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자 과학 기사 보다가 흥미로운 얘기가 있길래 좀 정리해봤습니다. 다들 학교에서 "우리 몸은 별의 잔해로 이루어져 있다"는 얘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근데 그게 정확히 어떤 원소가 어떤 사건에서 왔는지까지 파고들면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재밌습니다.
일단 출발점은 빅뱅이에요. 우주가 시작되고 딱 3분 만에 수소(75%)와 헬륨(25%)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어요. 그 이후에 등장하는 원소는 전부 별이 살아있는 동안, 혹은 별이 죽는 순간에 따로 만들어진 거예요.
탄소나 산소는 별 내부의 핵융합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별이 수명을 다하고 태우는 동안 계속 무거운 원소를 쌓아가는 방식이에요. 문제는 철부터인데, 철은 핵융합으로는 더 이상 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원소라 별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별이 폭발하는 순간, 그러니까 초신성에서 만들어집니다. 그것도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두 가지 방식(Ⅱ형 초신성과 Ia형 초신성)이 거의 절반씩 기여한다고 해요.
여기서 개인적으로 제일 소름 돋았던 부분이, 이론상으로는 내 몸 안에 있는 철 원자를 하나하나 추적했을 때 그중 절반은 무거운 별이 중력붕괴하면서 나온 거고, 나머지 절반은 완전히 다른 백색왜성이 폭발하면서 나온 거라는 걸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같은 철인데 태생이 완전히 다른 두 사건에서 왔다는 거죠.
금이나 백금,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소는 아예 다른 계보예요. 이건 별 내부도, 초신성도 아니고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하는 '킬로노바'라는 사건에서만 만들어집니다. 이게 실제로 관측된 게 2017년이 처음이었다고 하고요. 게다가 이런 사건 자체가 초신성 1,400번 중 딱 1번 정도만 일어나는 수준으로 희귀하다고 하니, 손에 금붙이 하나 끼고 있는 것 자체가 꽤 낮은 확률의 우주적 사건 결과물인 셈입니다.
이 밖에도 바륨이나 납처럼 적색거성 내부에서 수만~수십만 년에 걸쳐 천천히 쌓이는 원소도 있고, 리튬이나 베릴륨처럼 별이 아니라 우주 공간을 떠도는 우주선(cosmic ray)이 다른 원자핵을 깨뜨리면서 만들어지는 원소도 있더라고요. 원소마다 만들어지는 무대 자체가 다 다른 거예요.
정리하다 보니 원소별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표로 만들어두면 좋겠다 싶어서 블로그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https://space.kotsumotsu.com/2026/09/15/%eb%82%b4-%eb%aa%b8%ec%86%8d-%ec%9b%90%ec%86%8c/
유익한 글에 똥을 뭍혀 죄송합니다. 글이 재미 있어 짙굳은 농담을 좀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