잘 버텼지만 오래된 제도의 문제가 나오고
이것마저도 규제로 해결하려는데 헛발질을 하니 더 문제가 커지죠
어디서 많이 보던 패턴 아닌가요?
저는 의료시스템의 붕괴와 부동산, 교육제도 문제 등 다 같은 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법제화 늦어지면 어어 하는순간 인공지능의 의술이 훨씬 뛰어나서 목숨달린 사람들일수록 불법시술 받는 날이 수년내로 벌어질겁니다.
필수적인 의료와 지방근무하는 의사들에게 혜택을 주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용시장이 터지지만 않았으면(?)
적당히 빡세게 의사를 쥐어짜고,
적당히 의사에게 높은 급여의 보상이 돌아가고,
적당히 개빡세게(?) 코메디컬스태프들은 쥐어짜고,
건보 보장범위나 실비를 살짝살짝 건드리고, 건보료 인상 카드를 쓰면서...
꽤 오랜기간 쥐어짜서 현상태 유지로 버텼을 거 같은데...
미용시장이 의사분들 뿐 아니라 의료분야 종사자분들에게 빨간약(?)이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미용시장을 개방한다? 이미 빨간약 먹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거죠.
https://repository.hira.or.kr/bitstream/2019.oak/767/2/%EC%A0%9C3%EC%B0%A8%20%EC%83%81%EB%8C%80%EA%B0%80%EC%B9%98%20%EA%B0%9C%ED%8E%B8%20%EB%B0%A9%EC%95%88%20%EC%97%B0%EA%B5%AC.pdf?utm_source=chatgp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