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 : 상태나 하는 짓이 깨끗하지 못하고 구저분한 모양 (부사)
현타보다 무서운게 본인 인생이 구질구질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점, 즉 구타(구질구질 타임)라고 늘 생각하고 삽니다. 특히 제 인생 목표 중 하나가 내 마눌님이 나와 살면서 평생 이 말 단 한 마디도 안 하게 하는 것이었구요.
오은영 박사님의 결혼지옥이나 이혼숙려캠프를 보면, 당연히 극적 과장이 들어 있겠지만 부인들이 느끼는 인생의 구질구질함이 극한까지 올라가는 사례를 자주 봅니다. 참으로 동정을 금할 길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천성 탓인지 부인의 갑질로 고통받는 남편에게는 잘 공감이 안 되구요.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한 탓의 부작용으로 책임감과 능력이 없어보이는, 혹은 그렇게 연출되었을 남편에게 한심함을 느낍니다. 부인의 갑질로 공격받는 남편들이 전투력 만땅으로 그려 지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저도 이런 제 관점이 편협하고 문제가 있다는 점 잘 알고 있고 고쳐보려고 노력하지만 반 백살을 그렇게 살아와서인지 잘 안 고쳐집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모공에서 '13억을 벌면 은퇴하시겠습니까?'라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서 입니다. 여러분의 말씀대로 가정을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남성이건 여성이건 싱글이라면 서울과 수도권 상급지에 자가 아파트 포기하고, 40대 중반 은퇴 후 시골까지 내려 갈 필요 없이 경기도 광주, 기흥 또는 동탄 외곽의 물류 센터 밀집지역 주변에 구축아파트나 단독주택 장만하셔서 남은 돈 굴리면서 조금씩 소모하고, 가급적 50대 말까지 아직 몸이 굴러갈 때 가끔씩 일용직 알바도 하면서, 70대부터는 주택연금으로 자가 돌리고 국민연금과 조인트하면 분명 생각보다 살 만 할 겁니다. 그리고 이 결말도 결국은 자가 주택이 필요하군요.
단, 가정을 이루셨다면, 딩크로 자녀가 없건, 상대적으로 부담 적은 외동으로 키워서 분가를 시켰건, 아니면 다자녀를 일종의 가족 공동체를 이루어서 양육 시켰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꿈꾸는 은퇴 후 여생이 나머지 구성원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고, 이것을 아버지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식구들에게 강요했다가는 그 가족은 높은 확률로 깨어진다는 거죠. 뭐 그야말로 개인적인 경험이라 일반화 불가능하지만 1950년대생 할머님들만 하셔도 그나마 참고 사실 확률이 높은데 (당장 갈라서도 법적 조치 골아프고 갈 곳이 없으니) 1960년대 신세대 할머니들은 얄짤없습니다. 가장 입장에서는 평생 뼈빠지게 가족 먹여 살려서 은퇴 후 내 뜻 한 번 이뤄보고자 하는데 식구들에게 배신당하는 최악의 엔딩이 펼쳐지는 거죠. 황혼 이혼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한 주된 이유입니다.
한 줄 요약 하자면 70-80세대인 우리는 가정을 이뤘다면 축적 자산과 상관 없이, 숨이 붙어 있는 한 일하는게 가정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겁니다. 맘에 안들면 때려쳐도 된다는 마눌님의 거짓말에 속아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눌님이 인생을 구질구질하게 느끼게 해서도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