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현대차는 미국에서 세타Ⅱ 엔진을 장착한 차량 약 47만 대를 리콜합니다. 주행 중 엔진이 멈추거나 경우에 따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당시 현대차의 설명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취지였고, 국내 생산 차량은 리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품질과 리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김광호 씨는 내부적으로 파악한 내용이 회사의 대외 설명과 다르다고 판단합니다. 김 씨는 회사 내부의 품질회의 자료와 결함 관련 문서를 확보해 2016년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에 신고합니다. 세타Ⅱ 엔진만이 아니라 에어백, 연료계통 등을 포함해 모두 32건의 제작결함 의혹이었습니다. 이 신고의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국토부 조사 이후 현대·기아차는 2017년 국내 세타Ⅱ 엔진 차량 약 17만 대를 리콜했고, 김 씨가 제보한 다른 제작결함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자발적 리콜을 거부하자 정부가 강제리콜 명령까지 내립니다.
그런데 내부고발자가 치른 대가는 상당했습니다. 현대차는 김 씨를 해고했고, 업무상 배임과 영업비밀 유출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는 김광호 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복직을 명령했습니다. 현대차가 제기한 형사고소 역시 결국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씁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현대차의 제작결함 은폐 가능성을 이유로 검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한 것은 2017년 5월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도 정몽구 회장 등을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현대차 본사와 남양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2019년 2월입니다. 수사의뢰와 고발 이후 거의 2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내부고발자인 김광호 씨에 대한 회사의 고소와 경찰의 압수수색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는데, 정작 회사가 안전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늦추거나 은폐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제조사 상대 강제수사는 한참 뒤에야 시작된 셈입니다.
이후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여러 내부자료를 확보합니다. 2015년 작성된 현대차 내부 대응자료에는 세타Ⅱ 엔진의 베어링 구조 취약성과 오일라인 품질관리 문제 등이 적혀 있었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국내에서도 2010년 무렵부터 관련 문제가 발생했으며 2012년부터 전사 차원의 TF가 이를 관리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결국 검찰은 2019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법인, 전직 품질담당 임원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합니다. 검찰 주장의 핵심은 현대·기아차가 국내 생산 세타Ⅱ 엔진에도 안전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이를 제때 공개하지 않고 리콜을 지연했다는 것입니다.
김광호 씨의 제보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었는지는 미국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미국 NHTSA는 조사 결과 현대·기아차가 세타Ⅱ 엔진 장착 차량 160만 대 이상에 대해 적시에 리콜을 실시하지 않았고, 결함의 성격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부정확하게 보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2020년 현대·기아차는 미국 당국과 총 2억1천만 달러 규모의 제재 합의를 체결합니다. 그리고 2021년 NHTSA는 김광호 씨에게 2,430만 달러, 당시 환율로 약 280억 원의 내부고발자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부산 싼타페 사고에서 논란이 됐던 디젤 고압펌프 문제 역시 김 씨가 공개한 현대차 내부 품질문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다만 부산 싼타페 사고 자체가 실제 고압펌프 결함으로 인한 디젤 오버런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은 이후 민사재판에서 인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세타Ⅱ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대·기아차 측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자동차관리법의 '결함', '그 사실을 안 날', '지체 없이 시정' 등의 표현이 형사처벌의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불명확하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2021년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면서 형사재판은 약 5년 동안 중단됩니다. 그러나 2025년 11월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형사처벌의 기준으로 충분히 명확하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세타Ⅱ 늦장리콜 형사재판은 2026년 다시 재개됐습니다.
2016년 김광호 씨의 내부고발로 본격화된 일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법정에서 진행 중인 셈입니다.
이 사건이 최고위 임원진의 인지/지시 또는 묵인 하에 일어났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2019년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검찰은 정몽구 회장을 기소하지도, 무혐의 처분하지도 않고 ‘기소중지’했습니다. 이유는 검찰 설명상 정 회장의 건강상태 때문에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고발자가 없었다면 현대차는 국내 생산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죠. 내부고발자야 말로 자동차 사고에서 키맨인 듯 합니다. 공익도 위하고 돈도 벌 수 있는 기회죠.
저분 대단하시네요..흘러간 인생이 몇년이여..
돈 문제만은 아니겠다 싶어요.
공익신고란게 뭔지 찾아보셔야...죠
사람 다치거나 죽으면 밝혀진 몇몇만 돈으로 때우고 말겠다는거니깐여.
우리도 몇백억씩 줘야죠. 사안이 이렇게 큰 데 1억주고 말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