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조 ①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②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원장이 제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이 그 후보를 임명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렇게 해석한다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임명권은 사실상 형식적인 권한이 됩니다. 혹자는 마은혁 임명 보류 사태 당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인 절차로 봐야 한다고 해석한 것을 근거로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인 권한이 맞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의 임명방식은 대법관이 임명되는 방식과 전혀 다릅니다. 헌법재판관은 9인 모두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지만 이 중 3인은 국회에서,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합니다. 이 경우 대통령 몫인 3인을 제외한 6인에 대해서 특별한 법적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할 수 없고, 이 경우 형식적인 권한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데 대법관이 임명되는 과정은 전혀 다릅니다. 대법관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 가운데 대법원장이 골라 대통령에게 제청합니다. 하지만 이 추천위원회는 10인으로 구성되는데 (대법원장이 임명 가능한) 3명의 법관과 대법원이 위촉하는 3명의 외부 인사가 포함되어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를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면 사실상 대법원장이 마음대로 대법관을 꽂아넣을 수 있게 됩니다.
헌법이 굳이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이상 임명권이 형식적인 권한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누구를 임명할 것인지 제한하는 동시에 대통령은 제청된 사람이 실제로 임명될 것인지 제한하며, 국회는 후보 임명동의안에 동의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세 헌법기관의 의사가 합치되어 대법관이 임명되는 것이 헌법이 의도한 상호 통제의 구조입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제약하는 것입니다.
또 언론에서 잘못 쓰고 있는 표현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자 제청을 '반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제청 요구권'이라는 권한이 헌법에 없으므로 후보자 제청을 '반려' 한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은 후보자 제청을 '반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둘은 명확히 다릅니다. 후보자에 대한 대법원장의 제청은 그 자체로 적법하고 유효한 권한 행사이며, 대통령이 그 제청을 취소하거나 무효화한 것이 아니라 그와 별개로 헌법상 임명권에 따라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청와대는 '제청을 반려'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는 헌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재제청 요구 또한 '재제청 요구권'이라는 별개의 권한이 존재해서 재제청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어차피 대통령이 해당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기로 한 이상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야 하기에 재제청 요구는 임명 거부에 따라오는 후속 절차에 불과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임명권이 형식적인 요식행위가 아닌 소극적 거부권을 포함한 실질적인 권한이기에 불필요한 권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사전 협의를 통하는 관행이 존재했었습니다. 그러나 (관습법이 아닌)관행은 법이 아니므로 대통령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또한 위헌이 아니며, 이를 임명하지 않은 것 또한 위헌이 아닙니다.
그런데 청와대의 입장에서 부적절했던 부분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신속하게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군에서 다시 제청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자 추천 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든 기존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다시 후보를 추천하든 그 절차는 법률에 따라 대법원장이 알아서 할 것이지 대통령이 관여할 문제는 아닙니다. 청와대는 '손봉기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으며,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하라' 라고만 했어야 했지, 그 이후 누구를 어떤 절차를 거쳐 제청할 것인지는 대법원장의 몫인 것입니다.
또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겠다' 라고만 말하면 될 것을 굳이 '절차적 완결성'을 문제 삼으며 임명을 거부했기 때문에 논란이 됩니다. 대통령의 임명권이 실질적인 권한이라면 대법원장의 제청에 흠결이 있었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전 협의는 충돌을 피하기 위한 유용한 관행이었을 뿐 그것을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약하는 '법적 절차'라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사실상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 추천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헌법이 의도한 권한 배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3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권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며 '재제청 요청 공문에는 재제청 요청의 사유(절차적 흠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되어야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청와대는 불필요한 말을 덧붙여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반격의 여지를 주게 되었습니다.
그냥 임명권 행사를 안하겠다 하면 될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는 적법했고, 임명권 미행사도 적법합니다. 그냥 그걸로 끝입니다.
대법관 임명은 사법부 대법원장 제청, 입법부 국회 동의, 행정부 대통령 임명으로 권한이 이미 나누어져 있습니다. 대법원장 제청으로 꼭 임명해야하는 것도 아니며 헌법적으로 근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임명 안하면 그만인것을 굳이 입을 대어 오히려 수세에 몰렸습니다.
단순히 과정만 본다면 양쪽 다 크게 문제는 없다 생각합니다.
이걸 관례적 문제로 본다면 개난장판 상황이겠지만요. 양쪽 다 관례 깨고 파워게임으로 개판 오분전이니... 감사원까지 끌어들이고 여론전까지 터지는 개노답 상황이죠.
개인적으로 이 건은,
청와대가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했던 카드(검찰)가 사라진 것을 보여주는 한 단편적인 사례이고,
이제 대법원장 입장에서 이 정도 구도가 됬으면 행정부 - 사법부 간의 관계구도를 재정립(?) 해봐도 되겠다 싶다는 계산이 선 것을 보여주는 거고,
(조희대가 아니었어도 비슷한 상황 나왔을거라 봅니다.)
이걸 헌재로 끌고갈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까지 온 것 자체만으로도 청와대가 패배한 껀수라 생각하는 편입니다...ㅠㅠ
어찌보면 6공 내내 지속되어 온 대통령 권한 축소 방향성의 결과를 보여주는 하나의 꼭지가 이 사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헌법재판관은 애초부터 9명중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3명씩 나눠서 지명하게 되어 있으므로(삼권 분립) 여기에서 최종적인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인 권한으로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