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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동에 학림다방이 있다면 명동에는 카페 ‘가무’가 있습니다.
비엔나커피를 파는 오래가게(노포) 다방들이죠.

상념에 잠긴채 충무로를 내려다 보며 비엔나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가무를 추천합니다.
1972 년 개업해 54 년 째 영업중입니다. 원래 이름은 까뮈였다고 합니다.
까뮈라는 카페이름은 프랑스(알제리) 국적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알베르 까뮈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정부가 무슨 발작을 일으켰는지 갑자기 외래어 상호명을 바꾸라고 닥달을 해대는 통에 카페이름을 까뮈에서 가무로 바꾸었습니다.
외래어 상호를 전부 우리말로 바꾸라는 명령은 청와대에서 내려왔는데,
나는 청와대 스마트한 독재자가 그런 미친 명령을 내린 이유가 외래어 상호들때문이 아니라 카페 까뮈 때문이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까뮈는 프랑스 공산당과 알제리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는 사회주의자였다가 나중에 우익으로 전향한 전력이 있는데, 내심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그가 그 빌어먹을 카페이름을 없애버리라고 명령했을 것이라는 게 내 느낌적 추론입니다.
그는 알베르 까뮈의 책을 읽기는 커녕 구경조차 해 본 적이 없으나 정보장교 (나중에 포병으로 개종) 출신이라는 특수업무배경이 그로하여금 까뮈의 사상적 배경정도의 기본지식을 갖게 했을 것 입니다.
알베르 까뮈는 전향은 했으되 동지를 팔아먹지는 않았는데, 동지를 수 백 명이나 죽음으로 몰아넣고 변절한 그에게는 까뮈라는 이름이 매우 기분나빴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그의 얼굴피부가 까무잡잡하다는 것도 까뮈라는 이름이 그의 기분을 더 잡치게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까뮈만 특정해서 상호를 바꾸라고 강요하면(특별개명) 너무 속보이는 수작이므로 전국의 모든 외래어 간판들을 다 바꾸라는 명령(일반개명)을 내렸을 겁니다.
이상은 정치적인 의도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이 카페 가무의 강제개명과 관련된 지나간 역사를 합리적 추론에 근거한 뇌피셜로 심심해서 이야기한 것이니 그냥 심심풀이 정도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커피는 진한 아메리카노 였고 풍성한 휘핑크림 위에 계피가루가 뿌려져 있었습니다.
아메리카노는 뜨거운 물로 농도를 조절하는데 휘핑크림이 커피를 연하게 하므로 커피는 조금 진하게 내려야 합니다.
가격은 6 천 원.
케잌조각이라든가 마카롱같은 게 곁들여 나오지는 않습니다.
실내 인테리어와 테이블, 소파는 70 년대 초반부터 사용해왔던 그대로 입니다.
2 층부터 4 층까지 3 개층이 카페인데, 세대간 장벽과 segregation이 존재하는 이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듯 (분리하되 차별하지 않는다) 2 층에는 장노년층 고객들이, 그 윗층들에는 2 ~30 대 고객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문화를 존중하라는 속언에 따라 어르신인 나는 2 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이 카페는 올해 봄에도 갔었고, 사진들과 기록은 3 ~ 4 년 전 쯤 찍고 쓴 것들 (글은 약간 수정) 입니다.
당시에 외국어를 우리 말로 바꿔서 사용하자는 일종의 운동 혹은 지침?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뚜아에 무아" 같은 듀엣도 "너와나"라는 우리 말로 바꿨고
"어니언스"라는 듀엣도 "양파들"이라는 우리 말로 바꾸는 웃지 못할 일종의 해프닝 같은 게 있었죠
2층은 중국대사관 정원이 보여서 비오는날 한적하게 창가 바라보기 좋은 집이었죠.
어렸을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서 하와이안펀치를 먹은게 처음이었죠(지금은 없어진 메뉴)
2층에 장년층이 많은 이유가 예전에는 2층이 가무였기 때문인것도 이유일 겁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가다가 연애할때 마누라를 데리고 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명동갈때면 애도 데리고 갑니다. ㅎ
가무가 있는 골목길 카페들은 커피시키면 케이크를 주는 곳들이었는데
가무는 케이크를 주지 않고 핫케익을 줬습니다.
크림을 핫케익에 얹어 먹으면 참 맛있었는데... 요새는 안주더군요.
참으로 아쉽죠.
층이 많아진 이후에는 좀 사람이 많아져서 아쉬운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인기가 좀 생겼으니
어렸을때 갔던 추억의 장소가 아직도 영업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