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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왕은 있어도 민주주의는 없습니다.(feat. 5명의 교장 이야기)

캠프파이어 · ·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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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 수준(정치를 이해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정치인들의 수준도 그를 선출한 국민의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국민의 정치 수준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저는 교육이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초·중등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죠.

특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은, 중등교육을 담당하는 실무책임자인 중·고등학교 교장의 민주주의 이해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공교육은 대단히 권위적이라서, 교장의 교육철학이 교육과정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도 하고, 민주시민교육의 경우 학교 운영 시스템 자체가 교육과정이라서, 운영책임자인 교장의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이런 상태인 것부터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만, 국민적 이해와 관심이 터무니없이 부족하죠.)



지금부터, 제가 학부모 운영위원을 11년 하면서 만났던 5명의 중·고등학교 교장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1번 교장은 전형적인 권위주의자였습니다.

제가 운영위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제대로 된 심의를 하자며 자꾸 목소리를 높이니까, 저를 불러다 제 아이에게 상장(학교생활 우수학생 표창장)을 주겠다며 입막음 거래를 시도했었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이라서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 고등학교 입학을 결정하기 때문에 인기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려면 내신 성적이 절대적이었고, 교장이 주는 상장은 내신 점수를 0.5점이나 올려주는 아주 매혹적인 아이템이었습니다.(중학교 내신은 소수셋째자리까지 산출합니다.)

교사에게 잘 보이면 자녀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세간의 믿음은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지만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죠.

그래서 기꺼이 교장의 거수기가 되려는 운영위원들이 넘쳐나는 이유도 알 수 있었고요.



참고로, 제 아이는 이 교장의 재임 기간 중인 2년 6개월 동안 단 하나의 상장도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생활을 다방면에서 열심히 했고, 교사들이 좋아하는 편이었고, 이후 6개월이라든가 고등학교 때에는 상을 잘 받았다는 걸 감안하면, 제가 미워서 그랬던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2번 교장은 권위주의자에 기회주의자였습니다.

교육감이 참석하는 교육청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눈에 들려 했고, 교장 공모 면접 때에는 점수를 따려고 학생자치와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했지만, 막상 교장이 되고 나서는 소통을 거부하고 독재를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앞뒤가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교장이 되지 말란 법은 없구나. 어쩌면 저런 사람이 교장 승진에 더 유리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3번 교장은 그나마 민주적이었습니다.

운영위원이나 학부모회와 소통하려고 노력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학교 운영 시스템을 민주적인(학교자치) 시스템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 기준으로는 약간 아쉬운 80점 수준의 교장이라고 평가합니다.

물론 이 정도(80점) 되는 사람도 공교육 현장에서는 아주 소수입니다.

그래서 3번 교장을 만난 것은, 저로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진짜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4번 교장은 겉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 운영과 관련해서 법령이 규정한 절차(심의 안건 공개 등)를 잘 지키더라고요.

하지만 운영위원의 역량이 부족하여 학교운영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는데, 이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제 노력에는 협조를 안 하더군요.



한번은 제가 운영위원회에서, “교장선생님이 학교와 학생을 위해 노력하시는 건 인정하지만, 교장선생님도 인간인 이상 완벽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위원회는 교장선생님을 비판·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비판과 견제와 감시는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 원리 중 하나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때 교장의 답변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감시라니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감시를 당합니까? 왜 학부모가 교장을 감시합니까? 내가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교사를 한 게 아닙니다. 30년 넘는 제 교직생활에 회의가 드네요.”라며 진심으로 부들부들 떨더군요.

물론 다른 학부모 운영위원들도 같이 흥분하며 저를 비난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 교장의 심정이 이해가 되시나요?

아마 “대통령도 잘못할 수 있으니까 의회는 대통령을 견제·감시·비판해야 한다.”고 말하면, ‘대통령을 공격하는 세력’이라며 성토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감시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이실 게 아닙니다. 내 몸의 건강을 잘 지켜보는 것도 감시에요. 학교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찬성하시면서 왜 감시를 나쁘게만 생각하시죠? 모니터링이라고 표현하면 좀 낫겠습니까? 민주주의에서의 권력에 대한 감시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는 법과 제도가 부여한 당연한 권리에요.”라고 하니까, “그러면 모니터링이라고 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말씀을 좀 가려서 해주시면 좋겠네요.”라고 하더군요.



모니터링·점검·확인이라고 하면 괜찮고, 감시라고 하면 싫다는 거죠.

그런데 권력자가 시민이나 경쟁자를 상대로 하는 행위라면 부정적이지만, 시민이나 다른 권력기관이 상호 감시하는 것은 부정적 행위가 아니라 건강한 행위입니다.

목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거죠.



이처럼, 자신은 감시(비판·견제)당할 수 없는 존재(엘리트, 선민)라는 권위적 사고방식을 뿌리 깊게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한 것이 대한민국 일부 교장의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 4번 유형의 교장은 생각보다 많습니다.(참고로 국회에도 많아 보입니다.)



감시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5번 교장은 가장 최근에 겪은 교장입니다.

당시 저는 예결산소위원회 위원으로서, 전년도 학교회계 결산 보고서를 작성하여 운영위원회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 운영계획서를 보면 학교의 운영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과제 11개를 언급하는 문장에 2번 이상 등장하는 키워드가 4개 있습니다. 인성교육, 독서교육, 자기주도 활동, 민주시민교육이더군요. 실제로 이를 위한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있고 예산에 반영되어 있습니다.”(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교운영계획서의 내용이라는 것을 무시하는 교장도 꽤 있더군요.)



“그런데 다른 3가지에 비해 유독 민주시민교육 예산이 너무 적습니다. 학교의 1년 예산이 40억 원이 넘는 것에 비하면 민주시민교육 예산 100만원은 터무니없이 적어요. 학생 1인당 연간 840원입니다. 모든 교육과정 중에서 가장 적게 책정되어 있어요. 다른 교육과정은 수백~수천만 원이 책정되어 있고, 심지어 교장실 일반 업무추진비도 2천만 원이 넘는데, 헌법정신의 핵심인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육 예산이 고작 100만원이네요”



“단순히 적은 것만 문제가 아니라 교육 내용도 부실해요. 광복절이나 4.19나 5.18같은 기념일에 복도에 관련 게시물을 세워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실을 볼까요? 학생들이 스스로 생활인권규정 개정안을 발의한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둘째 치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모릅니다. 학생회 임원들에게 학생회칙을 읽어봤냐고 물어보면 그게 뭐냐는 표정을 짓습니다. 심지어 권한의 위임이라는 개념도 아예 모릅니다.”



“자치 예산에 대한 이해나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죠. 학운위에 학생들이 안건을 제안하거나 참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이 있을까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차이조차도 제대로 아는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투표권이 주어지는 나이인데도 주권의 의미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현실은 민주시민교육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민주시민교육은 원점에서 새롭게 검토되어야 하고, 당장 사회과 교사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연구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교장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이 부족한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저는 우리 학교가 민주시민교육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실제 학교생활을 잘 모르시니까 오해 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지난 3월에 각 학급별로 학급회의에서 학생들이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건의사항을 말했고요, 이걸 학생회에서 모두 모아서 정리한 다음 학생회 임원들이 전부 교장실에 왔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건의사항을 다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귀담아 모두 들었고, 각 부서별로 빠짐없이 이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교사들이 다 함께 진지하게 논의하였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수용하는 방향으로요. 간혹 학교사정상 안 되는 것들은 왜 안 되는지 그 사유를 학생들에게 설명했고, 학생들도 다 이해했습니다. 이 얼마나 민주적입니까?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고, 수렴된 의견을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반영하였지요. 교장이라고 해서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학생들의 의견과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3월부터 시작해서 지난 4월까지 두 달에 걸쳐 이런 작업을 했어요. 이 보다 더 민주적인 절차가 있나요? 민주시민교육은 교과서로 무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이 답변에, 사회과 교사와 학부모 운영위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맞는 말인가요?



아닙니다.

교장의 답변 중 맞는 내용은 ‘민주시민교육은 교과서로 무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것’ 하나 밖에 없습니다.



교장은, 자기 혼자 결정하지 않고 학생의 건의를 듣고 교사들과 의논해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민주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이제 제가 다음의 두 가지 행위를 비교하겠습니다.



하나, 학생들이 안건을 발의합니다.

학교생활에서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어서 학급회의에서 제안을 하게 되면, 학생회로 전달되어 검토되고 대의원회의를 거쳐 안건 발의를 의결합니다.

이 안건은 규정개정심의위원회 혹은 학교운영위원회로 전달되어 심의를 거쳐 가·부결이 결정됩니다.

가결되면 시행이 되는 거죠.(규정개정심의위원회에는 학생이 심의에 직접 참여합니다. 반면에 학교운영위원회에는 심의 참여는 못하지만 토론에는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학생회의 제안이란, 반드시 공동체의 회의 테이블에 올려 논의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보장되는 절차입니다.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것은, 정보를 수집하고 충분히 토론하고 의결하는 민주적 절차(숙의, 공론화)를 의미합니다.

즉,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숙의 과정이 보장되며, 학생들이 그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민주적 절차이고, 제한적이나마 학생들에게 주권(학교운영 참여 권리)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교육과정입니다.



둘, 학생들이 건의합니다.

건의는 제안과 달라서, 건의를 듣는 주체가 해당 건의를 수용할지 말지를 판단합니다.

교장이 혼자 결정하든, 교사들과 협의해서 결정하든 학생들은 판단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비유하자면, 왕이 백성의 소리를 듣겠다고 고을마다 의견을 수집하라고 하면, 각 고을의 수령이 이를 조정으로 보내고, 왕이 대신들과 의논하여 백성의 애로사항을 들어준다는 것과 같습니다.

왕이 백성의 소리를 경청하고, 또한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고 대신들과 의논해서 결정한다면 우리는 성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성군이라고 해도, 이 체제가 민주정은 아니죠.

왕정은 전형적인 권위주의 체제입니다.



이처럼 전자(제안)와 후자(건의)는 명백하게 다릅니다.

전자는 민주주의 체제, 후자는 권위주의 체제입니다.

그러니까 교장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차이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후자를 민주주의라고 배우고 있는 거죠.



우리나라 법령(「초·중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 각 시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등)은 전자의 체제(학생들에게 학교운영 참여 권리를 주는 민주적 체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공교육은 표면적으로는 전자의 체제를 강력하게 지향합니다.

그래서 대다수 학교의 운영계획서는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대다수 학교는 후자의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법령은 오래전부터 사문화 되어 있습니다.



5번의 교장처럼, 대다수 학교의 교장들이 민주주의를 모릅니다.

1번, 2번과 같이 잘 드러나는 권위주의자들과 4번과 같이 법은 잘 지키지만 민주주의에 무지한 자들과 5번과 같이 훌륭한 임금이 되려는 자들이 대다수인 공교육의 현실이 작금의 정치판과 너무 비슷합니다.(개인적으로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3번과 같은 그나마 가능성 있는 교장은, 제가 사는 지역 100여 개의 학교를 보면 후하게 쳐도 10%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제 기준으로 90점 이상의(민주주의를 잘 이해하고, 법령에 따라 학교자치를 바르게 시행하는) 교장은 1%도 안 될 거라는 게 제 추정입니다.(전국 1만2천여 개 학교의 1%면 120명이라고 봐야하는데, 학교의 탈권위주의와 학교민주주의를 실천하자는 전국 교장·교감의 모임(단체)에 참여하는 인원을 보면, 교감을 합해도 120명이 안 되는 듯합니다. 물론 단체에 참여하지 않는 교장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요.)



민주정당이라는 민주당에는 3번 유형이라도 많을까요?

비판받을 수 없는 훌륭한 임금(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는 것 같던데요?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 수준을 의미합니다.

국민의 정치 수준은 교육이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권위주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정치를 보면, 학교가 오버랩 됩니다.

올바른 민주시민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댓글 8

  1. hopper12 ·
    뭔지는 모르겠지만 딱딱하네요...
  2. 캠프파이어 ·
    @붉은자켓님 딱딱하다는 의미가 '글이 재미가 없다'는 뜻이라면, 제 필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좀 더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 hopper12 ·
    5번의 교장처럼, 대다수 학교의 교장들이 민주주의를 모릅니다.
    너무 자기 생각위주로 쓴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자기 자신을 돌어 보세요...
  4. 캠프파이어 ·
    @붉은자켓님 어느 지점에서 제 생각 위주라고 하시는 것일까요? 반론하실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일 일반화에 대한 부분이라면,
    제가 많은 학부모와 교사, 소수의 교감과 교장, 교육청 관계자, 심지어 교육장이나 교육감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또한 교육전문가들이나 교육시민단체 분들과 토론을 할 때, 제가 제시하는 교장의 유형이 다수라는 데 이견을 다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당연히 대다수 교장들은 반발합니다만, 교장보다는 교장 아닌 사람의 시선이 더 객관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반론이 있다면 대개 민주적인 교장의 수가 제 주장보다는 좀 더 있다는 정도였고요, 민주적인 교장의 기준이나 그 비율의 차이가 다소 갈리거나 이 현실을 얼마나 뼈아프게 느끼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건 과도한 일반화야"라고 부정하는 사람을 만나본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학교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제외하고요.)

    교장에 대한 평가가 너무 부정적이라서 못마땅한 것이라면,
    민주주의의 이해를 빼고 보면 훌륭한(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교장의 수는 상당히 많아집니다.
    하지만 공교육은 헌법정신을 가르치는 것(사회 구성원의 사회화)이 존재의 첫번째 목적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교육을 빼고 나서 훌륭하다고 볼 수 있는 교장을,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또한 교장에게 필요한 것은 훌륭한 교육철학 이전에 합리적인 운영철학이 우선이므로, 민주적 운영 방식이 결여된 교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면 혹시 민주적 교장의 기준(학교를 실질적으로 법령이 의도하는 바대로 운영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신 건 아닌지요?
    학부모로서 학교 운영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거나, 거수기로서만 참여하셨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학교의 민주적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헌법과 하위 법률, 조례 등에서 정해 놓은 바가 있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항상 부족한 나 자신을 돌아보려고 노력하고 삽니다만, 구체적 반론의 근거도 없이 돌아보라고 하는 것은 다소 난감하군요.
  5. 아슈테론 · · 공감 1
    이런 좋은 글에도 위같은 댓글이 달리는거 보면 아마 교장 나이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겁니다
    저는 현직 교사이고 30대 초반인데 저희학교 관리자도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고착된 권위주의 문화가 참된 민주주의가 들어서는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거부하고 있는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글쓴이님이 말씀하신 내용은 정말 정의롭고 옳은 말입니다만 대한민국 현실은 이상과는 너무 거리가 먼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 86 세대의 교장 교감들이 전원 물갈이되고 세대교체가 일어나게될 즈음에나 조금씩바뀌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6. 캠프파이어 ·
    @아슈테론님 안녕하세요?
    긍정적인 말씀, 감사합니다.

    학교 운영에 민주적 절차를 도입한 것이 1995년이니까 30년이 넘었네요.
    그때보다는 아주 약간 좋아진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지요. 말씀하신 대로 너무 멀어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변화하겠지요. 물론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고요.
    어쨌든 저는, 너무 거리가 먼 것 같아도 한 발 한 발 계속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두가 저와 같은 생각일 수는 없겠지만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실 것 같습니다.
    계속 잘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7. goldcrystal ·
    글쓴 분은 이상주의적 사고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만약 실제 교장선생님과 또는 학교의 현실이 이상주의를 실현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면 현실에 맞추어 변용을 어느 정도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상주의와 현실에 맞춘 수용은 원론적으로 오래오래 깊은 논의의 화두가 되어온 것이라 여기서 그 이야기를 더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8. 캠프파이어 ·
    @goldcrystal님 읽고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묘사한 교육과정은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그대로 따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보기 드문 것은 법령이 이상적이라서가 아니라 사문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길이라 도달이 매우 어려워 보이는 것이지 실제 난이도가 높은 영역은 아닙니다.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구현된 사례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지만 명백히 존재하니까요.
    물론 저도 어느 수준까지는 싸워서 얻은 바가 있습니다.
    그렇게 얻기 시작하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사회의 안전과 지속가능을 위해서 교육은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형태의 사회화, 즉 헌법정신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학교의 권위주의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집니다.

    학교가 반민주적(반헌법적)이고 권위적인 것(혹은 법령이 사문화 된 것)은 권위적인 문화의 영향, 기득권의 우민화, 사회 구조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이들 모두 교육과정을 망가뜨리는 원인이기도 하고 잘못된 교육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악순환이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는 가장 먼저 우민화(교육계가 감추고 속이는 것)를 깨야한다고 판단합니다.(참고로, 교육청은 다른 행정기관에 비해 정보공개포탈을 통한 원문공개율이나 정보공개청구에 응하는(공개하는)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비공개 대상인 정보를 제외하고도 말이지요. 또한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회 관련한 교육청의 학부모 연수 수준은 눈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없습니다. 그들 스스로는 명백하게 인지하고 있지만 절대로 개선하지 않죠. 모 지역교육청 직원이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제대로 된 학부모연수를 진행했다가 지역 교장들의 격렬한 항의로 중단한 사례도 겪어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개선 의지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개선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일단 문제를 인지해야 동력(의지)이 생기지요.
    아무도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광복도 민주화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저는 교육의 민주화가 사회의 민주화나 독립운동에 견주어 작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학교를 너무 모릅니다.(구체적으로는 운영 방식)
    국민이 국회가 하는 일의 프로세스(혹은 프로토콜)을 전혀 모른다면, 입법·예산·감사·청문 등의 일을 통해 올바른 정치를 하고 행정을 견제하는 일을 어렵고 이상적이라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도 현실의 국정운영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가계도 기업도 마찬가지고요.

    문제를 인지하고, 가야할 당위성을 인식하고, 방법을 찾기 시작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을 이상주의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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