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억 7,000만 년 전에 출발한 빛 한 줄기가, 최근 천문학계에서 가장 오래된 논쟁 하나를 정리해버렸습니다.
천문학자들이 수십 년째 "이 구간은 원리상 관측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어놨던 시기가 있었는데, 허블 우주망원경이 그 선 너머에서 빛 한 점을 실제로 붙잡아냈습니다.
비유하자면 안개 낀 새벽 고속도로 같은 거예요. 전조등 빛이 안개 속을 몇 미터도 못 뚫고 흩어지는 것처럼, 빅뱅 직후 우주는 온통 중성수소 가스로 가득해서 자외선이 사실상 뚫고 나갈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 안개가 걷히기까지 수억 년이 걸렸고, 이 시기를 재이온화 시대라고 불러요.
이번에 발견된 은하 이름은 MXDFz4.4입니다. 지구에서 약 123억 7,000만 광년 떨어져 있고, 우주 나이가 겨우 14억 년이던 시절의 모습이에요. 크기는 우리은하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은하인데, 별은 우리은하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연구를 이끈 학자는 "이런 은하를 관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고 밝혔어요.
재이온화 시대를 얘기할 때마다 따라붙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우주를 투명하게 만든 그 막대한 자외선, 대체 누가 뿜어냈을까 하는 거예요. 오랫동안 초대질량 블랙홀이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이번 결과는 다른 답을 가리켰습니다. 좁은 공간에 몰린 젊고 뜨거운 별들이 만든 자외선의 최대 100%가 그대로 바깥으로 새어 나갔다는 거예요. 블랙홀이 아니라 별이 범인이었던 거죠.
더 흥미로운 건, 이걸 미국과 중국 연구팀이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가며 독립적으로 분석했는데 결론이 거의 똑같이 나왔다는 점이에요. 서로 다른 두 팀이 각자 다른 이름을 붙여가며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건, 그만큼 이 신호가 확실하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지구에서 123억 년도 더 떨어진, 우리은하 100분의 1 크기밖에 안 되는 작은 은하 하나. 그 안에서 몰아친 별들의 폭발적 탄생이 안개를 걷어냈고, 그 안개가 걷힌 자리에서 결국 우리 은하도, 태양도, 지구도 태어날 수 있었어요.
여러분은 재이온화 시대 하면 블랙홀이랑 별 중에 뭐가 범인일 것 같으셨나요?
그나저나 참고로 약 9조 4607억 킬로미터랍니다... 보이저 1호가 대략 지구로부터 250억킬로미터 정도 떨어져있어요. 1광일 정도 거리에요. (빛으로 만 하루 걸리는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