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갔다"는 말, 다들 한 번쯤 써보셨을 텐데요. 최근 논문을 찾아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드로메다로 갔다던 그 개념, 어쩌면 진짜 못 돌아올지도 몰라요. 최신 데이터가 내놓은 답은 정확히 반반 — 40억 년 뒤 확실했던 충돌이 이제는 동전 던지기가 됐거든요. 안드로메다랑 우리 은하가 진짜로 충돌할지 말지가 반반이라면, 그 안드로메다로 간 개념도 돌아올지 말지 반반이겠구나 싶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40억 년 뒤엔 안드로메다랑 우리 은하가 정면충돌한다"는 얘기를 워낙 확정된 사실처럼 배워서, 저도 별생각 없이 그런 줄 알고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에도 자주 나오고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였으니까요. 관련 논문을 찾아보니 흥미로운 걸 발견했습니다. 2025년 6월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실린 헬싱키대학교 틸 사왈라(Till Sawala) 팀 논문을 보니, 허블·가이아 위성 데이터로 다시 계산한 결과 충돌 확률이 정확히 절반(약 50%) 정도로 나왔더라고요. 은하 질량, 궤도, 거리, 고유운동, 시선속도 등 22개 변수를 넣고 10만 번 넘게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라 근거는 꽤 탄탄해 보입니다.
원래 2012년 STScI 연구팀(반 데어 마렐 등)이 발표할 때는 "확실하다(with certainty)"는 표현까지 쓰면서, 40억 년 뒤 충돌이 시작돼 그로부터 20억 년 뒤 완전히 합쳐진다고 못 박았던 걸로 압니다. 13년 만에 이렇게 뒤집힌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관측 자체가 틀려서가 아니라, 예전엔 계산에 안 넣었던 위성은하 두 개(안드로메다 쪽의 트라이앵글룸자리 은하 M33, 우리 은하 쪽의 대마젤란은하 LMC)를 이번에 새로 포함시켰더니 두 은하가 정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줬다고 해요. 실제로 모델별로 뜯어보면, 안드로메다+우리 은하 2체 모델만 놓고 보면 48%인데, 여기에 M33을 추가하면 63%까지 올라가고, LMC를 추가하면 37%까지 떨어집니다. 둘 다 넣은 최종 4체 모델에서 이 두 힘이 서로 상쇄되면서 딱 절반으로 수렴한 거죠. 하나는 충돌 쪽으로, 하나는 회피 쪽으로 잡아당기는 줄다리기를 벌인 결과입니다.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안드로메다와의 충돌은 이렇게 반반으로 물러났는데, 정작 방금 언급한 그 대마젤란은하(우리 은하 바로 옆에 있는 위성은하)와 우리 은하의 병합은 오히려 훨씬 확실시된다는 겁니다. 시점은 약 20억 년 뒤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금은 잠들어 있는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궁수자리 A*)이 가스를 다시 공급받아 활성화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언젠가 병합을 겪는다"는 큰 그림 자체는 바뀌지 않았고, 상대와 확실성만 뒤바뀐 셈입니다.
관련해서 논문 원문, 2012년 원 연구, 대마젤란은하 병합 연구(더럼대, 2019)까지 좀 더 자세히 찾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뒀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