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다른 글에서 한국의 자살률에 관한 글을 보다가 관심이 생겨서 청소년 자살률을 시계열로 비교를 해봤습니다.
위에서 초록색이 중고생의 자살률인데 충격적이네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의 자살률은 횡보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이후 자살률이 갑자기 급격히 치솟습니다.
왜 이런지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제 생각에는 고교 교내 내신 상대평가를 강화한 입시제도 밖에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GPT를 이용해서 대입제도 변화를 정리해보니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 빨간색 시기와 그 이후에 중고교 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고등학교 시험 한번, 사소한 비행 한번으로 대학 등급이 결정되고, 그래서 옆자리 친구를 밟아야 대학을 가는 그런 시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변화가 누적된 것이 자살률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제 추측입니다.
2005
→ 내신 9등급 상대평가 도입
2008 전후
→ 학생부 강화 + 입학사정관제 도입
2010~2013
→ 입학사정관·수시 지속 확대
2013년 개편
→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체제 정착
2014~2018
→ 학생부교과·학종과 수시가 급성장
→ 고1부터 누적되는 내신·학생부의 중요성이 매우 커짐
2018년 개편
→ 정시 30% 이상 권고
→ 학생부 기재 축소
→ 수시·학종 일변도에서 일부 되돌림
오히려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더 몰아넣고 있죠
아이들은 죽어가는데, 지들 지적 이데올로기를 만족시키려고 지옥을 만든 놈들을 정말로 저주합니다.
수능 시대에는 학생들이 수십만명의 이름 모를 불특정 다수와 경쟁하기 때문에 '최소한 반 친구들과의 협력'이 가능했는데,
내신 시대에는 학생들에게 '내 눈 앞에 있는 친구가 적이자 경쟁자' 가 된 면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상위권에서요...ㅠㅠ
요즘 애들 정신적으로 참 힘들겠다 느꼈습니다...
그 결과 지금 동네 정신과의 주요 고객이 고등학생 아이들이고요...
제 딸아이도 정신과 약 먹으며 버티고 있습니다 ㅠ.ㅠ
대선을 앞두고 공약집을 보는데 교육정책이 아예 없었습니다. 관련 섹션이 아예 없다는 것에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방 학생들 명문대 보내고 싶다면 지방대 쿼터제, 지방의대 쿼터제, 지방학생 전형 등을 따로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해야지 교내 상대평가라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하지 않는 최악의 방식을 도입하다니 정말 화가 납니다.
얼마나 영향이 큰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학생들 자살률에 영향은 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내신 상대평가는 대치 1등과 지방 1등을 동일하다고 보기때문에 균형선발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희연 교육감같은 진보 교육감들은 정시 비중을 줄이고 수시 비중을 늘려왔죠.
참 아이러니하죠
또한 여기에 교내 상대평가가 추가되면서 “외국에서는 특정한 기준을 넘으면 충분"하지만 한국에서는 “같은 학교의 친구보다 잘해야 대학을 간다”로 바뀌었습니다.
더구나 학생부·수행평가가 추가되면서 “시험만 잘치면 된다”가 아니라 “모든 학교생활 전반을 계속 관리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입시제도는 경쟁의 강도(intensity)뿐 아니라 기간(duration)도 늘렸습니다. 예전에는 고등학교에 가서 입시가 시작되었지만, 선행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입사 경쟁이 초등학교까지 내려왔고, 그게 사교육 확대로 이어집니다.
최근의 연구들은 사교육 확대와 자살율 증가가 매우 관계가 높다고 합니다. 교육부에서 돈주고 하는 멍청한 연구들만 다를 소리를 할 뿐이죠.
예전에는 사과하고, 선생님한테 한 대 쳐 맞고 끝날 사소한 다툼도
요즘은 그게 입시에 반영되니까 변호사까지 동원해서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명박때 자사고 특목고 늘리고,
학생부 종합인지 뭔지로 대학 보낸다 하면서
사실은 부자집애들 부모 스펙으로 대학보낸거였죠.
선택과목 다 없애고 그냥 다 전국 공통과목으로 통일..
저는 이게 진심 가장 이상적인 대입시험이라고 봅니다
갈수록 계층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불균형은 심화되겠죠.
청소년 자살율과 입시 제도의 변화는 우리가 심각하게 그 상관성을 검토하고 잘못을 고치고 대안을 찾아야 할 일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입시 제도가 변화한 것에 대한 맥락도 고려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과거 수능 시험 위주의 입시에서 점차 부모의 경제력과 자녀의 학벌의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의 진로가 결정되는 게 맞느냐 하는 여론이 있었고, 한 문제를 맞혔느냐 틀렸느냐에 따라 대학교 입시 결과가 바뀌는 게 맞느냐는 여론도 있었고요. 한편으로는 공교육 붕괴, 교실 붕괴 이야기도 많았고, 사교육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입학사정관제입니다. 민주당도 동의했고요. 입학사정관제가 적절한 대안이었는가는 차치하고(전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만, 수능 중심으로의 회귀도 부정적으로 봅니다.),
그 목적은 내신 중요도 강화, 정성 평가 강화, 학내 다양한 활동에 대한 평가 추가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부 전형으로 학생을 뽑았는데, 그 학생이 학폭 가해자인 경우가 드러나며 학폭 여부 등도 평가 요소로 넣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지요. 교육과 평가의 측면에서 학폭을 어떻게 다루는 게 나을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데, 운동선수도 과거의 학폭 사실이 드러나면 사회적인 유무형의 불이익이 주어지는 게 요즘의 분위기이니 학폭과 관련하여 변호사를 대동하거나 하는 문제는 학부모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 판단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학생에게 과도한 중압감을 주고 과도한 학습을 요구하여 삶을 저버리게까지 하는 교육 제도라면 물론 바꿔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일회성 평가에 의한 진로 결정, 경험적으로 사교육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제도로의 회귀도 정답은 아니겠지요. 학벌, 직업에 따른 대우의 차이, 임금 격차가 가장 근본적인 요인일 텐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요. 교육 제도의 개혁은,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현 상황으로 인해, 그 필요성이 더욱 커졌지만 참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다시 이재명 정부에 대한 평가로 한정하자면, 이재명 정부에서 교육 제도의 측면에서 잘한 것도 없지만, 지금의 문제들을 더 심화한 것도 아니니, 그에 맞게 평가되어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