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30 KST - CNN - 미국에서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엘리트 유소년 스포츠 산업을 비판하는 의견을 CNN이 전하고 있습니다.
첫째 애가 4살이 되고 얼마되지 않아, 저희는 5~6세 아이들이 참여하는 엘리트 유소년 농구 리그에 초대받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무척 기뻤습니다.
첫째 애는 농구를 잘했습니다. 이를 알아본 건 저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은 농네 팀에서 다른 3~4세 아이들과 즐겁게 농구를 해왔고, 항상 그 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아들에게 더 큰 도전을 주고 싶다면,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환경에 두는 게 옳지 않을까요? 재능 있고 나이가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뛰는 건 정말 좋은 생각처럼 보였습니다.
전직 대학 농구 선수인 남편과 소아과 의사인 저는 등록비를 내고 일정을 조정해 매주 아들을 연습에 데려다주었습니다.
그 후 일어난 일은, 돌이켜보면 안타깝게도 예상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는 무척 신이 났습니다. 무릎까지 내려올 듯한 팀 유니폼을 입고 코트로 뛰어들었죠. 드리블 실력으로 모두를 감탄시켰고, 나이가 더 많은 아이들이 놓치는 슛도 성공시켰습니다. 하지만 훈련이 점점 복잡해지자, 4살 아이의 뇌로는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즈음엔 , 아이는 거의 항상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후 몇 주 동안, 저희는 애가 연습을 앞두고 불안해하다가 결국 연습을 거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재미가 없다고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아동 심리학 및 정신의학 분야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애가 이번 시즌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아이가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저희는 아이의 즐거움을 망쳐버린 원인이 바로 저희였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어린시절 가장 소중한 기억들을 의도치않게 스트레스가 되는 경험으로 바꿔버린 선의의 부모들이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점도 알았습니다.
미국에서 수세대에 걸쳐 어린이 스포츠는 동네 근처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아기들이 걷기 시작할무렵 제일 먼저 접하는 스포츠(?)는 다름아닌 동네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는 것일 것입니다. 이후 아이들은 커가면서 옆집 애들과 무언가(스포츠?)를 하겠죠. 그게 시간이 지나가면 지역 레이크에이션 리그, 지역 팀 활동이 될 것입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은 방과후 스스로 룰을 정하고 경기를 조직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어른들은 거기에 간섭도 안하고 뭘 하고 놀던지 어른들끼리 어울렸거나 아니면 펜스 근처에서 이웃들과 잡담을 나누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정신이 초기 미국의 청소년 스포츠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1939년 설립된 리틀리그는 의도적으로 지역 중심의 활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3개 팀, 총 30명의 아이들이 여름 동안 야구를 했던 것이 그 시초였습니다. 설립자는 그 목표를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팀워크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시대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일 년 내내 한 종목에만 전념하기보다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스포츠를 오가며 즐기곤 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어딘가에서, 이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동네안에서만 놀던 스포츠가 다른 먼거리로 원정경기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 유소년 클럽팀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개인 코칭과 ‘엘리트’ 훈련 아카데미는 수익성 높은 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아이가 나중에 경쟁할 기회를 얻으려면 8~9세부터 일 년 내내 한 가지 스포츠에 전념해야 한다는 논리가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적 근거도 없었지만 새로 창출된 시장은 이를 지지했고, 그 결과 부모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와 부모들 사이의 인식이 점차 바뀌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랬기에 자녀를 대회에 출전시키고픈 부모의 마음을 잘 압니다. 자녀가 무언가에 뛰어난 모습을 보일 때, 자녀에게 더 큰 기회와 경쟁능력을 부여하고픈 부모의 마음은 금전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책임감으로 와닿습니다. 그 어느 부모도 자녀의 잠재력을 낭비하게끔 내버려 두고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더 은근하고 가족을 짓누르는 경제적 부담이 뒷따릅니다. 원정 경기 비용, 개인 레슨 그리고 운동하느라 놓친 생일파티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대학 장학금이나 더 크게 성공해 프로 경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러한 것들은 그저 뒤로 흘러갈 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전미 대학 운동협회 (NCAA -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교 운동선수 중 약 7%만이 대학에서 어떤 종목이던 운동을 계속합니다. 장학금 비율은 전체 대학생중 2% 미만입니다. 이후 프로로 가면 가능성은 더욱 좁아집니다. 전미 소아과 학회 (AAP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 따르면, 종목에 따라 고등학교 운동선수 중 프로 선수가 되는 비율은 0.2%에서 0.5%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러한 통계가 우리 아이들을 운동에서 배제해야 할 이유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목표로 삼고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의 취미 리그를 마치 프로 진출의 발판처럼 취급하기 시작할 때 무엇을 잃게 되는지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일 뿐입니다. 최근 약 190건의 연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대규모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스포츠 참여는 어린이의 자존감 향상, 삶의 만족도 증대, 우울증 및 불안감 감소와 일관되게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단체 스포츠가 개인 스포츠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는 이러한 이점이 엘리트 수준의 성과가 아닌, 지속적이고 균형 잡히며 즐거운 참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반면, 조기 전문화와 집중 훈련은 번아웃, 불안, 우울증, 중도 탈락률 증가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중도 탈락 현상이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스포츠를 더이상 안하는 이유는 부상이나 재능 부족이 아니라, "더이상 재미가 없다" 라는 것이 제일 많은 이유입니다.
해결책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올림픽 금메달 강국 노르웨이의 방식도 그 중 하나입니다. 물론 미국 문화와는 상충되기는 합니다만 아이들이 한 가지 종목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지더라도 그것이 마치 엄청난 패배인냥 추궁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연습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기대되는 일이 되어야 하고 스포츠가 아이들에게 항상 해왔던 역할 — 자신감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무언가의 일원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 — 을 계속하게 하려면, 우리는 아이들의 스포츠를 대학 스카우트 활동의 시작으로 취급하는 것을 그만두고, 스포츠가 본래 그래야 했던 모습, 즉 ‘즐거움’ 그 자체로 남게 해야 합니다.
저희 부부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농구 아카데미 스쿨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수영과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첫째 애는 스포츠가 재미있다는 느낌을 되찾은 듯 합니다.
이번 가을, 첫째 애는 5살짜리 연령의 지역 농구팀에 다시 입단원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농구를 해보기로 했죠. 만약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면 어떻할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아들을 더 밀어붙이고 싶은 유혹을 참아낼 수 있을까요? 저는 정말 그러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도 내신과 수행평가 그리고 보호라는 명목 하에
초등학생에게도 더 이상 자율적이고 즐거운 체육 시간은 없어지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