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의 소년 소녀들이 맨발로 긴 줄을 서 있다.
얼핏 보면 그들에게 이렇다 할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한 명씩 뜯어보면, 긴장감과 숭고한 감정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듯하다.
그곳에 들어간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이미 겪어본 자들은 사명의식에 가득 찬 자들이 흔히 지을 법한 표정을 짓고 있다.
비명은 마땅한 순리를 뚫지 못한 채 금세 잦아든다.
그때 한 소년만은 느끼는 그대로를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의심의 표정이었을까.
숭고했던 어른들의 시선이 어느새 차갑게 굳어진다.
불순물.
그것은 싹을 잘라야 한다.
양동이에 쌓인 피에 젖은 살뭉치를 보며 모두가 안도한다.
순리에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
한 노부부가 티브이 속 소년 소녀들의 핏덩이를 본다.
이어서 전 세계 여성 중 20명 중 1명꼴로 할례를 경험했다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어쩜 저렇게 잔인할 수가 있냐며 그들은 혀를 찬다.
그들은 달랐다.
손주를 위해 특별히 귀한 분을 예약해 둔 상황이었다.
그분의 손길만 닿는다면 손주는 수능시험을 잘 볼 것이다.
훗날 나라에 큰일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
그 귀한 영험함을 손주만 누리게 할 순 없었다.
일가족 모두를 참여하게 해야만 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줄 서 있었다.
소년 소녀와 어른들이 섞인 채.
그들에게 평소와 다르다 할 만한 표정은 없었다.
단지 그 방에 들어갔다 나온 자들의 배가 보라색이 되었을 뿐이었다.
"자식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너 좀 이상하구나?!"
"아니 난.."
"그 돈 많고 권위 있는 사람이 한 말이 틀렸다고? 너 좀 이상하구나?!"
"아니 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형제인데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너 좀 이상하구나?!"
"아니 난.."
"자기 자식이 예쁘지 않다고? 너 좀 이상하구나?!"
"아니 난.."
"지인의 아내와 바람피우고 싶다고? 너 좀 이상하구나?!"
"아니 난.."
"법을 어긴다는 게 꼭 잘못된 거냐고? 너 좀 이상하구나?!"
"아니 난.."
"부모를 죽일 살인 계획을 짠 적이 있다고? 너 좀 이상하구나?!"
"아니 난.."
구조를 다양한 매체로 작업합니다.
글과 사진, 영상 그리고 설치까지.
아래 signature에 남겨두었습니다.